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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예> 2021. 일이월호 114호 발표
동화
꿈속에 소원 빌고
전세준
엄마 아빠 손잡고 기영이는 동해바다로 향하는 청량리 발 기차에 오릅니다.
기차역을 출발한 열차는 터널을 빠져나와 반짝이는 별들을 뒤로하며 해 뜨는 아침을 향해 줄기차게 어둠을 헤치며 달려갑니다.
“엄마, 내일 새벽이면 충분히 도착 할 수 있어?”
엄마 아빠와 마주 앉은 기영이는 엄마를 바라봅니다.
“그럼, 그때까지 도착해야 해 뜨는 장면을 볼 수 있지.”
처음 타 보는 동해안을 찾아가는 기차입니다.
“야! 신난다.”
기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혼자 중얼거립니다.
기차를 탄 사람들 대부분 내일 아침에 솟아오르는 동해의 해돋이를 구경하러 가는 사람들입니다.
기다림 속에 떠오르는 새 해, 첫 해를 맞이하러가는 사람으로 간단한 차림으로 모두 즐거운 듯 여기저기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기차는 계속 터널을 빠지고 들판을 달려갑니다.
기영이는 처음 해돋이 구경을 가는 길입니다. 매년 일 년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새 해 첫 아침을 맞이하는 해돋이는 텔레비전에서 보았지만, 이번에는 엄마를 졸라 사람들이 많이 간다는 동해안 정동진 바다 구경은 처음입니다.
“와! 멋있다!”
한 해 가 지나고 새 해 새 아침에 떠오르는 둥근 해님을 텔레비전에서 볼 때마다 한 번은 꼭 해 뜨는 동해로 가 보고 싶었습니다.
며칠 전 부터 엄마를 졸라 드디어 엄마 아빠의 허락과 함께 온 가족이 동해로 해돋이 구경을 가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엄마, 엄마도 처음이지?”
“그래 처음이야 매년 새 해 아침 해돋이를 중계하는 텔레비전에서만 봤지.”
엄마도 아이들처럼 기분이 들떠있습니다.
“허허 우리 집 식구 모두 처음 가는 해맞이구나.”
아빠도 한 마디 거듭니다.
“기영이는 해님을 보고 뭘 기도하고 싶니?”
“응,...글쎄.”
“그 생각도 안하고 해돋이 구경 가니?”
“나, 그냥 새 해 첫날 떠오르는 해를 구경하러 가는 건데...”
기영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엄마를 바라봅니다.
“그래, 네 말도 맞지... 그런데 이왕이면 새 해 멋있게 떠오르는 첫 해를 보며 자기소원을 비는 것도 좋은 일이지.”
옆에서 눈을 감고 있던 아빠가 기영이를 바라봅니다.
“우리 텔레비전에서 보았잖아...”
“뭘?”
“하하 녀석 ...바다 끝에서 떠오르는 붉은 해를 보며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도 못 보았니?”
“기도?”
“그래, 모두들 새 해 처음으로 떠오르는 붉은 해를 바라보며 자기 소원을 빌고 또 이번 한 해 동안 내가 뭘 할까 생각하고 그 생각을 실천하겠다고 해님에게 약속도 한단다.”
“아! 그래서 사람들이 솟아오르는 해 님을 보고 두 손 모아 기도 하는구나!”
“응, 그래. 너도 텔레비전에서 그런 모습 봤지?”
“네, 그래서 두 손을 모으고 떠오르는 해 님을 보고 소원을 이루게 해 달라고 ...”
기영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좀 부끄러운 듯 싱긋 웃습니다.
“너도 가면서 잘 생각해 둬라.”
“응, 알겠어. 나도 소원을 빌어 봐야지”
이제서 야 기영이는 새 해가 시작된 아침에 많은 사람들이 해돋이 구경을 떠나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기차 옆으로 어둠은 계속 빠르게 스쳐갑니다.
시끄럽도록 떠들던 승객들도 하나 둘 잠이 들기 시작 합니다.
‘난,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하나?’
어쩜 새 해 바라는 소원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어떤 소원을 빌까?’
기영이도 눈을 스르르 감으며 해님에게 빌어야 할 소원을 생각해 봅니다.
어둠을 헤치며 기차는 동해바다를 향해 힘차게 달려갑니다.
“너? 너는 안 돼!”
푸른 바다 끝에서 붉게 떠오르던 해님이 기영이를 향해 소리를 지릅니다.
-네! 소원이 안 된다고요?-
두 손을 모아 싹싹 빌며 소원을 이야기하던 기영이는 너무나 우렁차게 들려오는 소리에 해님을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짓습니다.
