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문]
우물 안 개구리는 바다를 의심하고 여름 벌레는 얼음을 의심하니, 이는 식견이
좁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의 군자라고 하는 이들 역시 조금 이상하다 싶은 자연의 이치나 현상에 대해 듣기라도 하면 믿지 않고 말하기를,
“세상에 어찌 그런 이치가 있겠는가.” 라고 하는데, 이는 천지가 크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천지 안에는 없는 것이 없는데 자기 식견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여 일체 없는 것으로 치부해 버리고 마니, 얼마나 식견이 고루한가. 옛날 위 문제(魏文帝 조비(曹丕))가
『전론(典論)』을 지을 때, 처음에는 화완포(火浣布)가 없다고 했다가 나중에 그 잘못을 깨닫고는 다시 바로잡았다. 위 문제처럼 박학한 사람도
오히려 이런 실수가 있었는데, 하물며 후대 사람들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성인께서 많이 들으려 하시면서, 의심스러운 것은 그대로 놔
둔 채 전하는 것을 귀하게 여긴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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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완포(火浣布)는 불에 타지 않는 직물, 즉 석면포(石綿布)라고 하는데 화완포에 관한 이런저런 전설이 많은 것으로 보면 그 실체가 무엇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수신기(搜神記)』에는, “곤륜(崑崙)에 화염이 타오르는 산이 있다. 그 산 위에는 조수와 초목들이 모두 화염 속에서 사는
까닭에 화완포가 생산된다. 위(魏)나라 초에 사람들이 화완포의 유무에 대해 의심하자, 위 문제는 『전론』에서 그런 이치는 없다고 하였다. 아들
명제(明帝)가 즉위하여 『전론』의 내용을 돌에 새겨 묘문(廟門) 밖에 세웠는데, 마침 서역의 사신이 이르러 화완포를 공물로 바쳤다. 이에 명제는
돌에 새겼던 글을 지워버렸고, 이 일은 천하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하였다.
[원문]
余家貧無馬, 或借而乘之. 得駑井蛙疑海, 夏蟲疑氷, 所見之局也. 然世之君子, 每聞物理事變稍涉異常者,
輒斥之不信曰“世豈有此理”, 不知天地大矣. 無物不有, 今以己見所未達, 而一切誣之爲無, 何其陋也? 昔魏文帝作典論, 初謂無火浣布, 後知其誤刊正之.
以魏文之博學, 猶有此誤, 況後人乎? 聖人之欲多聞而貴傳疑, 其以是夫! - 장유(張維,
1587~1638), 『계곡집(谿谷集)』, 「계곡만필(谿谷漫筆)」제2권 「우물 안 개구리는 바다를 의심하고 여름 벌레는 얼음을
의심한다[井蛙疑海夏蟲疑氷]」 |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