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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야초 수강생들이 영남 알프스인 천성산 자락에서 참꽃마리 꽃모양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이진우 프리랜서 |
'나무가 나물'. 이게 뭔 소립니까. 나무면 나무고, 나물이면 나물이지. 강의 제목이 그랬습니다. 진짜 나무가 나물이 될 수 있을까요. 궁금해서 찾아가 봤습니다. 생태와 환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된 부산초록온배움터 '산야초 기초반'에서 청강한 것입니다. 실습장은 울산시 울주군 소래농장입니다.
지난 1일 오전 10시께 울주군 삼동면 금곡리. 산야초연구소의 방양희(51) 선생 집으로 수강생이 하나둘 모였습니다. 5월 늦봄이라고 하기에는 몸이 오싹할 정도로 날씨가 쌀쌀했습니다. 방 선생은 "감기 예방 차원에서 한 잔씩 합시다"하며 보이차를 권했습니다. 날씨 탓인지 전체 15명 수강생 가운데 서너 명은 결석했습니다.
"제가 빠지는 날은 꼭 중요한 수업을 하더라. 선생님, 차 덖는 방법 한 번 더 하면 안 될까요." 지난주 결석한 수강생이 아쉬움을 드러냅니다. 보이차와 함께 어느 수강생이 만들어 가져왔다는 호박단술이 한 바퀴 돕니다. 많이 달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이 있습니다.
산야초 수업에서는 수강생끼리 이름을 부르는 법이 없습니다. 별명을 부릅니다. 방양희 선생의 별명은 '민들레'. 수강생들은 저마다 '쑥샘' '개나리' '쑥부쟁이' '꽃마리' '은하수' 등등 서로 별명을 부릅니다.
"지난주에 생강나무 줄기를 끓였는데 목이 말라 무심코 벌컥벌컥 마셨다가 혼났다. 너무 진했는지 정신이 아득해지더라." 경험담도 털어놓습니다.
이날 수업에 등장한 나무는 신갈나무 초피나무 보리수 자귀나무 아까시나무 골담초 참죽나무 두충 헛개 인동덩굴 등 10가지. 주요 효능과 먹는 방법에 관한 소개가 이어집니다.
방 선생이 그림을 그려가며 나무에 대한 기초 수업을 진행합니다. 겨울눈이니 물관 체관 꽃눈 잎눈 암수술 씨방. 어지간한 생물수업 못지않습니다. 수강생들은 저마다 노트를 펼쳐놓고 필기하면서 그림까지 따라 그립니다. "아이고, 머리에 잘 안 들어온다"면서 질문도 많습니다.
집중 또 집중합니다. "나무 구별 요령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지에 붙은 잎자루의 모양이나 길이로, 또 겨울눈 위치에 따라서도 할 수 있습니다. 단엽이냐 복엽이냐, 잎사귀에 톱니가 있느냐 없느냐 여부도 분류 기준이 됩니다. 가시의 유무, 덩굴이 오른쪽으로 감기느냐 왼쪽으로 감기느냐 하는 점도 유심히 살펴야 합니다."
방 선생은 "나무 1000그루만 정확히 볼 수 있다면 '도사급'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겠죠. 먹는 나물을 구별하는 데 이론은 꼭 필요합니다. 식물세포는 그 자체로 단백질과 지방, 비타민까지 만드는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동물 세포와 다릅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이론 수업을 끝냅니다. 이제 산으로 갈 시간.
그렇다면 이들이 '나무가 나물'이라는 산야초 공부를 하는 이유는 뭘까요. 먼저 생태 위기를 먹거리에서부터 극복해보자는 취지입니다. 생각해보니 우리가 먹는 음식 중 에너지가 투입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렇게 비싼 에너지를 들여 생산했지만 정작 그것이 우리 몸에 꼭 좋은 것인가 질문해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됩니다.
