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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8월 18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818수] 아직도 "정해진 게 없다"는 종편 기본계획
방송통신위원회가 어제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채널 선정을 위한 기본계획을 내놓았다. 가장 큰 관심사항은 방송구조를 바꿀 종합편성채널의 허가 숫자와 선정방식이었다. 그러나 방통위는 아직도 방향이나 원칙을 못 잡고 있다. 단일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채, 일정한 심사기준을 충족하는 사업자를 모두 선정하는 절대평가 방식과 사업자수를 정해 고득점 순으로 선정하는 비교평가방식 두 가지를 제시한 것이 그렇다.
비교평가 방식에서 사업자 수를 보면 더욱 이해할 수 없다. 2개 이하 사업자를 선정하거나 3개 이상 다수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종편채널 선정을 두고 나도는 정치적 특혜 등 온갖 억측과, 일부 언론사들의 과열경쟁으로 인한 부담과 논란을 피해가려는 인상이 짙다. 아무리 정부가 언론과 정치권, 방송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이건 아니다.
절차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새 방송법에 따라 종편채널을 도입하려는 목적은 지상파의 독과점을 깨고, 신문과 방송의 융합으로 미디어산업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정부가 공언한 미디어융합시대에 걸맞게 새로운 방송구조 개편을 하려는 것이라면 확고한 정책 의지를 갖고 합리적이고 타당한 사업자 수와 선정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
종편은 물론 보도채널 사업자 수까지도 사실상 "아직도 모른다"식의 복수안은 오히려 논란과 의혹만 가중시킬 뿐이다. 정부는 여론 수렴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고 하지만 그것이 나중에 오히려 특정 사업자, 특정 언론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도 있다. 만약 정부가 온갖 특혜로 종편채널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만들어 준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정한 기준을 갖춘 사업자를 모두 허가해 주되, 편파지원을 하지 말고 지상파 TV는 물론 다른 종편 채널과 공정하게 경쟁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 과열경쟁과 불필요한 오해가 사라지고, 정부가 강조하는 미디어산업의 경쟁력도 강해질 것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818수] 정 추기경, 언제까지 권위 위해 공의 외면하려는가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사제단)의 대표인 전종훈 신부가 3년째 안식년을 이어가게 됐다. 안식년을 받을 때가 아니었던 2008년 8월 안식년 발령을 받은 것도 이례적이었지만, 3년 연속 보직 해임은 한국 천주교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전 신부가 왜 이런 처분을 받게 됐는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는 사제단 대표로서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를 주선했고, 2008년에는 촛불집회 시국미사에 나섰다. 그가 속한 서울대교구의 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은 당시 그에게 ‘삼성 문제에 나서지 말라’는 뜻을 전했으며, 사제단의 촛불집회 주관도 마뜩잖아했다고 한다. 사제 인사는 교구장의 고유 권한이니, 전 신부가 3년째 사목활동을 못하게 된 것은 추기경의 뜻으로 봐도 무방할 터이다.
사제 인사가 교회 내부의 일이긴 하다. 사제에겐 순명의 의무도 있다. 하지만 전 신부에 대한 처분이 교회 밖 세상일에서 비롯됐다면 그 처분이 공의에 맞는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짐작대로 삼성의 불의를 고발하고 권력의 횡포에 저항한 사제단의 활동 탓에 이런 가혹한 처분을 내렸다면, 세상의 불의를 외면하라고 강요하는 게 된다.
실제로 서울대교구는 침묵을 요구했다. 지난해 두번째 안식년 발령을 앞두고선 전 신부에게 “(추기경이) 삼성 문제를 건드리지 말라고 했는데 왜 했느냐”는 힐책과 함께, 사제단 대표에서 물러나면 본당에 자리를 주겠다는 제의를 했다고 한다. 올해는 본당이 아닌 다른 선교공동체로 갈 것을 제안했다. 전 신부는 이를 모두 거부했고, 그 때문에 또 안식년을 명령받았다. 이런 조처가 교회법의 권위를 위한 것일 뿐 사제단의 활동을 무력화하고 교회의 사회참여를 막고자 하는 것이 아니길 빈다. 세상의 불의에 눈감고 입 닫도록 한다면 불의의 공범이 될 터이다. 불의를 외면하는 교회는 세상의 소금도, 그리스도의 몸도 될 수 없다.
