4월에서 5월이면, 그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꽁치와 함께 오는 그 바람. 꽁치가 알을 낳으러 연안으로 들어 올 때 쯤 부는 바람. 그 바람.........
그 바람이 불면 묵호등대가 울기 시작한다.
그 바람은 뜨겁고 건조하다. 벚꽃이 지고 아카시아 꽃이 막 필 때 쯤, 육지는 뜨겁지만, 바다는 차갑다. 한류는 바다의 해초를 키운다. 2월 부터 김이 돋아나고, 자연산 미역이 고개를 내민다. 차가운 한류는 육지와 다르게 바다의 생명을 키운다. 해초에 알을 낳으러 오는 것은, 비단 꽁치 뿐만아니다.
꽃문어라 불리며, 문어도 역시 알을 낳으러 온다. 그래서 봄에 연안에서 문어가 제법 잡히는 것이다.
봄에 뜨겁고 건조한 바람이 불면 동해 영동지방에 산불이 자주 발생한다. 겨울내내 움추려 있던 산에, 겨우 초록색이 돌기 시작하자마자 날벼락인 셈이다.
중국대륙에서 부터 편서풍이 불어오고, 그 바람이 영서에서 태백산맥을 향해 상승하면서 온도가 100 미터에 0.7 도 씩 하강하고, 영동지방으로 하강하면서 기온은 1 도씩 상승하면서 자신이 겨우 품고 있던 습기 마저도 내려놓고 영동지방으로 불어온다.
그것을, '푄' 이라 부른다. 요즘, 방송에서 영동지방에 산불이 나면, 기자가 엉뚱한 소리를 해서 웃음이 나온다.
양간지풍 때문에 산불이 난나는 얼토당토 않은 소리 때문이다. 푄 현상을 설명하는 기자는 아무도 없다. 중학교 지리시간에 배우는 간단한 현상 조차 공부하지 않은 방송의 게으름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양간지풍에 대해서는 도무지 화가 날 뿐이다.
양간지풍이 아니라, 양강지풍(養江之風), 즉 양양(養陽)의 養과 강릉(江陵)의 江, 두 지방 사이의 바람을 뜻한다. 야사에는, 강릉 양양 지방의 강한 바람에, 시집가는 신부의 가마가 뒤집혔다는 얘기도 있다.
그 바람이 불 때면, 간혹 묵호등대가 울 때가 있다. 묵호등대는 방파제에 있지 않고 묵호항을 내려다 보는, 동문산 끝에 있다. 주문진 등대도 그렇다.
태백산맥이 남쪽을 향해 달려 오다가, 백봉령에서 한 갈래가 동해바다로 향한다. 그것이 옥녀봉을 이루고, 동해를 감싸안고 있는 초록봉이 되고, 망상해수욕장에서 넘는 작은 고개 사문재를 지나면 묵호항을 안고있는 동문산이 된다.
묵호는 강릉에 비해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다. 그 이유가 태백산맥의 가지 하나가 곧 바로 동해바다와 닿아있어 기온을 그렇게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태백산맥을 넘어 온, 뜨겁고 건조한 바람이 드디어 바다에 도착하면, 차가운 한류와 만나고, 수증기가 안개가 된다. 해무(海霧)가 나타난다. 육지와 바다의 계절은 다르다. 육지의 겨울이 3 개월 지나서야 바다의 겨울이 온다. 바다가 육지의 겨울 공기에 의해 차가워 지기 위해서는 3개월 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4월이 되어서야, 한류를 좋아하는 해초는 싹을 피우기 시작하고, 한류에 알을 낳아야 하는 고기들이 연안으로 향하는 것이다.
해무가 시작하는 광경을 본 적이 있는데, 그것은 마치 들판에서 불이 시작하는 것과 같다. 작게 연기처럼 피어오르다 순식간에 바다를 장악하고, 마치 점령군처럼 육지로 밀려오는 것이다.
점령군이 육지에 도달하면, 사람들은 꿈 속에서 처럼 흐느적 거리면서 움직인다. 그들의 삶은 점령군과 아무런 상관도 없다. 점령군을 무시해야 한다.
그 때 묵호등대가 울기 시작한다. 등대가 우는 이유는, 어선들에게 육지를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등대의 불빛은 해무 때문에 가려져 어선들이 볼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묵호 구 도심에 사는 사람들은 해무가 오면, 등대의 구슬픈 소리를 15초 간격으로 들어야 한다. 그 소리가 울음소리로 들린다.
요즘은, 해무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꽁치도 잡히지 않는가 보다.
과거 꽁치가 많이 잡힐 때면, 손꽁치로 만든 꽁치회를 먹었다. 지금은 울릉도 특산물이 되었지만, 과거에는 동해안 사람들은 봄이면 누구나가 먹었던 음식이다.
손꽁치는, 순전히 육체노동이다. 꽁치가 나타나면, 작은배에 해초를 싣고 가서 연안에 뿌리면, 해초에 알을 낳는 꽁치가 나타난다. 그러면, 어부는 그 사이에 손가락을 펴서 해초 사이에 집어 넣으면, 손가락 사이에 꽁치들이 끼면, 움켜쥐고 배로 집어 올리는 것이다. 그래서 손꽁치는 싱싱해서 바로 회로 먹을 수 있다. 그물로 잡아오는 꽁치는 이미 신선도 떨어져서 회로 하기 힘들다. 꽁치는 성질이 급해 배에 올라오면 금방 죽어버리고, 살이 금방 믈러 버린다. 그래서 요즘은 손꽁치를 먹기 힘들다. 꽁치도 없을 뿐더러, 작은 배를 이용하는 배는 거의 사라지고 대형그물로 잡기 때문이다.
꽁치가 어판장에 나타나면, 어판장은 온통 은빛이다. 그 빛은 반짝거리다 못해,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어민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진다. 그 빛은 묵호항을 떠나, 온 동네가 흥청이기 시작한다. 은빛으로 빛난다. 묵호등대의 우는 소리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