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악회-188차 산행] 봉화 <청옥산>-<백두대간 깃대배기봉> * (1)
▶ 2018년 5월 20일 (일요일) ◀
* [산행들머리] 늦재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 대현리) ; 청옥산휴양림 (31번 국도 늦재 옛길)
* [산행 코스] ▶ 늦재(11:00)→ 능선길 <전망대>(1,165봉)[달바위산 조망]→ 삼거리(임도)→ 청옥산(1,277m)→ 안부(점심)→ [능선길] 고선계곡(갈림길)→ 백천계곡탐방안내소(갈림길)→ 두리봉(1,350m) →깃대배기봉(1,370m) [반환]→ 두리봉→ ‘백천계곡탐방안내소’(갈림길 이정표) [하산]→ 병오천→ 임도(林道)→ 백천계곡→ 현불사 주차장→ 귀경(19:00)→ 서울(22:35)
* [프롤로그] — 맑고 싱그러운 계절, 한반도에 진정 평화가 오고 있는가.
며칠 간 하늘을 씻어 내리는 많은 비가 내리더니, 일찍이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청자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고운’ 오월이다. 맑은 연둣빛 엽록소가 싱그러운 숲을 이루기 시작했다. 삭막한 산야에 피는 봄꽃보다 온 강산을 신선(新鮮)한 생명의 옷으로 갈아입는 오월이 더욱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신록이 넘실거리는 오월은 상달이다. 자연은 때가 되면 이렇게 어김없이 생명의 숨결로 다가오니 답답한 가슴이 선연히 열리는 기분이다. 그런데, 우리 앞에 펼쳐지는 종잡을 수 없는 나라 상황이 전개 되고 있다.
*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 극적인 드라마처럼 펼쳐진 화해의 무드, 그리나 …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은 전 세계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대사건이었다. 민족적 화해의 무드가 봄날의 철쭉꽃처럼 만개하는 날이었다. 북의 김정은이 이때까지의 이미지와는 달리, 평화의 사도처럼 보무도 당당하게 군사분계선을 넘어와서, 남북 공동으로 ‘비핵화’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국민의 이런저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에 대한 지극한 우호정책을 펼친 문재인 정부의 구애가 결실을 맺는 날이었다. 지금까지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을 쏘아대는 김정은의 호전적인 행보를 생각하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이날의 김정은은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해전 등으로 수많은 살상을 저질러온 그 사람이 아니었다. 온 방송사가 12시간 동안 TV로 생중계한 이날의 행사는 모든 사람들의 눈을 의심케 할 정도였다. 국민은 한 편의 극적인 반전(反轉)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180도 이상으로 달라진 그의 모습이 경이롭게까지 보였다. 많은 국민들은 호감어린 시선으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면서 진정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차올랐다. 늘 그들이 구호하는 ‘우리 민족끼리’라는 말이 단숨에 효력을 발휘하는, 유연하고 친근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상황을 눈으로 보면서도, 많은 국민들은 그 진정성(眞情性)에 반신반의하고 있다. 유엔과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로 심각한 위기에 처한 김정은이 극진한 친북주의의 문재인 정부와 손을 잡아서 그 돌파구를 찾기 위한 ‘몸짓[전략]’이라는 진단이 현실적인 설득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봄기운이 무르익는 어느 날, 그 동안 그가 목숨 그 자체인 ‘체제 수호’를 위해 그렇게 공들인 ‘핵을 싹 없애버리겠다’고 한 ‘그 말’을 과연 믿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남·북의 판문점회동이 자연스럽게 ‘미·북회담’의 길을 열었다. 그런데 5월 24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미·북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문 대통령이 미국에 건너가 워싱턴에서 한·미회담을 한 그 직후였다. 