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인 목사
거기 대로가 있어
이사야 35:1-10 성탄절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무도 묻지 않는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제가 좀 짓궂은 면이 있어서 드리는 질문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성탄절을 맞이하여 정말 나는 기쁜가? 그저 어린 아이들은 선물 받을 생각, 젊은 청년들은 어울려 놀 생각에 좋아할 뿐 대부분의 어른들은 무덤덤하거나 돈들 생각에 오히려 걱정이 들 것입니다. 그러나 그래도 괜찮습니다.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크리스마스에서 예수님은 그저 그림의 한 부분을 장식하는 존재로 남아 있지나 않나 하는 것입니다. 바츨라프 하벨이라는 체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프란쯔 카프카의 전통에 따라 부조리 연극을 쓰는 희곡 작가입니다. 그가 활동하던 당시는 공산 치하. 풍자와 비판과 고발을 다룬 그의 작품이나 책들은 당연히 금서로 묶여 있었고, ‘체제 전복 기도 및 폭도 선동’이라는 죄목으로 수감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공산치하에서의 그의 비전과 꿈은 그저 가련한 환상에 불과했습니다. 마치 “광야와 메마른 땅이 기뻐하며 사막이 백합화 같이 피어 즐거워하며 무성하게 피어 기쁜 노래로 즐거워하리라” 는 오늘의 본문 말씀이 공허하게 들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던 중 동유럽에서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1989년 체코슬로바키아가 자유로운 국가가 되자 국민들은 바츨라프 하벨을 대통령으로 선출하였습니다. 극작가요 예술가인 그가 그 피폐할 대로 피폐해진 나라, 확연히 다른 체코와 슬로바키아 두 민족이 공존하는 복잡한 나라를 잘 이끌 수 있을까? 네, 그는 잘했습니다. 그 어떤 지도자들보다 잘 했습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과는 달리 하벨은 정치인으로서 정직할 것을 고집했습니다. 주말이면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누가 어떤 질문을 하든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대답했고, 밤이면 청바지 차림으로 거리의 음식점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나와 마주치는 서민들과 솔직하게 토론하였습니다. 1990년 신년 기자 회견 중 연설에서, 현재 체코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운 실정과 앞으로의 미래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을 말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오랜 공산 통치의 결과 국민들 간의 깊고 깊은 불신에 대해서 우려하였습니다. 그러나 연설 말미에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시이저가 아니라 예수님입니다.” 그리고 이 암담한 상황을 타개할 희망의 원천을 하나님과 연관 시킬 수 있는 인간의 영적 능력이라고 말하면서,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입니다. 그럼에도 항상 유럽의 영적 교차로 역할을 해왔습니다. 우리가 이 교차로 역할을 다시 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시이저가 아니라 예수님입니다.”, “영적 교차로 역할”, 체코가 어느 나라보다 영적으로 성숙하여 그 힘이 사방으로 퍼져나가게 하자는 제안입니다. 정치가의 제안으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또 다른 환상처럼 보이는 제안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이사야 선지자는 이런 말을 합니다. “거기 대로大路가 있어 그 길을 거룩한 길이라 일컫는 바 되리니”(이사야 36:8) 거룩한 길이라 불리는 대로가 있다고 합니다. 그 길은 사자나 사나운 짐승이 없는 안전한 길, 그 길은 깨끗지 못한 자나 우매한 사람들은 가지 못하는 길이라고 말합니다. 우리 모두 수많은 길을 지나왔습니다. 험난한 인생길입니다. 그 길을 가는 동안 도처에 예상치 못한 유혹과 위험이 뛰쳐나와 발걸음을 막았습니다. 목숨이 오락가락 하기도 하였습니다. 잠시 한눈이라도 팔거나 게으름을 부리면 낙오하는 길입니다. 윗사람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며 자신을 접고 아부하고 빌어야 갈 수 있는 길입니다. 또한 수많은 갈래 길들이 있어 어디로 가야 할이지 몰라 머뭇거릴 때도 있었고, 길을 잘못 들어 낭패를 보기도 하였습니다. 때로는 이 길로 가야 한다고 윽박지르는 지도자들을 만나 숨죽이며 조심조심 가기도 하였고, 안가겠다는 사람들이 죽고 다치는 것도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 거룩한 길은 이 땅에는 없는 공허한 환상이라고, 또 특정한 종교적이고 경건한 사람들만이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공허한 환상일까요? 예전에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프로가 있었는데, 개그 작가 신상훈이라는 사람이 만든 프로입니다. 현재 신상훈 씨는 대학교수가 되었습니다. 개그 작가에서 대학교수가 된 사연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비행기를 탔는데 자기 자리에 어느 젊은 여자가 이미 앉아 있었습니다. 