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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망봉 전위봉인 1,113m봉에서 조망, 신로봉 능선과 그 뒤 가리산, 도마치봉 등이 보인다
청춘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지만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다
즐기고 싶은 자는 어서 즐겨라
확실한 내일은 없으니까
--- 로렌초 데 메디치, 「바쿠스의 노래」
※ 바쿠스는 술의 신(酒神)
▶ 산행일시 : 2011년 7월 30일(토), 흐림, 무척 더움
▶ 산행인원 : 6명(버들, 드류, 더산, 메아리, 신가이버, 베리아)
▶ 산행시간 : 9시간 28분(휴식과 중식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약 18.0㎞(도평리에서 흥룡사까지 3㎞ 포함)
▶ 갈 때 :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산양리 가는 06시 20분 발 첫차 타고 도평리에서 내림
▶ 올 때 : 국망봉자연휴양림 입구에서 택시 불러 이동으로 와서 이동에서 동서울 가는
20시 25분 발 막차 탐
▶ 시간별 구간
06 : 2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7 : 42 - 포천시 이동면 도평리(都坪里), 산행시작
08 : 25 - 흥룡사(興龍寺) 입구
09 : 15 - 453m봉
10 : 48 - 백운산(白雲山, △903.1m)
11 : 26 - 삼각봉(918m)
12 : 13 - 도마치봉(925.1m), 헬기장
12 : 28 - 샘
12 : 41 - 도마봉(883m), 헬기장, ┤자 능선 분기, 왼쪽은 도마치, 석룡산 가는 길
13 : 42 - △832.3m봉
14 : 25 - 신로봉(980m)
15 : 09 - 국망봉 전위봉(1,113m봉)
15 : 53 - 국망봉(國望峰, △1,167.2m)
17 : 20 - 임도
18 : 10 - 포천시 이동면 장암리(長岩里) 국망봉자연휴양림 입구, 산행종료
18 : 30 ~ 20 : 25 - 이동, 석식
21 : 40 - 동서울 강변역 도착
1. 흥룡봉 능선, 그 뒤 어렴풋한 산은 가리산(774.3m)
▶ 백운산(白雲山, △903.1m)
참 멍청했다. 도평리에서 흥룡사 입구까지 3㎞를 걸어가다니. 동서울에서 산양리 가는 06시
20분 발 첫차를 타고 도평리에서 내렸다면 시내버스를 타든지 택시를 타든지 사창리 가는 버
스를 타야 했다. 영평천과 백운계곡 물가에 빼꼭하게 들어찬 자릿세 받는 차양막 친 자리를
들여다보며 설악동 소공원에서 비선대까지 3㎞ 걷는 맛을 느껴보려고 했지만 차들은 쌩쌩 달
리고 아침부터 날씨는 푹푹 찌겠다 아주 녹아났다.
정답은 동서울에서 06시 50분 발 사창리 가는 버스를 타야 했다. 베리아 님은 그 차를 타고 와
서 흥룡사 입구에서 진땀 빼는 우리를 느긋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베리아 님이 도평
삼거리 솔밭을 지나며 차창 밖으로 아스팔트 도로를 걷는 등산객들을 보고 날이 더우니 별 이
상한 사람들도 다 있구나 했는데 그게 우리였다나. 얼마나 즐거웠을까.
땀 찔찔 흘리며 흥룡교 건너고 이동갈비촌 주차장을 지난다. 흥룡사(興龍寺) 앞으로 직진하는
길은 이번 큰비 맞아 도괴의 염려가 있어 막아놓았다. 왼쪽 화장실 쪽으로 빙 돌아간다. 흥룡
사 입구에 세운 ‘白雲山黑龍寺’ 라고 행서로 새긴 표지석의 멋들러진 글씨를 감상하며 ‘興’를
저렇게도 쓰나 고개 갸웃할 뿐 창피하여 차마 남에게 물어보지 못했는데 절의 내력을 살펴보
니 ‘興’자가 아니라 ‘黑’자가 분명하다.
흥룡사는 신라 말 도선(道詵, 827 ∼ 898)이 창건했을 때는 내원사(內院寺)라고 했으나, 1786
년(정조 10년) 태천(泰天)이 중건한 뒤 백운사(白雲寺)라고 고쳤으며, 1922년 설하(渫河)가 대
웅전을 중수하고 흑룡사(黑龍寺)라고 고쳤다가 곧 현재의 이름인 흥룡사로 바꾸었다고 한다
(네이버 백과사전). 따라서 이 표지석은 1922년에 세운 것이리라.