사실 신기합니다. 이름도 잘 모르는 들풀이 우리 몸에 좋은 음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말입니다. 뚝 꺾어서 바로 먹는 것은 물론이고 샐러드를 해 먹을 수 있습니다. 말려서 차도 끓입니다. 효소로 만들어 음료와 약으로도 쓸 수 있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산야초 강의에 관심이 쏠리는 게 당연해 보입니다.
'꽃마리'라고 불리는 수강생은 "각종 산야초로 항아리 30개 분량의 효소를 만들었다"고 자랑을 합니다.
# 잿빛 마음 훌훌 털고 초록 기운에 몸을 맡겨봐
- 영남알프스 천성산 '야생의 맛' 수업
- 참죽·헛개나무·인동덩굴·으름꽃 등
- 깊은 산 봄내음에 시간 가는줄 몰라
- 수강생 다양한 식물명 암기법 묻자
- 선생님 "사랑한다면 절로 외워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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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초록온배움터의 산야초 현장 수업에서 방양희(맨 앞) 선생과 수강생들이 천성산 자락을 걸어가고 있다. |
'나무가 나물' 산야초 수업 실습장은 영남알프스 가운데 하나인 천성산 끝자락이다. 수강생들은 산야초와 나물을 담기 위해 준비한 자루를 하나씩 들고 들로 향한다.
"자, 야외수업하기 전에 감기 예방부터 하고 갑시다. 박수를 10초간 최대한 빠르게 50회 치는 겁니다. 짜자자작. 좀 더 빨리 치세요. 이번에는 제자리 뛰기 30회입니다."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금곡리 마을에서 천성산 자락으로 오르는 길. 방양희 선생의 현장 수업이 이어진다. "참죽나무 잎을 보세요. 물관이 지나가는 길이 보이나요. 참죽 잎을 코에 가져다 대면 특별한 향이 나요. 지금은 잎이 형태를 갖추는 중입니다. 줄기를 보세요. 잎이 늦게 나오고 있습니다. 참죽은 다른 나무보다 뿌리가 깊이 내려서 땅속에 있는 영양분을 골고루 빨아들입니다. 참죽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방아잎과 초피가루를 섞어서 소금과 달걀을 넣고 부침개를 하면 맛이 최고입니다."
마을 인근에 벌써 모내기를 준비하는 못자리가 있다. 산에서 내려오는 개울을 따라간다. 봄 소풍이 따로 없다.
"여기는 헛개나무가 있네요. 새순이 조금 나왔습니다. 뜯어서 먹어보세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쌉싸름한 맛이 나지요. 그런데 헛개나무 잎은 단엽일까요, 복엽일까요? 잎은 마주나기일까요, 아니면 어긋나기일까요." 금방 마친 이론 수업이 곧바로 현장 학습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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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군 소래농장에서 진행되는 이론 수업. |
하천 둑에 자란 풀도, 덩굴도 모두 수업 재료다. 설명을 들으면서 '나무 나물' 뜯기에 바쁜 수강생도 많다.
"여기 인동덩굴이 보입니까. 인동은 나물로 뜯어 한 뼘 정도만 해도 차를 끓여 먹을 수 있습니다." 수강생들이 너도나도 인동덩굴을 꺾었다. 저마다 준비해온 주머니가 불러오기 시작한다. 어떤 수강생은 새순 끝을 입 안에 넣고 씹으며 향을 느낀다.
"여기 봐. 많이 있네" "이것도 인동 맞나요" "인동은 따서 효소를 담아도 좋아요. 한 주먹만 따면 일 년은 먹을 수 있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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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생들이 인동덩굴에 대해 배우는 장면. |
하지만 산야초를 채취하는 게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가시가 있는 노박나무를 꺾을 때는 한 수강생이 전지가위를 꺼냈다. 가시를 피해 줄기를 잘랐다. 고추나무꽃도 맛을 본다. 꽃을 너무 따먹어 배가 불러 점심 먹기 어렵겠다는 애교 섞인 하소연도 나온다.