미·북 정상회담에 이상 기류가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판문점 남·북회동 이후 김정은이 중국 시진핑과 두 번 만나고 난 이후, ‘남·북 고위급회담’을 돌연 취소하면서, 미·북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부터였다. 북은 "일방적인 핵 폐기는 할 수 없다"며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이라는 미국 측 핵심 요구에 대한 거부 입장을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트럼프 대통렬의 회담 취소는, 북한이 과거 25년간 해온 대로 단계별로 대가를 챙기는 방식을 고집했을 경우 이 상태로 정상회담을 갖기는 곤란하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
이후 북측이 다시 유화적인 태도를 취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싱가포르 회담을 열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우여곡절의 상황에서, 5월 27일 남·북의 정상이 비밀리에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회동했다. 남북의 두번 째 만남이었다. 이는 김정은의 전격적인 제의에 따른 것이었다. 6·12 싱가포를 미·북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남북의 두 정상이 적극적으로 공감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한편, 미국과 북한의 딤딩자가 5월 27일 판문점에서 북핵 폐기와 관련한 실무적인 협상을 시작했다. 북핵 폐기의 절차와 방법은 핵심 중의 핵심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최단기간 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CVID)'의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5년간 북이 펼쳐온 ‘핵 사기극(詐欺劇)’을 보면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불완전한 폐기', '확인 검증이 어려운 폐기', '언제든 되돌릴 수 있는 폐기' 중 어느 하나라도 해당되면 그것은 핵 폐기가 아니라 '핵 사기'일 뿐이다.
‘4.27 남북정상의 만남’으로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우리 국민들은, 앞으로 전개될 북의 태도를 주시하고 있다. 김정은이 천명한 '비핵화'라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문제의 ‘핵’과 ‘북한의 체제’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우리의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감상은 금물이다.
* [오늘의 산행지 청옥산] — 백두대간 ‘깃대배기봉’에서 뻗어 나온 청옥지맥
북쪽에서 남으로 내닫는 백두대간이 강원도 태백시 권역의 함백산-화방재(31번 국도)를 경유하여, 태백산(太白山)에 천제단을 올리고, 남으로 가는 산줄기는 문수봉-부소봉을 거쳐 깃대배기봉을 지나면서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구룡산-도리기재(경북 봉화에서 강원도 영월로 넘어가는 88번 도로)를 지나 소백산으로 달려나간다. 이 거대한 산줄기의 북쪽은 강원도 태백시와 영월군이고 남쪽은 경상북도 봉화군-영주시 권역이요, 한강과 낙동강의 분수령(分水嶺)이다. 태백시와 봉화군은 장대한 백두대간이 수많은 거봉을 거느리고 지나가는 지역으로, 태백시의 북쪽에서 동해를 따라 뻗어가는 낙동정맥이 있고, 동서남북 사방으로 뻗은 수많은 지맥에서 봉기한 해발 1,000고지 이상의 산들이 방대한 산군을 이루고 있다. 우리가 산행한 청옥산은 이 첩첩산군 중에서도 아주 궁벽한 오지의 산이다.
★ 사진 위에 커서를 올려 놓고 두 번 클릭하시면 원본 사진을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해발 1,277m의 청옥산(靑玉山)은 봉화군 석포면과 소천면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백두대간이 태백산 부소봉(1,546.5m)에서 서쪽의 구룡산(1,345.7m)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의 중간에 있는 깃대배기봉에서 남쪽으로 갈라져 나와, 두리봉을 경유하여 늦재로 내려오는 산줄기에 있는 산이다. 늦재 아래에는 1억 53만㎡의 청옥산자연휴양림으로 있는데, 태백산국립공원에서 가까운 심곡으로 산세가 육중하고 송림이 울창하다. 청옥산은 얼마 전, 봉화와 태백을 잇는 31번 국도에 늦재터널이 뚫리고 도로가 직선화로 정비되기 전에는 외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곳이었다.
