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을 향해 열심히 땀흘리시는 회원님 안녕하십니까?
또 일년이 지나갑니다.
춘천 닭갈비의 도전정신을 길이길이 보전하기 위해
작년 이맘때 회원 모집을 실시하였으나 실패하고 올해로 제3기 [춘천 닭갈비 회원]을
성황리에 모집중입니다. (2기는 전원 완주로 아무도 없음)
-회원자격: 춘천대회에서 확실히 퍼진 주자는 평생회원으로 모심.
-회원불문율: 기록보다는 마라톤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만 강조한다.
아래 내용은 꼭 2년전 춘천 닭갈비의 멋진 역주가 아닌 패잔병들의 모습입니다.
춘천 대회 후 제일 의아했던 것.....
결산으로 보내주는 책자 우편물 겉봉투에 [미완주 풀코스]라는 선명한 글씨......
모쪼록 춘천 잘 다녀오십시오..... 창원마라톤 클럽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춘천 닭갈비가 많이 배출되기를 바라면서????? 쫄깃쫄깃한 닭갈비도 많이 드시고....
원조!!! 닭갈비 회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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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패잔병-2 (2000년 11월 작성)
또, 아픈 기억을 더듬어 내게 하는군요~
회훤님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어쩔수 없이 춘천 패잔병-2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들추고 싶지 않았는데, 신입회원들과 만일의 사태에 발생할 "낙오"에
대하여 미리 요령을 알아 두는게 참고가 될까 싶어, 이렇게 또, "춘천비화"의
글을 올립니다.
제가 27km에서 완전히 퍼져 뛰지도 걷지도 못하고 도로가에 퍼져 앉아 패잔병 수거차가 오기를
기다리는데, 수거차가 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반대차선에서(2차선으로 뛰는 방향과 차운행 방향은 반대) 오는 차를 경찰에게 부탁해서
잡아 달라고 했는데, 춘천 운동장 방향으로 가는 차는 한 대도 없어, 그것마저 포기하고 퍼지고
앉아 약 4~50분을 기다리는데,
아까, 추월한 사람들이 하나둘 지나가고, 머리에 옛 대감모자를 쓴사람
(특이한 복장으로 자기식당 선전 글이 쓰여 있었던 것 같았음)
쓰레기통을 짊어지고 뛰는 사람(통 뒤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는 문구)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 등, 개성 있는 복장도 많았고, 각종 PR용 글을 등뒤에 붙인 주자도
많았습니다.
퍼져 앉아 있는 저를 힐끔힐끔 쳐다보는데 좀 창피하더군요, 저 무리 속에서 힘껏 달리고 있어야
하는데, 지금 처한 현실이 이러니, 보통 일반도로에서 다수가 걸어가는 가운데 누군가 뛰어가면
눈에 뛰는데, 모두들 뛰어가는데 혼자 퍼져 앉아 있으니 더욱 눈에 뛰는 것 같더군요. 머쓱...
한참이 지난 후 뛰는 방향으로 트럭 한 대가 왔습니다. 경찰이 잡아주어 얼른 차에 오르긴 했는데,
이미 그 트럭에는 10여명의 패잔부대가 각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표정들이 하나같이 패잔병 스럽더군요,
잔뜩 몸을 움츠리고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진 것 같은 얼굴들, 서로가 눈이 마주치면 서로가
비참해 보이니 애써 눈을 멀리 두더군요.
처음엔 멋모르고 트럭 후미에 않았는데, 트럭이 달리기 시작하자 호루없는 트럭에 의암호
강바람이 너무나 싸늘하게 피부에 와 닿는지라, 온몸이 어는 것 같은 추위가 느껴져, 트럭
앞부분(다소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부분)으로 최대한 몸을 밀착시켜, 몸을 웅크렸습니다.
서로가 초면에 뭐 특별히 할 이야기도 없고 상호간 신세를 아는지라, 병든 닭처럼 말없이 가는데,
뛰는 사람들 표정이 참 재미있더군요.
약30km지점 마라톤벽이 시작되는 구간, 걸어가는 사람 뛰어가는 사람, 있는 인상을 다쓰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뛰는 사람, 얼핏보면 낙오병 트럭안은 한여름 바캉스 가는 선택된 사람들
같고, 도로 위를 뛰는 사람은 허우적거리며 어딘가를 쫓아가는 신들린 사람 같이 우리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더군요.
낙오자 트럭의 맴버가 하나둘 늘더니, 중년의 서울사람 같아 보였는데 차에 오르면서
"안녕 하세요, 같이 갑시다" 별로 지쳐 보이지도 않았는데 즐거운 표정이더군요.
"뭐 그런 표정이세요, 인상펴요!! 인상펴!!! 그럴필요 없어요..."
그동안 트럭내는 말없는 조용한 분위기로 침울하기까지 했는데 이분의 등장으로 트럭 분위기가
싹 바뀌었습니다.
뛰는 사람이 힘들어 보이면 "뭐, 그리 고생합니까, 타요 타"하고, 그중 몇분은 망설이다 타더군요.
한사람이 타면 "기사양반 오라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으면 "스톱! 스톱! 타요 타" 그냥 놔두면
완주할 사람을 유혹해서 차에 태우더군요. 나중에는
"자 다와갑니다 조금만 힘내세요, 힘들면 타세요~"등
트럭내 분위기를 일신하고, 힘든 사람에게 유혹을, 열심히 뛰는 사람에게 격려를 하더군요.
분위기가 이쯤되자 말없던 패잔병들이 하나둘 입을 열고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며 굳었던 표정이
풀리고 트럭내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선수격려 차원의 여러 말들을 하더군요.
