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이야기
중국은 기차가 교통의 큰 몫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연길에서 장춘까지 기차로
9시간 정도 걸립니다. 북경까지는 24시간 걸립니다. 연길에서 장춘까지의 요금은
8종류가 있습니다. 좌석이 34원(4천4백20원)으로 제일 쌉니다. 좌석은 등받이가
직각으로 되어있어서 대단히 불편합니다. 좌석은 한쪽에 2석, 3석으로 나누어져
한 줄이 모두 5석입니다. 나머지는 침대칸인데 침대칸도 3종류가 있습니다.
딱딱한 침대와 푹신한 침대입니다. 딱딱한 침대(硬臥)는 다시 2층과 3층으로
나뉘는데 2층은 제일 비싼 것(아랫 층)이 1백35원(1만7천7백50원)이고 3층의
제일 싼 것은 1백24원(1만6천1백20원)입니다.
푹신한(軟臥) 침대는 아래층이 1백95원(2만5천3백50원), 위층이
1백87원(2만4천3백10원)이었습니다. 버스(대형)는 긴 좌석이 1백원(1만3천원)이고
침대가 1백35원(1만7천7백50원)이었습니다. 나는 갈 때는 기차를 이용했고 올 때는
버스를 이용했습니다. 기차는 출발을 하면 출입구를 열쇠로 잠구어 버립니다.
인도에선 침대칸에 양쪽으로 아예 셔터를 내렸습니다. 사고가 나면 어떻게 대처하나
걱정이었습니다.
연길 시내 조선족 노인들의 소일거리. 화투가 민화투도 아니고
고스톱도 아니고 아무리 지켜봐도 어떤 화투인지 알 수가 없었다.
도문에 있는 자전거 인력거. 시내에서 택시 구실을 하는데 거리에 관계없이 한 번 타는데 2원(260원)이다.
◇인력거 자전거
연변엔 자전거 인력거가 있습니다. 연길엔 없고 용정ㆍ도문ㆍ화룡 등 지방 도시에
있었습니다. 요금은 거리에 관계없이 2원(2백60원)이었습니다.
화룡(연속극 ‘열아홉 순정’의 국화 고향. 연길에서 시외버스로 1시간30분 거리)은
손바닥만해서 자전거 인력거를 탈 필요도 없습니다. 용정ㆍ도문에선 유용하게
이용했습니다. 자전거 인력거는 베트남ㆍ캄보디아ㆍ인도에도 있습니다.
다만 중국ㆍ인도는 운전자가 앞에 타고 손님이 뒤에 타는데 베트남ㆍ캄보디아는
손님석이 앞에 있고 운전자가 뒤에서 페달을 밟습니다.
그러나 이 자전거 인력거는 안스러워 타기가 거북합니다. 혼자 타면 그래도
참을만한데 두 사람이 타면 인력거꾼이 대단히 힘들어 합니다.
그래서 인도에선 인력거꾼이 하루에 6끼씩 식사를 합니다.
◇음식 얘기
연변 쌀 품질은 중국 내서 최고로 칩니다. 기름이 자르르 흐르고 밥맛이 기가
막힙니다. 민박집이고 시내 음식점이고 밥맛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른 반찬 없이
어리굴젓 하나만 있어도 따끈한 밥 한 그릇 뚝딱은 눈 깜빡할 사이입니다.
음식 값 싸다는 것은 이미 말씀 드렸습니다만 정말 쌌습니다. 그리고 그 양이 또
보통이 아닙니다. 나도 대식가인데 연변에 있는 동안 한 번도 시킨 음식을 다
먹어보질 못했습니다.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양이 많아서입니다.
개고기 수육ㆍ꼬리곰탕 수육ㆍ탕수육(이상 모두 30원씩. 3천6백원) 등 모두
절반씩만(15원) 시켰는데도 다 먹질 못했습니다. 맛은 기가 막혔는데도 양이 많아
남겨야 했습니다. 나는 중국 음식을 좋아해 중국집을 많이 이용했습니다.
처음엔 중국 음식 종류를 몰라 시행착오를 많이 했습니다. 한자를 보고
어림짐작으로 시켰는데 어떤 때엔 성공을 해 잘 먹고 어떤 땐 엉뚱한 것이 나와
먹지도 못했습니다. 다음부터는 다른 사람이 먹는 것을 눈으로 보고 확인해서
시켰는데 한동안은 음식 내용 알아보느라 점심 식사를 두 번도 하고 했습니다.
호텔이나 비싼 식당 빼고 일반 식당에선 물이나 차(茶) 주는 법이 없습니다.
물은 따로 사 마셔야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음식은 값이 쌀수록
맛이 좋다는 것입니다. 즉 15원 짜리 꼬리곰탕이나 도가니탕 보다는 8원 짜리
중국 사천식 면(麵)이 맛있고, 8원 짜리 사천식 면 보다는 6원 짜리 뷔페식
백반이 맛있고, 6원 짜리 백반 보다는 1원 짜리 만두가 더 맛있다는 것입니다.
6원 짜리 뷔페식 백반은 20여 가지의 반찬이 있는데 손님이 손가락으로 이것저것
가르치면 접시에 하나 가득 담아 줍니다. 이게 5원이고 밥 한 그릇이 1원입니다.