* [산으로 가는 길] — 늘 정겨운 산우들, 백두대간 죽령터널은 지나서, 봉화의 오지로
오전 7시 40분, 서울의 능동[군자역]에서 출발했다. 이번 제188차 산행지는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과 소천면의 겅계에 있는 오지(奧地)의 <청옥산>이다. 살랑살랑 맑은 바람이 부는 오월, 많은 대원들이 참석했다. 김준섭 회장, 호산아 고문·장병국·남정균 고문, 김의락 위원, 민창우 기획위원·한영옥·장태임 부회장, 박은배 총무, 유형상·김재철·신수경 대장, 오수정 감사가 함께 했다. 전진국, 안상규, 강재훈, 송기성 님을 비롯하여 오랜만에 전평국 님이 나오셨다. 그리고 농암인 권태화·전상기 님, 김숙이·정석희·신혜원 님, 유경 님, 그리고 장영서·이명자·경숙 님, ‘꽃구름’의 지기 이달호 님, ‘하회탈’의 친구 신시호·강완식 님과 선배 한 분 등이 참석했다. 과묵하신 남점식 님과 ‘이슬비’ 조희우 님도 오랜만에 나오셨다, 그리고 또 어울림산악회의 박현주 회장과 그 산행대장이 같이 나왔다. 신록의 청산을 지향하는 마음들이 모여 동행하게 된 것이다.
일전, 연일 비가 내리고 난 뒤라 하늘은 청명하기 그지없었다. 산행하기에 아주 좋은 날이다. 서울의 군자역을 출발한 우리의 <금강버스>(권용길 기사님)는 중부고속도로와 (곤지암J.C) 제2영동고속도로를 경유하여 (신평J.C에서) 중앙고속도로에 진입, ‘치악휴게소’에 도착했다. 산중휴게소의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중앙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는 백두대간 죽령터널을 지나 풍기I.C에서 5번 국도에 내려 영주시 외곽에서 봉화로 가는 36번 국도를 타고 나아갔다. 봉화읍을 지나 법전을 경유하여 태백시로 향하는 31번 도로를 타고 ‘늦재터널’을 지났다. 봉화군 석포면 대현교차로에서 내려 청옥산휴양림이 있는 ‘옛길’을 거슬러 올라가서 산행들머리인 ‘늦재’에 이르렀다.(11:00) 원래 '늦재'는 터널을 지나기 전 옛 도로를 따라 올라가야 하는데, 아직 공사 중이어서 터널을 지나서 거슬러 올라온 것이다. 날씨는 청명하고 햇살이 화사하게 내리고 있었다.
* [늦재에 시작한 청옥산 산행] — 백두대간으로 치닫은 장중한 산줄기를 타고 오르다
경상북도의 최북단, 백두대간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봉화군은 경상북도의 ‘삼수갑산(三水甲山)’으로 불린다. 장중한 백두대간의 주맥이 지나는 곳이라 산이 높고 골이 깊은데, 첩첩산중 봉화 땅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것이 청옥산(靑玉山)이다. 백두대간의 태백산 아래 깃대배기봉에서 남쪽으로 뻗어나온 지맥이 두리봉을 경유하여 청옥산과 늦재로 이어지는 산줄기, 우리는 오늘 그 산 능선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이다. 오늘의 산행은 청옥산 자연휴양림[후문] 늦재에서 시작했다. 늦재의 완만한 산록을 따라 산행에 돌입했다. 오늘은 민창우 대장이 선두에서 향도하고 후미는 유형상 대장이 서기로 했다. 산은 토산이고 발밑이 부드러운 흙길이었다. 드넓은 수림지대로 이어지는 능선에는 사람 발길의 거의 없어 아주 호젓하고 편안함을 안겨주었다.
* [청옥지맥의 능선 길] — 봉화군의 석포면과 소천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줄기
청옥산의 능선은, 그 동쪽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대현리)과, 서쪽 봉화군 소천면(고산리)의 경계를 이루며 뻗어있다. 산의 동쪽 계곡인 백천계곡에는 희귀보호어종인 열목어 서식지로 유명한 곳이다. 그리고 산줄기의 서쪽은 원시림계곡이 백리에 이른다는 구마동계곡이다.
