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 내용
장관님, 한국 성우 처우 개선책에 1인 1역제 의무화 및 출연료 후려치기 방지를 포함해 주세요
전문 성우는 말을 정확히 구사할 수 있고 연기도 가능한 전문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알맞은 소리를 찾아내는 감각도 뛰어나고 전달력도 좋습니다. 따라서 전문 성우야말로 순수 대중 문화를 이끌어가는 장르의 장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방송사와 영화 제작사들은 전문 성우에게 배역을 맡길 때에는 출연료를 좀 내려 달라며 이른바 출연료 후려치기를 일삼습니다.
이 전문 성우 출연료 후려치기는 목소리 연기에 대한 기본 개념조차 없는 배급업자들이 상대적으로 투자 비용이 적게 드는 제3국(일본, 미 합중국 외 국가를 뜻함) 극장 애니메이션을 수입하면서 그저 경쟁적인 관객몰이만을 위해 유명 연예인을 기용하면서 생긴 관행입니다.
저는 한 아이돌 가수가 극장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를 하면서 전문 성우보다 50배 가까이 높은 출연료을 받았다는 기사를 읽은 적도 있습니다. 돈을 더 주면서도 연기력이 부족한 이들을 쓰는 이유를 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노련한 성우들은 영화 한 편의 목소리 연기를 하는 데 반나절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프로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극의 완성도를 더 높일 수 있는 성우를 대하는 제작진의 태도가 불쾌할 뿐이며, 상식적으로 정상적인 결과물을 내놓기를 바랄 뿐입니다.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에 연예인을 투입하는 것은 굉장히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일입니다. 왜냐하면 목소리 연기라는 것은 단순하게 생각할 만큼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연예인들이 흔히 출연하는 영화나 연속극은 시각적인 연기와 말하는 연기가 혼재하기 때문에, 연기에 대한 집중도가 시각적인 것과 말하는 것에 서로 분산됩니다. 때문에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어느 한쪽이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지 않는다면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하는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목소리 연기는 이미 존재하는 시각적인 요소에 대사를 맞추는 것입니다. 따라서 목소리 연기는 목소리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기 위해 상당한 집중도가 필요합니다.
이를 전문적으로 소화하는 직업이 바로 성우입니다. 그런데 영화나 연속극에만 출연해 왔던 연예인을 무작정 목소리 연기에 투입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누가 보아봐도 비정상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투입하고 싶다면 최소한의, 정상에 가까운 연기가 나올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막대한 자금을 출연료로 퍼붓고도 퀄리티는 최악을 달리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입니다. 당췌 목소리 연기 자체가 일반적인 영화/연속극에서 행하는 연기보다 난이도가 높다는 점을 간과한 채 무작정 이름값을 따지고 보는 행태가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또한, 애니메이션 한국어 더빙의 고질병 중 하나가 중복 캐스팅이라고 합니다. 이는 90년대부터 줄곧 개선되지 않고 있는 현상입니다. 지금은 그 현상의 심도가 덜해졌을 뿐이지, 중복 캐스팅 관행 자체는 개선되지 않았으며, 그 유형도 불 보듯 뻔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제작비 자체가 성우를 10명까지만 부를 수 있도록 책정되었고 주연 및 조연을 비롯한 고정 캐릭터가 6명인 상황이라면, 투니버스처럼 애니메이션 연기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전속 성우를 보유한 방송사는 엑스트라 캐릭터에 전속 성우 및 여러 게스트 성우를 투입하기 때문에 중복 캐스팅 문제에서 자유로운 편입니다(대원방송의 경우 이걸 너무 악용하다보니 오히려 퀄리티가 떨어지는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전속 성우가 없거나, 있더라도 애니에 투입이 불가능한 방송사는 PD들이 고정 캐릭터 담당 성우 6명에다가 엑스트라를 전담할 성우 4명을 섭외하는데, 이 때 고정 캐릭터는 당연히 고정 섭외하는 반면, 엑스트라 캐릭터는 그거대로 4명으로 고정 섭외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대표 사례로 <포켓몬스터> 시리즈를 들 수 있습니다.
