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행도 큰 도시나 유명한 명소만 가지 않고, 때때로 잘 안 알려진 지방 도시나 시골을 가면 여행의 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해외여행의 경우에도 때때로 잘 안 알려진 곳을 가는 여정도 특별한 경험일 겁니다. 가까운 일본도 마찬가지인데요. 개인적으로 일본 최남단 이리오모테 섬부터 최북단 홋카이도를 비롯, 다양한 곳들을 여행이나 취재로 가봤지만 대부분 잘 알려진 명소 위주로 다녔기에 몇 안 되는 일본 변두리(?)에서의 기억이 더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일본 소도시 기행>이란 책도 있던데, 일본을 여행하는 방법 중 아예 잘 알려진 명소나 대도시를 빼고 철저히 소도시나 시골 위주로 다니는 방법도 일본 구석구석을 체험하는 현명한 선택 중 하나지요. 저에게 기억에 남는 소도시들은 시코쿠 지방이나 간사이 외곽 쪽의 곳인데 오늘은 후쿠이(福井)현이라고 일본 간사이 지역의 잘 안 열려진 지방을 소개해 보려 합니다.
후쿠이는 우리 나라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가는 오사카와 교토의 오른쪽으로 옆에 있는 지방으로 '도진보'라는 유명한 주상절리 해안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명소가 없는 시골 지역입니다. 저는 올해 봄에 [간사이지역진흥재단]의 초대로 이 곳의 주요 지역을 취재하는 여행을 했었는데, 특별한 명소가 없기에 외려 후쿠이 지역의 잘 짜여진 체험 프로그램을 많이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 일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단순히 보고 오는 여행이 아니라 그 지역의 무형문화(음식, 전통, 자연)를 경험하고 오는 체험여행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 후쿠이에서 그렇게 소소하면서도 자존심 있는 일본 문화의 면면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후쿠이 지방은 또한 우리나라의 동해를 끼고 있는 지방이라 이 지역에서 바다를 만나면 묘한 기분이 듭니다.(그네들은 일본해라 부르지요.) 이 지역의 바다를 갔을 때 운이 좋게도 너무나 멋진 일몰을 만났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해뜨는 바다인 동해를 해지는 시간이 만나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파도가 거칠고 험한 바다지만 우리의 동해안이 그런 것처럼 깨끗한 수질과 풍부한 어장을 자랑해 이 지역에 가면 이 지역의 명물 에치젠 대게를 비롯, 신선하고 맛있는 해산물들을 만끽할 수 있고 아시하라 온천 같은 작지만 깨끗한 온천에서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답니다. 조금은 색다른, 그리고 너무 뻔한 일본여행이 싫으신 분이라면 이 후쿠이 지방을 한번 주목해보시길 바라며... 오랜만에 잘 안 알려진 일본 소도시 포스팅을 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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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사이 공항에 내려 오사카역에 도착하면 이렇게 후쿠이 지방으로 가는 매끈하게 생긴 선더버드 특급열차를 만날 수 있다.
ⓒWoosra, 2012
▲ 약 1시간 20분을 가면 JR후쿠이역에 도착하는데 첫날 온천에서 묵고 싶다면 한 정거장 전에 서는 JR아시하라 온천역에 내리는 게 좋다.
ⓒWoosra, 2012
▲ 기차 안에서 맛있게 에키벤(도시락)을 까먹고 도착한 아시하라 온천역. 전형적인 일본 소도시의 풍경이다.
ⓒWoosra, 2012
▲ 첫날, 저녁에 미쿠니 해안으로 가서 이 지역의 명물 에치젠 대게를 먹기로 했기에 이 지역 주민들의 발 역할을 하는 '에치젠 기차'를 타고
미쿠니역으로 향했다. '에치젠'은 이 후쿠이 지방의 옛 이름으로 이 지역을 대표하는 명물이나 특산물에는 꼭 '에치젠''이라는 이름이 붙는다고.
ⓒWoosra, 2012
▲ 럭키데쓰! 그렇게 도착한 미쿠니 해안에는 사진처럼 환상적인 일몰이 지고 있었고.
ⓒWoosra, 2012
▲ 한국에서 수없이 만나보려 애를 썼으나 몇 번 만나지 못한 오여사님(일출이나 일몰 때 해가 수평선에 Ω(오메가) 모양으로 보이는 현상)을
여기 일본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것도 아주 어여쁜 여사님이다.