고 김수환 추기경이 두루 사랑과 존경을 받은 것은, 추기경이라는 높은 자리 때문이 아니라 불의와 부정을 외면하지 않고 낮은 곳에서 사랑을 실천했던 그의 삶 때문이었다. 한국 천주교회가 단단하게 자리를 잡게 된 것도 권력과 한 몸뚱이가 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갈수록 심해지는 서울대교구의 폐쇄적 권위주의는 이제 세상의 근심이 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20100818수] 비자 발급만 늘린다고 중국인 관광객 오겠는가
정부는 이달부터 중국 대학교수나 부유층에게만 발급하던 복수 비자를 중국 500대 기업 임·직원으로 확대하고, 중국 정부가 정한 우수 대학 재학생에게는 재학 사실만 인정되면 비자를 발급해 주기로 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보다 쉽게 한국을 찾아오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2005년 71만명에서 작년에는 134만명으로 늘었다. 2009년 기준으로 일본인 관광객 305만명에 이어 두번째로 많고 미국인 관광객의 2배가 넘는다. 그러나 중국인 한국 관광객은 4700여만명으로 추산되는 중국 해외 관광객의 2.8%밖에 안 된다. 한국이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매력을 심어준다면 중국인 관광객을 얼마든지 더 유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한국에 온 중국인 단체 여행객은 1인당 1791달러를 썼다. 1267달러를 쓴 일본인 관광객보다 관광 수입 면에서 훨씬 더 중요한 고객집단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준비 부족으로 중국인 관광객을 다른 나라로 밀어내고 있다. 일본인·미국인 관광객이 고급 호텔을 독차지하는 바람에 중국인은 서울서 쇼핑을 하고 잠은 1시간 이상 떨어진 경기도 중소도시의 중저가 호텔에서 잔다. 중국말에 능통하고 한국의 문화와 역사 지식을 갖춘 중국어 관광 안내원은 300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 숫자로는 중국인 18만명 정도를 제대로 관광 안내할 수 있을 뿐이다. 안내원이 부족하다 보니 자격증 없는 중국동포나 화교들이 안내원으로 나서고, 이들이 "조선은 중국의 속국이었다"와 같은 황당한 설명을 하는 일도 많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드라마 '대장금'의 영향 등으로40.7%가 한국에 오면 한국음식을 맛보고 싶어 하지만, 돌아갈 때는 24%가 '먹을 게 없다'고 대답한다는 통계도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중국인을 서양인이나 일본인에 비해 우습게 여기는 한국인들의 태도에도 불만이 많다고 한다.
일본은 지난달부터 중국인 관광객 입국 비자 발급 조건과 절차를 간소화했다. 도쿄 나리타 공항에는 중국인 관광객 전담 안내 직원을 두었고, 나리타공항 근처에 2013년부터 중국 관광객을 위한 대형 쇼핑몰을 운영할 계획이다. 삿포로에는 중국인 전용 호텔까지 있다. 중국 부유층을 상대로 건강검진 관광, 암 치료 관광 같은 의료 관광에도 힘을 쏟고 있다. 놀고 먹으면서 국민 세금을 축만 내는 대통령 직속의 갖가지 위원회를 통합해 관광 산업 육성책이라도 내놓으라는 숙제를 주면 어떨까.
[서울신문 사설-20100818수] 저소득층 장학금 없애고 개천서 용나겠나
정부가 올 초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ICL)를 도입하면서 저소득층 자녀 2만여명에게 1000억원 규모의 장학금을 주기로 약속해 놓고 딴소리를 하고 있다. 정부는 이 제도 추진시 정치권이 반대하자 “장학금으로 저소득층의 이자 부담을 완화시키겠다.”고 설득해 관련 법을 통과시켰다. 그래놓고 최근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이 기획재정부에 “왜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느냐.”고 서면질의를 하자 “추경편성을 조건으로 장학금 지원에 동의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언제 장학금을 주겠다고 했냐.”는 말만 안 했을 뿐 입장이 확 바뀌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추경하면 된다.”며 슬그머니 국회에 공을 떠넘겼다.
