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줌손과 깍지손의 방향
2009. 01. 20.
온깍지궁사회 현곡(顯鵠)
원문 1 : 줌손과 활장이 방사된 후에 필히 불거름으로 져야하나니, 이것은 줌손등힘이 밀리어야 되는 것인즉.....
원문 2 : 각지손을 턱밑으로 밧투짜서 뒤를 맹렬하게 내어야 적합하니라.
원문 3 : 살이 나갈 때에 필요히 가슴통이 밀려서 방사가 되어야하나니, 그렇지 않으면 두 끝(줌손과 각지손 끝)으로 방사가 되어서 법에 맞지 아니하니라.
먼저 줌손의 방향을 살펴봅니다. 책의 여러 곳을 살펴보면, 제시하는 이상적인 발시 후 줌손의 움직임은 ‘방사 후에 앞손이 그대로 우뚝 멈추어 있거나, 과녁 방향으로 나가다가 불거름으로 그대로 가라앉는 것’입니다. 이렇게 줌손이 줌뒤로 째지지 않도록 하게하는 가장 큰 요소는 줌손의 ‘등힘’입니다.
깍지손은 ‘맹렬하게 내어야’라고 그 기세는 말하고 있으나, 그 방향은 구체적인 설명이 없습니다. 그러나 줌손의 방향이 과녁 방향이라면 마땅히 깍지손의 방향은 그 반대방향 즉, 직후방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성낙인 선생이나 김향촌(향촌할매) 여무사의 증언대로 살대의 연장선 방향으로 빠지는 것이 이상적인 방향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른바 ‘골로 빠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직후방으로 빠지게 하는 가장 큰 요소는 ‘가슴통이 밀려서’ 방사가 되는 것입니다.
결국 ‘줌손의 등힘을 쓰는 것’과 ‘가슴통이 밀려서 방사가 이루어지는 것’이 제대로 된 줌손과 깍지손의 방향을 만드는 요인입니다.
앞장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줌손의 등힘은 비정비팔로 서서 중구미를 엎고 내어쥐기와 흘려쥐기를 하여 줌손이 꺾이지 않으면 등힘이 나옵니다. 이 힘은 그 자세를 갖추었다고 하여 바로 나오는 힘이 아닙니다. 위와 같은 바른 자세로 부단히 습사를 하다보면 언젠가는 느끼게 되는 그런 힘입니다. 즉, 이 등힘은 어느 특정 부위의 특정한 근육의 힘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조선의 궁술’에서도 한문으로 ‘줌손등힘인데, 어깨에서 손목에 이르는 힘’(弝手背力. 自髆至腕之力)이라 설명하고 또 이어서 ‘등힘은 줌손 외부로부터 생기는 힘이니.’라고 애매하면서도 길게 설명한 것입니다.
저는 이 등힘이 수련을 통해 얻어지는 힘으로서 일반적인 스포츠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선의 궁술’에서는 ‘궁체의 종별’에서 몸, 발, 불거름, 가슴통,.... 줌손, 중구미 등등 신체 부위로 나누어 설명하다가 그 끝에 신체 부위가 아닌 ‘등힘’에 관한 설명으로 끝맺습니다. '조선의 궁술'의 저자는 등힘을 다른 신체 부위 설명하듯이 명확히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설명들은 어떠한 동작이나 형태에 대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불거름’과 ‘등힘’만큼은 특별히 움직임을 어찌어찌하라는 설명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것은 기운에 관한 설명이기 때문입니다. 서양 해부학의 관점보다는 동양 무술의 관점에서 보아야할 것입니다.
이제 깍지손에 대해 살펴봅니다. 깍지손이 제 방향으로 빠지기 위해서는 가슴통이 밀려서 방사가 되어야한다고 설명합니다. ‘필요히 가슴통이 밀려서 방사가 되어야 하나니 그렇지 않으면 두 끝으로 방사가 되어서 법에 맞지 아니하니라.’라는 구절에서 보듯이, 손가락으로 발시하는 것은 물론 아니고, 손목으로 발시하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중구미를 꺾어내리거나, 중구미를 등뒤로 젖혀서 발시하는 것도 아닙니다.
