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 가족이라 불리는 굴레 ( 12회 )

[일향 이봉우]

    제 12장,

정회장은 알몸으로 있는 혜미를 번쩍 들어 안는다.

“너의 아름다운 순결을 내가 영원히 보상해 줄께!

내 곁에서 넌 영원히 행복하게 살게 될 것이야!“

혜미는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정회장의 기쁨은 참으로 컸던 것이다.

황마담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신의가 깊고 정갈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 주는 순간이기도 했다.

술집 마담 같지 않은 깨끗한 외모와 성격이 모든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있는 마담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회장은 밤새 혜미를 품안에서 놓지를 못하고 있었다.

혜미와 많은 나이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완전히 순수한 소년의 모습으로 혜미에게 다가온다.

혜미는 하룻밤 사이에 정회장의 여자로 다시 태어나는 자신의 모습을 낯설어 하고 있었다.

혜미는 아침이 되어 정회장의 기사가 데려다 주는 대로 황마담이 있는 곳으로 돌아온다.

“좋은 꿈을 꾸었니?”

“..........아뇨, 

아무런 꿈도 꾸지를 않았던 것 같아요.“

“혜미야!

넌 이제 내 집에서 장사를 하지 못한다.“

“네?

왜 그래야 하죠?“

“정회장님께서 너를 술좌석에 내 보고 싶어 하시겠니?

아침에 전화를 하셨더구나.

우선 네 집에 이사를 시키고 나서 너를 데려가시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너를 자신의 여자로 맞게 꾸며놓으라고 하셨는데 무슨 말인지 알겠니?“

“..........................”

혜미는 황마담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정회장님께서 너를 들여앉히시겠다는 뜻이야!

여기 한국에서는 가정을 가지고 계시지 않은 분이라서 이제 회장님께서 한국에 계시는 동안에 네 남편이 되시겠다는 것이지.

그러니까 네가 회장님의 여자로 맞게 변신해야만 하는 거지.“

“어떻게 변신을 해요?”

“모든 것은 내가 알아서 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회장님께서도 특별한 당부가 있으니까 집을 이사하는 것도 신경 쓰지 말고.“

“엄마!

정말 이 모든 것들을 받아도 되는 것인지 마음이 불안해요.“

혜미는 아직도 모든 것들이 꿈만 같았다.

이사를 가야할 아파트가 있다는 것도 그렇고 회장님의 여자가 된다는 것도 너무나 꿈만 같은 얘기였다.

“혜미야!

나도 이렇게 한꺼번에 네게 그 많은 것들이 주어질 줄은 상상하지 못했어.

그러나 정회장님이 너에게 완전히 반하신 모양이더라.

워낙에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으시는 분인데 아마 너에게는 아무것도 아까우실 것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어 하신다.

넌 이제부터 모든 것을 배우고 익혀서 하루 빨리 회장님과 걸 맞는 여자로 태어나야 한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황마담은 혜미가 이사할 아파트에 모든 살림들을 채워 넣는다.

어머니의 휠체어를 비롯하여 동생들이 필요한 모든 것들과 가전제품들과 세간들을 채워 넣는 것이었다.

그것은 모두 정회장의 지시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정회장은 혜미의 가족들이 이사를 하고 모든 것이 정리가 될 때까지 혜미를 찾지 않는다.

이여인은 그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감히 생각도 해 보지 못했던 아파트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어찌 자신들의 처지에 이렇게 좋은 아파트에서 살게 될 날이 있을 것이라고 꿈이라도 꾸어 볼 수가 있었겠는가?

게다가 이여인은 자신의 체형에 맞는 휠체어를 보고 눈물을 흘린다.

“혜미야!

네가 어떻게 우리를 이렇게까지 호강을 시킬 수가 있니?

아빠도 엄마도 해 내지 못했던 일들인데.......“

“엄마!

이젠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마세요.

