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회 FIFA 월드컵은 32개 팀이 64경기를 펼친 최대 규모의 대회였다. 네 개 팀으로 구성된 총 여덟 개 조가 프랑스 전역에 새로 건설되거나 개보수된 경기장 열 곳에서 일제히 개막 경기를 치렀으며 결승전은 파리 북부에 새로 건설된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개최되었다.
이 대회에서는 본선 진출국이 32개로 늘어나 사실상 30개의 티켓이 배당되었고, 아프리카 및 아시아 지역의 국가들에게 출전 기회가 더 많이 돌아가게 되었다. 또한 유럽 두 팀과 아메리카 한 팀, 아프리카 또는 아시아 한 팀 등 모두 네 개 팀으로 한 조를 구성하여 지역적으로 고르게 안배하였다.
FIFA 월드컵 대회에서는 우승 후보로 손꼽히던 팀이 전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팀에게 예상 밖의 일격을 당하여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이변이 흔히 일어난다. 스페인도 이러한 FIFA 월드컵 대회의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자비에 클레망 감독이 이끄는 스페인은 첫 경기에서 아프리카 돌풍의 주역 나이지리아를 만나 2-3으로 패한 뒤 연이어 강팀과 맞붙게 되었다. 마지막 불가리아와의 경기에서는 6득점을 올리며 크게 승리했으나 결국 조 선두 나이지리아를 꺾은 파라과이에 2라운드 진출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한편 루마니아가 잉글랜드에 2-1로 승리를 거두고 조 선두에 나서면서 콜롬비아도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스코틀랜드와 자메이카 역시 각각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패해 초반 탈락하면서,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입국했던 많은 팬들은 프랑스 곳곳을 관광하며 시간을 보내는 데 만족해야 했다. 모로코 역시 노르웨이가 강호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종료 직전에 페널티 킥을 득점으로 연결한 순간 아쉬움을 뒤로 한 채 16강에 진출할 꿈을 접어야 했고 노르웨이는 조 2위로 2라운드에 진출했다.
생테티엔느에서 벌어진 16강전 마지막 경기에서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는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양 팀은 경기 시작 10분만에 서로 페널티 킥을 주고 받으며 과열 양상을 보였으나 잉글랜드의 마이클 오웬이 멋지게 슛을 성공시켜 기선을 잡았다. 그러나 곧이어 아르헨티나의 자비에 자네티가 자로 잰 듯한 프리킥을 성공시켜 동점골을 터뜨렸다.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이 전반 45분은 축구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기억될 것이다. 계속된 후반에서는 극적인 장면이 속속 연출되었다. 잉글랜드의 데이비드 베캄은 디에고 시메오네를 발로 차 퇴장 당했으며 숄 캠블은 골키퍼에게 파울을 범하여 골을 넣고도 인정을 받지 못했다. 양 팀은 연장전까지 갔지만 우열을 가릴 수 없어 결국 승부차기를 벌이게 되었다. 여기에서 아르헨티나 골키퍼인 카를로스 로아가 잉글랜드의 마지막 키커 데이비드 배티의 골을 멋지게 막아냄으로써 아르헨티나는 결승 진출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되었다.
월드컵 뒷이야기
'98 프랑스 월드컵은 월드컵 역사상 매우 성공적인 대회로 기록될 것이다. 참가국 수가 32개국으로 늘어나면서 예전에 24개팀이 조별 경기를 치워 3위를 차지한 팀 중에서 16강에 진출할 팀을 다시 가리는 방식은 사라졌다. 그전까지는 그룹 라운드 경기에서 판가름이 나는 방식이었고, 따라서 선수들은 방어보다는 공격에 전념해야 했다.
대부분의 참가국은 이와 같은 변화를 환영하였으며 이제는 무차별 공격이 아닌 경기 전략을 세우는 데 주력했고 이로 인해 아리엘 오르테가(아르헨티나), 떼르 앙리(프랑스), 마이클 오웬(잉글랜드) 같은 신예 스타가 발굴되는 결과를 낳았다. 오웬은 총 64 경기에서 쏟아져 나온 171개의 골 중 가장 인상적인 골을 터뜨려 세인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디보르 슈케르(크로아티아)가 6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을 차지했다.
한편 주최국인 프랑스는 우승을 향해 차근차근 나아갔다. 조별 경기에서 단 한 골도 내주지 않고 완벽한 플레이를 펼친 프랑스는 16강전에서도 파라과이의 맹공격을 막아내며 승리를 거두었다. 특히 경기가 시작된 지 113분 만에 중앙 수비수인 로랑 블랑이 이 대회에 처음 도입된 FIFA 월드컵TM 골든 골 제 1호를 터뜨렸다. 프랑스의 다음 상대는 결코 만만치 않은 이탈리아였지만, 결국 프랑스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연장전이 시작되자 로베르트 바조가 노마크 찬스에서 헤딩 슛을 시도했으나 볼은 골 포스트를 넘어가 버렸고, 뒤이은 승부차기에선 이탈리아의 다섯 번째 주자로 나선 루이지 비아지오가 날린 슛이 크로스 바를 맞고 튕겨 나와 결국 승리는 프랑스의 차지가 되었다.한편 크로아티아는 예상 외로 준결승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여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구 유고슬라비아에서 분리된 국가 가운데 하나인 크로아티아는 FIFA 월드컵TM에 처음 출전했으나 준준결승에서 독일을 3-0으로 물리치는 파란을 연출했다. 더욱이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골든 부트 수상자인 다보르 수케르가 선제 골을 터뜨리자 홈 관중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라이트 백 릴리앙 튀랑이 첫 골을 멋지게 성공시키고 뒤이어 역전 골마저 터지면서 프랑스는 꿈에 그리던 결승전에 진출하게 되었다. 상대 팀은 칠레, 덴마크, 네덜란드를 차례로 꺾고 올라온 강호 브라질이었다. 이로써 주최국인 프랑스와 전 대회 우승국인 브라질이 결승에서 맞붙게 된 것이다.
7월 12일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의 가사처럼 마침내 "영광의 그 날"이 왔다. 전반 27분 공격수 지네딘 지단이 헤딩으로 첫 골을 터트리고 이어 전반 끝날 무렵에 두 번째 득점을 성공시킴으로써, 브라질 팀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충격을 안겨 주었다. 프랑스는 후반 23분 마르셀 데사이가 퇴장 당한 후 10명의 선수만 뛰었으나 브라질의 최후 공세를 잘 막아냈으며 경기 종료 직전 엠마누엘 프티가 반격에 나서 승리에 쐐기를 박는 한 골을 추가했다. 아프리카 사람으로는 처음 FIFA 월드컵TM결승전 심판을 본 모로코 출신의 벨콜라 주심이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을 불자 경기장은 기쁨의 도가니로 변했다. 샹젤리제 거리에는 수백만 명의 인파가 몰려 나와 밤이 깊도록 환호하며 월드컵 우승을 자축했다.
FIFA 월드컵 공식 수상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