백운1교 앞에서 산행복장 추스르고 입산주 분음한다. 다리 아래는 물론 백운계곡 계류는 다
와폭(臥瀑)이다. 박석(薄石) 깔린 길 따라 약간 오르면 백운2교가 나오고 다리 건너 바로 왼쪽
으로 백운산 오르는 주등로가 보인다. 이정표에 직진은 향적봉과 흥룡산 가는 길. 오지(奧地)
로 갈까. 일단 직진한다.
곧 Y자 갈림길이 나온다. 향적봉과 흥룡산은 오른쪽의 너른 암반 훑는 계류를 신발 벗고 건너
야 하고 백운산은 왼쪽으로 간다. 우리는 왼쪽 길 계류 옆 오지(奧地) 아닌 오지(墺地)를 간다.
계류의 와폭 들여다보며 서늘한 기운 맛본 것은 잠깐, 왼쪽 사면으로 희미한 소로가 보이자
주저하지 않고 잡는다. 발길 돌리자마자 후끈한 열기가 확 밀려온다. 가파른 사면 오르느라
허리 굽히면 지열로 얼굴이 금세 달아오른다.
염제(炎帝)의 제국에 들어선 것이다. 숲속 뿌연 수증기는 염제의 입김일 터. 덥다.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지능선과 합류하여 등로가 한층 뚜렷해지고 위험 경고표지판 보이더니 그 뒤로 슬
랩이 나타난다. 굳이 매달아놓은 밧줄은 낡았다. 슬랩 오르면 ┬자 주능선 453m봉이다. 길 좋
다. 대로다. 등로는 수로이기도 하여 흙이 쓸려나가 자갈밭이거나 슬랩으로 변했다. 흥룡사에
서 백운산 정상까지 4.14㎞. 줄곧 오름길이라 퍽 되다.
한 피치 오르고 나서 쉬고 전망바위 나오면 향적봉 흥룡산 가리산 찾아보느라 쉰다. 도마치봉
삼각봉은 애써 외면한다. 지레 더우므로. 왼쪽으로 695m봉 가는 ┤자 능선 분기봉 넘으면 가
파름이 한결 수그러들고 슬랩도 끝난다. 양쪽 펑퍼짐한 사면의 풀숲은 방금 비 온 것처럼 축
축하니 젖어있다.
백운산 정상. 공터 넓게 조성하고 2008.10.1. 우람한 표지석을 세웠다. 삼각점은 갈말 27, 02
재설. 백운산 오르기로는 광덕고개(표고 664m, 흥룡사 입구는 240m)에서 시작하는 것이 거
리도 짧을뿐더러(3.2㎞다) 고도의 차이도 얼마 되지 않아 훨씬 수월하다. 한북정맥 종주꾼 아
니더라도 대부분 광덕고개에서 올랐다가 흥룡사 쪽으로 하산한다. 우리야 그럴 수는 없다.
정상 표지석 뒤에 이 고장(포천시 신북면 기지리) 출신인 봉래 양사언(蓬萊 楊士彦) 선생의 시
증금옹(贈琴翁, 금옹에게 주다)을 새겼다.
綠綺琴伯牙心(거문고 타는 백아의 마음은)
鍾子始知音(종자기만 알아 듣는다오.)
一鼓復一吟(한번 타매 또 한번 읊조리니)
冷冷虛籟起遙岑(맑디 맑은 바람소리 먼 봉우리에 일고)
江月娟娟江水深(강달은 아름답고 강물은 깊기도 해라)
해석이 어색하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江月’을 강달이라니. 다른 해석을 찾아보았다. 다음
해석이 그럴듯하지 않은가?
녹기금(綠綺琴)이여 백아(伯牙)의 마음이로세
종자기(鍾子期)가 그 곡조를 알았다지
거문고를 한 번 타고 한 번 읊조리니
딩딩하며 그 소리 먼 봉우리에서 울리는 듯
강에 비친 달은 곱고 강물은 깊은 걸
2. 동자꽃
3. 멀리는 백운산, 도마봉에서
4. 멀리는 신로봉 능선
5. 멀리는 백운산, 그 앞은 도마치봉
6. 향적봉
▶ 도마봉(883m), 헬기장, ┤자 능선 분기
날이 흐려 햇볕 없지만 백운산 정상 너른 공터가 더워 보여 얼른 나무숲 그늘로 피한다. 숲길.
