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산 산행
함지산 들머리에 들어선 6명의 망팔(望八)청노인들은 활기에 차 있었다.
오늘 산행코스에 대한 궁금함보다 간만에 만난 반가움의 허브레한 말들로 웃고 떠들었다.
함지산 들머리길은 키큰 나무들이 하늘을 가려 큰 산처럼 느껴졌다.
일행들은 경사진 돌길을 힘차게 걸었다.
들머리 오르막길이 끝나니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인다.
고속도로에 자동차가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고 회색 시가지가 멀리 보였다.
계곡 자락에는 노곡동이 자리하고 있고 동네 끝 강가에는 부엉덤이가 있다.
옛적부터 불러온 지명이라 동네 주변 길이 모두 부엉길이다.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친근한 이름 - 부엉덤이
1봉을 지나 2봉을 오르니 대구시가지가 넓게 펼쳐지고 포항 죽장면 가사천에서 발원한
300리 금호강도 그 속에서 흐른다.
발아래 펼쳐진 풍광을 보니 일상의 소상한 일들이 확 날아가 버렸다.
3봉 밑 전망데크에 서니 북쪽으로 칠곡시가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산자락까지 아파트와 주택이 회색으로 꽉 차 있었다.
칠곡에 거주하는 가구보다 아파트가 훨씬 많아 보인다.
10여년 전만해도 논밭의 농작물이 넓게 보였는대 지금은 흔적도 없다.
저 시가지 어디에 있는 읍네동은 오늘 함께 산행하는 C친구의 고향이다.
반가에서 태어난 C친구는 팔거천에서 멱감고 천렵(川獵)하며 함지산을 바라보며 호연지기도 길렀다.
부유한 지주집안에서 자랐지만 교만하지 않고 가난한 친구를 업신여기지 않았다. 한국화학검사소 대구지점장을 끝으로 공직을 마치고 지금은 전직과 관련된 업종의 업무를 수시로 위탁받아 처리해 주고 산행과 바둑에 열중하며 산다.
마음이 부드럽고 배려심이 많은 친구다.
각자 가지고 온 간식으로 조촐한 배를 채운 일행은 남은 거리가 만만치 않아 길을 서둘렀다.
함지산 정상까지가 4.6km 또 망월봉을 지나 무태까지 3km 총 7.6km의 거리다.
산길은 부드러웠고 지루하지 않게 오르막도 적당히 있었다. 평평하고 푹신한 소나무숲길이 끝나면 억새풀길이 이어지고 이내 하늘을 가리운 아까시가 터널길이 이어졌다.
5봉에 이르니 울창한 소나무 숲에 체육시설이 많았다.
기구별로 체력테스트를 시켜 체력상태의 순위를 매기고 싶었지만 일정이 촉박하였다.
5봉자락 끝에는 노곡동이 있다. 노곡동은 아직도 그 옛날 토담길이 있고 고가와 신 주택이 섞여 있는 동네다. 김녕김씨가 많이 세거하고 있다.
노곡동 중앙길 위쪽에는 K친구의 안경수출입회사인 K.S사 사무실이 있었다.
K친구는 경영 능력이 탁월하여 사업에 성공하였다.
동기회의 일에도 적극적이고 친구들 소모임을 자주 주동하여 밥을 잘 산다.
밥 잘사는 사람 천당가리라-
산모퉁이를 돌아 오르니 팔거산성(八莒山城) 표지가 나온다.
팔거산성은 함지산성 반티산성이라고도 하며 5~6세기경에 축조된 성곽이다. 신라시대에는 “독물성”이라 하였고 이 지역을 팔거리현(八居里縣)이라 하였다 한다. 팔거산성은 대구시 시 도 기념물 제6호로 지정되어 있다.
30도의 급경사길을 한참 오르니 헬기장이 나오고 또 직하강하여 급경사를 숨차게 오르니 함지산(287.7 m) 정상이 나왔다.
오르막이 몇 번 이어지니 코스 칭찬했던 말들은 쏙 들어가고 숨이 차 말들이 없었고 대열은 길게 늘어 져 선두는 꽁지를 볼 수가 없었다.
6월의 함지산은 푸르름으로 가득차 있었고 산맥은 힘찼다.
무성한 잎들은 푸를대로 푸르러져 6월의 태양과 바람을 합성하여 자신을 생성해 준 뿌리로 영양을 마구마구 내려 보내 주고 있었다.
정상에는 정상표지석이 있었고 데크가 넓게 설치되어 있었다.
북동쪽으로는 팔공산과 팔공산맥이 가물가물하였고 남쪽으로는 대구시가지가 아스라이 펼쳐저 있었다.
함지산자락 끝에는 조야동인데 보이지 않았다.
조야동은 김성규동문의 고향이다.
김성규동문은 안과전문의로 대전에서 안과병원을 하고 있다.
고향을 떠나 있는 그는 함지산이 그리웁고 동네 옆을 흐르는 냇가의 추억도 그리울테다.
급하강의 긴 계단을 조심조심 내려 왔다. 하강은 땅만보고 내려 와야지 경치보고 내려오면 일 나기 쉽다. 이 나이에 뼈 다치면 잘 붙지도 않고 자신만 서러울 뿐이다.
이제 마지막 봉 - 망일봉을 오르니 금호강이 더 가까이 펼쳐졌고 무태동 시가지가 가깝게 보였다.
무태동은 무태(無台)에서 유래되어 부지런한 사람들이 살았던 마을이라 적혀 있었다.
망일봉 아래에는 L동문이 운영하는 D식당이 있다.
안경제조업을 하던 L동문은 식당경영과는 맞지 않는 사람이나 현실에 잘 적응하고 있다.
바둑과 서예에 능하고 자기주장을 내지 않고 남의 말을 묵묵히 들어주는 양반친구다.
마지막 도착지 코스도 급하강길이라 위험도 있었을 터인데 전원 안산에 성공하여 D식당에 도착하였다.
3시간의 예정시간보다 1시간여가 초과되었으나 그래도 좋은 성적이다.
이 나이에 이게 어디랴 ~
다만 1시간여를 기다리게 한 K친구에게 미안하고 미안하였다.
땀에 젖고 다리가 뻐근하여도 얼굴에는 만족감이 넘쳐났다.
대단한 7명의 청노인들! 대견스럽다 ~ 파이팅 ~
2019. 6. 9
愚公 우 진 권 記
003 산악인의노래.m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