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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가 있는 속초풍경
아침날씨가 제법 서늘하다. 인제 용대리에서 황태국을 맛보고 험악하기로 이름났던 미시령을 터널로 가볍게 통과한다. 속초는 바다가 있고 뒤에는 설악산이다. 그 중에도 근엄한 울산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치고 보다 아늑하게 감싸고 있다. 11호 태풍 ‘할롱’의 영향으로 동해안과 남해안 쪽에 많은 비가 내리고 세찬 바람이 몰아치리라 여겼는데 아무렇지 않다. 비교적 잔잔한 날씨다. 혹시 일기예보가 빗나간 것은 아닌지 갸우뚱거려진다. 어쨌거나 여행길은 날씨가 좋아야 한다. 먼저 아바이마을을 찾았다. 청초호에서 바다 쪽으로 나오면 중앙동에서 청호동으로 200원에 갯배를 타고 건넌다. 갯배는 무동력선으로 양쪽에 줄을 연결해 놓고 이동한다. 쇠고리로 바닥 줄을 끌어당기면 직사각형 모양의 배가 움직인다.
아바이는 함경남도 일대에서 아버지나 할아버지를 부를 때 쓰는 방언이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함경도 고향으로 가는 가장 가까운 길목인 이곳 속초 바닷가 갈대밭을 불태워 개간하고 마을을 형성하여 지금껏 눌러 살아가는 곳이다. 먹자골목의 고만고만한 가게에서는 아무래도 아바이순대가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모듬에 명태회까지 곁들여 준다. 피난민의 어려운 살림에 크게 한 몫을 하였을 순대로 천안 병천순대와 자웅을 겨룰 만큼 관광식품으로 개발이 되었다. 이곳에서 겨울연가까지 찍었다고 자랑이다. 다시 갯배를 타고 건너와 중앙시장으로 갔다. 아무래도 시장 인근은 노점상까지 복잡하다. 건물이 낡아 겉보기에는 허름하였는데 안으로 들어서니 그 규모가 만만치 않게 크고 물건도 다양하다.
제철을 맞은 복숭아가 먹음직스럽고 포도며 자두에 강원도 특산품인 옥수수도 구미를 당긴다. 수수부꾸미는 별미로 인기몰이를 하고 닭강정도 빼놓을 수 없다. 수산물센터에서 다양한 수산물들을 구경하면서 싱싱한 회를 맛보는 것도 괜찮다. 두 군데 시장바닥을 돌다보니 시간은 잘도 흘러갔다. 먹는 것이 남는 것이라고 했던가. 어중간한 날씨로 비가 부슬거려도 때만은 절대 놓치지 말고 찾아먹어야 한다. 이것저것 나름 배를 채웠으니 점심은 간단히 막국수를 먹는 것도 괜찮다. 여행은 그냥 여기저기 마구 쏴 다니며 구경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눈도장만 찍으며 발품 팔고 배가 쪼르륵거리도록 놔두면 아니 된다. 곳곳에 숨어 있는 토속음식을 찾아 맛보면서 다닐 때 여행하는 맛을 느끼며 피로감도 줄어든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 중에 하나가 재래시장이다. 재래시장에 가보면 서민들의 생활문화를 한눈에 읽을 수 있다. 재래시장인 속초관광수산시장(속초중앙시장)과 속초아바이순대마을은 이웃해 있어 두 군데를 쉽게 돌아볼 수가 있었다. - 2014. 0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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