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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에 제주에서 올라 와서 이번에는 막토에 참석하고 6월초에 내려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토 20주년을 맞이하여 모두 글 한 토막씩이라도 올리라는 엄명이 하달 됐기에 그래도 막토 창립멤버
의 일원으로서, 용기를 내어, 평소에는 영 글쓰기와는 담싼 내가 한번 써 본글이다.
나는 원래 내성적이고, 과묵한 (오시록하기도 한 - “오시록헌”이란 제주방언으로 참 재미있는 말이다)
성격인데, 술만 먹으면 다변에 냉소적이며 활달하게 웃어가며 고성을 지르는 것은 우리친구 대부분은
잘 알거다. 하지만 술 안 취한 평소에는 늘 말이 없는 소심한 아이로 돌아가곤 했다. 내 얘기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쑥스럽고 늘 창피한 생각에 누가 볼까 바 방학숙제 외에는 일기를 쓴 적이 없다.
고백성사 때에도 “하느님은 나의 죄를 모두 아실 텐데 왜 또 입으로 말하여 속죄하라고 하시나?” 하면서
하느님을 원망한적도 있다.
내가 자주 올레길에 간다는 것을 대부분 친구들이 알고 있어서 만나기만 하면 올레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기를 원하고 있어서 자꾸 같은 대화를 여러 친구와 하다보니, 몇몇 친구가 그러지 말고 동창홈피에 글로서 올려 보라고 권유하길래 한번 써보기로 작정한 거다.
여하튼 “나는 왜 올레길을 걷는가?”라는 나름대로의 독백겸, 우리 친구 모두도 올레를 걸어 봤으면 하는 바램으로 썼다. 부디 허물 말고 읽어 줬으면 한다.
<나는 왜 올레길을 걷고 있는가?>
3년전 어느 가을 날이었다. 불현듯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고, 마냥 혼자이고 싶었다.
당시 너무 큰 마음의 상처를 입고 있었고, 육체적으로나 신앙적으로 피폐했고 방황하고 있던 때였다.
문득 제주도에 걷기 좋은 올레길(“올레”란 그 말 자체가 골목길이란 뜻이고 제주집들은 원래 올레길
안에 대문이 있다)이 생겼다는 얘기가 생각나서 베낭을 들쳐 메고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이것이 이후 올레꾼 사이에서 말하는 소위 “올레 이민”의 시작이 될 줄이야!
10여년 전까지는 가족과 함께 거의 매년 제주를 관광으로, 휴양으로 찾아갔던 곳이다. 호텔에서 자고, 렌터카를 이용하고, 관광객 위주의 각종 관람장을 방문하면서 사나흘 지내다가 올라오곤 하였으나 매년 반복하다 보니 식상해서 더이상 안가게 된 것이 10여년이 지나 버린 것이다.
3-4년전까지의 내 모습은 보기 민망할 정도의 배불뚝이에다가, 매일 술에 절다시피 마셔대고 있었으며. “인생에 술이 없으면 무슨 맛으로 사느냐”하는 마치 흘러간 뽕작 가사를 생활신조처럼 떠들며, 취해서 매일매일을 흘려 보내고 있었다. 막토에서 마시고 섬사모에서 마시고, 삼구에서 마시고, LA40에서 마시고, 그리고 또 마시고 또 마시며---
-처음 올레길에서
몸속에 10여키로의 지방덩어리를 숨겨 놓고, 이것 저것 챙겨 넣은 베낭도 무게가 만만치 않았고, 길치로 자타가 인정하는 내가, 숲속의 작은 화살표를 곧잘 잃고 헤메곤 하면서, 매일매일 한코스 한코스 정복하듯이 걸어갔다. 그러나 일주일정도가 지나자 매 코스를 마치 마라톤이라도 하는 양 완주하겠다는 생각은 점점 옅어지며, 내 자신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지난 세월을 반추하며, 그땐 왜 그랬을까, 그때가 다시 온다면 바로잡아야지, 그런데 어떻게 흘러간 시간이 다시 오겠는가!! 또한 내힘으로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안타까운 불운이 겹치고....아, 후회뿐인 삶이여! 회한과 후회가 몰려오기 시작했고 나는 한없이 무력함을 느끼며 점점 무서워졌다. 인간의 힘이란 너무나도 연약하고, 자신도 어쩔 수 없는 내 삶을 이제껏 내 것인 양 오만하고 교만하게 살아 온 지난 날이 너무나도 창피하고 나 자신이 싫어졌다. 이제야 진정 하느님의 자비가 필요해졌다. 자만과 교만으로 꽉 차있던 머리 속에 나 아닌 하느님이 들어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오!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저는 죄인입니다. 저의 죄를 용서하소서”
그러고 나니까 이제부터는 단순한 코스가 아닌 숲이 보이며, 바다가 보이며 느긋하게 너울을 즐기게 되고 심지어 세찬 바람까지도 정답게 느껴지더라. 주위를 돌아보니 검은 돌멩이 한 개 한 개가 내게 인사하듯이 늘어 서있고, 작은 이름 모를 들풀도 내게 미소 짓고 있으며, 나무들도 내게 말을 건네고 있는 듯 했다. “너는 행복한 사람이야!”