문제는 장학금 지급은 국회가 나서지 않아도 정부 의지만 확고하다면 가능한데도 정부가 발을 빼는 데 있다. 교과부 산하 한국장학재단의 ICL 도입 관련 예산 3000억원을 전용해 장학금으로 써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다. 정부가 ‘친서민’ 한다면서 의욕적으로 도입한 ICL이 이자 부담으로 인기가 없어지면서 이 재단의 관련 예산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이 제도 도입 전에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지급하던 ‘학자금 대출 이자지원 예산’(지난해 1800억원)도 없애놓고, 그런 학생들에게 주겠다던 장학금도 안 주고 이래저래 예산을 ‘절감’하고 있는 셈이다.
“개천에서 용나게 하겠다.”며 서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 지 얼마나 됐다고 정작 서민들에게 절실한 예산에 이토록 인색한가. 친서민을 표방한 정부가 막상 친서민 교육정책에 어깃장을 놓는 셈이니, ‘무늬만 친서민’이라는 야당의 지적이 나올 법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공정한 사회’의 출발은 교육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려운 집안 자녀들의 신분 상승 기회는 사실상 교육밖에 없다. 이들에게 장학금을 주겠다는 약속은 지켜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818수] 대책없이 늘어만 가는 가계 빚 부담
가계의 빚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도 오히려 더 빌리도록 권유하는 정책이 쏟아져 후유증이 우려된다. 정부가 저소득층의 이자 부담을 경감시킨다는 차원에서 미소금융,햇살론,희망홀씨대출 등 각종 대출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빚에 대한 경각심을 약화시키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예금취급기관 개관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가계가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은 652조4500억원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전년 동기 대비 월 4.6~5.3%씩 빚이 늘어난 탓이다. 여기에 개인들이 외상매입 등의 형태로 지고 있는 부채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인 빚 부담은 이보다 훨씬 더 크다.
소득이 늘고 자산가격이 오르면 빚 부담은 큰 문제가 안될 수 있다. 하지만 가계 빚 규모가 줄어들 조짐이 없는데다 한은이 금리인상 쪽으로 정책 기조를 잡아가고 있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어제 서울파이낸셜포럼 주최 강연에서 "한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잠재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 같은 실물 경제상황에 비춰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는 매우 완화적인 상태"라고 말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리 상승의 부담은 특히 자산 소득이 거의 없는 저소득 계층에 가중될 수밖에 없다. 비단 저소득층이 아니더라도 늘어나는 빚은 가계의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지속적인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정부가 취약계층 배려를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서민대출의 필요성이 큰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 같은 정책으로 인해 빚은 하루빨리 갚아야 할 짐이라기보다는 일단 빌려놓는 게 유리하다는 잘못된 분위기까지 나타나는 부작용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금리가 상승기조로 접어든 상태에서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활 경우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결국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자체도 공기업도 부채를 줄이기 위해 사업구조조정에 한창이다. 가계도 예외일 수 없다. 소득대비 빚 부담이 무거운 계층일수록 이자가 높은 빚을 하루빨리 갚고 기존 채무도 더 늦기 전에 고정금리 대출로 바꾸는 등 빚 다이어트에 나서야 한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100818수] 포퓰리즘 경계론 들고 나온 전경련 싱크탱크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이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에 기반을 둔 재분배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서 한경연은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좌파적 대중영합주의의 영향력이 커졌다"면서 "좌파적 이념이 확산되면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는 재분배 정책이 대규모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런 보편적 복지 지향의 재분배 정책 확대는 "경제를 퇴보시킬 수 있다"며 포퓰리즘 확산에 대응하는 게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정책만이 시장의 역동성을 통한 혁신을 촉진해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후생 증대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인식을 퍼뜨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경연은 보고서가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를 분석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발표 시기를 감안할 때 본심은 정부가 강력히 추진 중인 친서민 정책에 대한 재계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7%를 웃돌 정도로 지표상으로는 경제 회복세가 뚜렷하지만 서민과 중소기업은 온기를 느끼지 못한 채 대기업이 성장 혜택을 독식하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한 게 사실이다. 정부의 최근 친서민 정책은 이런 상황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경제활력을 떨어뜨려가면서까지 대기업 때리기에 나선다면 대중 인기를 얻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한 채 대기업 경영만 제약하는 부작용을 빚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정부가 상생을 강조할 때면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나서 대기업을 압박했지만 반짝 효과에 그쳤을 뿐이다.
