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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란 시집 {꽃구름 카페} 출간
서정란徐庭蘭은 경북 안동 출생했고, 동국대학교 예술대학을 졸업했으며, 1992년 동인지 출간으로 작품활동 시작했다. 동국문학상 수상을 수상했으며, 시집으로는『오늘 아침 당신은 내 눈에 아프네요』,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흔들리는 섬을 위하여』, 『어쩔 수 없는 낭만』, 『어린 굴참나무에게』, 『클림트와 연애를』등이 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한국여성문학인회 동국문학인회, 문학의 집 서울 회원, 국제PEN클럽한국본부 이사, 동국문학인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인은 천지창조주이며, 황금의 자연이고, 그 어떤 신들보다도 더 위대하다. 시인이 있고 말이 있으며, 말이 있고 신이 있다. {꽃구름 카페}는 서정란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이며, 그의 이상적인 ‘시의 공화국’이라고 할 수가 있다
봄은 오고, 봄은 겨울보다 먼저 온다고 할 때에도 서정란 시인의 시적 열정을 알 수가 있고, “봄은 내 마음의 화약고입니다”([봄을 훔치다])라고 할 때에도 서정란 시인의 시적 열정을 알 수가 있다. “네 숨결이 섞여있는 공기를 마시고// 네 영상이 숨어있는 사물을 보며// 내 영혼에 영감을 불어넣는// 천만년 노래하는 불멸의 가인佳人을// 꿈”꾼다고 할 때에도 시인의 열정을 알 수가 있고, “태양처럼 강렬하고/ 죽음보다 가난했던 그는 죽지 않았다”라고 할 때에도 시인의 열정을 알 수가 있다. 시인의 열정은 화약고이고, 봄이며, 영원히 꺼지지 않는 태양이라고 할 수가 있다. 시인은 불꽃이고, 봄이고, 태양이며, 죽어도 죽지 않는 불멸의 가인(지존)이다. 언어는 생명이고, 생명은 시이고, 시는 황금의 자연이다. 요컨대 시가 삶이 되고, 삶은 시가 되고, 시인은 예술품 자체가 된다.
벚나무 허공에다 꽃구름 카페를 열었습니다
밤에는 별빛이 내려와 시를 쓰고
낮에는 햇빛이 시를 읽는 허공카페입니다
곤줄박이며 콩새 방울새 박새 오목눈이까지
숲속 식솔들이 시를 읽고 가는가 하면
벌과 나비 바람둥이 바람까지
시를 어루만지고 가는 꽃구름 카페입니다
공원을 한 바퀴 돌고나서 나도
꽃구름카페 아래 쉬어갑니다
벚꽃 닮은 매화, 매화 닮은 벚꽃
어느 것이 진품이고 어느 것이 모사품일까,
생각을 하는 나에게
자연은 위작도 모사품도 모르는 신의 창작품이라고
팔랑팔랑 허공을 떠다니는 꽃잎이 일러 줍니다
잠시 불온한 생각에 붉어진 얼굴로
꽃구름카페 휴식차를 마십니다
---[꽃구름 카페] 전문
시는 열정이 전부이고, 시적 열정은 불탄다. [망중한]에서도 천년 만년 노래하는 시인을 꿈꾸고 있는 것이 그것을 말해주고, 태양보다 강렬하고 죽어도 죽지 않는 반고흐를 찬양하고 있는 [밀 익는 마을]이 그것을 말해준다. 이 모든 것이 서정란 시인의 시적 열정의 소산이며, [꽃구름 카페]는 그의 ‘황금의 자연’의 진수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벚나무가 허공에다 꽃구름 카페를 열었고, 밤에는 별빛이 내려와 시를 쓰고, 낮에는 햇빛이 시를 읽고 가는 허공카페이다. “곤줄박이, 콩새, 방울새, 박새, 오목눈이까지/ 숲속 식솔들이 시를 읽고 가는가 하면/ 벌과 나비 바람둥이 바람까지/ 시를 어루만지고 가는 꽃구름 카페”이다. 