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장터 [동락점빵 이동장터 이야기] 3월 7일 운행기록

[與民同樂 머슴]

3월의 두번째 이동장터입니다.

이번주로 조합원 간담회가 모두 끝난 뒤로 첫 시작입니다. 첫 시작에 초포에 어르신께서 회관 식사 준비하신다며, 고기 석근을 주문해주셨습니다.

영광읍내 곳곳을 다니며 질 좋은 고기, 조금 더 싼 고기 찾아다니며 좋은 고기 찾아 어르신께 드릴 준비합니다.

동락점빵에서는 사전에 미리 주문전화를 주신다면 이동장터 차량에 실어 배달을 함께 해드리고 있습니다.

9시 15분,

오늘도 집앞에 서 계시는 어머님. 늘 사시던 잎새주 댓병 2개와 두부 한 모 사십니다.

"낳았다며? 이거 애기 옷 한 벌 사입혀~"

말씀드린적이 있었나 싶었는데, 어느덧 동네에 소문이 났던것인지, 갑작스럽게 받은 마음에 아침부터 기분좋아졌습니다. 그저 동네 장사꾼으로만 치부하시던 분들도 계시지만, 같이 사는 동네 주민으로 함께 봐주시고 경사까지 함께 해주시니 더 잘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시 30분,

"지난 주 왜 안왔어?" 어르신께서 그러십니다.

지난주에 분명히 방문했고, 문이 잠겨있어서 어디가셨는줄 알았다고 말씀드리니, 안왔다고만 하십니다. 어르신 댁은 늘 열려있고 문이 잠겨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집안으로도 찾아가서 어르신 주무시고 계시면 여쭙고 물건 드리고 오곤 합니다. 어르신은 알겠다고 하시며 필요하신 물건 사고 다음주에 또 보자고 하십니다. 지난번에도 같은 말씀을 하셨는데, 어르신의 기억력에 문제가 생긴건 아닌지 걱정을 해봅니다.

9시 45분,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불가리스 2줄 사시는 어르신.

"어째 아랫집이 안올라오네? " 늘 아랫집 어르신과 함께 계셨었습니다. 어르신께 물건드리고 내려가는길, 아니나 다를까 바로 나오셔서 어르신도 불가리스 한 줄 사십니다.

"지난번에 산거 아직 조금 남아있으니깐, 1줄만 줘~"

두 어르신의 원활한 쾌변활동이 잘 되시길 조용히 응원해드렸습니다. :D

10시 15분,

어르신께서 밭을 정리하고 계셨습니다. 고추를 다시 준비하신다고 합니다. 지금은 고추 모종을 심을 준비를 할 시기입니다. 점빵 차를 보고 반찬거리 사시곤 들어가십니다. 어르신의 배우자되시는 어르신께서는

"자동차에서 코드 꼽는거 봤어?" 하십니다.

어르신 차 트렁크 뒤에 설치 된걸 보여주시곤, 전기를 쓸 수 있다며 자랑을 하십니다. 어르신께서는 과거 노래방 기계 임대 사업을 했던지라, 이런 작업하는 것이 금방 하신다고 합니다. 자동차에 설치된 전기 코드에 전기톱을 꼽고 시범 운영을 보여주시는 어르신.

"어? 왜 안되??" 당황하시더니,

"이거 퓨즈가 또 나갔네. 세개 껴야겠어." 하십니다. 그 사이 저는 어르신께 인사드리고 출발합니다.

10시 20분,

한 아버님께서는 방송 설명 좀 해달라고 다급히 오셨습니다. 자녀분이 장애가 있는데, 이 정보에 대한 집착이 매우 높다보니 그 때 해결을 하지 않으면 행동이 점점 과격해진다고 합니다. 자녀분과는 몇번 인사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번의 요지는 '코다리'가 '사다리'로 들린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를 설명해달라는 것이었지요. 집 마루에서 아버님, 저, 자녀분 셋이서 방송을 차분히 듣고 정보를 확인해주었습니다.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는지 인사하고 헤어질 수 있었습니다. 아버님은 장사하는데 미안하다며 계속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이 자녀가 외부인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언제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더 많이 들었습니다. 시간적 여건이 된다면 5분이라도 자녀와 이런식으로라도 대화를 좀 더 해보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10시 40분,

어르신께서 주간보호에 안오시고, 버스 정류장에 계신 모습을 봬었습니다.