물론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수탈하는 식의 방식은 반드시 개선돼야 마땅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동반자 관계로 바꿔야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어디까지나 시장경제 논리의 틀 안에서 하는 게 중요하다. 이명박 대통령도 "자발적 상생이 중요하며 강제 상생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오는 26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대책을 내놓는다니 먼저 수평적 상행을 꾀하는 길을 제시하고 포퓰리즘을 비판하면 더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횡설수설/박성원(논설위원)-20100818수] 王씨 차관
민주당 박지원 비상대책위 대표는 1998년 김대중(DJ) 정부 출범 직후 초대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으로 출발해 문화관광부 장관, 정책기획수석, 정책특보, 비서실장 등 핵심 요직을 거쳤다. DJ의 변함없는 신임에 그는 ‘국민의 정부’ 시절 내내 화려한 길을 걸었으나 견제와 질시도 끊이지 않았다. 정책기획수석 시절엔 청와대 실세라는 의미에서 ‘왕(王)수석’이란 별명이 따라다녔다. DJ 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임명됐을 때는 “대통령 주변에 박지원 밖에 인물이 없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김영삼(YS) 정부 시절 이원종 정무수석도 ‘왕수석’ 소리를 들었다. YS는 차관급인 다른 수석들과 달리 이 수석을 장관급으로 예우할 만큼 각별한 신임을 표시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초대 민정수석을 거쳐 시민사회수석, 다시 민정수석, 비서실장까지 지낸 문재인 변호사가 ‘왕수석’으로 통했다. 실세들에 대한 외부의 비판이 나올 때마다 역대 대통령들은 “우리 정부엔 실세가 없다”며 반론을 폈지만 실세는 여전히 실세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16일 “언론에 왕(王) 차관 얘기가 나오더라. 내가 임명한 사람 중에 왕씨는 없는데…”라고 말했다. 박영준 지식경제부2차관(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을 두고 일부 언론이 ‘왕차관’이라고 호칭한데 대한 언급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른바 실세 차관을 그렇게 부르는가 보던데 나에게는 그런 실세는 없다. 나는 일 잘하는 사람을 좋아하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실세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임기초인 2008년 4월 2일 “청와대에는 실세가 없다. 누구든 열심히 뛰어주는 사람이 고마운 사람이다”라면서 몇몇 비서관의 이름을 거명했다. 박 전 비서관의 이름도 포함돼 있었다. DJ의 왕수석 격이었던 민주당 박지원 비대위 대표가 어제 이 대통령의 ‘왕차관 없다’는 말에 발끈해 “국민을 희롱하는 것이다. 국가원수로서 할 말이 아니다”고 직공(直攻)했다. 왕수석은 왕차관을 알아보는 법인가. MB 정부의 ‘왕 차관’은 친이(친 이명박)계 소장파 의원들에 의해 ‘권력 사유화’ 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가 겸허하게 몸을 낮추고 일로 승부해야만 ‘왕씨’ 호칭을 뗄 수 있을 것이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김남중(논설위원)-20100818수] 위기의 한의사
‘의관이 환자의 경혈(經穴)을 잡고 침을 놓는다. 그 순간 시침한 부위들이 피라미드나 삼각기둥 모양으로 서로 연결되면서 강력한 기(氣) 덩어리 같은 게 창출된다. 기 덩어리는 레이저빔처럼 아주 빠른 속도로 몸 여기저기에 부딪치며 질환 부위를 향해 내닫는다. 목표에 닿는 순간 기 덩어리는 불꽃처럼 산산이 터져버린다’. 고려시대의 의관 얘기를 그릴 지상파 드라마 ‘신의(神醫)’에 나올 한 장면이다. 대본 작업에 참여한 한의사의 뜻이 반영된 구상이란다. 침 맞은 환자의 경락(經絡)이 활성화되고 병이 낫는 원리를 컴퓨터그래픽(CG)을 이용해 사실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의도인지 싶다.
