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전설과 푸른 바다, 설악의 기암이 빚어내는 세계적 명소—강원 동해안 기행
글. 전국통합뉴스 임명락 기자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속초 일대는 단순한 국내 휴양지가 아니다. 억울한 영혼이 수호신이 된 전설,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기차역, 유네스코가 인정한 생물권보전지역, 동해안 최대 어시장이 한곳에 모여 있다. 스위스 알프스의 장엄함,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의 낭만, 일본 해안 어항의 활기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풍경과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전국통합뉴스 임명락 기자가 전하는 강원 관광 명소의 현재다.
첫날, 정동진—시간이 멈춘 듯한 해돋이와 기네스 기록의 공간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은 조선 시대 한양 광화문에서 정동쪽이라 이름 붙은 나루터 마을이다. 1990년대 드라마 〈모래시계〉 촬영지로 전국에 알려졌고, 이후 해돋이 명소로 자리 잡았다. 특히 정동진역은 플랫폼에서 내려서면 바로 동해가 펼쳐지는,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기차역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철길과 소나무, 파도가 한 프레임에 들어오는 풍경은 다른 나라 해안역에서도 쉽게 찾기 어렵다.
정동진 오전8시30분
공원 중앙에는 1999년 밀레니엄을 기념해 세워진 세계 최대 규모 모래시계가 있다. 지름 8m가 넘는 시계 속 8톤의 모래가 정확히 1년에 걸쳐 떨어진다. 시간박물관과 조각공원, 썬크루즈 테마공원,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천연기념물 해안단구)까지 이어진다. 해안단구의 지질학적 경관과 일출의 장엄함은 호주 그레이트오션로드나 미국의 일부 해안 국립공원에 비견될 만큼 독특하다. 새해 해돋이 열차를 타고 찾아오는 인파가 이를 증명한다.
둘째 날 오전, 주문진 앞바다—전설이 살아 있는 신성한 포구
강릉 북쪽 끝, 주문진 앞바다는 한류와 난류가 만나 풍요로운 어장을 이룬다. 약 350여 척의 어선이 드나들며 오징어·양미리·명태·청어·복어 등을 올린다. 1930년대부터 형성된 주문진수산시장과 건어물시장, 회센터는 동해안 최대 규모다. 갓 잡은 활어를 바로 회 떠 먹는 경험은 도쿄 도요스 시장이나 유럽 어항에 견줘도 신선도와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이 바다에는 깊은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조선 시대, 해초를 뜯던 처녀 진이가 현감의 수청을 거부한 뒤 억울하게 세상을 떠났다. 이후 바다가 거칠어지고 고기가 잡히지 않자 마을 사람들이 제사를 지냈고, 강릉부사 정경세가 성황당을 세워 넋을 달랬다. 진이는 여성황(女城隍)으로 모셔지며 어민들의 수호신이 됐다. 지금도 진이서낭당이 남아 있다. 소돌 마을의 아들바위(죽도바위·코끼리바위)는 1억 5천만 년 전 쥐라기 지각변동으로 솟아오른 기암이다. 자식을 염원하던 노부부의 백일기도 전설과, 부모 반대로 바다에 몸을 던진 해씨 아가씨와 봉씨 청년의 사랑 이야기가 겹친다.
주문진해변은 수심이 얕고 물이 맑아 가족 피서지로 사랑받고, 옆 향호에서는 담수어 낚시도 가능하다. 1918년 강원도에서 가장 먼저 불을 밝힌 주문진등대는 마을의 오랜 역사를 상징한다. 드라마 〈도깨비〉 방사제와 BTS 앨범 재킷 촬영지로도 알려졌지만, 그 아래에는 여전히 풍어제와 파도 소리가 이어진다. 전설과 현실이 공존하는 풍경은 그리스 섬들의 신화적 해안이나 일본 세토우치의 어촌 전설에 비견될 만하다.
둘째 날 오후, 설악산—유네스코가 인정한 동아시아의 알프스, 역사와 생태의 보고
주문진에서 북쪽으로 잠시 이동하면 설악산국립공원이 펼쳐진다. ‘설악(雪嶽)’이라는 이름은 가을부터 눈이 내려 이듬해 여름에야 녹는다는 데서 유래했다. 최고봉 대청봉(1,708m)은 한라산·지리산에 이어 남한에서 세 번째로 높은 봉우리로, 태백산맥의 중심축을 이룬다. 행정구역상 속초시·양양군·인제군·고성군에 걸쳐 있으며, 대청봉을 중심으로 동쪽은 외설악, 서쪽은 내설악, 남쪽은 남설악으로 나뉜다. 총면적은 약 398~400㎢에 달한다.
