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
[ 徐熙 ]
“항복을 하지 않으면 전멸시키겠다!”
발해를 하루 아침에 멸망시킨 요나라는 고려 조정에 항복을 요청했어요. 거란족이 세운 요나라가 코앞까지 왔다는 말에 고려 조정은 큰 혼란에 빠졌어요.
“소손녕1)이 이끄는 거란족 군대는 무려 80만 명이 넘습니다. 이들이 말을 타고 남쪽으로 내려오면 우리도 발해와 마찬가지로 하루 아침에 멸망할 것입니다!”
고려 조정에서는 항복하자는 주장이 거셌어요. 그러자 서희가 거세게 반발했어요.
“제가 소손녕과 만나 담판을 짓겠습니다!”
서희의 말에 신하들은 모두 숨을 죽였어요. 모두들 서희가 소손녕의 분노를 사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거예요. 하지만 서희의 생각은 달랐어요.
‘거란이 원하는 것은 고려의 땅도 전쟁도 아니야! 바로 우리나라와 국교를 맺는 것이지. 거란족이 전쟁을 원했으면 벌써 침략해 왔을 것이다.’
서희는 침착하고 당당한 태도로 소손녕과 만났어요. 소손녕은 서희에게 고려의 북쪽 땅을 바치고 국교를 맺으라고 말했어요. 그러자 서희는 자신의 예상이 정확했다고 생각했어요. 요나라의 약점을 간파한 서희는 소손녕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그 땅은 원래 고구려의 땅이었고 고려는 고구려의 후계자이니 우리 땅이 맞소. 또한 고려가 요나라와 국교를 맺고 왕래하려면 압록강을 지나야 하는데 현재 여진족이 압록강을 점령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요나라와 통하지 못해 송나라와 국교를 맺은 것이니 여진족을 내쫓고 우리 옛 영토를 회복한다면 기꺼이 요나라와 국교를 맺겠소.”
소손녕은 서희의 말을 즉시 요나라 왕에게 보고했어요. 그러자 요나라 왕은 크게 기뻐하며 군대를 철군하라는 명령을 내렸어요. 그리고 고려가 압록강 동쪽 280여 리의 영토를 개척하는 데 동의한다는 답장까지 보내왔지요.
“믿어지지 않는군! 서희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전쟁에서 이겼어!”
“어디 그뿐이야? 그는 말 한마디로 잃어버렸던 우리의 옛 영토까지 고스란히 되찾았어!”
서희의 담판은 정말 엄청났어요. 서희는 위기에 처한 고려를 구했을 뿐만 아니라 강동 6주2)를 고려의 영토로 편입했어요. 거기에 더해 서희는 소손녕의 융숭한 대접과 낙타 10마리, 말 100필, 양 1,000마리, 비단 500필의 선물까지 받고 돌아왔지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냉철하고 현명한 외교관이라 불리는 서희는 목종 임금 때인 998년에 편안히 눈을 감고 여주 땅에 묻혔어요. 지금도 여주에 가면 서희 장군의 묘를 볼 수 있지요.
경기도 여주의 서희 장군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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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 [徐熙] (지도로 배우는 우리나라 우리고장 - 서울 · 경기, 2009.07.30., 정명숙, 유남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