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LG전자가 프리미엄 라인업의 대표 브랜드인 ‘G시리즈’를 8년 만에 버리고 새로운 브랜드를 적용해 분위기 반전에 나선다. 새롭게 도입할 브랜드는 오는 5월 출시 제품부터 적용된다. LG전자의 새로운 시도가 사업부 전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계기가 될지 눈길을 끈다.
LG전자가 브랜드명까지 버릴 정도로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은 그만큼 올해 적자 탈출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번 새 제품부터는 과거 ‘초콜릿폰’과 같이 제품별로 이름을 붙여 독립성을 살리는 한편 디자인과 가격경쟁력을 갖춰 신규 수요를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5월부터 본격 출시할 매스 프리미엄폰에 G시리즈 명칭을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상반기 출시 예정인 5G 스마트폰부터 당초 알려진 ‘G9’이 아닌 디자인을 고려한 새로운 ‘펫네임(Petname)’을 적용할 예정이다. 매스 프리미엄 신제품은 최근 해외에서 출시한 V60 씽큐보다 사양을 낮추는 대신 디자인을 개선하고 가격을 내린다.
LG전자에 스마트폰 사업은 유독 아픈 손가락이었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본부(MC사업본부)는 지난해 4분기에 매출 1조3208억원과 영업손실 3322억원을 기록하는 등 19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왔다. 지난 한해 누적적자만 해도 1조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LG전자는 올해부터 다소 보수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선회했다. 5G시장이 본격 개화되는 북미와 일본, 유럽 등의 해외시장에서만 전략 스마트폰 V60 씽큐를 출시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쳤다. 국내에서는 프리미엄폰보다는 대중성을 높이는 매스 프리미엄 정책에 집중한다. 국내에서는 5G 시장이 어느 정도 무르익어 통신사들의 지원이 덜한 데다 5G 시장을 둘러싼 보조금 과열 등 마케팅 비용 축소가 진행되는 여건을 고려했다. 원가절감을 위해 지난해 국내 평택에 위치한 스마트폰 제조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기도 했다.
LG전자는 2년 전인 지난 2018년 3월20일 신속한 OS 업그레이드와 체계적인 스마트폰 지원을 위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센터를 신설했다. 연구개발 조직도 별도로 만들어 AS서비스 강화에도 신경썼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센터는 고객 소통, OS 업그레이드, 기능별 소프트웨어 및 보안 기능 업데이트 등을 담당하며 사후지원 컨트롤타워 구실을 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존 제품에 대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처리 속도가 경쟁사에 비해 늦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LG측은 완성도에 신경을 썼다는 해명을 했지만 완성도 만큼이나 트렌드에 민감한 스마트폰 시장 경쟁에서는 속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회사 내부에서는 소프트웨어 관련 인력이 삼성전자와 비교할 때 양적·질적으로 격차가 커 이러한 변화를 이끌기가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구글 등 글로벌 굴지의 소트프웨어 관련 업체들과의 협력관계 구축이 긴밀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폴더블폰 2세대가 등장하는 시기에 듀얼스크린 출시 정도에서 혁신이 그친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LG전자도 폴더블폰과 관련된 다양한 특허를 출시했지만 아직 폴더블폰 생산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LG전자가 해외에 다양한 폴더블폰 특허를 공개하면서도 폴더블폰을 개발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폴더블폰보다 더욱 진화한 롤러블폰과 익스펜더블폰 관련 특허도 있지만 이 제품이 상용화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전자가 과거 피처폰에만 올인해 시장 변화를 빠르게 인지하지 못한 것이 위기의 시작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전환할 때 기술 격차가 벌어졌고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도 소홀했다”면서 “한 번 떨어진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는 일은 쉽지 않다. 새로운 브랜드명을 통해 대중성을 잡고 사업부 전체 도약의 계기로 삼으려면 내부 연구 조직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인력확충이 중요하다. 또한 의사결정에 있어 실무진들의 보다 개방적이고 유연한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