우리도 이제는 남들처럼 그렇게 잘 살게 된 것이에요.“

그러나 이여인은 아무런 영문도 모르고 무작정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혜미야!

엄마한테 솔직하게 말을 해 다오.

네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엄마는 알아야 할 것이 아니냐?“

“엄마!

혜미가 좋은 남자를 만났어요.

아주 돈이 많은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이 모든 것을 다 해주었고 나를 평생 호강을 시켜줄 사람이에요.“

“가정이 있는 사람이지?”

“엄마!

가정이 있는 사람이라 해도 나를 필요로 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다 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난 그것을 마다하지 않아요.

내 가족들이 살 길이 열리는 길인데 무엇을 주저하고 마다하겠어요?“

“혜미야!

엄마는 우리가 아무리 가난하다 해도 너를 희생시키면서까지 살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앞으로 네 앞날의 긴 여정에 너를 왜 희생을 시키려고 하니?“

이여인은 애절하게 혜미에게 애원을 한다.

“엄마!

나 자신을 희생시킨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나도 이제는 고생이라면 더 이상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회장님과 함께 있으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데 무엇 하러 일부러 고생을 사서하겠어요?

엄마!

윤석이와 윤호를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나 또한 어디를 가서 그렇게 좋은 남자를 만날 수가 있겠어요?“

“.....................”

이여인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혜미의 말대로 두 아들을 생각하면 앞날이 아득한 것이었다.

“엄마!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마세요.

우리 윤석이 좋아하는 그림이라도 마음 놓고 그릴 수 있게 해 주고 윤호 또한 하고 싶은 공부를 다 하도록 해 주어야만 우리 집안이 일어설 수 있어요.

그리고 나도 이제는 남들처럼 호강하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혜미는 어떻게 하든 엄마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드리고 싶었다.

이여인은 딸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누구보다 마음이 착하고 남의 것을 탐내지 않는 진솔한 아이라는 것을 이여인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와 동생들을 위해서 마음에도 없이 자신을 희생하는 딸아이의 그 마음을 이여인이 왜 모르겠는가?

허지만 현재 자신으로서는 딸을 말리지 못하는 무능하고 병든 사람이었다.

그들은 아파트로 이사를 한다.

이사라고 해야 가족들이 몸만 오는 것이었다.

가지고 있던 세간들은 하나도 건질 것이 없었다.

그동안의 삶이 허접 쓰레기를 가지고 살았던 거렁뱅이의 삶이나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이여인은 휠체어를 보고 또 부지런히 노력을 한다.

혼자서 침대에서 휠체어를 타려는 노력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여인은 더 이상 딸을 고생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만으로 쉬지 않고 넘어지면서 또 하고 또 해낸다.

일주일이 지나자 이여인은 혼자서 침대에서 휠체어를 타고 휠체어에서 침대로 옮기는 일을 해 내고야 말았다.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가족들의 모든 일상사를 맡아서 해결해 내는 것이었다.

“엄마!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이제 윤석이도 일을 거들어 줄 수 있으니 너무 무리하게 몸을 쓰지 마세요.“

“혜미야!

이 모든 것이 네가 있어 해 낼 수 있었다.

엄마는 혜미에게 너무나 큰 빚을 졌구나!“

이제 혜미는 더 이상 아무런 욕심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한 가지 윤석이의 꿈을 어떻게 하면 키워줄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항상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으나 아무런 해답을 찾지 못한다.

이제 집에는 전화도 들어와 있었다.

혜미는 황마담의 모든 연락을 전화로 주고받는다.

황마담은 혜미를 자신의 가게로 불러내지 않고 전화를 통해서 모든 것을 처리한다.

혜미를 데리고 다니면서 혜미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을 구입하고 혜미를 좀 더 원숙하게 보이기 위해서 가꾸어 놓는다.

또한 황마담은 혜미에게 운전면허를 받게 하기 위해서 운전학원을 등록시킨다.