"자 힘을 내세요~, 아저씨도 힘내고, 아줌마도 힘내고, 얼마 안남았습니다"
자기들의 처지는 온대간대 없고 선수 코치라도 된 듯 이구동성으로 격려를 하더군요.
마땅히 신경 둘곳도 없는 낙오병들이라 몇분은 할 일을 찾은 듯 신이 낫더군요.
길이 막혀 트럭이 잠시 정지했을 때 누군가 진행봉사단에게 "학생 쵸코파이 좀줘, 물도좀 주고"
낙오병이 안되 보였는지 쵸코파이, 바나나, 물통, 있는 대로 선수보다도 우리에게 왕창 던져주더군.
너무 많이 던져주어 트럭내는 음식으로 넘쳐나고, 허기진 배에 쵸코파이, 바나나를 먹고 계속 선수
코치를 했습니다.
배도 부르고 부위기도 제법 떠들썩해지니 서로간에 대화도 슬슬 시작되더군요. 아까 중년의
그분은 춘천에서 2년째 퍼졌고 작년에는 35km에서 퍼졌는데 올해는 30km도 못되어서 퍼졌다며
거리가 작년보다 줄었다고 하더군요. 어쩐지 트럭에 오를 때 여유도 있고 즐거운 표정인지
역시! 경험이 중요한가 봅니다.
그분은 애초에 완주는 생각지도 않고 올해는 자신이 몇km를 뛸수 있나를 시험하러 온다나요.
다른 젊은 사람은 5km처음출전인데 그만 휩쓸려 풀코스에 접어들어 가도다도 골인 지점이 없어
이상해서 옆사람에게 물어보니 풀코스라고 하니 기겁을 해서 그 자리(약20km)에서 퍼졌고,
덕분에 20km를 뛰어 기분은 좋은데 친구 4명과 5km출전했는데 차키(Key)를 자기가 가지고 있어
친구들이 지금쯤 추위에 떨며 자기 찾는다고 난리가 났을 거라더군요.
나름대로 갖가지 핑계와 사유로 퍼졌더군요
계속 선수코치하면서 제법 동지애도 느끼고 마라톤이 뭔가등 개인의 경험과 경력 등의 의견을
나누며 가는데, 웬??? 별종 20대 초반의 약간 건강한? 아가씨가 탑승하게 되었습니다.
밉지 않은 인상에 건강한 몸매? 강원도 토박이 아가씨였는데, 애인 응원 나왔다가 차가 없어
트럭을 탔다는 신상신고를 하고,
낙오병들은 하나같이 꾀제제한 몰골로, 나시에 반바지로 추위에 떨고있는데 그 아가씨는 툭툭한
파카에 뒤에는 맬빵 가방을 매고 있었습니다. 눈치빠른 사람이 절에 가도 멸치젓갈을 얻어먹는다고,
약간 나이든분이 "아가씨 그 가방에 덮어 쓸만한 것 없어요"하니, 아가씨 가방에 마침 대회에
출전한 애인의 옷이 들어있다고 하자, 가방을 열자마자 눈깜짝할 사이에 옷, 수건이 동이나고
한사람은 너무 추워 보였는지 아가씨 자기 파카를 벗어 주더군요.
일부 옷 혜택을 받은 사람들은 "아가씨 시집가면 잘살겠다는 둥, 내며느리 삼았으면 좋겠다는 둥
강원도 사람은 친절하다는 둥"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더군요.
근대 일부사람은 옷을 입긴 입었는데 마라톤 복장에 옷을 걸쳤으니, 상의를 얻어 입은 사람은
제법 나은데 바지를 거꾸로 하여 어깨에 걸친 사람, 아가씨 가방을 가슴에 품어 안은 사람,
수건을 두른 사람, 인원에 비해 물품이 부족하다보니 아무것도 걸치지 못한 사람은 부러운 눈치로
바라보고, 허름한 트럭에 애인 옷을 나누어 걸치니 패션이 가관으로 진짜 오합지졸 패잔병같이
보였습니다.
약 40km지점 "얼마 안남았습니다 힘내세요"하며 한참을 선수코치와 격려도하고 아가씨와 이런저런 얘기하며 가는데,
지쳐 트럭에 오를려고 하면
"여기까지 왔는데 아까워서 어떡해"라며 일부 탑승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한분은 차에 오를려고 하는데 차가 출발해, 걷다가 차를 쫓아 뛰는데 다잡을려고 하면 차가
출발하고 다잡을려고 하면 차가출발해, 필사적으로 차를 쫓아 뛰는데 보통주력이 아니더라구요.
폼도 좋고, 자세도 가볍고, 스피드도 있고, 어림잡아 한500mm는 쫓아왔는데,
패잔병들은 "그냥 그대로 뛰어 잘 뛰네"라며 폭소가 터져 나왔습니다. 결국 차를 타지는 못했는데
덕분에 몇십명은 족히 추월했고, 좋은 기록으로 완주했으리라 봅니다.
시내를 들어서니 달리는 사람보다 시민들이 보고 웃더군요. 그리고 우리보고 더 큰 박수를
보내주더군요. 우리 패잔병들은 신이나서 일일이 손을 들어 답례하고 연신 "화이팅 화이팅"을
외쳤습니다
중년의 서울 분이 운동장 근처에서 차가 잠시 정지할 때 뛰어 내리며 하는 말
"내년에 또 봅시다"????? "예 내년에 꼭 다시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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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조심하시고 잘 다녀 오십시요. 창마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