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어린이 75]
내일은 맑음
정두리 동시
/ 장세라 그림
판형 국판(152*210) / 쪽수 112쪽 / 값 10,500원
출간일 2016년 3월 19일 / ISBN 978-89-97335-71-8 (74810) / 대상 초등학교 전학년
:: 책소개 ::
좋은
문학작품은 시공간을 초월합니다. 『내일은
맑음』도 마찬가지랍니다. 할머니
시인이 시를 쓰고, 손녀가 시를 해석해 그림을 그렸거든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할머니는
한국어를 쓰고, 외국에 살고 있는 손녀는 영어를 쓰지요. 나이도,
사는 곳도, 쓰는 언어도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일궈낸 동시집인 셈이에요. 하지만
막상 책장을 넘겨 보면 화음이 잘 맞는 합창단의 노래를 한 곡 들은 것처럼 마음이 편해지지요. 어때요?
이
정도면 시공간을 초월한다는 말, 공감이 가나요?
:: 출판사 서평 ::
건강하고
긍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동시집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다수의 작품이 수록되고, 방정환문학상 ․ 가톨릭문학상 ․ 펜문학상 ․ 박홍근문학상 등을 받으며 한국 동시문단에서 뛰어난 문학성을
인정받고 있는 정두리 시인의 신간 동시집 『내일은 맑음』이 청개구리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시집에서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들의 재발견을 추구하거나, 대상을 모성으로 포용하고 '나'와 대상과의 거리를 좁히려는 작품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먼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노래한 작품을 먼저 살펴보자.
사람들은
이곳으로
찾아온다
둥구나무가 부르지
않아도
큰 나무 그늘 아래
다리쉼을
하고
등을
기대고
땀을
누른다
울고 싶은 마음 다독이고
입방정
자랑질도
예사로이 다 받아
주고
둥구나무 나이테는
그냥 생긴 거 아니다
그렇게 암말 없이 받아 주는
너그러운
뿌리가
나무를 키웠으니까.
―「둥구나무 아래서」
전문
가지가
많고 잎이 무성하여 그 그늘 밑에서 사람들이 모여 놀거나 쉬는 것을 정자나무라고 한다. 이 시에서 나오는 동구나무는 크고 오래된 정자나무를
뜻한다. 지금은 새로운 도로를 만들 때마다 마을의 정자나무가 베어지는 일이 당연시되고, 아파트 생활로 인해 아이들이 둥구나무를 접할 일이 별로
없으나, 예전에는 마을마다 이러한 정자나무가 있어 여름에는 그 그늘 밑에서 어린이 어른 할 것 없이 동네 사람들이 모여 더위도 식히고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굳이 “둥구나무가 부르지 않아도” 사람들은 둥구나무로 향했다. 여럿이 모여 함께 놀기도 했지만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비밀
이야기, “울고 싶은 마음”은 혼자 몰래 찾아가 털어놓기도 했다. 둥구나무는 말을 못해 인간으로부터 무시당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성질이
묵묵함으로 인정받았다. 둥구나무 그늘 아래에서는 가난하든 부자든, 나이가 적든 많든 “다리쉼을 하고 등을 기대”며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다. 나무와 사람 간의 말없이 이루어지는 우정은 시간을 초월한다. 내가 지금 뛰노는 이 그늘에서 할아버지와 아버지 역시 어린 시절을 보냈으니
세대를 아우르는 우정이 아닌가. 이렇게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삶을 꿈꾸거나 인간 중심을 비판하는 작품으로는 「왜가리」「까치집」「뚱보 갈매기」
등이 있다.
『내일은
맑음』의 3부 제목은 ‘너 몰랐구나?’이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것은 무엇일까? 시인은 우리에게 무엇을 알려주려고 하는 것일까? 시인은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들을 무시하지 말고 제대로 봐 주라고 말한다. 이 세상에 쓸모없고 불필요한 건 없으며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면 대상을 새롭게
재발견할 수 있다면서 말이다. 이러한 의식이 담긴 작품으로는 「세 친구」「재채기의 힘」「물휴지」「건전지」「쥐똥나무의 말」「호박꽃」, 그리고
아래의 「메줏덩이」 등이 있다.
말 잘
듣고
가만히
있어도
누구도
메주보고
착하다
예쁘다
말해 주지
않아
“메주 같아!”
이런
말을
사람들은 싫어하지
고개
돌리고 싶다는 말이기도 하지
짚방석에
앉아
검버섯 버짐 핀
얼굴로
볕 바라기 하고
있는
측은한
메줏덩이
봄이
되면
으깨져서 된장이 되고,
간장이 되는
메주야, 기다려
봐
맛나다 구수하다 소리
등에 업고
당당해질 날 있을
테니.