“내 짝과 한 해 동안 잘 지내게 해 주세요.!”
“저는 금년에 더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도와주세요!.”
여기저기서 해님을 향해 기도하는 소리가 차르르 차르르 파도소리를 타고 들려옵니다.
“우리아빠 병을 빨리 날 수 있게 해님이 도와주세요!”
-알았다. 그래 내가 너희들 희망을 모두 이루도록 앞길을 훤히 열어줄게.-
솟아오르는 해님은 다른 아이들에게 방실방실 웃으며 귓속말로 소곤소곤 얘기합니다.
“아니, 해님, 제 소원은 안 된다니...”
기영이는 놀란 듯 떠오르는 해님을 바라봅니다.
-너는 기영이 맞지? 박 기영. 오늘 아빠랑 엄마랑 같이 온 서울 사는 박 기영이지?-
차츰차츰 물 위로 솟아오르던 해님은 기영이를 바라봅니다.
“네, 제가 기영이에요 제 이름을 어떻게?”
기영이는 놀란 듯 해님을 바라봅니다.
-내가 모르는 것이 있는 줄 아니? 나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 이름도 다 알고 있지.-
“네? 이름을 모두....”
-그래, 이름뿐만 아니지... 누가 어디서 무엇하고 있는지도 다 보고 있지. 사는 동네까지 알고 있으니 네가 하고 있는 일도 모두 알고 있지.-
기영이는 점점 마음이 조마조마 해 집니다.
차츰차츰 하늘로 떠오르는 해님이 하늘에 뜨면 소원을 빌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바다 끝에서 새 해 처음 떠오를 때 기도해야 한다는 것도 엄마에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새 해 첫 해님이 더 높이 하늘로 떠오르기 전에 소원을 빌어야 합니다.
-너는 네 소원을 말하기 전에 고쳐야 할 일이 많다 그것부터 고쳐야 해.-
“네? 고쳐야 한다고요?”
-그래 네 잘못부터 고치고 다음에 내게 소원을 빌어야지...암, 그렇고말고..
해님은 점점 바다 끝에서 떠 높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아, 안 돼요 해님! 자꾸자꾸 솟아오르면 안 돼요. 제 소원을 아직 말하지 않았어요!”
기영이는 발을 동동 구르며 해님을 바라봅니다.
-그래, 그럼 네가 잘못한 것을 잘 알고 있겠지?-
떠오르던 해님이 잠시 멈춰서며 손을 싹싹 빌고 있는 기영이를 바라봅니다.
“네, 네 알고 있어요...모두 다 모두 다 알고 있어요.”
기영이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손을 비비며 해님을 바라봅니다.
-그래, 그러면 나하고 약속해야한다.-
“네, 네 약속해요 해님!”
-그럼 내가 네 소원을 들어주지-
“고맙습니다. 감사 합니다”
기영이는 해님을 바라보며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또 하고 절을 합니다
-그래, 네 소원이 뭐냐?-
“네 제 소원은 제가 공부를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너는 지금까지 공부 열심히 하잖니?-
해님은 빙그레 웃으며 기영이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아니에요. 저는 학교 숙제도 제대로 안하고 학교에 가서 친구들 숙제 장을 보고 그냥 옮겨써서 선생님 도장을 여러 번 받고는 했어요. 이제 다시 그런 일이 없게 하겠어요.”
기영이는 우선 생각나는 대로 해님을 쳐다보며 두 손 모아 싹싹 빕니다.
-응, 그런 것 나도 잘 알고 있다. 솔직히 말하니 이젠 네 소원을 들어줄 수 있게 되었구나.-
“네, 정말이에요?”
-그래, 네가 거짓말 하지 않고 사실 그대로 말해주고 그 나쁜 버릇을 고친다고 나하고 약속했으니 내가 도와줘야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둥근 해님 밝은 해님!”
-텔레비전 만화를 너무 많이 보지 말고 오락게임도 줄여야 해. 그렇게 하는 것이 바로 네가 잘되는 시작이란다. 내가 늘 감시 할 테니 나와 약속 잘 지켜야 한다. 알겠니?-
“네, 네 고마운 해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기영이는 두 손으로 해님을 꼭 잡고 허리를 굽혀 꾸벅꾸벅 절을 합니다.
“얘! 기영아 너 지금 뭣 하는 거니? 어서 일어나. 다 왔다. 저 푸른 바다를 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눈을 감고 허리를 굽신 거리며 뭐라고 중얼거리는 기영이를 엄마가 흔들어 깨웁니다.
