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런 케이티 순천 모임 교재.doc
비폭력대화와 바이런케이티 순천 모임
2009-04-12 장용창 yongchangjang@hotmail.com
1. 간단히
2009년 4월 11일 토요일 전남 순천에서 비폭력대화와 바이런케이티를 연습하는 모임을 했습니다. 저 자신 이 방법들을 연습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모임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드림교회 카페 덕분입니다. 감사 드립니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지 공유하려고 이 글을 씁니다.
2. 참석하신 분들
순천생협에 일하시고 드림교회 회원이신 박경숙 선생님이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주로 오신 분들은 순천에 있는 초등대안학교인 평화학교의 학부모님들과 순천생협의 조합원들이었고, 장소는 순천YMCA 건물에서 했습니다. 약 스물다섯 분이 여섯 시까지 있었던 비폭력대화 모임에 참석하였고, 저녁 식사 후 바이런케이티까지 연습하신 분은 열 다섯분 정도 됩니다. 평화학교 학부모님들은 이미 이와 비슷한 공부를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순천시 중앙도서관 직원도 두 분 오셨는데, 이와 비슷한 학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어서 오셨다고 합니다. 공무원이 프로그램을 직접 경험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웠습니다.
3. 일정
1시간 수업 하고 10분 정도 쉬면서 했습니다.
2시~3시: 비폭력대화 요약 설명
3시~4시반: 비폭력대화 연습 1: 해야한다를 하고싶다로 바꾸기
4시반~6시: 비폭력대화 연습 2: 공감해주기
6시~7시: 저녁식사
7시~9시: 바이런케이티 네가지질문 연습
비폭력대화와 바이런케이티는 비슷한 면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비폭력대화는 좀더 쉽게 설명할 수 있고, 부드럽습니다. 그에 비해 바이런케이티는 좀 어렵고, 마치 수술을 하는 것처럼 작업 자체가 좀 고통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위와 같이 앞 부분에 비폭력대화 연습을 했더니 뒤에 하는 바이런 케이티 작업이 훨씬 쉬워졌습니다. 또한 저는 바이런케이티의 작업을 하면서도 첨부한 교육자료에 들어있는 비폭력대화 연습1에 있는 질문들을 활용했습니다.
4. 작업의 사례
앞 부분 비폭력대화 연습에서도 즐거운 일이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이런케이티 작업이 좀 어렵기 때문에 이 부분을 자세히 말씀 드리면 다른 분들께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이 부분에서 오갔던 말씀들을 더 자세히 드리려고 합니다. 세 분 정도 저와 함께 작업을 했는데, 그 중 한 분의 작업을 씁니다.
진술: 시부모님은 매주 전화해서 오라고 하면 안 된다.
바이런케이티의 작업은 “고통의 원인이 외부 자극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다”라는 명제에서 출발합니다. 그래서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지도록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참석자 중 한 번이 시부모님 사례를 적으셨고, 적어주신 여섯 가지 진술 중 하나가 위와 같은 문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질문(장용창): 시부모님은 매주 전화해서 오라고 하면 안된다, 이게 사실일까요?
답: 크크…그렇게 심문하듯이 물으시니까 뜨끔하긴 한데요..그래도………(말을 많이 하심.)
질문: 죄송합니다. 앞에서 우리가 비폭력대화 할 때는 상대방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걸 중요시했는데요, 바이런케이티에선 좀 매정하다 싶을 정도로 말을 짧게 하기를 권고합니다. 왜냐하면 말을 많이 할수록 우리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거든요. 말이 자꾸 생각을 낳습니다. 집에서 혼자 작업을 하실 때에도 이 첫번째 질문과 두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그냥 예 아니오로 답하시는 게 좋습니다. 자, 시부모님은 매주 전화해서 오라고 하면 안된다, 이게 사실인가요?
답: 네.
질문: 음….비폭력대화에서 했던 얘기를 먼저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자, 시어머니가 전화해서 오라고 할 때, 시어머니가 가지고 있는 욕구는 무엇일까요? 나눠 드린 욕구 목록에서 골라 보실래요?
답:……음….친밀함?
질문: 예, 친밀함일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시어머니의 그런 행동도 이해가 좀 되시죠? 자식들, 손주들 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니까요.
