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보다는 서양식이나 중식, 일식 레스토랑이 더 많은 압구정동에
보리밥집이 생겼다. 압구정역 부근에 오픈한 ‘사월에 보리밥’. 옛일이지만 지난해 수확한 쌀이 떨어지고 보리가 아직 여물지 않은
음력 4월경이면 먹을 것이 없어 춘궁기라 했다.
이 시기를 지내기가 마치 큰 고개를 넘는 것처럼 힘들다 하여
보릿고개란 말이 생겨났고 햇보리가 수확될 때까지 보릿고개를
넘기는 기간을 보릿동이라고도 했다.
이 시기에 보리밥은 가장 애절하게 그리워하던 음식. ‘놀부’란 브랜드로 한식 프랜차이즈의 획기적인 역사를 만든 오진권이 새롭게 시도한 ‘사월에 보리밥’에서는 이토록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여겨지던 토종 보리밥을 재현한다. 밥집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세련된 인테리어는 건축가 민경식의 작품. 1백 50평의 공간에는 대나무 자리가 깔린 마루와 테이블 좌석이 있고 노장, 양주, 말뚝이, 소무, 목중 등 탈의 이름을 붙인 별실이 마련돼 있다. 특수 제작한 자개 벽은 조명을 받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다르게 나타나 은은하면서도 화려한 한국적인 멋을 자아낸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보리밥은 꽁보리밥에 10여 가지의 각종 나물과 우렁이 냉이 된장국, 열무김치, 어리굴젓, 쌈밥용 채소가 한꺼번에 나오는데 가격은 6천 원. 저렴한 가격에도 놀라지만 된장국 두어 숟가락을 떠 넣고 양념장을 한데 섞어 삭삭 비벼 한입 먹어 보면 그 맛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묵은 김치를 볶아 고등어 조림을 넣고 싸 먹는 ‘선고등어 보쌈’(6천 원)도 별미 메뉴.
영업 시간은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문의 540-529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