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일본 영화에 별 관심이 없었던 나는 "구로사와 아키라"라는 감독 또한 알지 못했다. 또 상영 시간도 매우 길어 그저 막막해 보였다. 더군다나 여러 가지 이유로 볼 수 있는 것이 "7인의 사무라이"였기 때문에 더 걱정이 되었다.
7인의 사무라이는 내용은 흔히 있는 권선 징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착한 사람이 복을 받는다고 보기는 힘든 영화지만 결국 마지막은 이 사무라이들의 승리로 끝나기 때문이다.
줄거리를 살펴보면 때는 일본이 내전으로 혼란에 빠진 16세기 말, 서양의 중세 기사처럼 명예로운 직업이었던 사무라이 계급이 총과 새로운 군사 전술학이 나타남으로써 쇠퇴해 가는 과도기적 시기이다. 해마다 산적들의 침략을 받아 양식을 빼앗기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 작은 마을이 있다. 이번에도 추수가 끝나면 그들이 쳐들어 올 것이라는 걸 안 농부들은 사무라이들을 고용하기로 결정한다. 몇 명의 농부가 사무라이를 구하러 나서지만, 세 끼 음식과 잠자리와 싸우는 재미를 제공하는 것 외에는 보수가 없는 일이기에 쉽사리 구하지 못한다. 천신만고 끝에 가까스로 간베이를 비롯한 일곱 명의 주인 없는 사무라이를 구해서 마을로 돌아온다. 이들은 마을 사람들 을 훈련시키며 산적들의 침입에 맞서 만만의 태세를 갖춘다. 각자 개성이 강한 사무라이들과 마을 사람들의 미묘한 관계로 잠시 갈등을 겪지만 산적들이 침입하자 이들은 혼연일치가 되어 치열한 전투를 벌인 끝에 그들을 전멸시킨다. 전투로 인해 사무라이들이 한 명씩 죽을 때 그들의 슬픔은 관객인 나에게도 전해져왔다.
3시간이 넘는 데다가 제목도 처음 들어보고 흑백영화라는 조건을 갖춘 영화여서 솔직히 가서 도장만 찍고 오자는 심정으로 영화를 보러 간 나는 왜 구로사와 아키라라는 감독이 유명한지 알게 되었다. 물론 상영 시간이 길다 보니 허리도 아프고 지치기도 했지만 영화를 볼 때는 그 영화에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몰랐기 때문이다. 각자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그 인물들을 잘 소화한 배우들도 무척 멋있어 보였다.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를 다시 한번 봤으면 한다. 이번 레포트는 좋은 영화와 감독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