-올레길의 재미
관광으로 제주를 방문하면, 접하는 것이 호텔종업원, 관광객 상대의 각종 관람소, 대형식당, 가이드, 운전기사를 주로 보게 되므로, 참 제주 모습이라기보다는 인공적인 것, 가식적인 것, 제주것이 아닌 위조된(?) 제주것 등등 이런 것을 보게 되지만, 올레길을 걸어보면 자연 그대로의 제주 속살을 볼 수 있으며, 투박하면서도 가식이 없는 제주토박이들을 만나게 되고, 좀 있게 되면 정다워지기까지 하는 제주사투리를, 또 제철에 나는 제주 산물을 먹을 수 있게 된다.
제주자연은 그 어떤 인위적인 조형물 보다도 그 자체가 아름답고, 감탄을 주며, 관광시에 느끼던 제주사람들의 불친절(?)과 달리 토박이 할멍들의 순박한 친절이 고맙게 마음에 와 닿게된다. 밀감 철에는 과수원마다 올레꾼들 먹고 가라고 플라스틱괘짝(일명 콘테너) 가득히 담아 내놓은 밀감들, 올레꾼에게는 무엇보다도 반가운, 올레코스에 뜨문뜨문 있는 할멍쉼터에서 땀 흘린 뒤 마시는 쉰다리(제주가정집음료, 막걸리와 식혜의 중간쯤되는 것)의 그 시원한 맛, 가끔 해녀가 들고오는 귀한 전복 문어 해삼등을 맛볼 수있을때는 행운이고.
내가 올레에 자주 간다는 얘기를 듣고 나에게 자문(?)을 구하는 친구들이 종종 있다.
그들의 첫번째 질문은 “어느코스가 제일 좋은가?” 이 질문이 내겐 참 난감한 질문이다.
현재까지 제주본토를 성산(3시방향)쪽에서 시작하여 남쪽 서귀포를 중심으로 계속 서진하여 12시방향인 제주공항, 제주항을 지나 약1시 방향까지 이어졌고,이 코스가 18+2개 코스(+2개코스란 내륙에 있지만 시작이나 종점이 기존 코스와 겹치는 코스로서, 7-1월드컵경기장코스(엉또폭포로유명)와 14-1곶자왈오설록코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부속 도서들에 부여된 3개의 -1코스(1-1은 우도코스. 10-1은 가파도코스, 18-1은 추자도코스)로서 총23개 코스, 총연장길이 376.1키로(코스당 평균16-17키로)이고 언젠가는 18코스에서 시작코스인 1코스와 연결되어 완전 일주코스가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각설하고, 위와 같은 많은 코스 중에 좋고 나쁜 코스를 가려 번호를 메기는 것은 전연 가당치 않은 일이고 굳이 메긴다면 모두 1등 코스라 말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모두다 보석 같은 길이고, 서로 다 다른 길이며 각각의 묘미가 있는 길이므로 각자가 자기일정에 맞춰 아무코스나 걸어보기를 권한다.
일반적으로 관광객에게 많이 알려진 7코스는, 물론 해안 경치가 빼어난 곳이지만 이미 관광객에게 점령(?)당한 코스로 전락해 버렸다.
