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36 < 지리산 와운(臥雲)마을 – 담양 온천 리조트>
어젯밤 뇌우는 어마어마했다. 낮인 듯 훤하게 번개와 천둥이 동반한 밤새 내린 비로 인하여 아침이면 집안 어디 쯤 무너져 내렸을 것처럼 요란했었다. 날이 새니 빗줄기가 약해지면서 망설임 없이 지리산 트레킹에 나섰다. 이러한 장마철에는 잠깐 비 그친 하늘만으로도 다시 주섬주섬 일상을 들고 일어선다. 뱀사골 계곡으로 들어가 와운 마을 천년송을 만나는 것으로 계획하고 출발하였다. 평소 지리산을 간다는 것은 당연히 크고 어렵게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난 주 노고단을 다녀와서는 지리산 자락마다 트레킹이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그 매력에 오늘의 계획이 잡힌 것이다. 또한 요즘 우리 군 노거수와 보호수를 찾아 기록하고 있는 남편의 관심사에 지리산 천년송을 함께 만나고 싶었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물이 많다. 뱀사골 역시 계곡 물소리가 거침없다. 사부작사부작 주변 경치와 폭포처럼 쏟아지는 맑고 깨끗한 물줄기를 내려 보며 계곡의 대명사로 꼽히는 뱀사골을 헐어 걷기 시작하였다. 그야말로 집채만한 기암괴석과 너럭바위가 곳곳에 있고 자유롭게 널브러져 심하게 곡류하는 물굽이가 장관이었다. 특히 어젯밤 이곳에도 충분히 내려준 장맛비 덕분에 수량이 풍부하고 수림은 울창하여 좁은 데크길이라도 계곡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녹음 짙은 계곡 안에 삼복더위를 얼어붙게 하는 냉기가 감돌았다. 아마도 이곳의 특징은 계곡으로 이어지는 데크길이 완만하고 고른 경사도로 이루어져 힘들이지 않게 산행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이 때문인지 연세 드신 어르신이나 가족단위의 등산객들이 많았다. 지리산국립공원에서 천년송까지는 3km 데크길로 가는 신선길이 있었으며 옆으로는 차도처럼 계단이 없는 도로였다. 가는 길 중간마다 멧돼지가 목욕을 했다는 <돗소>와 큰 바위가 겹쳐지며 아래에 작은 공간이 형성되어 만들어진 자연동굴처럼 형성된 곳을 볼 수 있었는데 이는 석실이라고 부른단다. 이곳에서 6.25전쟁후 빨치산들이 이념서적 등을 등사 인쇄하였다고 하는 설명이 포함된 표지판도 볼 수 있었다. 데크길에 사람들이 비켜서서 오고가야 할 만큼 잘 알려져 찾는 이도 많지만 그 품이 그야말로 넓고 깊다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반선교를 출발하여 2㎞정도 지점에는 요룡대가 있다. 요룡대는 높이 30m가 넘는 큰 바위로 마치 용이 승천하려고 머리를 흔들며 몸부림치고 있는 모양이라 하여 요룡대라 한단다. 여기까지 대체적으로 편안하게 도착한 곳은 와운마을 0.7km를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부터는 계속 오르막길이다. 하천변을 따라 마을길이 있고 테크로드길도 조성해 놓았으나 워낙 높은 곳에 마을이 있다 보니 오늘의 트레킹 중 짧지만 가장 힘든 코스였다. 천년송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와운(臥雲)마을은 우리나라 국립공원 1호로 지정된 지리산국립공원의 북동쪽 자락에 있는 마을로 해발 800m에 위치하고 있어 구름도 누워 갈 정도로 높고 험한 곳이라는 뜻에서 와운(臥雲)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6.25전쟁이 일어난 후 1951년 지리산이 빨치산의 소굴이 되자 전 주민이 피난 이주하였다가 1954년 수복과 함께 다시 입주했다는 것이다. 1977년 지리산 전적비 및 기념관을 개관하였으며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기암절벽과 깨끗한 물 그리고 계곡과 수목 등이 알려지면서 관광지로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한다. 그렇게 입소문을 탄 뒤 이제는 지리산의 최고 명소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이 마을에는 지리산 명선봉에서 영원령으로 흘러내리는 동서로 뻗은 마을 뒷동산 능선의 가운데에 천연기념물 제424호인 지리산 천년송이 있다. 우산을 펼쳐 놓은 듯한 반송으로 두 가지가 대등하게 잘 조화되어 있다. 그리고 속리산 정이품송을 닮아서 수형이 아름다우며 애틋한 전설을 가진 유서 깊은 노 거목으로 희귀성과 민속적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단다. 그야말로 위엄 있고 수려했다. 언덕길을 올라 「지리산 천년송 와운명품마을」이라 적힌 목재문을 들어서며 저만치 서 있는 할머니 소나무를 등지고 여러 컷의 사진을 남겼다. 또한 20m만 더 오르면 할아버지 소나무가 있으며 마을에서는 매년 정월 초사흗날에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마을주민들이 ‘당산제’를 지낸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 군 노거수와 보호수를 조사하면서 저마다 당산제를 모시는 경우들이 많은데 이곳 역시 이만한 역사를 짊어지고 국립공원 명품마을에 서 있는 천년송은 당연하겠거니 생각하며 동네 한 바퀴 겸사겸사 산채 비빔밥으로 와운마을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하산하였다. 생각 이상으로 좋았다. 많은 비가 내려 깊은 계곡에 물도 좋았을 뿐더러 역시 큰 산이다 보니 어디를 둘러 보다도 길게 늘어진 산자락에 무성한 숲은 그야말로 명품이었다. 오는 길에 담양으로 들어섰다. 담양온천 리조트에 들러 온천욕으로 힐링을 보태고 돌아오는 시간이 평화롭다. 한 주 동안 어디를 갈 것인지 검색해보고 남편과 함께 떠나는 일상은 나이 들어가는 것도 청춘만큼이나 재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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