잘 다듬었다. 그리 가파르지 않은 사면인데 가드레일격 밧줄 매었고 공터에는 목제 장의자를
놓았다. 한적하다. 등로 주변은 야생화 화원이다. 동자꽃 쥐손이풀 은꿩의다리 털중나리 산수
국 금마타리 짚신나물 물레나물 등등. 개당귀도 화초다.
완만하게 올라 918m봉. 삼각봉이라 새긴 표지석이 있다. 도마치봉이 제법 우뚝하게 보인다.
너른 공터 나와 쉬느니 아예 점심밥 먹는다. 허기지면 이 더위에 더 힘들 것. 숫제 입안으로
밀어 넣는다. 비로소 눈에 초점 잡히고 살 것 같다. 등로는 가파를 만하면 밧줄 매달았다. 도
마치봉 정상은 헬기장이다. 큼직한 정상표지석이 있다. 김형수는 ‘韓國400山行記’에서 여기
를 백운산이라고 한다. 아마 이 근방에서 가장 높아서일 게다.
도마치봉 내리는 길. 사태 난 것처럼 넓고 휑하니 뚫렸다. 뚝 떨어졌다가 능선 마루금 비낀 사
면을 질러간다. 샘이 나온다. 예전에는 옹달샘이었는데 지금은 누군가 암벽에 플라스틱 파이
프를 꽂아놓았다. 물이 좔좔 흐른다. 물맛 좋다. 수대로 물통 가득 채운다. 긴 숲속 길 빠져나
오면 ┤자 능선 분기봉인 도마봉이다.
방화선 풀숲길이 시작된다. 사방 시야 훤히 트이지만 염제의 더운 입김으로 흐릿하고 풀숲이
내뿜는 열기로 얼굴이 화끈하다. 국망봉 가까이까지 이러리라. 풀숲이 우거져 걷기 불편하다.
길이 풀에 묻혔으니 발로 더듬어 나아간다. 내 발로 결초(結草)하고 내가 엎어진다. 풀잎 스친
손등과 팔뚝은 벌겋게 불거진다.
작년 이맘때 재미 보았던 그곳이다. 동쪽 사면으로 더덕이 밭으로 많았었다. 앞으로 두고두고
먹을 수 있겠다며 더산 님과 나 둘이만의 비밀로 꼭꼭 간직했다. 사실 오늘 산행코스는 이곳
을 배려한 부분이 크다. 그 더덕 일부를 가지러 온 것이다. 그런데 별일이다. 더산 님과 온 사
면을 아무리 뒤져도 보이지 않는다. 무언가에 홀린 것 같다. 작년의 일이 과연 사실이었던가
갑자기 어슴푸레해진다. 손등에 쐬기만 두 방 쏘이고 나온다.
7. 지나온 능선, 가운데가 도마치봉
8. 멀리 가운데는 도마치봉
9. 국망봉 가는 길, 앞은 1,113m봉
10. 신로봉 능선
11. 신로봉 능선, 그 뒤로 왼쪽으로 가리산이 보인다
12. 신로봉 능선
▶ 국망봉(國望峰, △1,167.2m)
생각만으로 기분이 좋았던 달콤했던 꿈은 사라졌다. 해를 두고 벼렸는데 허탕 치고 나니 발걸
음이 무겁다. 삼각점에 ┼자 방위표시만 보이는 △832.3m봉 넘고 살짝 내렸다가 긴 오름이
이어진다. 방화선 한가운데로 낸 교통호는 패여 대단한 협곡으로 변했다. 풀숲 헤치고 교통호
넘고 넘는다. 약해졌다. 949m봉을 길 따라 우회한다.
신로봉은 우회로 마다하고 직등한다. 버들 님과 나 둘뿐. 명자 붙은 산봉우리이기 때문이다.
가파른 오르막이 땀 줄줄 흘려 젖으니 더욱 미끄럽다. 신로봉 남사면 슬랩 내리는 길이 조심
스럽다. 잡목 붙들고도 뭉기적거린다. ├자 갈림길 안부 신로령. 산행표지기 주렁주렁 달린
오른쪽 하산 길을 일별하고 미련 없이 직진한다. 저 앞 1,113m봉이 아득한 준봉이다.