시인은 공원을 한 바퀴 돌고나서도 꽃구름카페에서 쉬어가고, 때로는 “벚꽃 닮은 매화, 매화 닮은 벚꽃/ 어느 것이 진품이고 어느 것이 모사품일까”라고 의문을 가져보기도 하지만, 그러나 이내 그는 이 모든 것이 “위작도 모사품도 모르는 신의 창작품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따라서 그는 잠시 불온한 생각, 즉, 자연의 창작품에 의문을 가졌던 생각들을 반성하며, 꽃구름 카페에서 ‘휴식차’를 마신다. 반성은 진실이고, 진실은 하늘을 감동시키며, 황금의 자연을 펼쳐 보인다. 사유의 꾸밈도 없고, 상상력의 꾸밈도 없다. 시인과 사물, 벚꽃과 매화, 수많은 새와 동물들이 조화를 이루며,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 있고,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다. 모든 낙원은 시의 낙원이며, 무한한 시적 열정을 갖고 최고급의 인식의 제전에서 승리한 시인만이 이처럼 [꽃구름카페]와도 같은 시를 창출해낼 수가 있다. 시인은 천지창조주이며, 황금의 자연이고, 그 어떤 신들보다도 더 위대하다. 시인이 있고 말이 있으며, 말이 있고 신이 있다.
얼치기 시인은 뜬 구름 속에서 시를 찾고, 진정한 시인은 현실 속에서 시를 찾는다. 얼치기 시인은 시야가 좁고 그 좁음을 은폐하기 위해 공허한 말장난과 기교를 부리고, 진정한 시인은 시야가 넓고 그 어떤 시적 기교도 부리지 않은 채 자기 스스로 판단하고, 새로운 사건과 그 현상들을 명명한다. 서정란 시인의 [꽃구름 카페]는 내가 들어본 카페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며, 전인류를 감동시킬 만한 신선한 충격과 독창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벚나무, 별빛, 햇빛, 꽃구름, 곤줄박이, 콩새, 방울새, 박새, 오목눈이 등도 살아 있고, 숲속의 식솔들, 벌과 나비, 바람둥이 바람, 벚꽃, 매화, 진위를 의심하는 시인과, 이내 그것을 반성하며 ‘꽃구름 카페’에서 ‘휴식차’를 마시는 시인도 살아 있으며, 이 극적인 이야기 속에 ‘황금의 자연의 교향곡’이 울려퍼진다. 세목의 진정성 이외에도 전형적인 상황에서의 전형적인 인물의 창조, 즉, 현실주의의 승리이자 이상주의의 승리이고, 이상주의의 승리이자 시인 정신의 승리라고 할 수가 있다. [꽃구름 카페]는 서정란 시인의 ‘시의 공화국’이며, 이 [꽃구름 카페]는 그의 언어와 일곱 번째 시집 속에, 아니, 우리 한국어의 영광 속에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열려 있을 것이다. 아아, 자유와 평화와 사랑과 믿음과 만인평등이라는 사상의 꽃으로----.
서정란 시인의 시는 철학적인데, 왜냐하면 그는 끊임없이 이 세상의 삶의 지혜를 탐구하고, 최고급의 지혜로서 고귀하고 위대한 시인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봄이 온다], [망중한], [밀 익는 마을]도 아름답지만, [첫사랑], [편지], [까치밥], [그해 겨울], [함께라는 것]을 읽어보아도 그의 [꽃구름 카페]가 우연의 소산이 아니라 최고급의 지혜의 산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지혜는 언제, 어느 때나 싹이 트고, 지혜는 그곳이 황무지이든, 사막이든, 꽃구름이든, 하늘나라이든, 지옥이든, 그 어느 곳에서나 자라난다. 시는 사상(지혜)의 꽃이고, 사상은 시의 열매이다. 우리는 지혜로 태어나서 지혜의 열매(시의 열매)를 맺으며, 지혜의 텃밭(황금의 자연)으로 되돌아간다.
