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동으로 정향나무 꽃 구경가자. 지금이 한창이다.
낙원도 길가에 미스김라일락 친척들인 정향나무 꽃들이 만발하였다.
▲수수꽃타래, 털개회나무, 미스김라일락
라일락을 서양수수꽃다리라 부르는데 우리나라 토종인 수수꽃다리라는 꽃무리가 달리는 형상이 마치 수수 꽃타레과 비슷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개똥나무, 넓은잎정향나무라고도 불힌다. 같은 속에 토종들은 정향나무, 개회나무, 털개회나무, 섬개회나무, 버들개회나무, 암캐회나무가 있다. 수수꽃다리의 외래종인 라일락은 꽃이 크고 화려하다. 개회나무는 토종 나무형으로, 흰꽃이고, 키가크다. "털 + 개회나무"라는 이름은 잎, 잎자루, 꽃차례 등에 털이 있는 개회나무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털이 난다는 특징과 더불어, 개회나무와 비슷하지만 약간 다르다는 의미의 접두사 '개'가 붙어 '털개회나무'로 불리게 되었다. 필자는 수수꽃다리라는 이름에 불만이 많다. 꽃다리는 수수 한 그루에 딸랑 한 송이와 긴 꽃다리를 연상한것이어서 수수꽃다리를 말하고, 수수꽃타래는 수수꽃송이를 말한다. 따라서 정향나무 꽃이나 라일락은 여러 꽃송이가 대개 모아지고 떨기로 피므로 꽃타래가 맞다. 그렇다면, 수수꽃타래라고 하여야 한다. 꽃다리를 강조하는 것보다 꽃타래를 강조하는 이름이 되어야 한다. 털개회나무는 토종 관목으로 향이 강하고 작으며 미스김라일락의 원목이다. 정향나무는 토종이고 기본형은 잎이 둥글고, 자연스럽다. 정향나무와 털개회나무는 개화시기가 서로 거의 같다.
정향(丁香)나무는 꽃봉오리가 못처럼 생기고 향기가 있어 ‘정향丁香’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자세히 보면 꽃 모양이 길쭉한 대롱 끝으로 넓게 퍼지는 모양이어서 꽃을 위에서 보면 열십자나 별 모양으로 보이고, 꽃을 옆에서 보면 '丁'자로 보인다. 다시말해 개화직전에 꽃봉오리가 달린 꽃자루가 뭉특한 못처럼 생기어 ‘고무래 정丁’자와 비슷해 보이고 꽃이 피어도 대가리가 넓적한 못대가리와 비슷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고 꽃의 향기가 짙은 꽃이어서 丁자와 향香을 강조하기 위해서 정향 丁香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동남아 지대에서 생산되는 향신료인 정향과는 전혀 다르다.
↞ 미스김라일락은 높이가 1.8∼2.7미터까지 자라며 꽃줄기는 10∼15센티미터이고, 잎은 약 8센티미터로 크고 향이 뛰어나다. 이 나무가 세상에 니타나게 된것은 미국 뉴햄프셔 출신 원예학자이자 육종학자인 엘윈 마셜 미더(Elwin M. Meader)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1947년 미군정기에 캠프잭슨에 근무하던 미국 군정청 소속 식물 채집가 엘윈 M. 미더가 삼각산 부근에서 토종 라일락인 털개회나무(정향 丁香 나무라는 설도 있음)를 발견하고는 종자 12개를 미국으로 가져가서 신품종으로 개량한 것이다. 새 품종의 라일락을 개량한 미더는 한국에서 자신을 도와준 타이피스트의 성을 붙여 미스김라일락이라 했다. 개량종인 꽃은 너무 아름답고 향도 진하여 미스김라일락은 세계적인 꽃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으로도 1970년대에 역수입되었다. 자색 꽃이 피는 라일락의 꽃말은 ‘첫사랑의 감동과 우애’고, 흰색 꽃은 ‘아름다운 인연’이다.
▲엘윈 마셜 미더(Elwyn Marshall Meader, 1910~1996)와 미스김라일락(Miss Kim Lilac)
그는 1947년 11월11일 미국 재향군인의 날인 휴일에 동료들과 북한산 백운대 정상에 오르는데 벌써 눈이 내려 5cm가량 쌓여 있는데 백운대 근처 바위틈에 자라고 있는 어깨 높이의 관목을 발견한다. 식물학자인 그는 이 나무에 달려 있는 삭과(蒴果), 마른열매를 살펴보고 바로 라일락 일종으로 확인하고 거센 바람에 씨앗이 남아 있을까 의심하면서도 본능적으로 몇개의 삭과를 채집한다.
