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14일
비행기표 날짜는 15일이지만 시간이 0시 25분이니 여행은 14일부터 시작된다. 오후 3시반에 택시를 불러 홍천터미널까지... 옆지기 폰의 티머니앱으로 택시비를 계산하고, 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동서울터미널로... 홍천 공항버스는 진작에 없어졌지만, 코로나 이후 여행객이 줄어들자 동서울에서 공항가는 버스도 없어졌다고 한다. 여행객이 많이 늘어났다고 연일 기사가 뜨는데 공항버스 늘린다는 기사는 아직 없다. 왜지?
어쨌든 버스가 없다니까 지하철을 타고 가야지. 2호선을 타고 잠실운동장까지 가서, 9호선으로 갈아타고 김포공항, 거기서 다시 공항철도로 갈아타고 가면 된단다. 번거롭지만 어쩔 수 없지, 택시를 탈 수는 없어. (이번 여행기간 내내 택시를 한 번도 타지 않은 기록을 세웠다. 스페인이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는 덕분이긴 하지만…) 그런데 티머니가 말썽이다. 아깐 잘 되더니 왜 갑자기 카드가 유효하지 않다고 거부를 하는 거야? 확인해 보니 티머니에 등록해 놓은 카드를 얼마 전에 해지하고 다른 카드를 등록하지 않았다. (택시비는 어떻게 된 거야?) 얼른 다른 카드를 등록했지만 여전히 작동하지 않는다. 열심히 검색해 보니 한달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티머니가 정지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래서 안되는 거야? (그럼 택시비는 어떻게 된 거야?) 이해는 안 가지만 방법이 없으니 티켓 판매기에서 구입을 하려는데 이건 또 뭔 일이래? 그 많은 기계들이 모두 현금 전용이고 카드 결제가 안된단다. 우린 현금 없는데? 서울 지하철이 이렇게 구식이었어? 우왕좌왕 하다가 결국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찾아서 표를 샀다. 그런데 택시비는 어떻게 결제가 된 거지? 나중에라도 택시 기사 찾아서 돈을 줘야 하는 거 아닐까? 이런저런 걱정을 했는데... 걱정마시라. 돈 빼갈 놈(^^)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빼간다. 나중에 보니 이미 해지한 카드를 통해 정상적으로(?) 돈이 나갔더라고. 그럴 바엔 지하철도 통과시켜 주지. 그건 왜 막은 거야?
인천 공항 도착해서 일찌감치 체크인을 하고서 식당가로 올라가 보니 시간이 늦었다고 식당들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혹은 막 닫는 중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유일하게 문을 연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었는데, 어라? 여기 맛집이네! 식당 이름은 소문.
저녁을 먹고도 시간이 많이 남아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데, 저쪽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누구 유명인이 출국하나? 궁금해 다가가 보니 축구 선수 김민재가 이탈리아로 돌아간단다. 며칠 전에 16강전에서 지고 금의환향 했었지.
#2022년 12월 15일
10시간 넘게 날아가서 도착한 도하 공항은 인천 공항보다도 크고 화려하다. 마침 월드컵이 진행중이라 더 북적이는 느낌. 우리 선수들은 이미 돌아왔지만, 어제 오늘은 4강전이 열리는 날이다.
도하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는 영화의 한 장면을 보았다. "승객 중에 의사 선생님 안 계십니까?" 하면 누군가가 벌떡 일어나 응급 환자를 처치하는 장면을 실제로 볼 줄이야.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미국인(?) 의사가 상황을 장악하고 처리하는데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러다가 "가까운 비행장으로 비상 착륙합니다."까지 나올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나 보다. 바르셀로나 공항에 정상적으로 착륙했고, 착륙 후에 응급차가 쳐들어와서 실어가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구글 지도는 공항 버스 A1을 타고 스페인 광장에서 내려 메트로를 타라고 했지만, 우리는 명을 어기고 카탈루냐 광장에서 버스를 내려 (10분 정도) 걸어가기로 했다. 급한 일 없으니 동네 구경이나 하면서 가자구. 다음에 공항에 올 것을 생각해서 기계에서 왕복권을 구입하려다가 실패. 기계 고장이라며 표 파는 여자가 손을 흔든다. 5.9 유로짜리 편도표를 사서 버스를 타는데(왕복은 10.4 유로 - 기계 고장으로 2.8유로 손해봤군), 앞에 타려던 사람이 여자운전사에게 쫓겨난다. 손짓을 보니 저기 가서 마스크를 사 쓰고 오라는 것. 포르투갈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마스크 의무착용을 해제한 상황이지만 스페인은 우리 여행 기간 내내 대중교통 안에서 마스크를 강제하고 있었다. 버스에서는 잘 지키는 편이고 지하철과 기차에서는 덜 지키는 분위기.
카탈루냐 광장은 공사하는 곳이 있어 어수선하다. 공항 갈 때 버스탈 곳을 잘 봐두고... 숙소를 향하여 출발!
잠깐 넓은 인도가 나오더니 유럽 구시가지 특유의 "골목 감성"이 느껴지는 고딕 지구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바르셀로나 대성당을 흘겨보며 산하우메 광장을 지나 우리 숙소 오스탈 레반테로. 듣던 대로 간판이 작아서 입구를 못 찾고 지나쳤다가 다시 돌아와 겨우 찾았는데, 역시 듣던 대로 매우 친절하고 깔끔한 숙소여서 (방이 작고 방음이 안 된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전체 4점, 가격대비 5점을 주었다.
숙소에서 잠시 숨 좀 고르고 고딕지구 구경하려고 나왔다가 급 컨디션 저하, 장시간 비행하고 바로 관광을 나선다는 건 무리라 판단하고 얼른 돌아왔다. 싸가지고 간 누룽지를 끓여 먹고 오늘은 그냥 휴식 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