너는, 내
이별의 1번지다
추억의 1번지다
그리움의 1번지다
너는, 내 가슴이
맨 처음으로 가닿은
내 마음 1번지다
----[첫사랑] 전문
서정란 시인은 자유인 조르바와 빈센트 반고흐를 꿈꾸고, 또한 부처와 시인 중의 시인을 꿈꾸듯이, 그의 사유의 한계내에서 거침이 없고 막힘이 없다. 백퍼센트 자유를 누리며, 그의 언어에 붉디 붉은 피와 생명력을 불어넣고 [첫사랑]마저도 이렇게 노래한다. “너는, 내// 이별의 1번지다// 추억의 1번지다// 그리움의 1번지다// 너는, 내 가슴이// 맨 처음으로 가닿은// 내 마음 1번지다”라고----. 이별의 1번지, 추억의 1번지, 그리움의 1번지, 내 마음의 1번지라는 첫사랑, 그 어느 누가 이처럼 대범하고 단도직입적으로 ‘첫사랑’을 표현한 적이 있었으며, 또한 그 어느 누가 이처럼 간단명료하고 단순한 시구 속에 모든 1번지의 총체로서 ‘첫사랑’을 표현한 적이 있었던가? 첫사랑은 순수하고 때 묻지 않았고, 첫사랑은 순수하고 때 묻지 않았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가 없다. 남녀가 이성에 눈을 뜨고 최초로 자기 짝을 찾았던 첫사랑----, 첫사랑은 추억이고, 그리움이고, 영원한 사랑의 기원이며, 모든 사랑은 첫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너를 처음 만난 그해 겨울/ 첫눈이 꽃잎처럼 날리고” “너는 하얀 솜사탕 같은 눈송이를 이고 와/ 내 앞에서 스르르 녹았다.” “나는 날마다 그림을 그렸고” “그림은” “노래하는 새였고 꽃이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너에게서 오고, 나의 모든 것이 너에게로 가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러나 “지금은, 그날처럼 꽃눈을 맞으며/ 모든 것은 지나가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명문장을 읊조리며/ 겨울보다 더 추운 한기에” 떨게 하는 것이 첫사랑일 뿐이었던 것이다. 이 [첫사랑]의 명명의 힘이 서정란 시인의 독창적인 명명의 힘이라면, 까치와 인간이 함께 법문을 듣고 그 지혜를 통해 어떠한 고통이나 난관도 극복해나간다는 [까치밥], “내 마음 낙관을 찍고/ 흰구름 우표를 부친다/ 바람배달부가 전해주리라”는 [편지], “최후의 심판같은 장엄한 일몰 앞에 선다”는 [선셋] 역시도 그의 독창적인 명명의 힘의 진수라고 할 수가 있다.
서정란 시인의 모든 시는 도덕적인데, 왜냐하면 지혜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것이며, 만인의 행복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시는 쓰디 쓰지만, 그 꽃은 아름답고, 그 열매(지혜)는 달다. 시와 사상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고, 시와 사상이 함께하는 자리라면 늘 즐겁고 기쁘다. 내 마음의 낙관을 찍어 흰구름 우표를 부치는 것도 기쁘고, 까치와 법문을 함께 듣고 공부를 하는 것도 기쁘다. 최후의 심판 같은 장엄한 일몰 앞에 서는 것도 기쁘고, 저승길도 함께, 라면 기쁘다. 이 ‘함께의 사회학’이 ‘도덕철학’이고, 그의 지혜는 이 세상의 어렵고 힘든 삶을 사는 사람들을 어루만지며, 더욱더 낮고 낮은 자리로 울려퍼진다.
----서정란 시집 {꽃구름 카페}, 양장, 도서출판 지혜, 값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