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셨죠? 추석 연휴는 잘 보내고 계신가 모르겠네요. 몇몇 곳은 수요일까지 쉰다고들 하지만, 저는 내일 출근이랍니다. 그래서 연휴 마지막을 장식할 겸, 책을 소개하러 왔어요. 이번 도서는 예전에 소개했던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2부, 스칼렛입니다.
도서명: 스칼렛
지은이: 마리사 마이어
* 이 책은 넓은마을 전자도서관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 소개글 서평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2부가 나왔다. ‘신데렐라’를 변형시킨 1부 ‘신더’처럼 이번 작품도 동서고금에 널리 알려진 동화, ‘빨간모자’를 소재로 삼고 있다. 프랑스에서 부활한 빨간모자, ‘스칼렛’은 동화에 나오는 ‘빨간모자’와는 여러 모로 다르다.
동화 ‘빨간모자’의 내용을 생각하다보면, 요즘 심심찮게 TV에 나오는 광고가 떠오른다. 그것은 바로, 어린이 유괴 방지를 위한 공익광고로, 거기에서도 빨간모자와 늑대가 등장한다. 실상 동화 ‘빨간모자’를 들여다보면 ‘수상한 사람(늑대)을 믿지 말 것, 자칫 잡아먹힐 수 있다’는, 딱 유괴 방지 내용이다. 그처럼 동화속 빨간모자에게 세상은 전혀 녹녹하지 않다. 늑대가 도사리고 있는 음침한 숲속이므로. 그것은 이 책의 주인공 스칼렛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 책의 주인공 빨간 모자 소녀, 스칼렛은 프랑스의 농장에서 할머니와 토마토를 키우며 사라가던 평범한 소녀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의 할머니가 실종되고, 그를 기점으로 그녀의 삶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할머니의 실종으로 불안해하던 스칼렛. 그런 그녀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년 울프가 나타나고, 스칼렛은 그가 할머니의 실종에 대해 뭔가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와중, 집을 떠났던 아빠가 돌아오고, 스칼렛은 아빠에게서 할머니의 행방을 듣게 된다. 그녀의 할머니는 납치를 당한 게 맞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울프가 몸담았던 조직에서 행한 일이었다. 그렇게 단서를 얻게 된 스칼렛은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울프와 함께 파리로 향한다. 단순히 심부름 때문에 길을 나선 ‘빨간모자’와는 달리, ‘스칼렛’은 사랑하는 가족을 구하고자 스스로 위험에 뛰어든 것이다. 그러면서 스칼렛이 몰랐던 비밀들에 차츰 다가서게 된다. 이처럼 ‘루나 크로니클’의 스칼렛은 동화속 ‘빨간모자’처럼 순진하기만 한 소녀는 결코 아니다. 그녀는 비행선을 조종할 줄 알며, 여차하면 권총을 쏠 수도 있다. 그뿐 아니라, 수상한 사람을 믿지 말라는 할머니의 조언을 한 귀로 듣고 흘리지 않을 정도로 현명한 일면을 가졌다. 또한, 전 우주를 들썩이게 한 탈옥수 ‘사이보그 소녀’인 ‘신더’에 대해 인간적인 연민을 느낄 정도로 정의롭고 용감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만큼 스칼렛이 헤쳐나가야 할 숲은 동화속의 그것보다 몇 곱절은 더 험란하고 몇 배는 더 위험하다.
그녀가 경계해야 할 늑대는 위험하면서도 매력적이고, 그녀가 뛰어들기로 작정한 늑대소굴은 지구의 운명을 좌우할, 정치적인 암투의 중심이다. 하지만 이러한 목숨의 위협보다 더 두려운 것은 스칼렛이 모르고 있던 비밀일 것이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생각했던 할머니에게 감춰진 비밀이 있었다. 그리고 스칼렛의 핏줄 안에도, 새로운 정체성이 존재했다. 또한 자신과 전혀 무관할 거라 여겼던 ‘신더’와의 접점이 있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믿었던 이에게 배신을 당했다. 여태껏 자신이 알고 있던 현실, 자신이 믿고 있던 세계가 한순간에 변하고 부서진다는 것. 그것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할머니를 닮아 강인한 스칼렛은 여러 사건을 계기로 한 뼘 더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불행한 두 소녀, 권총을 든, 용감한 빨간모자 스칼렛과 사이보그, 강철의 신데렐라 신더. 각자의 불행을 짊어진 소녀들이 만나고, 우주는 새로운 국면을 마지하게 된다.
‘루나 크로니클’의 성찰의 무계는 이번 작품에서 확실히 그 무계가 늘었다. 강력한 사이보그 손과 다리를 얻게 된 신더,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간을 능가하게 된 울프. 이들을 보며 과학의 힘으로 육체가 개조됐을 때, 인간, 그가 가진 인격에 대해 고찰해 보게 한다. 이들을 정녕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봐도 되는 것일까? 기계의 일부가 자신을 대신하는 상황에서 완벽하게 ‘나’라는 주체를 유지할 수 있을까? 짐승의 본능을 극대화한 상태에서 소위 ‘인간성’이라는 게 어디까지 남아있게 되는 걸까? 그들은 정녕 인간일까? 더구나 ‘신더’는 이제 ‘능력’을 차츰 능숙하게 다루게 되었다. 동시에 윤리적인 책임, 고뇌와 갈등으로 힘겨워하게 되었다. 사람의 정신을 조종하는 것, 그것은 인간관계를 처음부터 뒤집어엎는, 동등하지 못하게 만드는 행위임으로. 그뿐 아니라 아름다우면서도 공포스러운 파리의 분위기는 글의 한층 현실감을 더한다. 전작 ‘신더’에서는 전염병으로 ‘디스토피아’가 들어났다면, 이번 ‘스칼렛’에서는 패허로 변한 파리 시가지가 ‘디스토피아’의 상징이 된다. 전쟁으로 회손된 유적과 잿더미가 된 문화유산, 반쯤 무너진 오페라하우스와 르브루 박물관은 독자에게 전쟁의 참화를 더욱 생생하게 전한다.
SF 판타지라는 장르가 어디까지 성찰의 무계를 담을 수 있을까. 어지간한 철학서와 인문서, 사회과학서보다 났다는 점에서 이 시리즈는 참으로 흥미롭다. 그렇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뻔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를 놓지 못하는 것 같다. ‘루나 크로니클’의 세계는 아직 풀리지 못한 수수깨끼로 넘쳐나고, 신더와 스칼렛은 앞으로의 화략을 위해 돔닷기를 하고 있다. 한 명의 독자로서 앞으로 펼쳐지게될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하룻빨리 남은 시리즈가 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