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희 부부(오흥국, 신미현)는 우연찮게 당첨이 되어 2025 오사카마라톤을 다녀왔습니다.
간략하게나마 그날의 소회를 담아 후기를 적어보려 합니다. 오사카 마라톤 신청부터 당첨, 호텔, 비행기 예약, 교토투어, 맛집까지 부부의 손을 거쳐 하나하나 미리 계획하고 예약해서 다녀온 마라닉이었습니다. 22일 부산에서 1박, 23일~26일까지 일본에서의 시간은 3박4일입니다.
단체(2명이상)로 오사카마라톤 신청!
-둘다 되거나 탈락하거나
대구와 춘천에서의 두 번의 풀코스를 거쳐 드디어 첫 해외 마라톤이다. 해외마라톤 선택의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요건은 가까운 곳! 세계7대 마라톤이라는 도쿄 마라톤을 가고 싶었지만, 당첨확률이 낮다는 이유로 무작정 우리 부부는 오사카마라톤을 ‘단체(2명이상일 경우 신청가능)’로 신청한다. 둘다 당첨되거나 되지 않거나 둘중 하나. 얼마후 짜잔 이메일이 온다. 오사카마라톤에 당첨됐어요~~~
출발 전 우여곡절
여행 3일전 갑자기 둘째가 토하고 열나고 아프다. 장염. 입원시키고 최대한 컨디션 조절하는데 22일 중학생 큰애까지 열이나고 아프다. 심난하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포기할 수도 없고. 약을 넉넉히 챙기고 일단 고!하기로 한다. 첫 해외마라톤을 뛰어야 하는 나의 컨디션까지 신경쓸 여유는 없고 무사히 뛸 수 있을까 걱정과 불안이 엄습한다. 일본행 하루 전 갑자기 나도 뱃속이 불편해진다. 아이들 상태는 조금씩 나아지는데 나의 컨디션은 꺼져만가는. 휴, 하지만 당초 계획대로 일본행 비행기에 오른다.
일본 도착, 엑스포행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리무진버스(티켓 한국서 구매)를 타고 포트타운 히가시에서 내려 전철을 타고 엑스포장으로 직행한다. 대략 한달전 미리 이메일로 받았던 QR코드(pdf파일, 메일확인을 잘 해야 한다. 나는 메일을 못받아서 미리 요청해서 다시 받았다)를 실물 배번으로 교환하는 과정에서 드디어 실감이 난다. "내일이면 정말 오사카의 거리를 달리게 되는구나!“ 온갖 외계어같은 일본어 속에 친절한 안내와 표시 등으로 배번은 쉽게 받을 수 있었다. 입구에서 간단히 사진찍고 구경할 여유도 없이 신사이바시에 있는 호텔로 향한다. 다들 뱃속이 편치 않은 관계로 첫날은 우나기. 남편이 맛집으로 찾아놓은 장어구이집에 가서 날것이 아닌 익힌 음식으로 최대한 안전하게 몸보신을 한다. 나마비루와 장어구이. 제법 궁합이 좋은데 아쉽지만 컨디션이 별루여서 술은 참고 숙면을 취해보고자 일찍 잠자리에 든다.
24일 드디어 2025 오사카마라톤
-눈보라치는 오사카
예상치 못한 눈보라 속의 레이스.
대회 당일 아침, 날씨를 보니 종일 비도 오고 눈도 내릴 것 같다. 걱정은 했었지만 추위와 왠만해서는 보기 어렵다는 오사카에서 눈 예보까지 있어 난감하다. 편의점에서 메론빵과 물을 사서 지하철을 타고 대회 출발장소인 오사카성에 도착한다. 사람들 어마어마하다. 3만5천명이라더니 쓸려가다시피. 남편과 나는 E그룹에 배정됐지만 환복장소와 짐맡기는 곳이 남자와 여자가 달라 헤어진다. 이제부터 각자 도생. 알아서 아침먹고 짐맡기고 화장실 가고 9시 10분경 출발선에 선다. 나막신 신고 있는 사람, 기모노에 슬리퍼신고 있는 여자, 사람이 많으니 가지가지 퍼포먼스도 다양하다. 완주만 하자’ 다짐한다.
목마 싱글렛을 입고 출발선에 섰다. 출발 직전까지 화장실 들락거리는 친구들 엄청나게 많다. 9시30분, 레이스가 시작되고 함박눈이 내리다 싸라기가 내리다 눈보라가 치다 날씨가 장난아니다. 손가락이 얼어붙는 추위 속에서도 한 발 한 발 내딛는데 갑자기 ‘신미현! 파이팅!’ ‘목포 파이팅!’ 익숙한 한국말이 들린다. 반가운 한국인들의 응원과 마치 축제처럼 아이 어른할 것 없이 도로에 나와 파이팅을 외쳐주는 일본의 응원문화. 마라톤을 하나의 축제처럼 여기는 듯 하다.