"엉~ 나 약 좀 타갖고 올려고~ 우유랑 요구르트 있는가?" 마음이 여러가지로 교차를 했습니다. 오셔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다시 홀로 지내신다고 하시니 무엇인가 일이 있으셨겠구나 싶었습니다. 어르신 집 앞에 물건두고 인사드리며 나왔습니다.

그 사이, 연암리 새로 이장되신 분을 만났습니다. 나이는 35살 매우 젊은 이장으로 연암리에 많은 힘이 되리라 생각해봅니다. 어르신들께서 필요한 도움을 많이 주실 수 있는 분으로 지내시길 바래봅니다.

11시 10분,

회관에가니 오랜만에 보는 어르신이 계셨습니다. 병원에 입원하신지 1달만에 뵀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쓸개에 염증이 있어서 배가 아팠나벼~" 하시며 당분간 식사 조절을 하신다고 합니다.

고령의 어르신들은 병원에 입원하게되면 더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 걱정이 많이 되곤합니다. 돌아오셨다는것은 건강이 다시 회복이 되었다는 의미라, 매우 좋은 소식이었습니다.

11시 30분,

시정에 차를 대고 있었습니다. 어르신께서 점빵차를 바라보셔서 무슨일인지 싶어 다가갔습니다.

어르신 집 앞에 작은 텃밭이 있는데, 그 위로 큰 나무가 드리워서 여름에 작물들이 햇볕을 잘 못본다고 하십니다. 어르신께서는 스스로 해결하시려고 고춧대에 톱을 묶어서 자르려고 하였으나 나무가 탄성이 있어서 이것도 어려웠다고 하십니다.

어르신 말씀 듣자마자 바로 나무타고 올라가서 어르신께서 자르고자 하셨던 나뭇가지 3개를 잘라드렸습니다. 어르신께선 고맙다며 집안으로 초대해주시곤 두유 한개 주십니다. 평소에 한 번 도 보지 못한 어르신의 집안, 곳곳에 자녀들의 손길이 느껴짐이 보였습니다.

집안 곳곳에 많이 있는 화분들, 그리고 어르신이 애정하는 꽃들 등을 보며 어르신의 취미생활도 함께 엿볼 수 있었습니다.

11시 40분,

물건 놓으러 갈 때마다 그렇게 짖던 강아지들. 몇번 만져주고 이뻐해주니 늘 반겨줍니다.

강아지들도 반겨주는 동락점빵입니다.

11시 50분,

"아이고 우리 선상님 오셨어요~, 항시 이렇게 들여다봐줘서 고마워요~~" 하시는 어르신.

만날 때마다 아기들 근황 여쭤봐주십니다.

"이번에 낳으면 무조건 아들일텐데, 셋은 낳아야지~~ 젊었을 땐 아기 없어도 잘 모르는데, 나중에 우리같이 노인네가 되면 자녀들이 꼭 필요해~" 하십니다.

항상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늘 말씀해주시는 어르신들. 가끔은 반복적이고 지루하다고 느낄때도 있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모두 다 삶에서 빗대어 나온 이야기들임은 분명합니다. 흘려 듣지 말아야함을 늘 염두합니다.

13시 30분,

밭에 풀을 메고 계시는 어르신.

"아 글쌔, 우리 밭에 작년에 배추가 이따만치 컸는데, 어찌이렇게 풀이 많이 나는지 모르겠어." 하십니다.

이번엔 약을 해서 없애야겠다는 어르신. 작은 밭이라도 풀메는 일은 보통이 아닙니다. 어르신 고생하셨을것 같아 오전에 받은 베지밀 드렸습니다.

