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춘몽- 꿈속의 세상은 흑백인데, 유독 돈다발만 황금이네요. 그러나 발밑에 떨어지면서 서서히 재가 되니...
부귀영화를 누려도 갈땐 빈손으로 가는 덧없는 인생과 다를바 없습니다, 동생녀석의 꿈을 그림으로 표현해봤습니다)
누나, 100억이야, 100억! 자그만치 100억을 손에 쥐게 됐다구!!! 으흐흐흐...100억이 내품에 들어
오게 됐단말야"
"야, 너 더위먹었니? 그렇잖아도 심기 사나워 죽겠는데, 아침부터 말 같지 않은 소리를 떠들어
대고 있어...씩씩!!!"
"누나...놀라지마, 어제밤 꿈에 로또 1등 번호가 내꿈에 보였다, 근데 5개는 다외웠는데, 나머지
끝에 한자리가 2번과 관련있는 번호인데 정확히 기억안나, 새벽 4시에 깨서 잊어버릴까봐
종이에 적어놓고, 지금까지 2번과 연관있는 번호 곱하고, 빼고, 나누고해서 관련번호를 다 추정
했는데, 한 40개 정도 나오더라, 이걸 몽땅 지금 사오는 길이란 말야 "
"우와~ 정말이야? 저번에도 꿈에서 본 번호로 1등 당첨된 사람이 있는데... 그거 꿈에 보이면
확실한거네~ 야, 나두 좀 주는거지? 벌써부터 가슴이 막 뛴다 흐흐흐~~~"
(로또를 꽃으로 표현한다면 단연 파란장미일 겁니다.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 꽃으로 유전자 조작해서 파란장미를
만들어내는 나라는 대박일겁니다. 파란장미가 세상에 등장한다면 아마도 세계인들이 가장 사랑을 받는 꽃이 되지
않을까요?)
지난주 금요일 아침, 동생이 꿈에 로또 번호를 보았다고 해서 온 가족이 다음날 저녘까지
들뜨고 흥분돼 하루종일 로또~만을 외치며 눈빠지게 기다렸습니다.
드뎌 우리도 신의 가호를 받게 된 거라고 가슴이 울렁거렸습니다.
아...우린 모여 그 100억을 받으면 어디부터 쓸것인지를 저마다 골몰히 생각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언론이나 이상한 사람들의 추적을 어떻게 피할것인지를 진지하게 의논하기도
했습니다.
"해외로 무조건 나가야 된데..."라든가 "직장 계속 다녀야 하나??" 등등
좀처럼 의중을 잘 드러내지 않는 아버지도 한마디 하시더군요.
"나두 노인정에 크게 한몫 줄란다..."
"히히...삼촌, 나 세계여행 보내줄거지?" 조카도 의뭉한 속내를 비치고...
평소 뎅뎅거렸던 나 또한 괜히 동생 눈치만 슬금 슬금 살피고 먹을 것 해다 바치면서 알아서
기었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보고싶고 상상해왔던 꽃이 파란장미여서 한번 더 올립니다. 근자에 일본에서 개발했다고 난리법석을 떨었는데, 츠암나...보라색 장미가지고 파란장미라고 우기고 있네요. ㅡ.ㅡ;;)
녀석은 마치 1등은 따논 당상이라도 된것처럼 어찌나 거드름 피며 날 이것 저것 시켜먹던지요.
내가 좀 입을 삐죽거리면, 냉큼 눈을 치켜뜨면서 "시러~어? 지금 싫단 표정같은데????"
"아유...아냐, 내가 언제 그랬다그래? 금세 갖다 줄께..."@.@
아주 눈꼴이 시도록 낮은 목소리로 좌악~ 깔고 거드름 피며 부리는 거였습니다.
것두, 나만 콕! 찍어서 말이지요.
아...뭐 평소 녀석이 내 밥이거든요. "이때다" 싶어 내게 앙갚음을 하는 거지요.
비위틀려도 녀석 손에 쥐고 있는 종이안 6개 숫자에 운을 걸려면 까짓 뭐가 문제겠냐
싶었습니다.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아....그런데, 첫 번호부터 어긋났습니다.
"뭐야, 그럼 끝난거잖어?, 몽땅 같은 번호에 끝자만 다른거니 더 볼게 없잖어,
내 그럴줄 알았다, 허긴 믿은게 잘못이지, 니가 개꿈밖에 더 꾸겠냐...@#$%%^..."
"삼촌, 차라리 40장을 각각 다른 번호로 샀더라면, 확률은 더 있을거 아냐?
