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휴가는 용케도 아들넘과 날짜가 맞아 같이가게 되었다.
나 역시 만사 젖혀놓고 지난 10일(월) 퇴근하자 마자 준비하느라 밤 늦게까지 정신없이 보냈다.
다음 날 오후 두시경 우리집으로 찾아온 아들과 짐을 꾸려 청량리 역으로 갔다.
근처 낚시가게에서 미끼 및 필요한 물품을 사는 동안 아들은 itx 청춘열차표를 끊고
입석이지만 우리는 자유석에서 편하게 주저앉아 캔맥주 마시며 한 삼십여분인가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 보니 가평역에 도착했다.역에서 나와 길 건너 버스 정류장에 가니 곧바로
기착지인 용수동행 버스가 들어온다.버스를 타고 한 사십여분 후에 도착하여 짐을 싸들고
여행모임 휴양지에 오니 다섯시가 조금 넘었다.
차양이 드리워져 있고 넓다란 나무침상이 갖추어진 우리 휴식공간은 텐트없이 보내기에
별 불편함이 없다.대충 짐정리를 마치고 버너를 피워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끓였다.
아들과 나는 근 이십년 넘게 야영을 하며 숯불구이는 질리도록 먹어본지라 이제는 김치찌개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맥주와 소주를 꺼내놓고 풍광수려한 곳에서 아들과 권커니자커니 대작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주위사람들에게는 무척 신선한 느낌을 주었던 모양이다.
매년 아들과 여행갈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열차안에서 부터 우리는 늘 주목을 받는다.
특히 여름 휴가철에는 대다수 젋은 남녀들끼리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놀러가는 것이 다반사인데
장성한 아들이 열일 젖혀놓고 친구도 애인도 아닌 아버지와 단 둘이 그렇게 야영을 가는 모습이
무척 낯설게는 보였으리라......
"너 여친 사진 있으면 어디 한번 보여줘봐"
아들은 폰에 저장되어있는 여친 사진을 보여준다.
내가 어지간하면 사람볼 줄 아는데 이건 분간이 쉽지 않다.
상반신이면서도 얼굴 아래 바로 어깨라인까지 나온 사진이다.
그러니 몸매가 글래머러스 한지 도대체 알 도리가 없다.
그렇다고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고,,,,,,
대충 밉지 않은 상이고 4학년 졸업반으로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다고 한다.
여진 엄마는 목이 괜찮은 곳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버지는 직장에 다닌다 하고,,,,,,
아무튼 놀러 가면 여자애 엄마가 식당을 하니 음식준비는 다 해온다 한다.
밤이 되어 우리는 밤낚시에 들어갔다.
갈겨니,꺽지,어름치,미유기 등등을 걸어올렸다.
어름치는 천연기념물이라 놓아주고 나머지 잡어들을 잘 챙겨 야영지로 돌아왔다.
모닥불을 지펴놓고 다시 본격적으로 우리는 술을 마셔가며 대화를 나누었다.
"야, 너 군에서 갖 제대히고 처음으로 사귀었다는 그 여자(카이스트 공대생)와는 왜 헤어졌어?
아버지가 사진 보았을 때 지금 여자 보다는 훨씬 더 매력적이었고 공부도 그만하면 재원에
속하는데 말이야"
아들 왈 "사실 그 여자 공주병 걸렸다는 건 핑계였고 새디즘 성향이 짙었어요.
모텔 갔는데 침대에 밧줄로 자기를 묶어달라는 거예요.
그래서 깜짝 놀라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더라고요"
헐~ "그런 일이 있었어"
아들넘은 써버 기술자인데 설치 및 AS를 비롯하여 영업관리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당연히 차량지원은 기본이고 눈코뜰새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차량은 언제든지 가지고 나오는데 휴가 때 만큼은 예외라 해서 대중교통으로 오게 된 것이다.
이번에 사귀는 여자애가 세번째인데 술집에서 친구들과 한잔하던 중 여자들끼리 마시는 것
보고 자연스레 합석하여 사귀게 되었다 한다.사정이야 어찌되었던 현재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고
평상시 한번 사귀면 한눈팔지 않는 아들넘 성격에 여자들이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 날 따라 하늘이 참 맑고 고울 뿐더러 밤하늘은 어쩌면 그렇게 초롱초롱한 별무리며
은하수가 마치 비단장막을 쳐 놓은 것 처럼 고운지,,,,,, 우리는 늦게까지 대화를 나누며
분위기에 취하고 향기로운 술 한잔의 여유로움과 진지함에 그렇게 밤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깬 나는 전 날 밤 잡은 물고기를 손질하여 매운탕을 끓였다.
아침 잠이 많은 아들은 곤히 자고 있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들과의 어렸을 적 기억을
떠올렸다.정말이지 하나 부터 열 끝까지 나를 닮은 판박이다.공부하기 싫어하고 놀기 좋아하며
친구들과 사귀기 좋아하고 낚시며 야영에 흠뻑 빠져들고 심지어 아침잠 많은 것 까지 똑같다.
그 싫어하는 공부를 직장일 때문에 할 수 없이 공부를 한다고 한다.
이 써버일이라 하는 것이 이삼년을 주기로 계속 진화하기 때문에 공부하고 연구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도 없을 뿐더러 그대로 도태되고 만다 한다.