천성산 허리에 올랐다. 하얀색 야생화가 지천으로 깔렸다. 융단을 펼쳐놓은 것 같다. "여기 꽃마리가 있네요. 작지만 모양을 잘 보세요." 수강생들은 무릎을 꿇고 땅에 엎드렸다. 키 작은 야생화에 얼굴을 들이댔다. "아주 예뻐서 뜯기가 아깝네요."
"여기는 가락지나물이 있네요. 가락지나물은 순이 맛있어요. 이것은 냉이입니다. 꽃다지는 다 먹는 나물입니다."
그러고 보니 야외 실습을 나와서 본 녹색 풀은 대부분 맛을 보고 온 것 같다. 개울가와 야트막한 산허리에 지천으로 널린 풀과 나무 새순 대부분을 먹을 수 있다.
"가락지나물은 처음 다섯 잎이 올라오고 그다음 나오는 잎은 3장입니다." 설명은 계속되고 수강생들은 "이렇게 예쁜 꽃잎을 먹어도 될까요." "선생님, 너무 많은 설명을 들어서 더는 머릿속에 입력이 안 돼요." "그 많은 이름을 어떻게 다 외워요. 비결이 뭐예요." 등 질문을 쏟아냈다.
방양희 선생의 답. "사랑하면 외워집니다."
찔레도 꺾어 껍질을 벗겨 먹었다. 산으로 오르는 중턱에 병꽃이 있다. 수강생들이 방 선생의 설명이 끝나자 꽃잎을 뜯어서 맛을 본다. "빨간 것은 수정된 것입니다. 따다가 차를 만드세요. 그냥 먹으려면 꽃잎이 노란색일 때가 좋아요. 약간 매운맛이 나지요."
마을 뒤에 있는 저수지. 둑을 따라 걸었다. "이것은 국수나무입니다. 새순은 꺾어서 껍질을 벗기면 바로 먹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고추나무입니다. 순을 뜯을 때는 위에 몇 가지를 남겨두고 위에서 아래서 뚝뚝 뜯으면 쉽습니다." 뚜두두둑. 능숙하게 나무순을 뜯는 솜씨에 수강생들은 또 놀랐다.
저수지 둑에서 수강생들은 각자 흩어져 산야초를 찾아갔다. 누군가 으름꽃을 발견했다. "보라색이 예쁘지요. 지금 덩굴을 건드렸더니 꽃 주변으로 진액이 나왔습니다. 열매를 맺기 위해 수정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야외 실습 두 시간은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끝났다.
# "자연 파괴 않고도 건강한 삶 이어갈 수 있어"
■ 방양희 부산초록온배움터 전임교수
- 귀농 14년차…친환경 먹거리 장만 고민
- 생태체험 통해 아이들 인성 교육도 병행
방양희 선생은 귀농 14년 차다. 부산초록온배움터에서 산야초 및 텃밭농사 전임교수로 활약하고 있으며, 산야초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숲 체험단체 '들살이생태놀이터'와 소래농장을 운영 중이다.
-산야초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귀농 후 시골 할머니들에게서 배웠다. 이후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 약용식물, 효소관리사, 원예치료, 숲 해설사 등 각종 자격증을 따고 필요한 공부를 했다.
-왜 산야초인가.
▶평소 환경과 생태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먹을거리를 구하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자연에서 나는 것만으로도 매우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먹을거리를 위해 지구에 피해 주지 않을 방법을 항상 고민한다. 심지어 장아찌를 만들면서 불을 때 장을 끓이는 과정도 만족스럽지 못해 다른 방법을 찾는다.
-귀농에 만족하는가.