ⓒWoosra, 2012
▲ 이 미쿠니 항구는 우리나라의 동해를 끼고 있는 해안으로서 우리나라에서는 '해뜨는 바다'의 일몰을 바라보는 기분이 많이 묘했다.
ⓒWoosra, 2012
▲ 일본이란 나라는 아무리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바라보려 해도 이런 영토나 역사 문제를 생각해보면 객관화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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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차갑고 깨끗한 동해에서는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는데 이 지방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이 에치젠 대게다.
우리나라 영덕대게랑 비슷한 게로서 등껍질 위에 저렇게 플랑크톤이 많이 붙어있어야 상품이란다.
ⓒWoosra, 2012
▲ 마침 저녁시간에 게들을 실은 배들이 들어와 경매를 보는 행운도 얻었다. 세계 어느 항구든 해산물을 경매하는 풍경은 박진감이 넘친다.
ⓒWoosra, 2012
▲ 영덕에 가서 게를 안 먹을 수 없듯이 후쿠이에 와서 게를 안 먹을 수가 없지. 미쿠니항에서 가장 유명한 게 전문점인 '가니노보우((蟹の坊)'에 갔다.
마치 거대괴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식당의 거대한 대게 조형물은 멀리 오사카에서 이 분야 최고의 장인에게 주문했다고.
ⓒWoosra, 2012
▲ 워낙 게를 좋아하기에 걸신 들린듯 다양한 게 요리를 맘껏 먹었다. 사진은 해체분해해서 깨끗이 먹어치우기 이전에 온전한 모습을 촬영한 장면.
개인적으로 음식 먹을 때 심약한 편이라 이렇게 원형 그대로의 음식은 좋아하지 않으나 게만큼은 아니다. 과감하게 집게부터 떼어먹었다.
ⓒWoosra, 2012
▲ 가니보오우의 주인장께서 주신 명함.
명함 위쪽에 가게를 묘사한 세밀화가 있다. 참 멋진 센쓰!!!
ⓒWoosra, 2012
▲ 맛있게 저녁식사를 하고는 이날의 숙소인 미쿠니 관광호텔로 갔다.
민박 외에 그럴싸한 숙소는 이곳밖에 없는데 온천까지 운영하고 있는 특급료칸이라.
ⓒWoosra, 2012
▲ 다음 날 아침에 먹은 식사를 보면 이 호텔의 수준을 알 수 있을 터.
ⓒWoosra, 2012
▲ 미쿠니 관광호텔에서는 체크아웃을 하고 나면 역까지 송영 서비스까지 해주고 있으니 이 지역에 간다면 한번 이용해 보자.
주소는 '후쿠이현 사카이시 미쿠니쵸 미도리가오카 4-4-8' , 전화번호는 '0776-81-3111'이며
JR 아시하라 온천역에서 택시로 15분 거리다.
ⓒWoosra, 2012
▲ 미쿠니 다음 목적지인 일본 전통 술도가인 '코시노이소(越乃磯)'를 가기 위해 호텔에서 나와 에치젠 기차를 탔다.
후쿠이 지역은 온전히 전 일정을 정도를 투자하기 보다는 인근 교토나 오사카 여행을 하며 1박2일 정도로 해도 괜찮을 듯.
ⓒWoosra, 2012
▲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잘 산다고 하지만 일상의 편의성은 우리가 한 수 위다.
기차나 전철을 타면 여전히 아날로그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어느 것이 좋다고 할 순 없겠지만, 이제 우리나라에서 이런 작은 간이역들은 보기가 힘들다.
ⓒWoosra, 2012
▲ 일본 철도 마니아들을 너무나 슬프게 하는 일이 일본 곳곳의 철도 노선들이 21세기 들어 빠르게 없어지고 있는 현실이라는데...
이곳 후쿠이의 에치젠 노선은 그래도 잘 유지되고 있어 천천히 달리는 기차를 타고 가다 보면 이런 풍경들을 많이 만나고 찍을 수 있다.
ⓒWoosra, 2012
▲ 기차를 타고 가다가 만난 후쿠이현의 공업 지대 풍경.
변두리 지역이라지만 지역의 경제 기반은 탄탄해 소득 수준이나 공공 시스템 순위는 항상 일본에서 상위권을 자랑하는 지역이란다.