그동안 혜미는 황마담의 권유대로 일본어를 배워 지금은 웬만한 일본어는 읽고 쓰는데 별 어려움이 없을 정도였다.

황마담의 요정에 드나드는 사람들은 거의 일본어를 할 줄 알고 일본 사업가들도 상당수 있기 때문에 황마담은 혜미에게 일본어를 배우게 했던 것이다.

그리고 혜미는 고전 무용과 사교춤을 함께 배웠던 것이다.

고전 무용은 몸맵씨가 아름다운 혜미에게 너무나 아름다운 동작을 만들어 내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지금도 혜미는 일본어 학원과 무용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이제 또 다시 운전학원엘 다녀야 하는 혜미의 일상은 참으로 바쁜 일과들이었다.

그러나 혜미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세 군데의 학원들을 열심히 다니고 있었다.

동생 윤호는 의사로서의 꿈을 꾸면서 의과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고 윤석이 또한 세상을 나가지 못하면서도 화가로서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학교라고는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윤석이의 꿈은 혼자만의 꿈이라고 혜미는 단정을 짓고 윤석이를 위해 그림물감과 켐버스와 미술 전공서적이나 그에 대한 자료들을 구입해다 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윤석이는 그동안 혼자서 독학을 하면서 나름대로 공부를 해 오고 있었다는 것을 혜미도 모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무학이라는 학력과 곱사등이 병신이라는 핸디캪으로 인해 세상과 등을 지고 살아가고 있는 윤석이를 혜미로서도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혜미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일이었다.

윤석이는 다행히 자신이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가고 있는 생활에 별 불편을 느끼지 않고 나름대로 열심히 그림을 그리면서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나이를 먹어갈수록 윤석이는 먹는 양이 줄어든다.

조금만 과식을 해도 소화를 시키지 못하고 소화제를 먹어야만 했다.

또한 등이 아프다는 호소를 이따금씩 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혜미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만 하는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윤석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자니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는 혜미로서는 병원에 데리고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윤석아!

많이 아프니?“

“아니,

누나 걱정하지 마!

조금만 참고 있으면 괜찮아 지니까!“

윤석이는 참을성이 대단한 사람이 되어간다.

그런 윤석이의 고통을 혜미는 가슴 아프게 바라보면서 자신의 힘이 아직도 멀었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혜미는 아직 정회장의 힘을 모르고 있었다.

정회장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고 어떤 일이든 못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혜미로서는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혜미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 나갈 뿐이다.

일본어를 배우면서 혜미는 자신이 못다 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등학교 과정을 인정받는 검정고시를 보고 나서 할 수만 있다면 대학을 가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이다.

정회장과의 한 몸을 이루고 나서 두 달 동안 정회장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

혜미는 이 모든 것들이 한 순간에 날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에 휩싸인다.

이렇다 할 아무런 연락이 없는 정회장의 소식을 알 길이 없다.

그러나 황마담은 끊임없이 혜미에게 많은 것들을 부여하고 있었다.

혜미는 이제 그 모든 것들이 불안하다.

“엄마!

내가 이 모든 것들을 받아도 되는 것입니까?“

“왜?

불안하니?“

“네!

정회장님께서는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으신데 공연히 엄마한테 폐를 끼쳐 드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밀려와요.“

“혜미야!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기다리고 있어!

지금 정회장님은 일본에 가 계시다.

조만간 오셔서 네 문제를 매듭지으실 것이다.

모든 것을 나에게 맡겨두고 가셨으니 넌 아무런 신경도 쓸 것이 없다.“

황마담의 표정은 자신만만하다.

“너는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고 있으면 된다.

시간이 걸리면 어떠냐?

그렇다고 정회장님이 너를 모른 척 하실 수가 있으실 것 같으냐?

그분도 남자고 심장이 뜨거운 사람이다.

너를 그렇게 하룻밤만으로 만족하고 잊어버리기는 힘들 것이다.“

“.......................”

