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5일 맑음
일루리샤트(Ilulisat)제이콥샤븐
디스코 베이의 도시 중의 하나인 이 지역은 큰 빙산이 많은 지역으로,
자그마하고 귀여운 얼음덩어리 같은 것은 없대.
빙하는 하루에 30m (98ft)씩 커지고 봄에 소떼들이 새끼를 낳는 것 보다 더 자주 빙괴가 분리된다는군.
그중 작고 예쁘다는 빙하도 무게가 700만 톤씩 된다고 해.
북극권에서 300km 북쪽에 있는 빙산이 떠다니는 넓은 지역
이 곳을 생각하면 찌푸린 회색 하늘 아래 빙산과 부빙이 떠다니는 거울같은 바다를 굽어보고 있는
마을이란다. 그와 꼭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는 일루리사트는 아직도 변경 같은 느낌을 준다는군.
그리고 초라하고 공격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다고 씌어 있었지만
또 다른 표현으로 그린란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라고 해.
이 마을의 길고 다채로운 역사는 3500년 전의 것으로 생각되는 고고학 유적이 발굴되어
일루리사트가 고대 사칵(Saqqaq) 부족과 도셋(Dorset) 부족이 거주하던 지역이라는 것이 밝혀졌다는 곳이야.
지역 주민들은 관광객 상대의 장사도 하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고기잡이와 사냥에 주로 생계를 의지하고 있어.
"내게 겨울을 달라, 내게 개들을 달라, 나머지는 당신 멋대로 하라"는 말로 특히 유명한
그린란드의 영웅, 크누드 라스문센(Knud Rasmussen)을 추모하기 위한
크누드 라스문센 박물관이 이곳에 있다지만 그 전시물은 라스문센의 북극 탐험과
덴마크와 이누잇 족의 역사와 관련된 유물들이라지만 그것을 볼 여유는 없을 것 같아.
왜냐하면 보트 투어로 대형 빙하지역-빙하자연 유산 지역-을 돌고 돌아오면 점심 후 약 5 시간동안의
시간만 우리에게 주어지는데, 유네스코 문장이 찍혀 있는 곳을 꼭 찾아가 보고 싶어 하이킹을 하려고 했지.
적어도 왕복 네시간은 걸어야 한다고 했어.
박물관을 볼 시간의 없어 안타까웠지만
우리는 박물관 보다 실제로 발로 걷는 곳을 가 보고 싶었어.
2004년 유네스코 자연 유산으로 등록된 곳인데
거대한 빙산이 새벽부터 내내 보였어.
남편 말대로 그린란드가 아니라 크린란드로군.
너무나 깨끗하니...
오전에 보트 투어를 한다고 나갔더니 이침 식사후 우리가 제일 처음 나가는 팀이었어.
배는 오후 6시 경에 떠나니까 배의 종사원들도 이침에 우리 배로 구경을 나왔어.
8시 20 분, 현지인이 모는 요트를 탄다고 요트로 나갔더니
정찬 식당 6층에서 서빙을 하는 대장 언니도 나오고,
투어 디렉트인 이 배의 최고 프로그래머인 배뿔뚝이 아저씨도 우리 배를 탔더라.
처음 나오는 배이니 시간이 너무나 널널해서 좋았어.
어쩌면 이렇게 청정할 수가 있을까?
저 수많은 덩어리의 실체는 노자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의 최고라는 물이야.
물이 얼음이 되었다가 녹아 흘러내리고 그리고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다시 올라
구름이 되어 하늘을 흐르다가 다시 물이 되어 내리고 얼고,
녹는 그 억겁의 과정이 이 하얀 덩어리로 물에 떠다니고 있어.
나무는 수 억겁을 지나면 나이테가 생기지 그 목문 속에 아픔도, 슬픔도,
얼마나 힘든 세월이 들어 있었는지 다 보이질 않니?.
그러나 이 수 억겁의 얼음 덩이에는 그게 보이지 않아.
그냥 투명하게, 어떻게 하여 커다란 동공이 생기고, 그 동공 그 사이로 바람이 지나갈 때
아, 정말 오랜 세월을 이렇게 견뎌 왔구나.
얼고 녹고 다시 얼어 투명하게 얼비치는 덩어리.
그 가슴에 아무런 티도 얼도 없는 무색, 무취 무미의 덩어리.
최상의 아름다움은 아무 것도 없는 것,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것,
이렇게 투명하게 아무 것도 그 속에 읽을 것이 없는 것.
역시 노자는 선각자였다.
