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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돛단배 찾아야 한다
오늘 이토록 시리고 아린 것
다 내 몫이다
겁 없이 갯벌에 철벅 철벅 들어선
내 정의감 때문이다
파도에 넋 빼앗겨
해조음 흰 포말에 홀려서
짐짓 가슴 적시며
신들린 듯이
미친 듯 빠져든
내 탓이다
이제
나 스스로 질 짐
단단하게 매고
쓰러지더라도 일어서는 용기
눕지 않는 힘 길러야 한다
질퍽거리는 흙 갯벌을
맨발로라도 걸어서
저 건너편 아련히 보이는
방파제까지는 가야 한다
그리하여 목숨 있는 동안
빼앗긴 돛단배 찾아
다시 띄워야 한다
거기에 새 소명 가득 싣고
저 대양을 항해해야 한다
'조국' '정의' '진리'를 향하여
* 1981년 7월 31일
군복을 벗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