ⓒWoosra, 2012
▲ 자! 그렇게 에치젠 철도를 타고 닛카카가쿠마에역이란 곳에 내려 찾아간 전통 술도가 '코시노이소(越乃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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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술을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일본에서 이런 전통 술도가를 갈 기회가 많았었는데...
ⓒWoosra, 2012
▲ 후쿠이 지역도 일본에서 손꼽히는 술의 고장이라! 물 맑고 쌀이 좋아 술 빚는 데는 최고의 입지 조건이란다.
ⓒWoosra, 2012
▲ 보통 일본 술 하면 '사케'만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 후쿠이 지역은 또 맥주가 끝내준단다.
코시노이소(越乃磯)의 사장님께서 술도가에서 만드는 맥주를 시음해보라신다.
ⓒWoosra, 2012
▲ 다른 술은 몰라도 맥주 하면 눈 감고도 하이트인지 카스인지 OB라거인지, 아니면 물탄 맥주인지 알아맞추는 우쓰라씨 아니던가?
후쿠이 맥주의 깊은 풍미에 홀딱 반해 체험만 하지 않고 병째로 6개나 구입을 했더랬다^^;;
ⓒWoosra, 2012
▲ 술도가 다음으로 들른 곳은 바로 옆 JR 다케후역에 있는 '에치젠소바노사토(越前そばの里)'라는 메밀 소바 식당.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직접 메밀 가루를 물에 반죽해 이렇게 칼로 면을 만드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데
ⓒWoosra, 2012
▲ 재미있는 것은 자기가 직접 만든 메밀 면으로 만든 소바를 먹어야 한다는 것.
면을 촘촘하게 잘 못 자르면 손가락만큼 굵은 면발을 먹어야 하는 곤혹을 치를 수도 있다^^;
아무튼 직접 자기가 면을 만들고 먹는 체험은 특별하다.
후쿠이의 특산품 중 하나인 메밀 소바는 식품계의 노벨상 격인 '몽드 셀렉션'에서 금상을 수상한 바 있다고.
ⓒWoosra, 2012
▲ 후쿠이현의 체험 여행 프로그램 중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전통 방식으로 종이를 만드는 곳.
메밀 소바 집 인근에 있는 '에치젠와시노사토(越前和紙の里)'란 종이공장에서 종이 만드는 체험을 했다.
ⓒWoosra, 2012
▲ 풀 상태의 닥종이 반죽물을 떠서 이렇게 틀에 얹고 자기가 원하는 장식과 물감을 얹고 이렇게 급속으로 말리면 자신만의 종이를 만들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컵 받침을 한번 만들어 보았다.
ⓒWoosra, 2012
▲ 평생을 전통방식으로 종이만 만들어 오신 장인도 만나뵙고.
ⓒWoosra, 2012
▲ 그의 공방에서 수십년, 아니 수백년의 혼이 서려있는 종이의 기운을 느껴보기도 했다.
ⓒWoosra, 2012
▲ 체험여행의 장점은 그렇게 직접 결과물을 만들어 보면서 그 현재의 시간을 거슬러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
중국 전한 시대의 채륜이 최초에 발명한 종이가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으로 전승되고, 또 저마다 나라의 풍토와 필요에 의해 지금의 종이가 되었을 것이다.
비단 종이 뿐이랴. 이쑤시게 같은 하찮은 소품 하나에도 수백년, 수천년의 고민과 배려가 들어있는 것일 터...
ⓒWoosra, 2012
▲ 그런 세월에 비하면 정말 티끌같은 시간에 후딱 만들어낸 결과물이지만 그런 체험 덕분에
여행에 돌아와서 와이프에게 ''이쁜 것 가져왔네'란 칭찬과 함께 지금도 몇 개는 컵받침으로 잘 쓰고 있다^^
ⓒWoosra, 2012
▲ 여행이란 건 여러가지 형태가 있고, 여러가지 목적이 있지만 쓸모없는 여행이란 것은 없을 것이다. 체험여행이란 것이 주는 가치는 명확한 편.
후쿠이에서의 알찬 시간을 마치고 교토로 떠나며 오래 그 흔적이 남을 후쿠이에서의 일정을 갈무리했다.
언젠가 아이가 자라면 그때 한번 꼭 다시 올 거라 생각하면서... 아님 부모님이나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와도 좋을 것이라며.
ⓒWoosra,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