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광해, 왕이 된 남자 >
놀라운 흥행속도로 500만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는 <광해, 왕이 된 남자>!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의 안정적인 연기는 물론 장광, 김인권, 심은경 등의 조연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 역시 빛을 발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극장가로 불러 들이고 있습니다.
시대의 폭군, 혹은 비운의 군주. 한 명의 왕, 역사가 기억하는 두 개의 얼굴. 당대와 후대의 평가가 극단으로 나뉘는 조선의 15대 왕 '광해'. 도처에 깔린 암살과 역모의 위협은 그를 폭군으로 만들었으나 비사에 따르면 왕으로 불렸던 15년 중, 15일간 그는 전에 없던 성군이었다. 궁 내 가장 아랫사람들의 안위까지 두루 살피고 백성 스스로 노비가 되고 기생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세에 개탄했으며 왕위를 지키기보다, 민생을 염려하는 조선이 꿈꿔온 왕이었다. 하지만 광해군 8년, 2월 28일. 광해군 일기에는 이러한 글귀가 남아있다. "숨겨야 할 일들은 기록에 남기지 말라 이르다." 그리고 조선왕조실록에서 광해군 15일간의 행적은 영원히 사라졌다. < 광해, 왕이 된 남자 > 예고편 中...
<광해, 왕이 된 남자>의 배경은 조선시대로 광해군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광해군 8년, 암살과 역모의 위협에 시달리던 광해군은 비밀리에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을 찾아오라는 명을 내립니다. 그 사람을 허수아비로 내세워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려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렵사리 이야기꾼으로 생계를 이어가는용안을 똑닮은 하선을 찾게 됩니다.
그렇게 발탁된 하선은, 처음에는 광해가 자리를 비울 때 몇시간 정도만 허수아비 노릇을 하고 돈을 지급받곤 합니다. 그렇지만 갑작스레 광해를 대신해서 왕 역할을 하라는 부탁 아닌 부탁을 받게 됩니다. 결국 말투와 걸음걸이 등 광해의 모든 것들을 재현해내야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고, 그로 인해 여러가지 사건들이 벌어지게 됩니다.
하선은 원래 기방의 취객들 사이에서 걸쭉한 입담을 뽐내던 이야기꾼이었습니다. 사람들을 재미있게 해주기 위해 왕을 소재로 한 야한 농담도 서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광경을 지켜보던 도부장에 의해 관아에 끌려가서 곤장을 맞게 됩니다. 왕을 농락했다는 죄명을 얻은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만약 하선이 2012년에 그런 일을 했다면 과연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요?
2. 왕을 소재로 한 음담패설 명예훼손죄일까? 모욕죄일까?
1) 명예훼손죄
- 공연성
명예훼손죄의 성립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연성'입니다. 판례에 의하면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공연성을 가장 중요시 여기는 이유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명예훼손죄란 사람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누군가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도록 하여 명예가 훼손되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또한 이를 통해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되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살펴보자면, 하선의 경우 일단 공연성은 충족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에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 구체성
그 다음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은 적시된 사실이 그 사람의 사회적 평가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을만한 것인지입니다. 판례에 따르면 명예훼손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띠어야 한다"고 합니다. 즉,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등을 확실하게 적시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선의 경우, 특정인에 관한 것이기는 했으나 언제 어디서 등이 구체화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하선의 만담으로 인해 왕의 사회적 가치 및 평가가 침해될 여지가 있다고 보여지지 않기 때문에 명예훼손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명예훼손죄의 경우 310조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받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310조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한 행위가 '진실한 사실에 관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행위가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이루어졌어야 합니다. 판례의 경우 여기서의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의미는 일부 다른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주된 동기가 공공의 이익이라면 그 성립을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즉, 이 두가지 요건을 충족한다면, 307조의 공연성과 구체성을 충족하더라도 처벌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2) 모욕죄
모욕죄는 형법 311조에 규정되어 있으며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를 처벌하는 조문입니다. 명예훼손죄처럼 공연성을 요하고 있지만 몇가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먼저 모욕죄는 명예훼손죄와는 달리 구체성을 띨 필요가 없습니다. 즉, 공연히 적시된 사실이 구체적이지 않더라도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하는 감정을 표현했다면 모욕죄가 성립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판례는 '저 망할 년', '애꾸눈 병신' 등의 발언에 대해 모욕죄의 성립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모욕죄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피해자 또는 기타 고소권자의 고소가 필수적입니다. 반의사불벌죄인 명예훼손죄와 달리, 모욕죄는 친고죄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모욕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전제되어야 수사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하선의 경우, 음담패설의 주인공을 왕으로 삼은 것일 뿐이며 왕에 대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하는 감정을 표현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욕죄 역시 성립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모욕죄가 친고죄라는 점을 고려해봤을때 하선이 처벌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는 왕이라면 자신의 백성을 고소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cf) 반의사불벌죄 :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죄.
3. 마치며
하루아침에 만담꾼에서 왕이 되버린 하선! 처음에는 허균이 시키는 대로 말하고 행동했지만, 점점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자신만의 스타일로 왕 역할을 하기 시작합니다. 백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했으며, 명에게 맞서 싸웠던 유일한 조선의 왕인 광해의 모습이 바로 하선의 모습인 것이죠. 그렇지만 진짜 왕인 광해가 의식을 찾게 되면서 하선은 위기에 처하게 된답니다.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력에 각종 웃음포인트가 곁들어져서 유쾌하게 볼 수 있는 <광해, 왕이 된 남자>. 한편으로는 대선을 앞둔 이 시점에서 지도자의 역할 및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광해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영화관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이미지 출처 : <광해, 왕이 된 남자> 공식 홈페이지 newking2012.interest.me
- 제 8기 대검찰청 블로그 기자단 최지혜 - |
출처: 검토리가 본 검찰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검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