청옥산 산줄기의 서쪽의 소천면에는 이 지역에서도 가장 외지고 깊은 구마동계곡이다. 이 계곡은 봉화군 소천면 고선리에 위치하고 있어 ‘고선계곡(古善溪谷)’으로도 불린다.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이 계곡에 아홉 필의 말[馬]이 한 기둥에 메여있는 구마일주(九馬一柱)의 명당이 있다고 하여 이름이 유래되었다는데 이 명당은 아직 아무도 찾지 못했다고 한다. 구마동계곡은 백두대간 깃대배기봉(1,370m)~깃대봉(1,174m)~차돌배기(1,141m)능선과 깃대배기봉에서 청옥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그리고 차돌배기에서 각화산~왕두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사이에 있는 산곡으로 장장 100여 리에 이른다 하여 백리장천 구마계곡(百里長川 九馬溪谷)으로 불린다.
* [싱그러운 신록의 산길] — ‘철쭉길’로 명명된 연분홍 고운 꽃잎들
오전 11시, 늦재에 시작한 산길은 아주 완만하게 올라가고 있었다. 산은 싱그러운 신록으로 넘실거리는데, 하늘에서 내리는 화사한 햇살이 초록의 나뭇잎을 역광으로 비추어 신선하기 그지없었다. 신생 엽록소의 풋풋한 기운이 스며들어 아주 산뜻하고 쾌적한 기분이다. 이마를 스치고 가는 바람결이 또한 상큼하고 부드러워 여간 고즈넉하지 않았다. 오늘 산에는 우리 말고는 다른 사람이 전혀 없었다. 순결한 신록의 청옥산이다. 토산의 흙길에는 낙엽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대원들이 열을 지어 푸른 숲속의 산을 오른다. 원색의 옷이 행렬을 이룬다.
★ 사진 위에 커서를 올려 놓고 두 번 클릭하시면 원본 사진을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산행을 시작한 후 얼마가지 않아 능선 길에 올라섰다. 거기 ‘철쭉길’이라는 팻말이 있었다. 청옥산의 능선 길은 철쭉꽃이 많기로 유명하다. 이틀 전까지 비가 내려 숲은 더욱 싱그러운데 일찍 핀 철쭉은 이미 낙화해 있었다. 산의 능선 길은 완만하게 이어져 나갔다. 활엽수가 주종을 이루고 있는 산길이지만, 간간히 하늘로 쭉쭉 뻗은 장대한 소나무가 그 위용을 드러낸다.
능선에 올라서니 ,나뭇잎 사이로 우리가 가야할 청옥산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왔다. 연둣빛 신록이 숲을 이루고 있는 부드러운 산체가 아주 정결하게 다가온다. 산길은 쾌적했다. 점점 뜨거워지는 이마 위로 신선한 바람결이 스치고 지나간다. 거의 평탄하게 이어지는 산길, 대원들의 걸음도 유연하고 경쾌하다. 혹독한 겨울을 지낸 산죽은 아직 산뜻한 생기를 길어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 [달바위전망대] — 나뭇잎 사이로 멀리 보이는 두 개의 우뚝한 암봉
오전 11시 58분, 능선 길의 전망처에 이르렀다. ‘달바위전망대’라는 팻말이 있다. 나무 사이로, 멀리 보이는 두 개의 우뚝한 암봉이 시야에 들어왔다. 애절한 사연이 있었다. — ‘영월 청령포에서 비명에 죽은 단종의 영혼이 이곳 태백산에 들었다. 백성들이 어린 나이에 비운의 생을 마감한 단종을 위하여 천도제를 지냈다. 어리고 외로운 그의 영혼을 위로하는 제(祭)를 올리던 중, 그 때 동쪽을 바라보니 산 속에 달덩이 같은 암봉이 솟아올랐다.' 그 팻말에 적힌 내용이다. 꼭 전북 진안의 마이산의 모습과 비슷하게 두 개의 암봉이 솟아올라 있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더운 숨결을 가라앉히며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였다. 맑은 신록의 그늘에서 활짝 웃는 대원들의 모습이 매우 건강하게 보였다.