―「메줏덩이」
『내일은
맑음』의 어린 화자들은 하나같이 건강한 자의식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에 대해 “내성적이지만, 아주 꼼꼼한 나”(「마술 동굴」)라고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아이, 유치원 다닌 시절 탔던 노란색 버스를 보며 “작은 버스 타는 동생 또래를 보면 내가 꽤 의젓한 형아가 된 듯하고 너희들보다
다르다 보여 주고 싶”다는 아이(「노란색 버스」), 김분홍이라는 이름처럼 “얼굴도 동그라니 밝고 웃음소리 맑게 틔었고 손톱달도 분홍으로 돋아
나오는”(「내 이름은 김분홍」) 아이가 되고 싶다 희망하는 아이,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를 줍고서 지구대 경찰 아저씨에게 주인을 찾아달라면서
“내가 나를 많이 칭찬해 주고 싶”(「나를 칭찬해 주고 싶은 날」)다는 아이들이 얼마나 기특한지 모른다. 앞서 말했듯 대상을 향한 긍정적 시선을
시인은 동시집 전반에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은 자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다. 자신을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나를 사랑하고, 그 마음을 토대로 다른 존재들을 따뜻하게 포용할 때, 우리의 내일은 분명 맑을
것이다.
『내일은
맑음』은 할머니인 정두리 시인이 시를 쓰고, 손녀가 시를 해석해 그림을 그렸다. 정두리 시인은 한국어를 쓰고, 외국에 살고 있는 손녀는 영어를
쓴다. 즉 이 책은 나이도, 사는 곳도, 쓰는 언어도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일궈낸 동시집인 셈이다. 하지만 막상 책장을 넘겨 보면 화음이 잘
맞는 합창단의 노래를 한 곡 들은 것처럼 마음이 편해진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그 화음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 차례 ::
제1부 마술
동굴
거푸집이 만든 집 / 마술 동굴 / 흙은 돌도 키운다 / 둥구나무
아래서
바위의 침묵 / 할머니의 손 / 오래된 노래 / 아빠의 어깨 /
반창고
안짱걸음 / 노란색 버스 / 내 이름은 김분홍 /
복숭아
제2부 내일은
맑음
나를 칭찬해 주고 싶은 날 / 기억하기 / 마음의 무게 /
마무리
지하철에서 졸기 / 예방주사 / 반장 선거 / 공기놀이 / 배고픈
날
양치질 싫어 / 나잇값 / 우선멈춤 / 내일은 맑음
제3부 너
몰랐구나?
세 친구 / 메줏덩이 / 재채기의 힘 / 달개비꽃 / 두메부추꽃 /
너 몰랐구나?
물휴지 / 건전지 / 쥐똥나무의 말 / 호박꽃 / 솟대마을의 잔치
제4부 물길
따라서
응칠교에서 / 왜가리 / 종일 비 오는 날 / 부침개
부치면
물길 따라서 / 까치집 / 땅거미 / 나무 시장 / 잡아
줘!
뚱보 갈매기 / 싱크홀 / 개나리 / 여기는 전망대
[해설] 생명의식의 모성성과 현실
인식의 건강성_최용
:: 본문 이미지 ::
:: 작가의 말 ::
또
한 권의 동시집을 묶습니다. 시를 쓰면서 노둣돌이 될 시의 재료를 찾는 일은 늘 새롭고 어렵습니다. 이 시집의 시가 어린이들에게 ‘내일은
맑음’의 밝은 예보가 될 수 있기를, 그들이 절대로 불행하지 않기를, 어떤 형태로든 행복의 씨앗을 품고 함께 자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정두리,
「시인의 말」에서
:: 추천의 말 ::
정두리
시인은 충만한 모성애를 간직하고 자연의 순리를 따릅니다. 작품 역시 모성, 모정으로 진자운동을 합니다. 모성애의 무늬와 빛깔, 소리가 정갈한
분위기에서 감동을 줍니다. 자연에 대한 경이, 연민과 사랑을 아우르며, 작은 생명과 하찮은 사물, 우주와 생명의 진리를 담아 냅니다. 시인의
시적 인식과 상상력이 자연 공간의 작은 틈새 속에서도 건강한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최용(아동문학평론가)
:: 작가 소개 ::
지은이_정두리
1982년 『한국문학』에 시, 1983년 『아동문학평론』에 동시,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습니다.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떡볶이」 「운동화 말리는 날」 「소나무」 「엄마가 아플 때」 「우리는 닮은꼴」 「산수유꽃」 「은방울꽃」 등이
수록되었습니다. 펴낸 동시집으로 『신나는 마술사』 『우리 동네 이야기』 『초파리의 용기』 등이 있으며 몇 권의 시집도 냈습니다. 방정환문학상,
가톨릭문학상, 펜문학상, 박홍근문학상 등을 받았고, 현재 (사)새싹회 이사장으로 있습니다.
그린이_장세라
2009년 12월 출생했습니다. 미국 텍사스 kilpatrick 초등학교 킨더가든(유치부)에 재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