좌석이 이중으로 판매된 것입니다. 황당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승무원을 불러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야 좋지요. 저 분만 괜찮다면 저 분 무릎 위에 앉아서 가겠습니다.” 그 말에 예쁜 승무원은 신상훈 씨를 비즈니스 클래스로 좌석을 옮겨주었습니다. 편하게 가게 된 것입니다. 만약 거기서 그가 화를 냈다면 그 여자 분을 비즈니스 클래스로 옮겨주었을 것입니다. 좋은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넓고 편한 자리로 옮겼는데, 옆 자리는 우리나라 유명대학 총장이 앉아 있었습니다. 한국으로 가는 내내 그 양반을 웃겼습니다. 저질 개그가 아닌, 철학적이고도 수준 높은 유머로 웃겼습니다. 그 총장이 신입생 특강에 강사로 초청하였습니다. 대히트를 쳤습니다. 다음으로는 교수 특강에 초청되었고, 여기저기 불려 다니다가 아예 강의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신상훈 씨는 남을 행복하게 만드는 “웃음의 대로”를 꾸준히 열심히 가서 성공하였습니다. 가되, 대로를 가야 합니다. 어떤 이들은 엉뚱한 길을 정말 열심히 갑니다. 가면 갈수록 그 삶은 자꾸 꼬이기만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태초부터 대로를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에덴 동산입니다. 에덴은 ‘행복, 생명, 기쁨’이라는 뜻입니다. 누구나 기쁘고 행복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기쁨과 행복은 추구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열어 놓으신 그 길을 가는 과정,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이웃에게 기쁨과 사랑을 베푸는 사람들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이사야 선지자가 말하는 그 大路는 욕망을 억제하고 자신을 버리며 가는 고행길이 절대로 아닙니다. 또한 종교적인 경건한, 특정의 사람들만이 가는 길이 아닙니다. 천상의 세계를 수시로 드나들었다는 스베덴 보리가 고행과 절제를 평생 동안 행했던 종교인을 만났습니다. 그는 끝내 지옥에 갔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모두 지옥에 간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 길만이 절대로 옳은 길, 나는 그 길을 가는, 누구보다도 올곧은 최고의 종교인이요 스승이요 바른 사람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으므로 지옥으로 간 것입니다. “거기 대로가 있어, 오직 구속함을 입은 자들을 위하여 있게 된 것이라.”(사 36:8) 하나님께서 열어놓은 대로는, 그 어떤 잘못과 죄도 용서되는 길입니다. 나는 정말 잘못했으며, 내가 아무리 잘 해도 최고일 수는 없다는 겸손한 마음, 하나님께 돌아가면 한없는 용서가 있음을 알고, 또 늘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열심히 사는 사람, 그 길을 열어 주시고 보고 또 가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리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구속함을 입은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그 길은 어디로 가야할지 아는 길입니다. 잘못 들어섰어도 언제나 다시 바른 길을 찾을 수 있는 길입니다. 그 이정표는 바로 성경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그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우매한 사람”이라고 부르며, 그 사람은 그 길을 볼 수도 갈 수도 없습니다. 그 대로를 알려주시고 그 대로를 어떻게 가는지 알려주시기 위해서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셨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분야에서 일하십니까? 경제 정치 예술 종교 문화 교육? 모든 분야마다 하나님의 대로는 있습니다. “그 때에 소경의 눈이 밝을 것이며 귀머거리의 귀가 열릴 것이며” 주님과 함께 그 대로를 가기로 결심한 사람들에게 하신 하나님의 약속입니다. 그 길을 가는 중에 영감을 주십니다. 난관을 타개할 아이디어와 지혜를 주십니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이웃을 돕고 그대는 행복하라고 모든 것을 주십니다. “광야와 메마른 땅이 기뻐하며 사막이 백합화 같이 피어 즐거워하며 그것들이 여호와의 영광 곧 우리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보리로다.” 그 대로를 걷는 사람들에게 하신 전능하신 내 아버지 하나님의 약속입니다. “너희는 약한 손을 강하게 하여주며 떨리는 무릎을 굳게 하여주며” 우리가 여기에 모인 이유입니다. 예수님께서 가신 그 길을 서로 격려하며 서로 일으켜주고 굳게 하기 위해 여기에 모였습니다. 그 길을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신 예수님을 찬양합니다. 그 길을 서로 격려하며 가십시다. ‘여호와의 속량함을 얻은 자들’이 되시기를, 그래서 진정으로 성탄절을 기뻐하며, 영영한 희락과 기쁨과 즐거움을 얻어 노래하며 베풀며 사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신사동교회 여정숙 권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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