내 개인적으로는 상징성이 많은 1코스를 걸어보는 것도 좋고 (제주도도 남북의 갈등이 많았던 곳이라고 하는데, 그 경계가 되는 북제주에 속하는 구좌읍과 남제주에 속하는 성산읍과의 경계를 넘나드는 코스일 뿐만 아니라, 오름과 밭길과, 일출봉을 끼고 바닷길을 걸을 수 있고, 오름에 올라서 보는 우도 쪽 바다와 오름 아래로 펼쳐지는 당근 밭의 모습은 말 그대로 감탄을 하게 된다)
또 내가 무척 좋아하는 코스 중 하나는 곶자왈이 있는 11코스 및 14-1코스로서 곶자왈 (제주방언이 그대로 지구과학 용어로 인정된 것 같음)이란 남방한계선 식생과 북방한계선 식생이 함께 공존하며, 4계절 내내 낙엽을 밟을 수 있는곳, 비바람이 몰아쳐도 늘 조용하기만 한 곶자왈, 노루가 나를 구경하며 눈망울을 굴리며 서 있는 곳, 언제든 책을 읽거나 쉴 수 있는 곳, 참 올레꾼만이 오는 그곳, 너무도 좋은 코스다.(곶자왈이란 제주의 허파로서, 대부분의 제주지형이 그렇지만, 이곳은 특히 더 지표면이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비가 홍수처럼 쏟아져도 물 구덩이 없이 지하로 스며들어 버리고 지하의 온기가 겨울에도 수증기처럼 지상으로 내뿜고 있어서 사철 온난하고 쾌적한 지형으로 온갖 식물들이 무성한 숲을 이루고 있고, 지하로 스며든 빗물은 멀리 해안가에서 용출된다)
-이외에도 코스 걷다가 잠깐 잠깐 접할 수 있는 문화의 향기와 절경들,
6코스의 쇠소깍, 4코스의 김영갑갤러리(제주바람을 너무나도 사랑한 사진작가, 그의 작품을 보노라면 제주바람이 곁을 스치며 지나가는 것 같다.) 6코스 서귀포시내의 이중섭기념관(애들을 좋아하여 그림속에서 애들을 물고기와 같은 크기로 그린 너무나도 순수한 예술가. 불운하여 요절했지만. 부인에게 보낸 절절한 사랑의 편지)등을 보며 훌륭한 예술가들의 혼을 음미하는 것도 좋고, 10코스의 빼어난 오름인, 송이로 이루어진 송악산과 그 앞의 어느 드라마 세트장으로 썼던 불란디팬션의 초가집구경도 좋지만 팬션 이름의 의미를 알려고 애써보는 것도 재미있고--- 불란디? 불란디? French? 불난집? 아무튼 재미있다.
거듭 말하지만 어느 코스가 좋으냐고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그냥 걸어라. 코스가 너에게 말해 줄 거다. “나는 어때??” 하고 말이다.
길을 잃었을 때 올레지기를 탓하지 말고 다시 뒤돌아 와서 마지막 봤던 표지를 확인하고 다시 찾아 가다 보면 숨어있던 화살표나 리본이나 간세(조랑말을 간단히 형상화 한 것으로서, “간세”란 제주방언으로 “느리게, 천천히”란 뜻임, 올레길에 서 있는 간세는 방향지시와 세워진 곳의 특기할 만한 설명이 적혀있기도 함)가 다시 나타나 “나 여기 있지?”하며 너를 반길 거다. 그때의 그 반가움, 안도, 이런 희열(어린 시절 보물찾기에서 마치 보물을 찾았을 때의 그 기쁨)을 느끼기 위해선 길 찾는 재미를 느끼고 표지가 안돼 있다고 불평하지 말아라. - --지금은 전보다 많은 표지가 되어 있어서 이런 재미도 반감됐지만.
산티아고 길은 정말로 순례의 길이고 고행의 길로서 한번 들어서면 되돌아 올 수가 없어서라도 고생을 감수하며 전진할 수 밖에 없다지만, 올레길은 말 그대로 “놀멍, 쉬멍,걸으멍”의 길이므로 아무 때나 쉬거나 되돌아 나올 수 있고, 다리 아프면 즉시 달려오는 콜택시를 탈 수 있기 때문에 걷는 자체에 부담감을 가질 필요가 없으며(길어야 2-3백미터만 걸어 포장된 길로 나오면 됨), 무엇보다도 간과하기 쉬운 점은 올레길은 평균해발 2-30미터라는 것, 호흡에 전연 문제가 안되고 몸이 가벼워 짐을 느끼게 된다, 오름이라 해도 겨우 해발100미터 정도면 최고로 높은 오름이고, 담배 피거나 술 마시거나 아무도 탓하지 않고, 들어가지마세요, 접근하지마세요,.......xx하지마세요, oo마세요 등등의 금지 푯말이 거의 없다 – 단지 쓰레기만 버리지 말고, 보이는 쓰레기 몇 개라도 되 갖고 오면 더욱 좋고.
