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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동녘 동) 西(서녘 서) 南(남녘 남) 北(북녘 북) |
동서남북(東西南北)은 세상 사람들이 느끼는 방위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입니다.
동양의 한 모퉁이 섬에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나 아마존의 밀림 속에 사는 사람들까지도 동서남북에 대한 인식을 대체로 공통입니다.
만일 동서남북의 방위에 대한 인식이 동서가 서로 다르고 사람마다 서로 다르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를 생각해본다면 동서남북의 방위에 대한 인식이 통일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동서남북의 방위는 어떻게 정해지는 것일까요? 아니 무엇을 기준으로 동서남북을 가리는 것일까요?
약간의 주의만 기울인다면 이것을 알아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해 뜨는 쪽이 동쪽, 해지는 쪽이 서쪽.
‘동쪽’은 ‘동이 트면서 해가 움직이는 쪽’, ‘서쪽’은 ‘해가 가다가 서는 쪽’.
사실 이것만 생각해도 동서남북 방위의 기준은 ‘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동쪽과 서쪽은 이렇듯 해를 주체로 정해진 방위다. 동쪽과 서쪽이 해를 기준으로 정해졌으므로 남쪽과 북쪽 또한 해를 기준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며, 남과 북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해가 나오는 쪽(남쪽)과 해가 있는 쪽(북쪽)으로 구분됩니다.
‘北(북)’은 해가 남쪽을 향해 나아갈 때 등이 있는 쪽이 되어 ‘북쪽’은 ‘밝이 있는 쪽’이 되는 것이며, ‘南(남)’은 ‘나다’, ‘나오다’의 의미가 되어 남쪽은 해가 나가는 앞쪽이 되는 것입니다.
東(동녘 동) : 동이 트는 쪽, 어둠의 동이(항아리)가 터져 밝음이 움직이는 쪽
西(서녘 서) : 해가 가다가 저녁이 되어 움직임을 멈추고 서는 쪽
南(남녘 남) : 해(밝)가 나아가는 쪽, 해가 향해 나가는 앞쪽
北(북녘 북) : 해(밝)이 있는 쪽, 나오는 해의 뒤쪽, 등쪽
한편, ‘東’자를 통해서는 고대 한자를 만든 사람들의 음양(陰陽)적 관념을 읽어낼 수도 있습니다.
‘東’자는 ‘束’자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束(묶을 속)’은 푸대의 안에 무언가를 담고 위와 아래를 묶어 놓은 모양입니다.
때문에 푸대의 안쪽은 빛이 차단된 온통 어둠일 뿐입니다.
우리가 ‘항아리’를 ‘동이’라고 부르는 것과도 관계가 있는데, 항아리는 어둠을 담은 그릇입니다. 그 안은 언제나 어둠이며 무언가를 담고 있거나 담을 수 있습니다.
낮을 밝게 비추었던 해가 어둠 속으로 사라진 것을 어둠의 항아리로 들어간 것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항아리는 해의 양(陽)에 상대되는 음(陰)의 상징인 것입니다.
그래서 ‘동이 튼다’라는 우리말은 어둠을 담은 항아리가 깨져 그 속에 있던 밝은 태양이 움직인다는 의미입니다.
‘東’자는 곧 어둠을 담은 ‘푸대(束)’의 가운데가 터저(一) 그 속에서 밝은 태양이 움직인다는 의미를 담은 글자입니다.
‘동이 튼다’는 우리말의 의미가 ‘東’자에 고스란이 담겨 있다는 것은 한자를 만든 주체가 누구인지를 새삼 일깨워준다고 하겠다. [조옥구 한자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