동양에선 경락과 경혈이 오랜 세월 의학과 양생(養生)의 토대였다. 2000년 전 중국 최고 의학서 『황제내경(黃帝內經)』도 경락의 전모를 소상히 담고 있다. 경락은 온몸의 기혈(氣血)을 운행하는 통로요, 경혈은 경락상의 주요 지점으로 침구(鍼灸)를 시술하는 자리다. 문제는 이 경락이 드라마 ‘신의’에서처럼 눈으로 볼 수 있는 게 아니란 점이다. 해부학에 바탕한 서양의학이 경락·경혈의 존재와 침구의 효과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는 것도 그래서다.
경락 이론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연구가 없는 건 아니다. 1960년대 북한 의학자 김봉한이 선두 연구자로 꼽힌다. 그는 토끼의 경혈에 방사성 동위원소 P32를 주입해 움직임을 추적한 결과 이동 통로가 경락과 일치한다는 걸 발견했다. 그 후 의미 있는 진전이 뒤따랐다. 서울대 소광섭 교수의 97년 쥐 실험이 대표적이다. 위와 췌장을 관장하는 경혈로 알려진 ‘중완혈(배꼽과 명치 가운데)’ 자리에 염료를 주입했더니 췌장 쪽으로 집중적으로 흘러갔다. 경락의 존재를 의미하는 결과라는 거다.
요즘 한의사들의 한숨이 깊다고 한다. 보약은 안 팔리고 한의사 수는 지난 10년 새 81%나 급증해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그렇다고 수천 년 계승돼 온 전통의학이 명맥을 잇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한의학이 살려면 한의사 수급 조절이나 정부 지원도 긴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의학의 이론적 토대를 강화해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한방 치료의 기본이 되는 경락의 존재와 효과를 입증해 온 것처럼 말이다. 예방·웰빙의학으로서의 기능을 살려 다이어트·피부·한방성형 같은 특화 분야를 개척하는 것도 방법일 터다. 편작이나 화타 같은 신의(神醫)가 지금이라고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택근(논설위원)-20100818수] 테레사 수녀 ‘어머니의 말’
우리와 함께 20세기를 살다간 성녀 테레사 수녀(1910~97)가 오는 26일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세계 모든 나라가 그를 추모하고 관련 서적들은 앞다퉈 위대한 생을 기리고 있다. 진정 가난한 사람들의 어머니였고, 선종해서는 세상의 빛이 되었다.
생전에 한국에도 찾아왔다. 수녀는 낡은 가방 하나만을 지닌 채 김포공항에 내렸다. 그런데 환영객들과 취재진의 북새통에 그만 가방을 잃어버렸다. 그에게는 하나뿐인 가방이었다. 사람들은 가방을 찾기 위해 다시 북새통을 일으켰다. 그리고 마침내 공항 쓰레기통에서 낡은 가방을 찾았다. 가방은 형편없이 해져 있었다. 아마 누군가 쓰레기인줄 알고 버렸을 것이다. 그 속에는 성경과 묵주만이 들어 있었다. 넝마처럼 낡은 가방, 그것이 그분의 삶이었다. 낡고 해진 곳으로 내려가 섬겨서 섬김을 받았다.