숙박의 묘미
어디서 자냐? 하는 것이 두번째 질문, 이 질문은 쉽게 얘기해 줄 수 있다.
각 코스마다 대개 시작점 및 종점 부근에는 올레꾼을 위한 많은 숙박시설이 있다.
민박집, 게스트하우스, 팬션, 콘도, 여관, 모텔, 호텔등등 - 이제는 몇몇 최상급호텔(4코스 해비치호텔, 7코스 풍림콘도, 8코스의 씨에스 호텔)에서도 올레꾼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란 2-6명 정도의 올레꾼이 한방에 함께 숙박 하는 것을 말함, 보통 도미토리라고도 한다.
이중 민박집 중에서도 할망민박집이란 올레길 개척당시 행정관서와 함께 선정한 토박이 할망집들로서 사는 집 그대로 방을 내주고 있으며, 아침 저녁도 원하면 해주고(한끼당5천원) 고구마도 쪄주고 시골 고향집에 온 것 같은 분위기이다. 숙박비는 당초에는 만원씩이었지만, 이제는 대부분 15,000원-2만원씩이고, 저렴하고 분위기 좋아서 많은 올레꾼이 선호하나 보유하는 방 개수가 많지 않아 예약하기가 쉽지 않을 적이 있는게 흠이다. 게스트하우스란 개인 사업화한 민박집이라고나 할까, 침실이 다수이고 대형(7-8명까지도 잘수있는방도 있고)으로 운영된다. 많은 올레꾼이 한집에서 만나서 식사도 같이하고 술도 먹고,얘기도 하면서 서로의 정을 쌓아가기도 하지만, 대부분 다음날 아침에는 각자의 길로 갈라서 가게 마련이고. 장기간 체류하다 보면, 좀 고급스럽게 쉬고 싶어지기도 할 때는 팬션이나 콘도, 호텔에서 1박정도 호사스럽게 지낼 수도 있고….
모든 샤워시설이나 화장실이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제주물은 어디서나 삼다수(?)로서 늘 샤워를 삼다수로 할 수 있는 것은 보너스라고나 할까. 화장실 얘기인데, 모든 코스마다 적당한 곳에 화장실이 잘 갖춰져 있고, 물론 모두 불쾌한 냄새가 안 나는 최현대식 화장실로 유지되고 있다.
먹을거리—먹을 거리는 무척 흥미롭다. 섬이라고 하여 해산물이 풍부하고 늘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큰 오산이다. 결코 먹을 거리가 흔한 곳이 아니며, 얼마나 어렵게들 살고 있는지 제주인의 삶을 들여다 보면 숙연해 진다. 제주인의 삶 얘기는 뒤로 미루고,
우선 먹거리 얘기 좀 해보자. 잘 찾아보면 제철의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게 된다. 물론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관광객용이 아닌 보통 음식집에서 보통 값으로 먹을 수 있는 곳을 말한다. 갈치회 고등어회는 제철에 그곳에 가면(그곳이라 함은 제철이라도 제주도 아무 식당에서나 다 먹을 수 있다는 게 아니고 진짜로 하는 집에 가야 한다는 얘기다) 먹을 수 있고, 자리(돔)물회, 한치물회, 방어 히라스회, 자연산으로 그날그날 잡힌 생선으로 만들어 주는 묻지마 막회와 (요새는 주로 참돔, 벵어돔, 광어, 소히라스등) 묻지마지리(묻지마지리란 어느 생선을 특정해서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지리주세요 하면 그날그날 들어온 물좋은 지리감으로 해준다-이곳에서는 말간 국이라고도 함, 복지리, 옥돔지리, 갈치국…….등등.)
서울사람들에게 우선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갈치국”과 자리물회 한치물회 같은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갓 잡힌 생물 갈치를 호박잎만 넣어 소금으로 간 맞춘 아주 심플한 레시피로 만든 그 맛이란 처음의 거부감은 저리가고 입맛만 다시게 된다. 옥돔지리(옥돔도 지금은 점점 끝나갈 무렵)도 단순한 레시피로 조리한다. 싱싱한 생선은 먹기 전이나 먹고 난 후에도 전연 비린내를 못 느낀다. 자리물회(요즘이 제철) , 한치물회도 먹어보면 좋아하게 될 거다. 또한 주로 여름철에 먹는, 강된장을 단순히 물에다가 풀고 끓이지 않고 어름넣어 먹는 냉된장국-그 시원한 맛은 또 어떻고! 제주에서는 된장을 끓이지 않고 물에 풀어 자리돔을 썰어넣으면 자리물회가 되고, 한치를 넣으면 한치물회가 된다. 약간의 추가 양념은 하지만. 된장을 끓이지 않고 조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저렴한 값에 배 부르게 먹을 수있는 순제주산 재료로 만든 팥죽 녹두죽 호박죽등등 맛있는 죽집.