답:….네, 이해 되요….
질문: 하지만 이해됨에도 불구하고 그 전화 받으면 스트레스 받는 것도 사실이죠?
답: 네. (참석자 모두 웃음.)
질문: 그럼 그때, 스트레스 받을 때, 선생님이 갖고 있는 어떤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걸까요?
답: …자율성이나 휴식이요.
질문: 맞습니다. 자율성이나 휴식. 우리는 모두 휴식을 필요로 합니다. 그 소중한 일요일을 매번 시부모와 함께 보내야 한다면 정말 피곤할 겁니다. 아까도 잠깐 말씀 드렸는데요, 비폭력대화를 좀더 진행하다 보면 우리는 협상이라는 걸 하게 됩니다. 협상은 욕구 평등의 원칙에서 나옵니다. 자, 이 상황에서 시어머니는 친밀함이라는 욕구를 가지고 있고, 며느리인 선생님은 휴식이라는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이게 충돌하는 것 같죠? 하지만 비폭력대화 교과서에 따르면, 이 세상에는 우리 모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단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욕구를 평등하고 조화롭게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협상이라는 것이죠. 협상은 비즈니스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자녀 관계나 부부 관계 등 친밀한 관계일수록 오히려 협상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자, 이런 상황에서 두 분의 욕구를 모두 만족시킬 방법은 무엇일까요?
답: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솔직히 말하는 건데요, 사실 시어머니께 말씀은 안 드렸지만 저는 3주에 한 번만 가기로 마음을 벌써 먹고 있었어요. (다들 웃음.) 그렇다고 제가 아주 나쁜 며느리는 아니예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3주일에 한번만 가는 대신 한번 갈 때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거든요.
질문자: 아, 정말 멋집니다. 바로 이겁니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이미 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이자면,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당당해지자는 겁니다. 인생은 선택입니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에 따라 좋은점과 나쁜점이 생깁니다. 자, 시부모님 댁에 간다는 선택을 한다면 시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린다는 장점이 있지만, 내가 피곤하다는 단점이 있겠죠? 시부모님댁에 안 가는 선택을 한다면, 시부모님은 섭섭해 하시겠지만, 자신은 휴식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즉, 이것을 잘 알고 자신의 선택에 당당해지자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인생에 대해, 혹은 행복에 대해 책임이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혼동을 하십니다. 부모의 행복에 대해, 자녀의 행복에 대해 자기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선생님이 시부모님 댁에 안 갔을 때 시어머님이 섭섭해서 불행하시다면, 그것은 시어머님의 몫입니다. 우리는 시부모님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우리가 시부모님께 비폭력대화니 욕구니 하는 걸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시부모님이 슬퍼하는 것은 선생님 탓이 아닙니다.
답: 그러고 보니 시부모님이 늘 그렇게 강박적인 것은 아니에요. 제가 이런 저런 사정으로 못 간다고 하면 어 그러냐라고 하면서 이해를 해주시거든요. 그런데, 가끔 제가 내일 무슨 일 생기는지 보고 안 생기면 갈께요라고 하면, “그럼, 내일 일 없으면 와라”고 하시거든요. 그럼 저는 내일 그때까지 계속 노심초사하고 불안해지는 거예요. 시어머님이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속으로는 꼭 오기를 바라는 것처럼 들리거든요.
질문자: 시어머님은 내가 꼭 오기를 바란다. 이게 사실일까요?
답: 예????(다들 웃음)
질문자: 앞에 비폭력대화 배울 때 우리는 관찰의 반대가 평가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관찰의 반대 중에는 추측도 있습니다. 선생님이 시어머님의 의도와 감정을 알 수 있을까요? 아마도 대부분 추측일 것입니다. 그것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죠. 우리가 남의 의도를 추측할 때 우리는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남이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는 소리로 했는데, 우리는 그 사람이 우리 자신을 미워하는 의도로 있었다고 추측하고는 엄청 고민을 하죠. 나중에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니었음을 알 때까지 그 불안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추측하지 말고 관찰만 하자는 것이죠. 자, 진도를 나가기 위해 반대말을 좀 만들어볼까요? 시부모님은 매주 내게 전화해서 오라고 하면 안된다. 반대말은 뭘까요?