테레사 수녀가 하늘로 떠난 한참 후에 미공개 편지가 공개됐다. 편지에는 ‘신의 존재’ 여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했음이 드러났다. “주께서 제 안에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둠, 냉담, 공허의 현실이 너무도 커서 제 영혼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신이 없다면 영혼도 없고, 영혼이 없다면 예수님 당신도 진실이 아닙니다.” 그러자 논쟁이 벌어졌다. 무신론자인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테레사 수녀도 종교가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조롱했다.
속기(俗氣)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던 테레사 수녀에게 내적 갈등이 있음은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치열하게 자신과 싸운 사람만이 진정 평화스러운 미소를 지닐 수 있다. 자신의 내부에 신이 없음을 고백한 것은 간절하게 신을 찾음일 것이다. “미소는 모든 것을 감추는 가면이거나 외투”라고 말한 것은 끊임없이 자신을 깨우며 겸손하자는 다짐이었을 것이다.
테레사 수녀는 인생이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과 같은 것이라 했다. 그리고 “나는 결코 대중을 구원하려 하지 않았다. 나는 한번에 한 사람씩만 껴안을 수 있다”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우리 모두 어차피 단 한번 지구촌에 내려 잠시 머물다 떠난다. 거창한 구호가 작은 것들을 죽이고, 대의를 명분으로 작은 행복을 짓밟는 야만의 우리 시대에 ‘어머니의 말’이 새삼 그립다.
[서울경제신문 칼럼-특파원 칼럼/이병관(베이징특파원)-20100818수] 한국 외교의 자승자박
최근 한국의 국회의원들 몇몇이 베이징에 와 중국의 자칭린 정협 주석과 왕자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면담했다. 의원 방문은 매년 이뤄지는 한중 간 의회 교류 활성화와 친선 도모를 위한 자리지만 이번에는 중국 측의 한미 서해훈련에 대한 경고의 장이 됐다. 왕 부장은 "한국이 미국과 서해훈련을 강행할 경우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와중에 미국은 이란 핵개발 의혹에 따른 이란 독자 제재 방안을 추진하면서 맹방인 한국도 스스로 독자적인 제재안을 시행할 것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취임 초기부터는 물론이고 특히 천안함 사태 이후 미국과 찰떡 공조를 취해왔던 한국 정부로서는 '이란 제재에 동참해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뿌리칠 수 없는 쪽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란 정부는 한국이 제재에 나설 경우 한국 제품에 대한 초고율 관세 등 강력한 경제 제재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1970년대부터 한국과 이란 양국의 수도에 각각 테헤란로와 서울로를 만들어 친교를 다져왔고 이란을 위시해 중동에서 석유의 80%를 수입하는 한국으로서는 이란과의 경제단절이 심각한 경제 후유증을 낳을 것이 자명해 보인다.
약소국 입장에서 초강대국인 미국의 글로벌 핵 억제 정책과 미중 간 동아시아 패권 다툼에 끼여 선택을 강요당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동아시아의 지정학 구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균형 감각을 상실함으로써 샌드위치 신세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
논리적으로만 따진다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자국의 영해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하는데 대해 중국이 간섭하는 것은 맞지 않다. 그럼에도 중국이 강하게 경고하고 성토하는 것은 한국정부가 취임 초기부터 보여준 대북 고립 압박, 한미동맹 강화책에 불쾌감이 있었고 그것이 미중 간 동아시아 패권 다툼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곱씹어봐야 한다.
중국은 한미동맹을 냉전의 산물로 보고 있고 아시아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 확장하기 위한 도구로 인식하고 있다. 천안함 사태에 따른 미국 항모의 서해 군사훈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은 무엇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도움이 되는지 기준을 세우고 미국과 중국 사이의 외교 관계를 지혜롭게 설정해나갈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궤적을 보노라면 남북관계는 악화일로고 미중 대립으로 한반도의 통일로 다가가기 위한 6자회담 재개 여부는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을 맞아 통일세 도입을 꺼내들었다. 통일세 도입이 한낱 정치 선전 도구로 그치지 않고 한반도 통일을 위한 대북정책의 진지한 성찰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첫댓글 테레사 수녀는 인생이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과 같은 것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