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 스님이 눈물을 흘렸다. '깔때기' 정봉주 전 국회의원의 유죄판결 및 구속수감을 곧 집행한다는 소식에 대한 분노의 눈물이었다. “중생이 아프니 부처도 아프다”는 책의 이름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명진 스님은 분노했다.
명진 스님은 자신의 신간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 -서이독경> 사인회를 12월 22일 오후 5시 30분부터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가졌다. 광화문 교보에는 사인회 시작 전부터 수백 명의 인파와 많은 취재진들이 모여들었다.
12월 22일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저자사인회를 하고 있는 명진스님. 사진=단지불회 제공
명진 스님은 사인회에 앞서 비감한 표정으로 인사말을 했다.
“정봉주 전 의원이 오기로 했는데 내일까지 출두해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착잡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옵니다.”
안경 속의 두 눈에 눈물을 고였고, 스님은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명진 스님은 지난 광주 콘서트에서 만났던 '나꼼수' 4인방, 즉 정봉주, 김어준 주진우, 김용민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우리를 즐겁게 해주고 가식 없는 맨 얼굴로 이 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한 이들을 어떻게 지켜줄 것인가. 한국 사회가 갈 길은 과연 어디인가”라며 통탄을 금치 못했다.
특히 정봉주 전 의원은 온 가족이 남양주의 한 절에 나가는 불자임을 지난 출판기념회에서 알렸던 터라 스님으로서 그를 지켜주지 못한 데 대한 비통함과 애틋함이 더할 수밖에 없었다. ‘정봉주 전의원이 아프니 명진 스님도 아픈’ 안타까운 정경이었다.
명진스님의 사인을 받기 위해 책을 사들고 길게 늘어선 독자들.
“지금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기사로 서울시장 선거를 방해하기 위해 저지른 디도스 문제, 막가파 정권이 비리로 재산을 취득하려 했던 것들이 덮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과거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시절부터 허언필망이라고 했습니다. 단연코 지은 죄와 인과는 남아 그대로 돌아갑니다.”
명진 스님의 MB에 대한 비판은 거침이 없었다. 시원스런 스님의 인사말에 사인회에 참석한 500여 시민들은 큰 박수로 동의를 표했다. 이들의 뜨거운 환호와 함께 사인회가 시작됐다.
사인회가 시작된 후, 사인회에 참석하기로 했던 정봉주 전 의원이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는 문자가 왔다. 명진 스님은 사인회에 참석하면 전해주려 했던 ‘영치금’ 봉투를 시민들에게 보여주며 끝내 그렁거리는 눈물을 훔쳤다. 영치금 봉투에는 스님의 마음을 담은 글이 적혀져 있었다.
명진스님이 정봉주 전의원에게 전달하려고 준비한 영치금 봉투. 봉투에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세상'이라고 적혀 있다.
“달려라 정봉주! 울지마 정봉주! 탈옥해 정봉주!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세상. 단지불회 명진”
이 봉투는 사인회가 끝날 때까지 책상위에 놓여져 있었다. 사인을 받으려는 긴 줄은 끝이 보이지 않았고, 독자들은 기다리면서 스님의 책을 열심히 읽었다.
사인회장을 찾은 사람들은 제각기 많은 사연과 인연을 갖고 있었다. 물론 스님을 처음 만나는 독자들도 많았다. 명진 스님은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을 환한 웃음으로 대하며, 이름을 불러주고, 사연을 물었으며, 때로는 특유의 유머를 건네 웃음보를 터뜨리기도 했다.
사인회 중간에는 박선숙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이 명진 스님을 응원하기 위해 잠시 사인회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스님은 사춘기>를 읽고 감명 받아 스님의 팬이 됐다는 17세 소녀에서부터, 평소 스님을 존경하고 팬인 아버지를 대신에 사인을 받기 위해 왔다는 딸, 트위터에서 소식을 들었다는 30대 청년, 우연히 찾았다 스님이 앉아 계신 모습을 보고 책을 샀다는 아주머니, 멀리 의정부에서부터 스님을 뵙기 위해 오셨다는 할아버지까지 많은 분들이 사인회에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