답: 시부모님은 매주 내게 전화해서 오라고 해도 된다.
질문자: 좋습니다. 그 이유를 말씀해 보실래요?
답: 손주들이 보고 싶으니까.
질문자: 예. 맞습니다. 시부모님은 손주들이 보고 싶으니가 매주 전화해서 오라고 하는 겁니다. 친밀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아주 합리적인 부탁인 것이죠. 자, 다른 이유를 더 말씀해주실래요?
답: 그게 가족의 화목을 위해서 더 좋으니까.
질문자: 좋습니다. 가족의 화목을 위해서. 이번에는 자기 자신과 관련된 이유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전화해서 오라고 하면 선생님이 꼭 가야 하나요?
답: …시부모님은 전화해서 오라고 해도 된다. 왜냐하면 내가 거절하면 되니까?
질문자: 맞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못 간다고 하면 되거든요. 못 간다고 했을 때 시부모님이 섭섭해 하든 말든, 그건 시부모님의 몫이지 선생님의 책임이 아닙니다. 자, My need first라는 말이 있습니다. 선생님 자신의 욕구가 우선입니다. 비행기에 타보면 좌석에 비상시 안내문이 있는데요, 산소호흡기가 내려오면 자기가 먼저 쓰고 자녀를 도우라고 되어 있어요. 자녀를 도우려고 하다가 자기가 숨을 못 쉬면 오히려 자녀도 못 돕게 되거든요. 자기가 먼저 호흡기를 착용하고 숨을 잘 쉬면, 그 다음 자녀를 도와줘도 늦지 않아요. 우리의 욕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욕구를 잘 충족시켜서 만족이 생기면 오히려 다른 사람도 잘 도와주게 되는 것입니다. 자, 이 정도로 마치겠습니다. 작업은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진술을 쓰신 분의 마음 속에 이미 답이 있거든요. 작업은 그 답을 찾는 실마리만 제공할 뿐입니다. 지금 당장 답이 안 보여도 아마 조금 있으면 답을 찾게 될 것입니다.
5. 다른 이야기들
(1) 질문과 대답
저녁 식사 이후까지 남으신 분들은 대부분 평화학교 학부모님들이라서, 이미 비폭력대화 등을 시도한 적이 있었고,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실천적인 질문들을 많이 하셨습니다. 정말 효과가 있는가? 돌아서면 다 잊고 도루묵이 되는 게 아닌가? 이런 심리치료는 현실을 개선하기를 포기하라고 하는 건가? 대부분의 질문은 제가 이미 가졌던 질문이라, 이런 질문들을 다시 만나니 반가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경험한 내용들로 답변을 드렸습니다. 답은 스스로 가지고 계셨을 테고, 제 말씀이 답을 찾는 데 조금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2) 공간, 저녁식사 등
나중에 아내한테 얘기를 들으니 순천생협은 전국의 생협 중에서도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고 하네요. 순천YMCA 건물에는 어린이집이 같이 있었고, 윗층에는 이번 모임처럼 사람들이 모여 편히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좋았습니다. 평화학교 학부모님들의 열정도 참 보기 좋았습니다. 저녁 식사는 순천생협과 YMCA에서 함께 만든 사회적기업 식당에서 주먹밥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아주 맛있었습니다. 김으로 둘둘 말아 놓은 것이 폭탄 같지만 맛은 좋습니다.
(3) 순천 여행
박경숙 선생님이 제가 묵을 숙소를 백운산 휴양림에 마련해 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제 아파트 이웃집 세 집과 함께 총 12명이 순천 여행을 했습니다. 선암사 경치가 아름답다고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백운산 휴양림은 광양시에서 운영한다는데, 편하고 좋았습니다. 이곳을 소개해주고 예약해주신 박경숙 선생님께 제 이웃들이 고맙다는 말씀을 전해 달라고 합니다. 저는 모임 하기 몇 시간 전에 순천에 도착해서 동천이라는 하천을 둘러보았는데, 생태적 하천관리의 모범사례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올리려고 합니다.
덕분에 제가 공부도 많이 하고, 즐겁고 보람된 하루를 보냈습니다. 박경숙 선생님,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