만작한 상태에서 활의 힘은 깍지손 중구미에 걸려있습니다. 깍지손 중구미가 아래로 쳐지거나 뒤로 젖혀지지 않고 반듯한 상태일 때, 힘은 다른 곳으로 분산되지 않고 중구미에 보다 잘 걸려있게 됩니다. 중구미에 걸린 힘은 다시 어깨로 이어집니다. 어깨로 이어진 힘은 빗장뼈를 통하여 가슴뼈로 이어지고, 가슴뼈로 온 힘은 가슴통(갈비뼈들)을 한바퀴 돌아서 척추에 이르게 됩니다.
중구미를 아래쪽이나 등뒤쪽으로 누르거나 젖혀서 발시하는 것은 ‘방향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힘과 정확성,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어렵습니다.
가능하면 과녁을 향해서 밀고 당기는 방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방사하는 것이 이상적인 모양입니다. 그런데 만작이란 ‘가득히 다 당긴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갈 곳이 없습니다. 중구미가 쳐지지도 젖혀지지도 않은 채 더 가야하기 때문에 더 이상 갈 수가 없습니다. 말하자면, 갈 곳 없는 백척간두에서 한 발짝 더 가야합니다. 이 ‘갈 곳 없는 곳에서 한 발짝 더 가는 것’이 바로 ‘가슴통이 밀리는’ 것입니다.
가슴통이 밀리면서 방사가 이루어지면 방향을 흩뜨리지 않은 채 ‘중구미와 어깨가 동시에 빠져 나갑니다’(정진명 접장). 이것은 중구미와 죽머리와 빗장뼈가 일직선 상태일 때 잘 이루어집니다.
만작시 중구미에 걸린 힘은 결국 갈비뼈들(가슴통)에 의지해 걸려있고, 가슴통은 호흡에 따라 움직이는 유연한 뼈들이기 때문에 발시와 호흡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여러 구사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발시 후에 깍지손이 시원하게 열리는 것이 ‘조선의 궁술’에서 제시하는 사법인데, 발시 순간에 이미 모든 일은 끝난 것이고, 깍지손이 열리는 것은 그 여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니, 깍지손에 힘이 남아서 맺혀있지 않는 상태로 떨어집니다. 온깍지로 열리는 것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힘과 정확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활쏘기라는 무예에서, 오랜 세월의 경험이 축적되어 이루어진 전통사법입니다.
첫댓글 잘 보고 있습니다.
^^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수고하십니다.
온깍지 사법의 '가슴 빠개기(발시의 가장 중요한 요령은 '가슴을 빠개는' 것이다. 줌손을 과녁머리에 박아놓고 뒷죽을 어깨까지 움직여서 당기면 힘이 저절로 가슴을 중심으로 양분된다. 그러면 더는 당길 수 없을 만큼 힘이 응축된 절정의 순간에 화살이 과녁을 향해 튕겨나간다. 이것이 빠개기이다.)와 '가슴통에 밀려 방사되는 것'의 현곡님의 설명이 유사해 보입니다. 혹시 차이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저는 여태까지 만작상태에서 저절로 가슴빠개기가 되지않아 어깨와 등근육을 수축하여 가슴통을 앞으로 내밀며 발시하고 있었고 '이것이 가슴빠개기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온깍지홈페이지(http://www.onkagzy.com)에 정리된 '가슴빠개기'와 조선의 궁술에 있는 '가슴통이 밀려서 방사되는 것'은 실상은 같은 것인데 말마디만 다른 것으로 이해합니다. 둘 다 어깨까지 뽑아내면서 발시하는 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어깨와 등근육을 수축하여 가슴통을 앞으로 내밀며 발시하는 것'은 흉허복실을 이루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깍지손이 휘둘러져서 발시한 후의 깍지손 방향이 반대쪽 엉덩이 쪽으로 떨어지게 되고 따라서 살대의 연장선 방향으로 깍지손이 빠지기 어렵습니다.
참 귀한정보를 ,,덕분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고맙습니다.
이 글을 못해도 열 번 이상 읽었고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잘못 이해했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습니다.
결국 ‘줌손의 등힘을 쓰는 것’과 ‘가슴통이 밀려서 방사가 이루어지는 것’이 제대로 된 줌손과 깍지손의 방향을 만드는 요인입니다.
참으로 주옥같은 명언이십니다.
활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