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만8517달러(약 6억2000만원). 신지애(미래에셋)가 2009년 LPGA투어 4개 대회 만에 상금랭킹 1위에 올라섰다.
신지애는 30일(한국시간) 열린 J골프 피닉스 LPGA 인터내셔널 최종 4라운드에서 2위를 차지해 상금 13만9583달러를 받았다. 신지애가 LPGA투어 상금랭킹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픽 참조>
LPGA 인터내셔널 대회 마지막 날 이모저모
○…2006년 이후 3년 만에 LPGA 투어에서 우승을 거둔 카리 웹은 챔피언 퍼팅을 마친 뒤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카리 웹은 공식 인터뷰에서 “신지애와 플레이할 때는 (앞서고 있어도)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쳐선 안 된다. 그녀는 페어웨이를 놓치는 적이 거의 없고, 공을 정말 잘 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신지애는 웹에게 역전을 허용하고 2위로 대회를 마친 뒤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갤러리의 사인 요청에 일일이 응했다. 한 미국 기자는 “어린 선수가 속이 상할 만한데도 끝까지 좋은 태도(good attitude)를 유지하는 것이 놀랍다”며 신지애의 매너를 칭찬했다.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은 시상식에서 카리 웹에게 우승 트로피와 함께 상금 22만5000달러를 전달했다. 홍 회장은 “9번 홀에서 당신의 플레이를 지켜봤는데 나랑 티셔츠 색깔이 똑같아 우승을 예감했다”고 농담을 던져 갤러리의 폭소를 자아냈다. 3000여 명의 갤러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시상식에는 필 고든 피닉스 시장과 대회 운영 대행사인 팀 멜라티스 TGF 사장 등이 참석했다.
○… “너무 고생했습니다.” 공동 57위(합계 8오버파)로 대회를 마친 미셸 위는 소감을 묻자 또박또박 우리말로 대답했다. 미셸 위는 또 “신지애는 훌륭한 선수다. 올 시즌 내내 재미있는 대결을 펼칠 것”이라며 “다음 주 열리는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미셸 위는 4월 15일부터 제주도 롯데 스카이힐 골프장에서 열리는 KLPGA 롯데마트 여자오픈에도 출전한다.
○…9번 홀까지 13언더파로 공동 선두를 달렸던 김인경은 10번 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그린 오른쪽 워터 해저드에 빠뜨린 끝에 더블보기를 범하면서 우승을 놓치고 말았다. 통산 2승을 노렸던 김인경은 결국 단독 3위로 대회를 마치면서 상금 10만1258달러를 받았다.
신지애.
카리 웹(호주)에게 역전을 허용하면서 우승은 놓쳤지만 신지애는 여전히 밝은 표정이었다.
“내가 못 쳤다기보다는 웹이 너무 잘했다. 어제에 이어 드라이브샷과 아이언샷 감각이 무척 좋았는데 퍼팅이 말을 듣지 않았다. 수 차례 버디 찬스에서 퍼터를 당겨 치는 바람에 추격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아쉽긴 하지만 이번 주 내내 경기를 재미있게 즐겼다는 데 만족한다.”
35세의 베테랑 카리 웹과 스물한 살 새내기 신지애의 맞대결은 ‘지는 해’와 ‘뜨는 해’의 격돌처럼 보였다. 그러나 웹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웹은 LPGA투어 14년차의 관록을 앞세워 2006년 이후 3년 만에 우승을 거뒀다.
웹은 5번 홀(파4) 버디에 이어 6번 홀(파5·513야드)에서 두 번째 샷 만에 핀 4m 거리에 공을 붙인 뒤 이글을 성공시키며 초반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이때까지 6개 홀에서 파세이브에 그치며 제자리걸음을 한 신지애는 웹에게 2타 차로 뒤졌다.
신지애는 이후 여러 차례 버디 기회를 맞았지만 그때마다 퍼팅이 말을 듣지 않았다. 전날 25개에 불과했던 퍼팅 수가 이날은 30개나 됐다. 신지애의 뒤를 따르던 아버지 신재섭(49)씨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연방 한숨을 내쉬었다.
신지애는 9번 홀에선 1.2m 거리의 버디 퍼팅을 놓쳐 동타의 기회를 날려 버렸고, 15번 홀에선 2m 거리의 파 퍼팅에 실패하면서 타수를 줄이기는커녕 하나가 늘어났다. 사흘 연속 버디를 잡아냈던 16번 홀(파4)에서 1.2m 버디 퍼팅을 놓친 것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2006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신지애가 마지막 날 선두로 출발하고도 역전 우승을 허용한 것은 지난해 10월 일본 대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래도 신지애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9번 홀과 15번 홀 퍼팅이 아쉽긴 하지만 실망하지는 않는다. 준우승만도 잘한 거라고 생각한다.”
신지애는 이어 “다음 주 열리는 (메이저 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꼭 우승해 18번홀 그린 주변의 연못에 뛰어들고 싶다”고 말한 뒤 골프장을 떠났다.
한편 김송희(21)가 합계 9언더파로 6위에 올랐고, 지은희(휠라코리아)와 브라질 교포 안젤라 박(21)이 공동 7위(합계 8언더파)에 오르는 등 한국 선수 5명이 톱10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