그래서 6원(7백80원)이면 백반 뷔페를 맛있고 배터지게 먹습니다.
그런데 1원 짜리 만두는 더 맛있습니다. 김밥을 꾹 눌러 놓은 듯 한 긴 직사각형인데
그 안에 갖은 야채와 고기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것을 튀긴 것인데 이것
2개(2원)와 그 자리에서 갈아 만든 뜨끈한 두유 한 컵(1원20전)이면 배가
부릅니다. 튀긴 것인데도 부드러운 게 굉장히 맛있습니다.
이곳에도 롯데리아(勞待利亞)가 있습니다. 이 집의 커피는 한 바가지 만큼 주는데
4원(5백20원)입니다. 나는 자주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메모를 정리하곤 했습니다.
연길 시내 보신탕 거리에 있는 유명 보신탕집. 개고기는 연길에서 고급이면서 비싼 요리로 꼽히고 있다.
◇냉면ㆍ보신탕 얘기
연길에서도 냉면ㆍ보신탕은 유명한 요리입니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조선 요리인데
조선족이 퍼트리기 시작해 이제 중국인들도 그 맛을 알아서 많이 즐기고 있었습니다.
냉면집은 ‘진달래’란 집이 가장 유명했습니다. 이 집은 오직 냉면과 온면만
파는데 값은 8원에서 10원ㆍ15원까지 3종류였습니다. 값에 따라 면의 재료가
다른 것은 아니고 안에 들어가는 내용이 조금 다른 듯 했습니다.
입구 매표소에서 먼저 식권을 사고 식당 안에 들어가 식권을 주고 주문을 합니다.
먹어보니 맛은 별로였습니다. 우선 면이 한국의 냉면과는 달랐습니다. 흡사
칡냉면+쫄면처럼 검고 질겼습니다. 민속 냉면이란 10원짜리를 시켰는데 면과
함께 수육, 동그랑땡 같은 전 몇 개, 그리고 야채 등이 안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국물은 따로 식초나 겨자를 치지 않습니다. 아예 적당히 시고 맵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릇 크기가 작은 세수 대야만 했습니다. 그 큰 그릇에 면이 담겼으니 면의
양이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었습니다.
결국 3분의 1을 남겼습니다. 한국식 자장면도 들어와 있었는데 다른 중국식
면(麵)류와 비교해서 비싼 편(12원.1천5백60원)인데도 인기가 높았습니다.
다른 중국면류는 기껏 3원에서 6원 정도였습니다.
개고기를 연변에선 단고기라 부르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나도 처음엔 단고기라
했는데 사실 연변에선 단고기란 말을 쓰지 않습니다. 단고기란 어디에서도 들어
볼 수도 없었고 모두 개고기라 했고 음식집 간판도 모두 개고기였습니다.
연길에 개고기 음식점 골목이 따로 있었는데 어떤 음식점은 4층 모두가 개고기만
팔았습니다. 그러니 하루에 소비되는 개고기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한마디로 연길의 개고기는 맛은 환상적이었습니다. 수육(30원)이나 전골(40원)외에
탕(15원)도 좋았는데 개고기 냄새 하나도 나지 않았습니다. 탕도 고기가 많아
역시 국물은 다 마시지 못했습니다.
드라마 '열아홉 순정'의 주인공 국화의 고향 화룡시위원회 건물 앞에서.
◇안마 얘기
연길에 있는 동안 가장 많이 한 것 중의 하나가 안마입니다. 중국식 안마는 원래
유명합니다. 그 안마를 하루에 한 번씩 했습니다. 이것도 가격이 워낙 쌌기
때문입니다. 안마는 크게 발 안마와 전신 안마로 나뉩니다. 그리고 값은 두 가지
다 각각 20원(2천6백원)씩입니다. 시간은 두 가지 다 60분 간입니다.
값 싸겠다 안마 잘 하겠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있겠습니까.
안마의 종류는 10여 가지가 되었습니다. 발과 전신 외에 보건 안마(30원)가 있었고
발+국부 안마가 40원(70분), 중의보건 안마가 50원(1시간30분) 그리고 한국식 안마가
1백50원(2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한국식 안마란 게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렇다고 안마 집에서는 퇴패행위는 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안마는 조그마한 방에 혼자서 아가씨에게서 받습니다. 벽엔 안마방 운영에 대한
안내문이 붙여있는데 그 가운데 이런 문구도 있습니다. ‘本店不提供色情服務’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아가씨와 단둘이 은밀히 있다고 해서 함부로 아가씨를
껴안을 수는 없겠지요.
안마 아가씨는 대부분 10대로 나긋나긋하게 생겼습니다. 그렇다고 깔보다간
큰 코 다칩니다. 그들의 손가락 힘이 얼마나 샌지 모릅니다. 급소를 골라 꾹꾹
누를 때라든가 손으로 비틀 때는 비명을 질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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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점점 연길에 대한 흥미가 더해집니다. 10여가지 안마만 다 받아보아도 본전은 뽑을것 같습니다...저는 딤섬을 좋아하는데 1원짜리 만두도 실컷 먹어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