설악산의 보호 역사는 깊다. 1965년 11월 천연기념물 제171호(설악산 천연보호구역)로 지정됐고, 1970년 3월 24일 남한에서 다섯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1982년에는 국내 최초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에 등재됐으며, 2005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카테고리 Ⅱ(국립공원)로 격상됐다. 2014년에는 IUCN 녹색목록에도 올랐다. 1,100여 종의 식물과 1,500여 종의 동물이 서식하며, 북방계·남방계 식물이 교차하는 생태적 요충지다. 눈잣나무·산양 등이 깃대종으로 관리되고, 희귀·특산식물이 다수 분포한다.
공룡능선, 울산바위, 비선대, 천불동계곡, 토왕성폭포(국내 최장 연폭 약 320m), 비룡폭포, 권금성 등 화강암 기암과 깊은 계곡이 빚어내는 경관은 스위스 알프스나 미국 요세미티의 장엄함에 뒤지지 않는다. 다만 규모가 상대적으로 아담해 짧은 일정으로도 핵심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큰 강점이다. 외설악 소공원에서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권금성 전망대에 쉽게 올라 속초 시내와 동해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신흥사(통일대불)·백담사 등 천년 고찰이 자연과 어우러져 문화적 깊이도 더한다. 외국인 탐방객이 급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속초로 향하는 길에 잠시 들른 설악산은 기암과 계곡, 전망이 어우러진 ‘동아시아의 알프스’로서 짧지만 강렬한 감동을 선사했다. 탐방객들과 나눈 만족도 인터뷰에서도 “규모는 작아도 핵심 경관이 압축돼 있어 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마무리, 속초 시장—동해의 맛이 응축된 활기찬 공간, 직수입 대게의 신선함
속초관광수산시장(중앙시장)은 여행의 마침표다. 수산물·젓갈·회·건어물 점포가 밀집하고, 닭강정·술빵·오징어순대 등 길거리 음식이 유명하다. 현대화된 시설과 넉넉한 주차, 터미널과의 접근성 덕분에 연중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내비게이션 검색에서 강원 지역 관광지 1위를 꾸준히 차지할 만큼 인기다. 싱싱한 대게와 활어회를 저렴하게 즐기는 경험은 세계 어느 어시장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특히 중앙시장 내 중앙로129번길 41 순대골목에 자리한 생생대게 회직판장(최명주 대표)은 신선도와 가격 경쟁력으로 주목받는다. 남동생이 러시아에서 대형 선박으로 해산물을 직수입해 동해 작업장을 통해 전국에 유통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중간 유통 과정이 없어 신선도가 뛰어나다. 한국에 도착한 해산물을 동생네 탱크에 저장했다가 밤 2시경 식당으로 바로 배송되므로 살이 많고 싱싱하다. 다른 곳(예: 공명형 등)이 마리당 약 13만 원대인 데 비해, 이곳은 중량(피로)당 약 6만 5천~7만 원 수준으로 합리적이며 식사도 제공한다. 전국 택배 포장(당일 배송 가능)도 가능하다. 인터뷰에서 사장님은 “동생이 많이 도와줘 신선한 해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일 수 있다”며 감사를 전했고, 기자는 “전국통합뉴스에 좋은 뉴스로 소개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강릉 정동진에서 시작해 주문진의 전설 바다를 거쳐 설악의 기암을 오르고, 속초 시장에서 바다의 맛을 음미하는 일정. 이곳은 자연·역사·전설·현대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공간이다. 세계적인 명소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한국만의 고유한 아름다움이 여기에 있다. 파도가 전하는 이야기, 산이 보여주는 장엄함, 시장이 선사하는 온기—황도복숭아 한 상자, 닭강정 한 박스, 술빵을 양손에 가득 들고 행복한 여정을 사진에 담았다. 강원 동해안은 속초 꽃감자와 함께 여전히 감탄을 자아낸다.
주문진의 초록빛 바다
속초 시장 대게 직판장
속초시장 오순네 전
설악산 바위
설악산 고령 소나무 숲속에 전국통합뉴스가 더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