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1 1일차 맥주 한 모금, 눈물겨운 노력
보통 해외여행을 가면 시원한 맥주 한잔 걸치면서 이 땅을 밟았다고 신고식을 한다.
그런데 이게 웬걸. 하필 내가 치앙마이를 찾았던 첫날이 ‘부처님의 날’. 이날은 전 국민이 금주의 날. 술집도 편의점도 ‘노알콜’ 이라고 써있다. 세븐 일레븐 냉장고 경고 문구 뒤쪽으로 불투명 가림막으로 맥주캔이 보이건만 입맛만 쩝쩝 다시다가 결국 콜라 하나 샀다. 노점에서 바나나 로띠 하나 사가지고 호텔에 올라가 치앙마이 입성을 자축했다.
다음날 아침 호텔에서 자전거를 빌려 올드시티 해자를 한바퀴 돌았다. 성벽이 다 허물어졌어도 해자만은 완벽하게 남아 있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한 바퀴 4km 이상은 될 것이다. 오전 10시쯤 다 되어 호텔근처에 닿게 되었다. 아침이지만 땀을 뻘뻘 흘려 목이 타 맥주 한 모금 하려고 편의점에 들어갔다. 세상에나 술은 11~2시, 5시~12시까지만 판매한다는 안내판이 떡하니 붙어 있다.
내가 시방 이슬람 국가에 왔나 싶었다. 하긴 물가에 비해 술 가격은 비싼 편이다.
술에 대한 엄격함. 4캔에 만원 그런 것도 없이 많아야 2캔을 묶어서 판다.
그러고보니 8일 동안 술 취한 태국 사람은 한 명도 못 본 것 같다. 국가와 불교를 운영하는 작은 실천들이 아닐까 싶다.
결국 호텔 침대에서 빈둥거리다가 11시 ‘땡’ 하는 순간 편의점을 찾아서 기어코 ‘창’맥주 한 캔을 샀다. 오기의 발로 인지도 모른다.
“꿀꺽꿀꺽~~ ” 시원한 목넘김. 넘 맛있어서 눈물 흘릴 뻔했어
내게 chang 맥주가 엄청나게 맛있는 이유는 눈물겹도록 어렵게 구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힘겹게 나만의 신고식을 마치고 캔맥주 2개 더 사서 냉장고에 쟁여 놓으니 안심이 된다.
이제 본격적으로 치앙마이 훑으러 갑니다요.
첫댓글 더 젊어졌어요ㅎㅎ
거기도 꽃 잔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