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에 나열되어 있는 근조화환
장례식장에 들어 설 때 근조화환이 하나도 없으면 왠지 쓸쓸해 보이고 많으면 고인이나 상주의 부와 명예가 높아 보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이를 이용해서 마지막 가는 길까지 양심을 팔아 이득을 챙기는 화원 업자들 때문에 유족들은 억울해 하면서 발끈하고 있다. 특히 근조화환을 보내는 조문객 입장에서도 이 사실을 알면 불쾌한 것은 물론 유족들에게도 미안한 마음 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근조화환의 재탕, 삼탕으로 판매하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왔지만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아 피해는 고스란히 유족과 진심으로 위로하는 의미로 보내는 조문객에게 돌아간다. 조문객 김 모씨는 “재탕된 화환인 걸 알았으면 안 샀죠. 마지막 가시는 길에 누가 남이 쓰던 걸 올립니까.”하며 속았다는 생각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실제로 장례식장 앞에 놓인 근조화환을 장례식이 마치면 싣고 가기 위해 항시 대시하고 있을 정도다. 실고 간 근조화환은 시든 꽃만 버리고 나머지는 새 꽃과 함께 새로운 화환으로 만들어진다. 화환업자에 따르면 “대부분 화원에서 조금씩 재활용하고 있다. 안 사용한다고 못 본다.”며 재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화환협회 측 주장에 따르면 대전에서만 연간 8만 4천 개의 화환이 유통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에서 절반은 두세 번씩 재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 꽃으로 제작하면 원가가 5만원인데 재활용하면 절반인 2만 5천원이면 화환 제작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화원업자들은 새 꽃으로 화환을 제작하면 순이익은 10만원의 화환을 판매할 경우 3~4000원 밖에 되지 않아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고 있다. 장례식장 등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3단 화환의 경우 개당 10~12만 원에 거래되는데 순 제작비를 따져보면 꽃값이 7만 원, 리본 7000원, 꽃대 5000원, 운송비 1만5000원으로 총 9만7000원 정도다.
이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절화협회와 한국화원협회 측은 화환에 제작일자와 제작자, 공급처, 화환 소유주 등의 정보를 담은 라벨을 부착해 재사용을 막는 '화환 실명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강제 규범성이 없어 얼마만큼의 실용성을 거둘지 의문시 되고 있다.
유족과 소비자들은 이런 대책에도 불구하고 믿을 수 없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풀지 않고 있다. 모 장례식장에 있던 한 상주는 “아무리 재활용이 좋다고 해도 그건 도리 상 잘못된 것이다. 고인이 마지막으로 가는 길인데 재활용 꽃으로 근조화환을 만든다는 것은 매우 불쾌하다.”며 말했다.
이건 분명 잘못된 관행이자 빨리 고쳐져야 할 일이다. 아무리 순이익이 얼마 남지 않는다 해도 고인에게 바치는 마지막 꽃을 재활용한다는 자체가 양심을 저버리는 일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상조뉴스 김평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