그후 1948년 고국에 돌아온 그는 뉴햄프셔대학의 식물학교수로 근무하면서 북한산 백운대에서 채집한 수수꽃다리속 나무의 삭과에서 12개의 종자를 얻어 시험장에 파종한다. 그중 다행스럽게 7개를 발아시키는 데 성공한다. 5개체는 북한산의 모종처럼 키가 크고 튼튼하게 자랐지만, 2개체는 약간 왜성(矮性)을 띠어 키가 작게 자랐다. 중국 원산의 라일락 품종에 비해 꽃은 한 주일가량 늦게 홑꽃으로 피는데 은은한 향기가 일품이다. 꽃봉오리일 때와 개화 초기에는 자줏빛을 띠다가 꽃이 시들 무렵에는 푸른빛이 감도는 얼음 빛깔로 점차 변한다. 2개의 키가 작은 개체 중 하나는 잎이 특히 진녹색을 띠는데 잎 가장자리가 물결 모양이며, 병충해에도 강해 여름 내내 흰가루병에도 걸리지 않는다. 가을에는 진홍색으로 곱게 단풍이 들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렇게 하여 육종한 이 나무를 ‘미스 김라일락(Miss Kim lilac)’이라고 이름 지었다. [출처: 파란하늘]
▲ '토종' 털개회나무는 어떻게 미스킴 라일락이 됐나[출처: 오마이뉴스]
미스김라일락의 원종은 바로 우리나라에 자생하던 수수꽃다리입니다. 언론에 보도된 우리의 종자 주권 상실의 슬픈 역사를 한 번 되돌아보겠습니다.'미국의 국립수목원과 홀덴수목원은 1984~1989년 동안 식물학자들을 한국으로 파견해 950종의 자생 식물종을 자국으로 반입해간 적이 있습니다. 이 일은 유사 이래 가장 큰 규모로 자생종이 해외로 반출된 사례에 해당합니다. 지금으로부터 겨우 20여 년 전의 일입니다. 그 당시 한국의 정부당국이 자생종의 유출을 막기 위해 어떠한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는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한국은 식물 종 보호의 중요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었거나, 종 보호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더라도 종자 유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거나 아니면 미국의 행위에 무슨 이유로든 굴욕을 참아야 했을 것입니다. 그보다 더 일찍이, 미국 아놀드수목원은 일제시대인 1917~1919년 식물학자들을 한국으로 파견해 한라산에서 금강산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식물을 샅샅이 조사해 300여종의 식물종자를 채집해간 적이 있습니다.' 이 두 차례의 식물 종 유출은 한국이 겪은 가장 대표적인 종자 유출입니다. 그리고 국제정치무대에서의 주권 상실이 자생종의 상실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합니다. 그리하여 지금 한국은 수많은 식물 종을 빼앗겨 그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습니다. 우리는 생명이나 종자마저 자원화 또는 산업화 하는 서구자본주의세력의 천박한 태도에 의해 굴욕적인 일을 겪고 있습니다.우리 농가에서 재배하는 고추, 딸기, 토마토, 파프리카 등은 물론이고 각종 과일, 화훼 등 생물자원과 관련된 막대한 로열티 지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각종 채소 및 과일 어느 하나도 로열티 없이 생산되는 게 거의 없는 세상이 되었으니 과히 종(種)의 전쟁이라 할 만합니다.
안타깝지만 우리의 종자 주권 상실의 슬픈 역사를 되돌아보고, 다시는 이런 어리석은 과거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우리가 먼저 찾아내고 연구하고, 개발해야겠습니다. 우리의 산하에 있는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작은 벌레나 새 한 마리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절실합니다.[발췌]
첫댓글 자네 글 덕분에 안경까지 쓰고 정독했네.나는 그저 자색 라일락 향기가 좋아서 읽기 시작했는데, 정향나무와 털개회나무 이야기, 또 미스김라일락이 외국에서 변종되어 역수입되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니 참 흥미롭더군.
경제학자인 자네가 꽃 하나에도 이렇게 깊은 이야기를 담아내니 역시 만물박사야. 나에게는 처음 듣는 꽃 이름들이 새 세상을 여는 느낌이었네.
내일 낙원동 길가에 핀 정향나무꽃 보러 가자는 말이 오래 마음에 남는구먼.
자네가 누구인가? 현미경 들고 전세계에 희망을 전하지 않았나 . . . 건강할 때 자서전을 남기어 후대들의 가슴에 새기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못살고 가난한 나라의 당신의 제자요 동료들이 당신의 눈빛을 기억에 담아두고 있을 것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