어르신 앞치마에 넣어드리며, 무리하지말고 일하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13시 45분,

정말 농사의 시작인가봅니다. 이곳어르신도 집 마당 옆에 있는 작은 밭을 메고 계셨습니다. 이쯤되면 어르신들의 신체리듬은 절기와 같이 흘러간다고 생각해야하나 싶기도 합니다.

14시,

아침에 챙겨온 고기를 드리러 방문하였습니다. 8명 정도 모여있는 회관

"우리가 아침에 일자리 하느라 모여있지, 안그럼 모여있지도 못해~" 하십니다. 동네에서 가장 막내라는 회장님. 그래서 이번 식사 준비도 회장님이 전화해서 주문하고 준비하셨다고 합니다. 작년에도 이곳 회관은 모이기가 어려워 프로그램 하기가 어려웠는데, 올해는 하게 된다면 식사시간 이후 오후 시간에 해야함을 어르신들께서 이야기해주십니다. 이를 참고해서 프로그램 기획에 활용해야겠다 싶습니다.

14시 40분,

간담회 이후 회관에서 구매해주시고하는 곳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이곳에서도 회관 부식 재료를 구매하시고자 하셨습니다. 고기를 주문할까하던 어르신.

"에이 뭘 고기여, 먹도 안혀~! 코다리 같은거 사서 찌고 하면 되지~" 하십니다.

어르신께서는 사실려다 다른 어르신들 말씀듣고 잠시 미룹니다. 그러곤 일단 담주에 한 번 더 사자고 말씀하십니다. 점빵차 올 때마다 구입해주시려는 어르신의 마음이 감사했습니다.

14시 45분

늘 계시던 어르신이 안계셔서 집으로 올라가봤습니다. 소리 듣자 저 멀리 하우스에서 오시는 어르신. 집 마당에는 사골국이 큰 아궁이에 끓여지고 있었습니다. 자식들 손주들 먹이실거라며 벌써 3일째 끓이고 있다고 하십니다. 냄새, 색만 봐도 보양식 그 자체입니다. 이것이 어머니이자 할머님의 사랑이겠지요.

14시 50분,

평상시 늘 불키고 앉아 계셨는데, 오늘은 불도 끄고 누워계셨습니다. 알고 보니 백내장 수술을 하기 위한 검사로 어제 종일 검사하고 오셔서 피곤한 상태라고 하십니다. 그래도 손님왔다고 앉으시려고 하시는 어르신. 누워도 괜찮다고 말씀드리며 어르신 수술일정 체크하고 왔습니다.

요즘들어 동네에서 백내장 수술하는 어르신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작년까지만해도 이렇게 잘 안보였었는데, 어쩌면 제가 그간 동네로 더 깊숙히 들어가서 활동을 하지 못했던것은 아니었는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15시,

이곳에 계신 어르신들도 회관에서 필요하신 물건들을 구매해주셨습니다. 어르신들에게 믹스 커피는 필수 품목중에 하나입니다. 당을 보충할 수 있고 수다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구실이기에 커피는 필수입니다. 어르신들에게 믹스커피를 조금 더 싸게 드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겠다 싶습니다.

15시 30분,

회관에 들리니 이곳에서도 최근 주간보호 가셨다가 다시 돌아오신 어르신이 계셨습니다.

"아이구... 우리 선생님... 우리 손주 왔어?"

늘 손주라고 말씀해주시던 어르신이 이젠 우리 선생님이라고 까지 말씀해주셨을 때 뭔가 죄송한 마음이 컸습니다. 그안의 삶이 불편하셨구나, 내가 너무 추천한건 아니었는지..그런 생각들이 많이 들었습니다.

"여기 우리 동네 사람들이 나를 많이 불러~ 여기가 좋아~"

어르신 계신곳, 어르신 맘 편하신 곳이 최고임을 다시 말씀드리며, 더 자주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느날은 더 더웠다가 어느날은 더 추웠다가. 내일은 더 추울거라고 합니다. 그 추운날에도 어르신들은 동락점빵을 기다리고 계시겠지요. 내일도 무탈한 이동장터가 진행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