최상의 아름다움이 물이라고, 상선약수라고 했으니..
날씨까지 우리를 도와 주었지. 여행의 3요소는 동반자, 날씨 여정이라 했거늘...
이곳은 음침한 날이 많다고 했는데...
우리에게는 여행운도 따르고 있으니 너무 기분이 좋아.
배뿔뚝이 아저씨는 지난 2년 동안 이곳을 욌다 갔지만 사진을 찍을 수가 없이 비가 많이 왔다 한다.
배에서 본 슬라이드는 3년 전에 찍었던 거라는군 찍을 수가 없어서...
이렇게 좋은 날씨는 만나기 힘들다고 우리에게 럭키한 사람들이라고 하는군.
날씨는 너무나 화창하고 바람은 적당하게 상쾌했어. 이 얼음 밭에서 말이야.
산타할아버지 같은 얼음 덩어리,
성모마리아 같은 얼음 덩어리,
학처럼 생긴 얼음 덩어리.
거대한 산처럼 우뚝 선 얼음 덩어리.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그 넓이를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빙산 앞에서 우리는 숨을 죽였지.
눈앞에 펼쳐지는 장관. 그걸 놓칠새라 모두들 카메라의 샤터 소리는 요란했어.
주방에서 일하는 대장 언니. 그녀가 빙산을 대하고 섰더군.
그녀의 옆모습이 차가운 얼음과 대비되어 너무나 아름다웠어.
난 그녀의 프로페셔널한 태도가 참으로 마음에 들었단다.
그녀가 정찬 식당에서 일하는 모습은 참으로 당당하다.
그리고 부하 직원에게 훈련을 시키는 모습도 너무나 민첩하고 정확했어.
격식이 몸에 배인 어쩌면 군인 같은 그녀의 태도가 좋아서 빙산 앞에 선 옆모습을 찍어 주었지.
그리고 유에스비에 담아서 5층 사무실로 현주씨를 시켜서 갖다 주려고 했어.
이런 일은 내가 가진 좋은 점이라 생각되어 그녀가 좋아서 그런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지.
그런데 혹시 오버하는 건 아닌지도 모른다고 현주씨에게 물어보니 그런 승객이 한 명도 없었을 테니
아마도 감동을 먹겠지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냐고 감히 자기도 못한 생각이라고 하는군.
우리는 그 얼음 밭에서 신이나서 온갖 포즈로 그들과도 함께 온 사람들과도 사진을 찍었는데
작은 형님은 많이 아프신지 요트의 지붕 있는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혼자서 졸고 계셨대.
혼자 온 크루즈 백 번 했다는 아저씨가 너네 일행 저 분 많이 아픈 모양인데 그냥 두면 어쩌냐?
많이 걱정을 했어.
그 분은 대개 아침이면 그냥 내내 졸립대. 그런데 건강에 대한 책이란 책은 모두 다 읽고,
그것도 밑줄쳐 가시면서 읽고 몸에 좋다는 당근 쥬스도 그 분 때문에 우리도 매일 아침 얻어 먹으니
그분 부인 말로는 아무 걱정이 없다는 거야. 그냥 매일 있는 현상이라고.
그래도 우리가 희희 낙락 하는 동안 혼자 아래층 요트의 의자에 앉아 있는 걸 보는
외국 사람들은 저 분 부인은 뭐하냐?
현주씨가 애를 많이 썼지.
그 숨막힐듯 경이로운 경치를 보지 않고 들어 앉아 잠을 자야 하는 건강...
건강을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의심스러웠어.
두 시간의 빙하 투어. 참으로 신비한 체험의 순간.
내가 정말 빙하가 되고 싶었다니까 글쎄.
그녀의 이갸기는 끝이 없었어요.
이제 그린란드로 간 그녀는 도이칠란드호가
갈 수 있는 정점에 가 있다고 합니다.
다시 내려와야 할 시간이 다 되어 가나 봅니다.
아직 8월 5일이니 그래도 돌아올 날은
약 2주나 남았군요.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그녀는
하얀밤을 지새며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누에가 명주실을 풀어내듯이...
첫댓글 전세계 경치 좋은 곳을 총 망라해 놓았네요...... 여행계획을 수립하고 돈이 준비되면 떠나 볼랍니다요....ㅎㅎㅎ
와우 끝까지 다 보느냐고 시간좀 걸렸습니다(백수가 시간 많은데 ㅎㅎㅎ). 어드메서 이런 좋은것을 수집한다야, 대단해유 푸른하늘님 고맙습니다.
글도 맞는말 사진도 경치도 잘보았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