이박삼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도 아들에게 간간히 걸려오는 전화는
업체 사장과의 써버 운영에 관한 문제 내지 AS 건이다.
이 업종에서의 길은 두가지다.
하나는 이 회사에서 뼈를 묻는 것(임원으로 까지 승진 가능)과 아니면 한 십년 열심히 배워
독립하여 회사를 설립하고 독자노선을 가는 길이다.
나는 물론 아들에게 맞긴다.
아들 역시 "낳아주고 길러주셨으면 이제는 제가 알아서 합니다" 이리 말한다.
우리 집에 와서 차 한자 마시고 여친 만나야 한다며 일어나는 아들에게
"바쁜 와중에 시간내어 여행다녀와서 참 기분 좋구나.
열심히 일하고 연애도 멋지게 하고,무엇보다 건강 잘 챙기어 후회없는 삶을 살으렴"
아들은 늘 그렇듯이 "네~ 아버지" 하고 짦게 대답하고 꾸벅 인사 후 터벅터벅 걸어간다.
마음으로는 수없이 자식에게 미련을 두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도 이따금씩 자식생각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범부이기 때문일까?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아들과 밤낚시 한번 더 가야겠다.
그리고 내친 김에 만일 그 여친과 계속 사귈거라면 한번 식사자리를 만들어볼 요량이다.
아! 행복한 날 ,,,, 무협 만화에 나오는 어느 여인의 독백(여인의 사랑은 맹인)
태양은 빨갛게 불타고
그대에게 보여주고 싶어라.
마음속 깊은 환희에
말없이 오래오래 있고 싶어라.
골짜기 마다 장엄한 밤이
얼굴을 구름에 가리고 떠올라
가벼운 걸음걸이로 다가와
절벽과 잔설을 가리운다.
나는 그것을 바라보고 있으나
그대가 없으니 무슨 소용이 있는가?
밝은 나날을 혼자서 즐기시려는가?
하지만 별없는 밤이 와서
그대 마음 울적하여 모처럼 나를 바라신다면
내 반드시 그대 곁으로 가리.
그대 마음 울적하여 모처럼 나를 바라신다면
내 반드시 그대 곁으로 가리,,,,,,
첫댓글 자식과 동행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매한가지!
저도 울 딸들과 함께 할 때 기쁨과 행복함이 밀려오거든요.
건강하신 듯하와 반갑습니다.
가을에는 더 풍성한 나날 맞으세요~^^
몇해전 올린 글에 지리산 노고단에 올라
달궁계곡서 피서를 즐긴 후 남원 광한루에
들러 매표소에서 사위 왔으니 입장료 받지
말라고 떼쓴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ㅎ.
그런 후 들른 전통한식 종갓집서 먹은
식사가 정말 일품이었었지요.
그런데 얼마전 만난 후배 에게 그 얘길
했더니, "형님,그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전주 명가나 광주 전통집에 비하면
게임도 안됩니다" 라고 합니다.
그 얘길 듣고 퍼뜩 이쁜님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렇지요.부모 자식간의 사이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천륜의 끈이 존재하는
모양입니다. 간결하면서도 깊이있는
댓글 감사합니다.
지금 많이 다니세요 결호하면 절데로 가지못하는 여행이랍니다 가족 여행은 몰라도
부자간의 여행이라 아주 드문현상입니다 혹시 낚시하자고 같이 가신거 아닌지요
하여튼 부럽습니다 행복한 부자관계 계속유지 하시길 바랍니다.
아들이 결혼하여 손주가 생기면
아들내외와 손주 데리고 놀러다녀야지요.
저는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는데
그 가운데 아들이 계곡낚시 및 천렵을
야영하며 보내는 것을 특히 좋아하기에
아들과 함께 주기적으로 깊은 계곡에서
그리 보내는 거랍니다.
아들 역시 친구 및 여친과 보내기에
앞서 자식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하는 것일테고‥
감사합니다.
저는 아들 두 넘과 딸아이 하나 두었습니다.
큰아이 초등 6학년, 둘째 초등 1학년, 막내딸 유치원 댕길 때 저의 교통사고~
한참 재롱 떨고 사랑 받아야 할 그 시기에 아빠가 중중장애 입어 잡안 보호자가 되고 보니~
우리 아이들은 그 시기에 아빠가 베푸는 사랑, 관심 먹지 못하고 성장했답니다.
그러므로 아빠와 자식들간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했고 그러다보니 서먹한 관계가 되었답니다.
하여 님과 같이 부모자식간 애틋한 사랑 보게 될때 제 자신이 부끄럽답니다.
다행인 것은 즈그들 엄마와는 제가 샘이 날정도로 잘 통합니다.
큰 아이 30대 초반, 둘째와 막내 20대 중반인데 서먹한 관계 개선책 뭐 없을까요?
마음속에 담아두시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표현하십시요.
그리하시는 가운데 아들에게는
의연함으로 딸에게는 자상함으로
다가가십시요.그리하여 공통된
관심사가 무엇인지 파악하시어
생각을 공유하고 그 생각을 실헁의
틀에 맞추시다 보면 자연스레
친숙해질 수 있으리라 사료되는군요.
모쪼록 좋은 결과있으시기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