▶이렇게 사는 것이 즐겁다. 산야초를 공부하러 오는 사람들은 마음이 부드럽고 나와 비슷한 감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런 분들과 어울린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가르치기 위해서는 더 많이 공부해야지만 그것도 즐긴다. 가끔 학교와 유치원에서 교육 의뢰가 들어온다. 해당 학교와 유치원에 가서 근처에 있는 산과 들로 나간다. 자연이 바로 교육 현장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아이들이 찾아와 놀다 간다. 토요 프로그램인데 처음에는 싫증을 내고 '내가 왜 이런 곳에 와야 하느냐'며 욕설까지 하던 아이들이 서너 번만 오면 완전히 변한다. 그날을 기다리며 한 달을 보낸다는 아이들도 있다. 자연이 아이들을 변하게 한다. 특히 여름에는 현수막으로 해먹을 만들어 놓는데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다.
-산야초는 뭐든 먹을 수 있나. 주의할 점은.
▶물론 산야초나 나무 새순을 무작정 먹을 수 없다. 산야초 교육 과정은 기초반 심화반 연구반 등으로 나뉘는데 기초반에서는 일단 먹는 것만 가르친다. 그래야 헷갈리지 않는다. 잘 모르는 산나물이나 새순은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먹을 수 있는 나물을 구별할 방법은 몇 가지 있다. 먼저 가시가 있는 식물은 대체로 독이 없다. 식물 줄기를 꺾었을 때 노란색 흰색 붉은색 등 즙이 나오면 독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눈으로 보았을 때 부드러운 느낌이 들어야 한다. 역한 냄새가 나는 것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산야초 등을 많이 채취하면 훼손되지 않나.
▶이곳은 그냥 산골인 것 같아도 현장학습 코스가 12곳이나 된다. 2~3년마다 휴식년제를 시행하고 돌아가면서 나무와 산나물을 뜯기 때문에 오히려 잘 자란다. 관리하는 의미도 있다.
-앞으로 계획은.
▶산야초 수목원을 만들겠다는 꿈이 있다. 그러기 위해 희망을 품고 있다. 밭을 산처럼 활용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 보리수·인동덩굴, 기침·가래·천식 효능…두충나무는 체력 증진·정신 안정 효과
'나무가 나물' 수업은 10종류의 나무를 선정해 효능과 이용법을 설명한다. 다음은 이날 수업 내용.
신갈나무는 면역력을 높이고 근육을 단단하게 한다. 도토리 열매의 떫은맛이 균을 억제해 식중독 사고를 막아준다. 잎을 장아찌로 만들 수 있고, 부드러울 때는 생으로 샐러드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맛이 콩잎보다 낫다.
초피나무는 심한 기침과 신경통에 효과가 있다. 잎과 열매의 껍질을 활용한다.
보리수는 열매에 있는 하얀색 점이 기침 가래 천식에 효과를 낸다. 줄기와 잎에는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하다. 골수염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자귀나무는 옛날에 딸을 낳으면 심었다고 전해진다. 신혼방에 넣어주기도 했다. 건망증 타박상 불면증 등에 효과 있다. 말려서 차로 마실 수 있다.
아까시나무는 변비에 좋고 이뇨 작용도 있다. 잎과 꽃으로 효소를 담으면 좋다.
골담초는 심장이 약할 때 효과를 본다고 알려졌다. 다리가 아픈 노인에게 효과가 있다.
참죽나무는 흔히 가죽나무로 불린다. 김치를 담아서 먹을 수 있고 부각(자반)으로 먹기도 한다. 나무가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비싸게 팔린다. 아마도 시중에 나오는 야채 가운데서 가장 비싼 것 가운데 하나다. 활성산소를 없애주는 역할을 한다. 칼슘이 많고 허리 통증에도 효과가 있다.
두충나무는 한때 유행했다. 정신 안정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체력을 증진하고 골격을 튼튼하게 한다. 남성에게 좋다. 두충 잎은 장아찌와 차로 먹는다.
헛개나무는 간과 장에 좋다.
인동덩굴은 쌉싸름한 맛이 난다. 각기병이나 폐렴 맹장 복막염에 먹으면 좋다. 열을 내리고 독을 푼다. 기침을 시작할 때 줄기를 둥글레 등과 함께 끓여 먹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첫댓글 저도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