치..이게 뭐야, 난 친구들한테 벌써 소문 다 냈는데..."
녀석은 도무지 믿을수가 없단 표정으로 고개만 푹 수그리고 있더니...
"아냐, 그럴 리가 없어, 분명 로또 1층 당첨번호였단말야, 이번 아니면 다음주일거야.
한달은 해볼거야" 비장한 얼굴로 결의를 다지는 거였어요.
"얘, 혹...그거 이미 된 번호 아니니?" "에이 씨...아니라니까...내가 이미 다 확인했는데,
없었단 말야, 앞으로 될 번호란 말야"
(15세기 유럽, 특히 네덜란드에서 불었던 투기의 진원지는 튤립이었습니다. 그때 당시 튤립 한뿌리가 집한채와 버금갔다는데요, 이렇게 아름다운 튤립에 과거의 영욕이 진하게 배여 있네요)
허참...그래서 엊그제 토요일에도 또 그만큼 같은 번호로 사서 내내 일주일을 기다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또 첫 번호부터 어긋나더군요. 저번엔 그럴수도...라며 한주를 더 기다렸는데,
이번에도 꽝!인거 보니까, 그에 그동안 억울하게 당한게 생각나 머리를 한 대 쥐어 박았습니다.
"에라~ 자슥아...믿은 내가 잘못이지"
지금까지 로또 사본거라곤 만원정도가 전부였는데, 아마도 평생 복권살돈 그 잘못꾼 꿈 값으로
다 날리게 생겼습니다.
아무리 일주일이 행복하다지만, 이정도면 "아님 말고"가 아니라 "아님 속터져 죽고..."가 될까
염려스럽습니다.
동생은 여전히 자기 손에 들려진 번호가 신에게 특별히 자신만 낙점받은 번호라고 생각하며
희망에 차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아침부터 녀석은 또 긁으러 쏜살같이 뛰어 갔어요.
매주 같은 번호 40장씩 무식하게 말이예요.
평생 한번 조상님께서 점지해주신 기횐데, 아마 날짜를 깜밖했을거라며 반드시 된다는 결의를
품고 한달간은 미친듯이 사들이더니 어느날부터는 잠잠해지더군요. 아마도 지갑 다 털린듯.
아...증말 자칫 집안 망할 꿈이었네요. ㅠ.ㅠ
근데..말이지요. 아직도 한 두장씩 사가지고는(내내 그 번호 말입니다) 그렇게 으쓱거리던
녀석이 아주 풀이 많이 죽어서... 이젠 힐금 힐금 내 눈치보면서 맞추더라구요.
틀리니까...되려 머슴처럼 해다 바치는데, 저야 뭐 아쉬울게 있나요?
다~ 지 돈으로 사는데요. 그냥 저냥 계속 될때까지 "고"하라고 꼬드겨 볼까요?
에궁! 제 속내가 이렇습니다.^^;;
*** 8년전에 쓴 글인데요, 녀석은 아직도 미련 못버리고 계속 그 번호로 끝자리만 돌려가며 줄기차게 한 두장씩 사대고
있습니다. 미래의 꿈을 미리 꾼거라면서요, 웃기는건...아직까지 3개 번호도 맞춘적이 없다는거죠. 에고, 망할 꿈 ^^;;
첫댓글 무지하게 웃기는 동생이네요. 한참을 깔깔 웃었습니다. 한참을 웃다보니 이건 남의 얘기가 아니드라구요. 내가 사업 한답시며 그 꼬락서니로 그 동안 날린 돈이 얼만지……. 세상이 그렇게 속고 또 속으며 사는 건지도 모릅니다. 하긴 그렇게 성공했다 쳐도 어차피 스티브잡스마냥 가지고 가지도 못하는 돈이니, 인생사 空手來空手去 아니겠습니까?
윈디님께서 사업을 날려잡수셔서 지금 화가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계신것 아닌가요? 그 멋진 그림들이 자칫 돈에 묻혀 세상에 나와보지도 못했을거 생각하면 그리 억울하지 않을듯! 글고 왠지 사장은 안어울려요 ^^;;
참!~~~남에집 일에 안됐다 할수도없고~~ㅎㅎㅎㅎ 딱히 잘됐다 할수도없네 그려~~~ㅋㅋㅋ
꼬소해서 입꼬리 올라가며 답글다는거 눈에 선하다구~ 내 아무렴 숙이 고약한 심뽀 모를까나~ ㅋㅋㅋ
어~~~다보구있구먼``^^고마웡~~~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