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여성호르몬 요법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발표하자 미국에서만 약 30%의 호르몬 복용자가 이를 중단했다고 한다. 폐경 후 여성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얼굴 홍조를 비롯해 골다공증, 다한증, 우울증, 가슴 답답함, 기억력감퇴 등 소위 갱년기 증상을 겪는다.한의학에서는 갱년기 장애의 여러 증상을 몸속의 ‘진액부족’ 현상으로 본다. 고목나무가 말라가듯이 몸을 자양하는 피와 임파액, 그리고 그 속에 존재하는 갖가지 호르몬을 비롯한 필수 요소들이 부족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하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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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갱년기의 변화는 인체의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것으로, 앞서 언급한 일련의 증상을 거치면서 신체는 그 변화에 적응되게 된다. 그러나 25% 정도의 여성은 자의든 타의든 이러한 여성호르몬 요법을 받고 있다. 이는 갱년기 증세를 일시적으로 완화시키기는 하나, 장기적으로 복용할 경우 뇌졸중, 유방암, 심장발작 등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한다. 또, 교감신경을 항진시키면서 혈압을 상승시키기도 하고 불면증도 유발시키기도 한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겉은 젊어 보이게 하겠지만 몸속의 세포는 병들게 하는 것”이다. 한방에서의 갱년기 장애의 치료는 주로 진액을 보충시켜 심장이나 간장의 열이 과다하게 생성되는 것을 막는다. 보혈의 방법을 사용하되 상열감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심신의 과다한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처방도 효과적이다. 최근 서양에서는 한방에서 해열과 해독의 목적으로 많이 쓰는 승마(升痲)라는 약초가 갱년기 장애에 효과적이라고 밝혀내기도 하였다. 식이요법으로는 콩을 넉넉히 먹는 것이 좋다. 콩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이소플라본이란 물질이 다량 있다. 이는 체내에 에스트로겐이 부족하면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충분하면 이를 억제하는 작용을 하는데, 뼈나 혈관에는 작용을 하지만 유방이나 자궁에 대한 자극은 없어 여성호르몬제 복용에 따른 부작용이 없고 유방암 예방효과도 있다고 한다. 한방에서도 콩 종류가 대체로 서늘한 성질과 해독의 작용을 가져 갱년기의 여러 증세에 효과적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그 중에서도 ‘쥐눈이콩(鼠目太-서목태)’이 ‘약콩’으로 불리며 많이 쓰이고 있는데, 때마침 여기에 이소플라본의 함량이 다른 콩들보다도 월등히 높음이 밝혀졌으니 많은 콩 종류 중에서 이 쥐눈이콩이 약용되고 있음은 옛 선조의 약을 보는 안목이 틀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또, 갱년기 때에는 칼슘 함량이 높은 식단을 짜야 한다. 더불어 과다한 육류섭취나 짠 음식을 피해 체내 칼슘이 불필요하게 빠져나가는 것도 막아야 한다. 담배나 커피도 좋지 않다. 담배를 피우는 여성의 폐경 이후 골절 비율은 비흡연 여성의 4배나 된다고 한다. 자극적인 음식은 발열작용을 하므로 갱년기의 다한증이나 얼굴에 열이 확 오르는 상열감을 조장시킨다. 담백한 식사가 갱년기에 좋다. 마지막으로 다이어트로 지나친 식사량의 제한은 공복감으로 정서적 불안정을 일으키고 영양부족으로 갱년기의 빈혈 등 여러 가지 부족증세를 악화시킨다. 이는 몸은 진액을 필요로 하는데, 억지로 제한하는 격이다. 주로 해삼이나 전복, 굴 등이 갱년기 여성의 보양음식으로 추천할 만하다. 더불어 적당한 운동으로 근육과 뼈의 가동성을 높이고 활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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