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리 54년 한의원
며칠 전에 유성 장대동에 있는 한 한의원을 찾게 되었다. 찾게 된 한의원은 여러 해 전 벚꽃이 만개한 보문산 공원으로 걷기 운동에 나섰다가 얻은 정보에 따른 것이다. 우리 뒤를 따르던 한 건장한 청년이 우리가 앉은 긴 나무의자에 따라 앉았다.
청년은 “어르신께서 불편하신 것 같다”면서 자신의 병력을 털어 놓았다. 얼마 전 쓰러져 왼쪽 편마비로 손발이 마비되었을 때 집안 어른이 침을 잘 놓는다고 소문났다는 한의원에 데리고 가 침을 맞고 뜸을 뜨게 되었다고 했다.
그 후 자신은 오늘 보시는 것처럼 왼쪽 수족 기능을 완전히 회복해 정상인과 다름없이 살고 있다며 한 번 그 한의원을 찾아 침과 뜸을 떠 보는 것이 어떠시냐? 고 했었다. 바로 그 청년이 일러주었던 정보를 되살려 그 한의원을 찾게 된 것이다.
5개의 침상이 놓인 제1남자치료실 한 침상에 누워 옆 침상에 누운 20대 청년 환자와 원장이 주고받는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허리가 아파서왔다는 청년은 허리가 아파 오랫동안 고생했다는 아버지가 원장님에게 침을 맞고 뜸을 떠 깨끗이 나았다며 “원장님을 꼭 찾아뵙고 치료를 받아보라”고 하시어 왔다고 했다.
원장은 청년의 아버지 이름을 듣고 82세 노인답지 않게 기억을 살려냈다. 이에 힘을 얻은 청년은 허리가 아프셨던 할아버지도 원장님의 치료를 받고 깨끗이 나으셨다는 것도 아버지에게 들었다고 했다.
이에 원장은 자신이 이곳에서 한의원 문을 열 당시는 28세-그 후로 54년이 흘렀다고 했다. 그 당시 보리쌀 서 말에 토담 초가 삼 칸을 사들여 한의원을 차리게 되었으며 세 번이나 병원 개축을 했다며 자신은 이곳에서 한 평생 청춘을 다 바치며 다 늙었다고 했다.
그러기에 청년의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청년 등 3대가 우리 병원을 찾게 된 것이 아니겠느냐며 곱술 백발에 검은 테 안경의 원장은 노익장을 과시하듯이 환하게 웃으셨다.
청년에게 침을 놓은 후 원장은 옆 방 여자치료실로 가 한 할머니환자에게 “아들은 어디 갔느냐?”고 묻는 소리가 들렸다.“아들이 있어야 90어머니에 대한 치료문제를 상의할 터인데 내버리듯 놓고 그냥 훌쩍 가버리니...!”혀를 끌끌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병원환자 대기실 등 벽면에는 원장에 관한 기사가 실린 퇴색한 신문과 사진들이 많이 부쳐져있다. 한 신문 제목“...현대판 허준으로 정평이 나있는...”아래에는 한 면을 가득 채운 원장에 대한 기사가 실려 있었다. 그간 필리핀 베트남 등 여러 나라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한 사진들은 원장의 활발했던 지난날의 면면을 증언하고 있었다.
원장은 설 연휴가 끝난 다음 날 또 다시 2월 말까지 캄보디아 의료봉사활동에 나섰다. (2007. 2. 21.)
첫댓글 현대판 허준을 문화재로 지정해 영구보존하는 방법은 없을까 ?
그래... 그래서 인술이라 하는 가 보지. 오랬동안 건강했으면 좋으련만...
한의원도 돈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다니고 시설을 고치고 하는것을 흔이 보았지만 ,진국으로 한곳에서 평생 인술을 펴는 곳이 있음을 들으니 마음이 흐믓한 생각이 든다네.
그 한의원은 허리만 전문인가? 나 같은 장증환자도 유효한 의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