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계 이펙터는 시간의 차이를 이용한 음향 효과를 주는 것입니다. 딜레이는 지연이라고 해서 어떤 소리가 나고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난 다음 그 소리의 울림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지요. 에코는 이 딜레이의 특수한 형태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예를들어 딜레이를 거는데 시간차를 주고, 울림 소리를 여러번 나오게 하면 에코가 되는 것이지요. 이때 얼마나 시간이 지난 다음 울림이 나오도록 할 것인가? 그리고 울림 소리는 한번만 나오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여러번 반복해서 나오게 할 것인가? 를 모두 지정해 줄 수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서 동굴 에코, 노래방 에코, 목욕탕 에코가 되는 것이지요. 즉, 딜레이라는 장비에다가 "아~ 라고 소리를 내면 0.5초 후부터 그 아~ 소리를 5번 반복해서 0.2초 간격으로 내라" 라고 지정을 하면 바로 에코가 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소리는 "아~ 아 아 아 아 아"이렇게 나겠지요.
공간계 이펙터는 가장 많이 쓰이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보통 리버브라고도 하지요. 왜 공간계 이펙터라고 불리우냐 하면, 공간을 시뮬레이션해서 그 공간에서 연주하지 않아도 마치 그 공간에서 연주하는 듯 흉내를 내 주기 때문입니다. 예를들면,
Hall - 마치 홀에서 연주하는 듯한 소리를 만들어 줍니다. Room - 마치 방에서 연주하는 듯한 소리를 만들어 주겠지요. Plate - 금속판이나 나무판에 부딪혀서 나오는 소리를 만들어 줍니다. 등등등......
요즘은 아예 공간 자체를 지정하는 리버브들도 있습니다. 예를들면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전당", "뉴욕 오페라 하우스" 이런식으로요. 그러면 그 공간의 울림 특성을 가능한 비슷하게 재현해 주는 것이지요.
우리가 듣는 소리 가운데 완벽한 "쌩소리"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공간이 크던 작던, 천정이 높던 낮든 언제나 직접음과 반사음을 함께 듣게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인간이란 존재는 일 평생을 직접음과 반사음을 함께 들으며 살아온 인생인데 어느날 갑자기 완벽한 쌩소리가 귀에 들린다면 어떻게 느낄까요? 예 굉장히 어색하게 느낍니다. 왜냐하면 살아오면서 듣도보도 못한 소리이니까요. 그러면 어떤 소리가 쌩소리냐하면 마이크에 대고 바로 녹음을 한 소리가 쌩소리입니다. 마이크는 특성상 가까이 대고 녹음을 하므로 90% 이상 직접음이 들어 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이크 소리를 그대로 들으면 뭔가 어색한 것이지요. 이러한 어색함을 보정해 주고자 리버브라는 장비가 탄생되었습니다. 즉, 리버브는 직접음에 더해서 인공적으로 만든 반사음을 추가해 주는 장치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반사음 생성기인 셈이지요.
연주에도 자연스럽게 공간과 어울리는 소리를 만들려면 당연히 에코 말고 리버브를 써야겠지요. 에코를 쓴다는 말은? "나는 이 연주를 목욕탕에서 했소이다"라는 뜻과 같은 뜻이 되겠지요. 실 생활에서 그렇게 에코가 울려 대는 공간은 목욕탕이나 동굴을 제외하면 거의 없지 않습니까? 그렇게 실생활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 혹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음악이 거의 연주되지 않는 공간에서 연주한 듯 만들 필요가 왜 있겠습니까? 평생을 동굴에서 산 사람이 아니라면 과도한 에코는 어색함만을 만들 뿐이랍니다.
그리고 사실 리버브는 공간을 흉내내기에, 연주 도중에 공간을 흉내 내었다가 안 내었다가 하는 것이 아니므로 연주 내내 걸어 놓고 씁니다만, 에코는 내내 걸어 놓는 것이 아니라 아주 특수한 상황에 잠시 사용하는 특수 효과에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송창식의 왜불러라면 마지막에 "왜불러"하고 외치면 그 소리에만 순간적으로 딱 에코를 넣는 다던지 하는 식으로만 사용이 되지요. 현재의 댄스 음악에서 좌우로 왔다갔다 하면서 울리는 핑퐁딜레이 같은 식으로만 제한적으로 사용합니다. 왜냐하면 특수 효과니까요. 특수 효과가 연주 내내 주구장창 쓰이면 "특수한" 맛이 안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