“불안해하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 가지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을 해라!

돈은 내가 얼마든지 줄 수 있으니까!“

혜미는 황마담의 말을 듣고 모든 걱정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해 나간다.

그렇게 혜미는 운전면허증을 손에 쥔다.

황마담은 운전면허증을 손에 쥔 혜미를 위해 운전연습을 시킨다.

혜미는 새벽 시간을 이용해서 핸들을 잡고 운전연습을 한다.

아직은 젊은 나이의 혜미는 하루가 다르게 운전 실력이 늘어간다.

그렇게 거의 삼 개월이 다 되어 가는 때에 비로소 정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온다.

황마담은 혜미를 데리고 정회장을 만나러 간다.

이번에는 호텔이 아닌 정회장의 집이었다.

그곳은 서울 도심가에서 조금 벗어난 한적한 곳이었다.

상당히 넓은 대지를 가지고 있는 그리 크지도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이층으로 된 주택이었던 것이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잘 가꾸어진 정원이 전문가의 손을 빌리고 있음을 한 눈에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정돈이 되어 있었다.

그녀들이 들어서자 정회장은 현관문을 열고 마중을 나온다.

“어서들 오시오.

그동안 내가 너무 오래 일본에 머물렀던 것 같소.“

“회장님께서 아주 잊으셨는지 알았습니다.”

황마담은 웃으면서 농담을 섞는다.

“혜미!

그동안 내가 보고 싶었소?“

“............네!”

혜미는 목소리가 제대로 나와 주지를 않는다.

“회장님께서 아무런 연락이 없으니까 제일 불안해하고 기다렸던 사람이 혜미였지요.”

황마담이 혜미를 대신해서 답변을 한다.

“미안하오!

연락이라도 해야 하는 것을 바쁘게 지내다 보니 일이 그렇게 되었군!

그리고 이참에 내 안식구에게도 허락을 얻어 내었소.“

“허락이라니요?”

황마담이 묻는다.

“어차피 안식구에게 숨겨야 할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쉬쉬 하면서 감춰서는 더욱 안 되는 일이라서 이 사람 얘기를 털어 놓았지.”

“......................”

“........................”

두 여인은 정회장의 얼굴만 바라본다.

“다음에 내가 일본으로 들어갈 때 함께 데리고 오라고 하던군!

어차피 한국에서의 일이니까 묵인을 하되 어떤 사람인지 확인을 하고 싶다는 거지.“

“사모님께서 어떻게 그렇게 마음이 넓으신지 할 말이 없습니다.”

“허허허........

무엇을 그리 감격을 하시나?

아무래도 내가 한국에 있는 시간들이 많다보니 공연히 이 여자 저 여자를 건드려서 남들의 눈총이나 받을까 싶어 노심초사를 하고 있던 참인데 잘 되었다 싶은 마음이지.“

“모쪼록 회장님께서 혜미를 이쁘게 거두어 주세요.”

“황마담!

그야 내가 원하는 일이니까!

그리고 오늘부터 이 사람을 여기다 두고 가시게!

내 안사람을 만나고 나면 이 집도 이 사람의 명의로 바꾸어 줄 것이니까!“

혜미는 정회장의 말에 자신의 귀를 의심한다.

작고 보잘 것 없는 집도 아니었다.

이렇게 크나큰 집을 자신의 명의로 해 주겠다는 정회장을 혜미는 넋을 놓고 바라본다.

글;   일향     이봉우

[허돌]

중국의 진 나라 때 "여불위"란 자가 있었는데 예쁜 여자 아이를 키워 궁으로 들려보내 왕비를 만든 다음 본인도 재상이 되는 투자가 있었습니다...나중엔 욕심이 지나쳐 그로인해 죽었지만...아무튼 황마담은 대단합니다.

[비비추]

정회장도 황마담도 보통 분들이 아니시네요. 혜미가 욕심없이 사랑이라는 굴레 안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