990m봉. ‘돌풍봉’이라고 쓴 표지목이 넘어졌다. 미풍(微風)도 없다. 널브러져 가쁜 숨 쌕쌕거
리는데 어느새 1,113m봉 오른 선두는 빨리 오라 소리친다. 일어난다. 다시 풀숲에 묻힌다. 우
회길 보이면 체면 불구하고 그에 따른다. 야트막한 안부 ├자 갈림길 지나고 스퍼트 낸다. 입
가에 거품이 이는데 침은 밭다. 쓴물이 올라온다. 눈으로 흘러드는 땀을 연신 훔치지만 사물
이 흐릿하게 보인다. 어지럽다.
1,113m봉. 먼저 오른 일행들이 박수하며 맞이한다. 그래도 퍼진다. 얼린 막걸리가 마침 알맞
게 시원하다며 잔 그득하게 따라 권하지만 손사래 친다. 앉아서는 달겠지만 일어나면 독일
것. 아직 국망봉까지 1.23㎞가 남았다. 1,113m봉에서의 조망은 일품이다. 먼 데는 안개로 가
렸지만 가리산과 신로봉 능선의 노송 버틴 암벽 암릉미가 단연 돋보인다.
방화선 풀숲 길은 1,113m봉에서 끝난다. 이제는 나무숲길이다. 잠시 평평한 등로가 이어진
다.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듯 서서히 간다. 500m 남았을까? 밧줄 나오고 사면이 벌
떡 일어선다. 가다 숨차면 밧줄 잡고 엎드려 털중나리 눈 맞춘다. ├자 장암저수지 하산 길 나
오고 30m. 내쳐간다.
국망봉 정상. 우리뿐이다. 사방 안개로 가렸다. 배낭 털어 먹고 마신다. 계곡으로 내려 알탕할
생각하니 저절로 기운난다. 몇 번이나 알탕 오래오래 하자며 서로 의기투합한다. 하산! 급전
직하 떨어진다. 돌길 밧줄 잡고 주르륵 내린다. 손바닥이 얼얼하다. 임도까지 2.7㎞. 국망봉자
연휴양림까지 3.2㎞. 이정표는 0.3㎞ 간격으로 있다. 이정표가 없느니만 못하다. 한참 내렸는
데 겨우 0.3㎞라니. 지루하다.
2㎞ 정도는 아주 가파르게 내린다. 평평한 마사토 길 나오고 한 피치 내리면 절개지 철계단
아래가 임도다. 다시 한 차례 사면 지치면 계류 바짝 붙은 임도가 나온다. 어디가 적당할까?
알탕할 장소를 찾는다. 너른 소 두 곳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선점하였다. 장암저수지 아래 소
류지 가까이 내려왔다. 다래 다닥다닥 열린 다래나무숲 아래 층층 와폭이 흐르고 넓고 깊은
소가 있다.
그리 떨어지지 않은 위쪽에서 고기 굽는 남녀 야영객들이 보고 보이지만 그게 어떻단 말인가.
떼로 훌렁 벗고 물속으로 뛰어든다. 물이 차디차다. 한 번 자맥질로 소름 돋는다. 바위에 걸터
앉아 말렸다가 잠수한다. 겨우 두 번. 더산 님은 세 번이나 물속에 들어갔다. 날아갈 듯 개운
하다. 누군가 복중(伏中) 산을 간 이유를 묻는다면 이때만큼은 ‘알탕하려고’ 라고 서슴없이 답
하리라. 국망봉자연휴양림 앞. 모두 해끔한 얼굴들이다. 이동 택시 부른다.
13. 가운데가 가리산
14. 신로봉 능선
15. 털중나리
16. 뒤가 가리산
17. 버들 님, 국망봉 정상에서
18. 국망봉 정상, 선 사람 왼쪽부터 메아리, 신가이버, 버들, 앉은 사람 왼쪽부터 베리아,
더산, 모두 맛이 갔다.
19. 국망봉자연휴양림 입구에서 바라본 국망봉 쪽
첫댓글 이 날 습도가 높아 몹시 무더웠는데, 정말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전 안내 산악회 따라 살구나무골을 거쳐 칠보산 정상까지만 오른 후 쌍곡계곡으로 내려와 계곡 중류쯤에서 한참을 머물렀었지요.
이 더위에 왜들 그리 심신(心身)을 혹사(酷使)하시는지 - 알탕의 묘미가 증폭되는건 사실일지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