걷는 요령-요령이라기 보다는, 올레길에서는 부부가 걷든, 친구와 걷든, 팀으로 가든, 늘 걷다 보면 “혼자” 걷게 된다(혼자라는 것은 영적으로의 의미). 고독하고, 외롭고,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대화가 줄어들며 자신 속으로 침잠하게 된다. 이런 것을 즐겨 보는 것도 색다른 분위기. 인간은 근본적으로 고독한 게 아닐까? 그런 속에서 참 맛을 느끼게 되고…. 굳이 대화를 만들어 떠들며 가기를 멀리하라. 서너시간 뒤에는 더 정다운 대화가 나오게 되며 진솔하게 되리라. 혼자 여행 오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올레는 치유의 길이고 묵상의 길이며 행복해 지는 길이다.
맺음-
작년에는 거의 반년을 제주에서 보냈고, 금년에는 2/3이상을 제주에 머물게 될 거 같다. 이제는 술도 끊어 버리고, 10여키로나 체중감소가 되어, 상의는 105사이즈에 허리는 38인치도 빠듯하던 몸이 100에 32인치로 줄었으니, 당뇨주치의 허 박사로부터 핀잔을 안 듣게 되기를 바라고--박사는 진료 들어가면 허리사이즈부터 재면서, 이렇게 놔두면 아무리 약을 먹어도 치료가 안되니 허리를 5인치 이상 줄이라고, 그렇지 않으면 진료를 못 봐주겠다고 늘 꾸중 아닌 꾸중을 하시니 매번 민망하기도 했었는데--
앞으로는 나눔과 진실과 사랑으로 주위를 밝게 하는 삶으로 지내고 싶다.
주절주절 얘기는 많은 것 같은데 오늘은 이쯤에서 마감하고, 또 기회가 온다면, 낭만과 문화와 사랑이 넘치는 서귀포칠십리 (이것은 제주올레 이사장 서명숙씨의 “놀멍 쉬멍 걸으멍”이란 책자에 잘 소개되어 있기도 한다) 얘기와, 서귀포사람들의 삶의 애환, 철마다 색다른 감동을 주는 올레의 4계에 대하여 느낀 감동을 썼으면 한다. 이미 끝났지만 2월- 4월의 유채꽃, 4월말-5월초의 가파도 청보리밭, 그 아름다움이란 직접 보지 않으면 느끼기 쉽지 않으리라….., 또한 하루에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바다빛깔 - 솔빛바다에서 쪽빛바다로, 또 옥색으로, 옥색에서 짓푸른 빛으로, 또 검고 검은 심연으로, 아! 제주는 살아있는 자연이고 삶 그 자체이니라!
서투른 글을 끝까지 읽어 준 친구들에게 고맙고, (그간에 막토를 비롯 여럿 모임에 장기간 불참에도 불구하고 늘 따뜻한 격려를 해준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또한 내게 새로운 삶과, 육체의 건강과, 뜨거운 사랑을 되살아 나게 한 올레길에 감사하며, 그러한 올레길을 만들고, 유지 보수하는 수많은 봉사자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2011년 5월 22일 서울에서
정태석
첫댓글 태석군의 求道者的 告白錄에 감동했습니다. 우리는 사랑하기 위하여 세상에 왔고 진정한 사랑은 求道에서 이루어진다는 말씀은 어느 종교든 공통의 가르침 입니다. 그리고 사랑하기 위하여 자신의 육신부터 사랑으로 살려낸 태석군의 쾌거가 부럽습니다. -- 제 아무리 강건한 자도 1년을 누워 있으면 죽을 것이요 제 아무리 숨이 넘어갈 듯 약한자도 죽기살기로 걸으면 강건해 지리라 --
직접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의 진솔한 이야기가 내 자신을 부끄럽게합니다.멋진글에 감사드립니다.제2탄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