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법 통과에 부쳐 왜 우리는 최악과 차악을 선택지로 떠안는가 조속한 추가 조치 및 특별법 개정 이뤄져야
오늘 5월 25일 전세사기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대규모 보증금 미반환 사태를 목전에 두고도 이번 특별법은 ‘전세사기 특별법’으로 한정됐습니다. 언론에는 매일 최우선변제금까지 무이자 대출이니, 1-2%대 저이자 대출이 가능하다는 기사가 나오지만 피해자들은 ‘누가 도대체 대상자냐’, ‘빚에 또 빚을 얹느냐’,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또 다시 전세를 가라는거냐’며 분통을 터뜨립니다. 까다로운 피해자 요건이 피해자들을 갈라치기 한다면, 실체는 없고 생색만 내는 이번 대책은 피해자 국민과 아직 피해를 입지 않은 국민을 갈라치기 하고 있습니다. 이번 특별법에는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도, 최선의 노력도 담기지 않았습니다.
왜 이것은 재난이 아닙니까? 집으로 돈을 벌던 이들은 전세 보증금을 먹잇감 삼았습니다. 이자만 받으면 그만이었던 은행은 이 과정의 공모자였고, 정부는 세입자들의 보증금 보호장치 마련이나,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방관하는 것으로, 투기꾼들에게 이로운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금리 인상으로 주택가격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이 모든 피해는 세입자에게 집중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 임대차 구조는 이익은 소유주자 독식하지만, 피해는 세입자와 사회로 떠넘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피해를 떠안은 평범한 사람들은 일상을 파괴당하고, 미래를 잃고, 목숨마저 빼앗기고 있습니다. 2월 28일 첫번째 전세사기 희생자가 발생한 이후 4월 14일, 4월 17일 두번째, 세번째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5월 8일 과도한 채무에 짓눌려 투잡 쓰리잡을 견디던 네번째 희생자가 목숨을 잃었고, 5월 24일 다섯번째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우리가 겪는 지금의 지옥이 왜 재난이 아니란 말입니까.
왜 우리는 최악과 차악을 선택지로 받아야 합니까?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문제가 ‘소수의 일탈행위’라던 정부의 진단은 잘못 꿰어진 첫 단추였습니다. 정부와 국회는 여전히 지금 시민들이 겪는 위기의 실체를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특별법이 그 결과입니다. 정부는 몇가지 대책을 소극적으로 채택한 뒤 선구제 후회수를 비롯한 핵심 대책은 완전히 외면했고, 국회는 합의라는 이름으로 이를 용인했습니다. 우리는 특별법을 결코 환영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이 작은 대안이라도 필요한 피해자들이 있기에 특별법 통과를 전면 반대할 수도 없었습니다. 최악과 차악 사이의 선택을 강요당한 지금, 우리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두렵습니다. 특별법 통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피해자들의 고통이 선명히 눈앞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추가 조치 및 특별법 개정, 조속하고 필수적입니다. 정부의 편의와 임의에 따라 복잡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만들어진다면 특별법의 실효성이 더욱 낮아질 것입니다. 우리는 향후에도 이를 감시하는 한편, 조속한 추가 행정조치와 특별법 개정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도 이제 시작되어야 합니다. 더이상 이렇게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국의 피해자와 국민 여러분에게 호소합니다. 사각지대 없는, 실효성있는 특별법 만들고자 했으나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이 반쪽짜리 특별법이 약간 도움이 되는 분도,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는 문제의 정의부터 해결책까지 모든 쟁점에 거부로 일관한 정부의 책임입니다. 그러나 홀로 절망하지 맙시다. 우리는 여기까지 변화를 만들어 왔고, 부족하지만 이제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서게 될 출발선이 바뀌었습니다. 대책의 한계를 밝히고, 조속한 개정과 추가대책을 요구할 과제가 남았습니다. 이 법을 하루 빨리 바꿀 수 있게 힘을 모아주십시오. 서로를 포기하지말고 함께 갑시다. 집은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집을 얻는 일이 이렇게 위험천만한 것이어서는 안됩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대책위는 끝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