아고! 힘들다, 왜 달리니 풀코스!
20k. 절반도 안됐는데 벌써 힘들어진다. 23k 아.. 힘들다. 27k 진짜 힘들다. 30k 헉. 아직도 12k나 남았다니. 도대체 오사카성은 언제 나오는거야. 아무 생각도 안들고 끝이 보이지 않는 개미지옥, 아니고 사람지옥같은 시내를 꽉 메운 사람들의 끝, 피니쉬라인을 향한 힘든 여정이 계속된다. 완주했던 경험치로 그렇게, 힘들지만, 나는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중간중간 보급음료, 물과 포카리스웨트, 콜라, 바나나, 심지어 스시 등등 너무너무 풍성한 보급품들은 많은 참가인원만큼이나 진짜 어마어마했고 잔칫날 같았다.
아, 오사카성!! 완주 수건을 두르고~
마침내 5시간여의 레이스 끝에 골인 지점 도착. H그룹까지 있었던 터라 뒤로도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있었다. 국내 마라톤과 달리 퇴로가 정해져있어 인파를 따라 나오다 보면 그때부터 빈 봉투, 과자, 메달, 완주 수건 등을 순차적으로 받아서 나오게 되어 있다. 눈보라 치는 궂은 날씨에 얇은 옷차림을 하고 30분이상 한참을 줄을 서서 있으려니 춥고 힘들었다. 완주품을 받고 짐찾는 곳까지 가기 위해서는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들은 다소 미흡한 운영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환복을 하고 짐을 찾고 남편에게 전화했더니 오사카성내 스타벅스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4시간 6분여에 완주했다는 소식. 중간에 하이파이브할때만 해도 서브 4도 할 기세였는데 역시 마라톤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끝내고 나면 역시 뿌듯한 하루. 이제부텨 즐길 시간~^^.
완주, 그리고 여행
우리가 주로에 있는 동안 아들 둘은 해외에서는 처음이지만 둘이서만 덴덴타운에서 점심먹고 각자 원하는 것을 쇼핑하며 시간을 보낸 뒤 호텔에 와있었다. 오늘 저녁은 무한리필 고깃집, 야끼니쿠와 나마비루(생맥주). 숯불에 구워먹는 고기는 꿀맛이었고 아이들과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며 나마비루와 콜라를 놓고 행복함과 뿌듯함을 이야기했다. 다음 날, 다소 뻐근한 다리로 교토 1일 투어를 했다. 아름다운 교토의 거리를 걸으며, 어제의 레이스를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마지막 날 오사카여행의 마무리는 역시 먹방. 맛있는 스시와 라멘을 먹으며 여행을 마무리했다. 가족들과 함께한 이번 '마라닉(마라톤+여행)'은 비록 엄마로서 이것저것 챙기느라 힘들기도 했지만, 그 어떤 마라톤보다 값진 경험이었다.
Next? 다음을 향한 설렘
우여곡절 많았지만 정말 뿌듯하고 행복했던 오사카마라톤. 마라톤을 하면서, 내 삶이 더욱 풍요로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분명코 힘들지만 우리네 인생과도 닮은 마라톤이 주는 매력, 마력이 있다. 가족여행도 베스트지만 함께 달리는 동료들과 같이 가는 것도 아주 즐거운 여행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에는 우리 클럽 식구들과 함께 간다면 베스트 오브 베스트겠지?
다음 도전을 생각하며 오늘도 열심히 달리련다. 사랑해요, 목마!
첫댓글 선 댓글 후 감상입니다 ㅎㅎ
즐거운 마라닉, 완주 축하드리고 부럽습니다!
외~ 미리계획해서 마라닉을 다녀오시고 진짜멋찐 인생입니다~
추운날씨를 이겨내고 완주까지 대단하십니다 ~
다음 마라닉여행은 함께해요^^
국내 마라톤 대회보다
참가하기도,
계획짜기도 힘든 해외마라톤을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 지 짐작이 됩니다.
거기다 기상 악조건까지 추가되었는데도 부부간 무사완주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부럽습니다~
목마 해외원정은 생각만 해도 배시시 웃음이 나네요^^
잘 읽었습니다~
날씨 추운데 많이 고생하셨겠네요
그래도 계획된 시간에 완주 못해도
완주 후 주는 뿌듯함으로 인해 다시 도전하는것 같습니다.
가족과 즐거운 마라닉 하는 모습이 부럽네요~
후기와 사진들을 보니 내가 다녀온듯이 설레고 기쁨이 차 오르네요~ 아이들이 아파서 엄마맘이 편치 않았을텐데 여행준비 하느라 애썼고 궂은 날씨속에 풀코스 완주까지 대단해요~~ 멋짐멋짐 나도 해외마라톤 또 가고 싶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