오지의 청옥산은 세간에 널리 알려져 있지 않고 또 사람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산의 수목들이 건강한 자연의 생태를 잘 보존하고 있었다. 신록의 숲은 청정하고 생기가 넘쳐흘렀다. 크고 작은 활엽수의 싱그러움, 휘어진 나뭇가지들, 하늘로 쭉쭉 뻗은 소나무가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그리고 ‘철쭉길’이라는 이름에 값하듯이 여기저기 연분홍 철쭉꽃이 만개하여 수줍은 듯 무리지어 피어있었다. 철쭉은 진달래와 달리 초록의 나뭇잎과 함께 피어나 그 색채의 조화가 은은하고 아름답다. 철쭉은 원래 ‘척촉(躑躅)’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신록 속에 피어나는 그 맑고 고운 꽃이 지나가는 사람의 발걸음을 머뭇거리게 한다는 뜻이다.
* [안부 삼거리의 쉼터] — 능선길과 소천면에서 올라온 임도와 만나는 지점
오후 12시 25분, 임도(林道)가 올라오는 삼거리 쉼터에 도착했다. 여기 안부의 임도는 서쪽의 소천면에서 동쪽의 석포면으로 넘어가는 길이다. 출발지 늦재에서 약 3km 올라온 지점이다. 삼거리에는 너른 공간이 있고 몇 개의 벤치도 있었다. 대원들이 배낭을 벗어놓고 땀을 식히고 휴식을 취했다. 후미의 대원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며 담소를 나누었다. 오월의 햇살이 부드럽고 곱다. 산록의 한 켠에는 낙엽송군락지가 있어 그 풍광이 아름다웠다. 여기서 청옥산 정상까지 약 0.4km를 남겨두고 있다.
정상으로 오르는 산길은 가팔랐다. 지금까지 완만한 능선길이 정상을 향하여 가파르게 치고 올랐다. 한 겹 옷을 벗어도 더운 기운이 솟아 올라왔다. 그러나 바람결이 신선하여 숲속의 산을 오르는 맛은 아주 그만이었다. 이른바 초록빛 산행이었다. 가파르게 올라가는 막바지에 헬기장이 있고 이정표가 있었다. 거기에서 조금 올라가 청옥산 정상에 올랐다.
* [청옥산(1,277m) 정상] — 통신기지와 정상 표지석, 정상의 표지목, 그리고 이정표
청옥산 정상은 오늘 산행의 중심 포인트이다. 정상에는 통신기지국이 설치되어 있었다. 정상에는 자연석으로 새긴 표지석이 있고, 산림청에서 세운 기다란 나무기둥의 표지목이 있었다. 오늘 청옥산 정상에 오른 대원들을 위하여 한 사람 한 사람 인증샷을 눌렀다. 그런데 거기에 반바지 차림의 김의락 위원이 올라와 있었다. 우리와 함께 산길을 오르지 않고 임도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올라온 것이다. 근족증으로 발뒤꿈치가 아파 산행은 하지 못하고 자전거를 타고 올라온 것이다. 정상에서 함께 잠시 머물다가 다시 자전거를 타고 임도를 따라 내려갔다.
* [숲속의 오찬] — 능선 길 안부의 숲그늘에 자리를 잡고
12시 57분, 청옥산 정상에서 다시 산을 타기 시작했다. 길은 완만하게 내려가는 경사를 이루고 있었다. 길목에는 연분홍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과연 철쭉길이라고 명명한 산길다웠다. 오래된 참나무의 밑둥치의 속이 뚫려 있어서 생명의 세월을 느끼게 해 주었다. 작고 하얀 풀꽃이 무더기로 피어 하늘거린다. 그 여리고 깨끗한 자태가 가슴을 설레게 했다. 숲이 우거진 안부의 너른 공터가 있어 모든 대원들이 함께 어울려 점심식사를 했다. 오늘 산에는 우리들밖에 없으므로 오붓하게 환담을 나누며 식사를 했다. 각자 준비한 음식이지만 가족처럼 함께 나누는 숲속의 오찬이었다.
<계 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