“야! 이기영. 정신 차려. 내려야 해!”
아빠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기영이를 흔들 깨웁니다.
“왜 그래!”
-빠 앙-빠 앙-
어디선가 기차의 나팔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어서 일어나? 누굴 보고 꾸벅꾸벅 절을 하니?”
아빠가 다시 기영이를 흔들어 깨웁니다.
“해님. 해님 둥근 해님.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영이는 눈을 번쩍 뜹니다.
“빨리 내리자. 정동진까지 다 왔구나!.”
아빠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응?”
사방을 둘러봅니다. 기차에 탔던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통로를 빠져나와 밖으로 가고 있습니다.
“어? 해님! 해님이 어디...”
눈을 번쩍 뜬 기영이는 여기저기 해님을 찾습니다.
“어서 내려야 해님을 볼 수 있지 빨리 내려라.”
아빠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기영이를 바라봅니다.
“저 창밖을 봐라. 이제 막 해님이 솟아오르기 시작 한다”
기차에서 내리며 아빠가 손짓하는 곳을 바라봅니다. 끝없이 넓은 바다 끝에서 붉은 빛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새 해 새 해님이 솟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어? 나, 해님을 만났는데...”
기차에서 내린 기영이는 엄마 손을 꼭 잡고 붉게 물들고 있는 바다 끝을 바라봅니다.
“뭐, 해님을 만나? 그게 무슨 말이니?”
“아직 새 해 가 떠오르지 않았는데...이제 막 솟아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아니야, 난 새 해 해님과 얘기도 나누고 약속도 하고 소원을 빌기도 했는데?”
바닷가 여기저기를 살펴보던 기영이는 붉게 물들며 둥글게 쏘옥 올라 올 준비를 하고 있는 바다 끝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합니다.
“나, 소원을 빌었는데...”
엄마를 바라봅니다.
“뭐, 아직 해가 뜨지도 않았는데?”
“아하...꿈? 내가 제일 빨리 새 해를 맞이했어! 그리고 새 해 약속도 하고, 약속을 잘 지키겠으니 소원 들어 달라고 빌기도 했어!”
기영이는 꿈속에서 만난 해님을 다시 떠 올리며 엄마를 쳐다보며 싱글벙글 웃습니다.
“약속도 하고 소원도 빌었다고?”
엄마는 기영이가 이상하다는 듯 유심히 바라봅니다. 아빠도 기영이가 신기한 듯 빙그레 웃으며 바라봅니다.
“허허허 우리 기영이가 새 해 첫 날 제일먼저 새 해를 만났구나! 와, 좋겠다 우리 기영이...”
“우리 해돋이 구경하러 잘 왔지?”
엄마가 기영이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습니다.
“엄마! 엄마 얼굴이 내가 만난 해님 같아! 둥근 해님 밝은 해님...새 해 새 해님이 또 내 소원을 들어준다고 했어!”
기영이는 신나서 정동진 바닷가 모래밭에서 깡충깡충 뒵니다.
바로 그때 입니다.
“와! 오른다. 떠오른다. 둥근 해가 떠오른다!”
누군가 큰 소리로 외칩니다.
“와아! 멋지다.”
“와! 예쁘다”
“오! 아름다운 새 아침이다”
여기저기서 함성이 쏟아지자 모레 밭에, 바위 위에, 높은 배 위에서 함성이 울려나옵니다.
떠오르는 둥근 새 날 새 해를 보며 두 손 모아 소원을 빕니다.
동쪽 끝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새 해 첫 해님은 빙그레 웃으며 기영이를 찾아옵니다.
정동진 바닷가 모래시계도 빙빙 돌아갑니다.
차르르 철썩 차르르 철썩 파도도 조용히 예쁜 노래 부르고, 갈매기도 질 새라 끼륵 끼륵 노래하며 해맞이를 합니다.
*<아동문학연구>에 동화 신인상으로 등단
*<강원일보> 신춘문예 소설 가작 입선
*<강원일보><동도신문> 소설, 동화 연재
*묵호, <,해파리> 문학 동인회장 및 강릉 문협 이사역임
*지은책: 동화집<잘 키워드릴게요><아빠를 찾았어요> <삐뚤빼뚤 엄마 얼굴><고향을 잃어버린 소나무> <선생님의 눈물> 회고록. 꽁트 집 동요 작사 집2 외
*강릉문학상. 관동문학상. 아름다운 글 문학상. 불교 동요대상 14회 한,중 <옹달샘>아동문학상. 제17회 세계문학상 수상
*E-mail>:jsj1371@naver.com
첫댓글 우와 축하드립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