정보에 따르면, <포켓몬스터> 한국어 더빙은 일단 고정 캐릭터 역할을 맡을 성우 6명이 섭외된 후, 엑스트라를 전담하는 성우 3명이 섭외되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엑스트라 전담 성우 3명이 맡은 캐릭터는 인간 캐릭터와 포켓몬 캐릭터를 통틀어 약 200가지가 되었고, 이것도 그나마 중간에 게스트 성우진이 투입되어서 덜한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포켓몬스터>는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녹음되었는데, 이게 요즘도 조금 나아졌을뿐이지 근본적인 중복 캐스팅이 여전하다는게 큰 문제입니다. 현재 방영 중인 <포켓몬스터 베스트 위시>를 보더라도 엑스트라 전담 성우는 이렇게 6명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저는 이 엑스트라 역할을 고정된 소수 성우에게 몰아서 맡겨야 하는 합당한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KBS판 <명탐정 코난>도 <포켓몬스터>에 필적할 만한 중복 캐스팅으로 악명이 높다고 합니다. 매회 약 3~4명 안팎으로 나타나는 엑스트라 역할을 KBS는 5명 정도의 성우에게 고정적으로 맡긴 반면, 애니맥스는 이 엑스트라 역할을 매회 다른 성우에게 맡기는 파격적인 캐스팅을 감행했습니다. 이리하여 적어도 중복 캐스팅 만큼은 가히 애니메이션 연기의 모범 답안이라고 보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결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PD들은 비용 및 제작 환경을 핑계로 자신들의 연출을 정당화, 합리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애니맥스판 <명탐정 코난>처럼 전속 성우 투입이 불가능한 방송사라도 PD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중복 캐스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비용 문제로 성우진 숫자에 제한이 있다 해도 그 숫자 안에서 매회 다른 성우를 섭외하는 것은 PD의 의지에 달려 있는 문제입니다. 최고의 연출을 하는 것은 PD의 의무이자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장관님께 더 부탁드립니다. 지난 번에 제시한 프리랜서 성우 의무 섭외 비율을 라디오 연속극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과 외국산 영화 및 TV 연속극으로 확대해 주시고, 1인 1역제를 확립해 주시며, 합당한 사유(대표 사례로는 <지구용사 선가드>의 한불새-선가드-슈퍼 선가드-그레이트 선가드처럼 이름 혹은 형태만 다른 동일 인물이거나 가드스타-가디언 및 에이스바론-선더바론처럼 설정상 동일 성우가 맡아야 하는 경우 등) 없는 중복 캐스팅을 금지해 주십시오. 또한, 홍보 효과만 올리고 결과물은 개판으로 만드는 성우 출연료 후려치기를 막아 주십시오. 한국 성우계를 전체적으로 뒤엎지 않는다면 한국 문화 전반에 희망은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제가 일부 내용을 수정해 다시 제시하는 한국 성우 처우 개선책을 강력, 신속히 세워 주십시오.
1. 자국어 더빙 쿼터 법제화
2. 성우 지망생 캐스팅 금지
3. 극장 애니메이션 연기에 연예인 투입 금지 혹은 일정 비율 이하로 제한
4. 프리랜서 성우에 대한 4대 보험 적용 및 고정 월급제
5. 각종 연기에 투입되는 성우 중 일정 비율 이상을 프리랜서 성우로 캐스팅
6. 1인 1역제 확립 및 합당한 사유 없는 중복 캐스팅 금지
7. 전문 성우에 대한 '출연료 후려치기' 방지법 제정
답변 내용
대조영님 안녕하세요. 문화체육관광부 대중문화산업과 정명관입니다.
다시 귀한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 제시해 주신 의견에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만, 관련 단체와 폭넓은 논의와 의견수렴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향후 성우협회 및 관련 산업계와 충분히 의논하여 공정하고 발전적인 문화정책을 수립하는데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대중문화산업에 많은 관심가져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답변 분석 결과, 문화부는 7대 성우 처우 개선책이 모두 필요함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이 성우 처우 개선책을 한국성우협회 및 관련 업계 종사자들과 충분희 의논한 후 그 내용을 향후 문화 정책을 수립하는 데 참고하겠댔지만 이 7대 성우 처우 개선책을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떻게 세울 것이며, 이를 위해 관련 단체의 의견을 어떻게 듣고 수용할 것인가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