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여인의 향기 (Scent of a Woman, 1992)
감독 : 마틴 브레스트
출연 : 알 파치노(프랭크 슬레드),크리스 오도넬(찰리),
가브리엘 앤워(도나)
주제곡 : Por Una Cabeza (Performed By The Tango Project)
명문 고등학교의 가난한 장학생인
'찰리 심스(Chris 'O'donnel)는추수 감사절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서 성탄절에 부모님을 찾아갈 수 있는 차비를 벌고 싶어한다.
퇴역 장교 프랭크 슬레드(Al Pacino)는 맹인이며
시적인 분위기와 철학적인 면모, 그러면서도 괴팍한 성격을 가진
그러나 진실을 소유하였으며 사랑을 느낄 수 있는 퇴역 장교다. 사촌들과 함께
살고있으며 프랭크 슬레드를 제외한 가족들은 추수감사절 여행을 떠나기로 되어 있다.
찰리는 하버드 대학을 목표로 예비학교에 다니는
장학생이며 모범학생이다. 찰리는 생각지 않은 뉴욕 행 비행기를
타게 되고 프랭크 슬레드의 험난한 인생 교육은 시작된다.
최고급 호텔과 식당, 리무진 사이를 오가면서
괴팍한 성격의 프랭크를 돌보는 생소한 경험을 하게된다.
향기만을 통해서 여자의 모든 것을 알아버리는 초능력을 가진
프랭크 중령은 탱고를 단 한번도 춘 적이 없는 아름다운 여인에게 탱고를 가르쳐준다.
이 영화와 아무 연관도 없지만 영화 포스트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탱고를 추기 두려워하는
여인에게 프랭크가 주는 단 한마디가 이 영화를 이끌어 가는 주제이기 때문이리라.
'탱고를 추는 것은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인생과 달리 탱고에는 실수가 없고 설혹 실수를 한다고 해도 다시 추면 되니까....'
풋풋한 10대 소년의 모습으로 프랭크의 자살여행에 동반하는
크리스 오도넬의 '찰리' 역은 세상의 부당한 처우에 비통해하는 퇴역장교가
자신의 슬픔에서 빠져 나와 한 청년의 삶을 구원함으로써 자신의 삶 또한
구원할 수 있게 하는 하나의 모티브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두 사람은 여행을 하는 동안 각자가 안고있는 문제가 결코 생을
포기할 만큼 절대적인 것이 아니란 것을 서로에게 일깨우게 된다.
프랭크는 장애인이 되었다고 해서 아름답고 젊은 여성을 매혹시키는 탱고를
추는 것까지 못하게 된것은 아니었다. 찰리가 하버드로 가는 직행티켓을
잃는다고 해서 그의 삶이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자살을 포기하고 새롭게 태어난 프랭크는 한 젊은이가 새 삶을
시작하려는순간을 가로막는 위선적인 기득권과 권위, 가식들로 가득한
학부모위원회 석상에서 그들을 통렬히 비판하는 연설로 찰리의 누명을 벗기는 것은 물론
장내의 깊은 감동을 이끌어낸다. 이렇게, 한 사람은 좋은 어른으로서 거듭날 기회를 얻고
다른 한 사람은 매력적이고 행복한 인생의 마지막 황금기를 놓치지 않게 된다.
슬레드는 중령정복을 차려입고 방아쇠를 당기려고 한다.
"당신에게는 인생이 있잖아요?".
"인생? 무슨 인생? 나에게는 어둠뿐이란 말이야!".
"하지만 당신처럼 멋지게 탱고를 출 수 있고 스포츠카를
잘 모는 사람은 본 일이 없단 말이에요!".
그러면서 찰리와 슬레드는 서로를 알게되고 슬레드는 찰리에게 인생에 있어서
한번의 빚을 지게 된다. 고된 뉴욕여행을 끝내고 다시 마을로 돌아왔을 때
슬레드는 찰리 아버지 자격으로 찰리가 처한, 학교 교장으로부터 부당한 요구와
처우에 대항하여 멋지게 한판 승을 보여주게 된다.
영화는 감독, 각본, 연기 등의 모든 요소가 결합하여 완성해내는
종합예술이지만, '여인의 향기'는 알 파치노의 연기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영화다.
암흑가의 대부로 냉혹한 이미지로 영화팬에게 알려진 그가 삶에 대한 특유의 고집을 지닌
퇴역장교와 빛을 잃고 암흑 속에서 절망하고 있는 시각장애자라는 두 가지 캐릭터를
연기하여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게 된다.
영화 속에서 흐르는 음악 - 조가비 꽃..
두 대의 '바이올린'과'베이스'의 협연이 절묘한 화음을 만들면서 현대적 감각에 맞게 녹인
전통적 클래식 곡조로 호수처럼 은은한 풍경을 그려지게 한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무수한 이들의 감성을 깨어나게 하는 이 음악은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꽃받침의
역할과 영화가 음악을 돋보이게 한 두 가지를 이루어낸 성공적 작품이다.
탱고는 원래 19세기 말, 아르헨티나로 이주해온 흑인 노예들의 민속음악과 남미의
토착음악과의 결합으로 생성되었으며, 부에노스 아리레스의 거리, 주점 혹은 사창가
에서 그 명맥을 유지해 오다가 1930년대에 이르러서야 탱고음악을 위한 대규모 밴드
가 결성되었고, 이에 발맞추어 오케스타라용 탱고음악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곡 "Poruna Cabeza"는 피아노, 바이올린, 아코디언 등으로 이루어진 소규모
실내악을 위한 작품이고, 이를 바이올린 협주곡 형식을 빌어 재편곡하였다.
바이올린의 서정적이고 우수어린 선율과 동시에 격정적이고, 때론 비장한 기운까지
감도는 선율이 참 감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