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이 불쌍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만납니다.
오래 참았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때,
애쓴 만큼 돌아오는 것이 없다고 느낄 때,
나만 계속 손해 보는 것 같을 때,
마음은 조용히 자기 자신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그 마음은 처음에는 위로처럼 느껴집니다.
그래, 나도 힘들었지.
나도 많이 참았지.
나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지.
이렇게 자기 마음을 알아차리는 일은 필요합니다.
자신의 고통을 부정하지 않는 것은 회복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연민이 오래 머물면
그 마음은 조금 다른 얼굴을 갖게 됩니다.
나는 늘 상처받는 사람이라는 생각,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않는다는 생각,
세상은 나에게만 가혹하다는 생각이
조금씩 마음 안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때 자기연민은
나를 안아주는 위로가 아니라
나를 그 자리에 붙들어두는 덫이 될 수 있습니다.
D. H. 로렌스의 짧은 시 「Self-Pity」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I never saw a wild thing
sorry for itself.”
나는 야생의 존재가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시인은 작은 새가 얼어 죽어
나뭇가지에서 떨어질 때조차
자기 자신을 불쌍히 여기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이 시는
고통을 모른 척하라는 말은 아닐겁니다.
작은 새는 추위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가엾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 죽음을 억울해하지도,
자기 운명을 붙들고 한탄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생의 끝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흐름 안에 있습니다.
로렌스가 말하는 자기연민은
아픔 자체라기보다,
아픈 나에게 오래 사로잡히는 마음에 가까워 보입니다.
나를 불쌍히 여기는 것과
나를 돌보는 것은 다릅니다.
나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상처받은 나를 계속 바라보게 하지만,
나를 돌보는 마음은
상처받은 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더 쉬어야 하는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지,
더 이상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무엇인지,
내 마음을 덜 다치게 지킬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보게 합니다.
자기연민을 지나 자기돌봄으로 간다는 것은
아프지 않은 척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팠다는 사실을 인정하되,
그 아픔이 나를 설명하는 전부가 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고통을 부정하지 않되,
고통받은 나에게만 머물지 않는 것.
그때 자기연민은
그 자리에 머물라는 말이 아니라,
이제 나를 돌보라는 조용한 신호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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