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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들의 수다 1
씬 1. 인트로 나무 숲 사이 한적한 길.
차가 거진 다니지 않는 한적한 도로다.
새벽.
안개.
길옆에 상연이가 서 있다.
짙은 안개.
상연 시계를 본다.
그리고 시선을 먼 곳에 둔다.
그의 시선에 들어온 자동차 한 대.
저쪽에서 달려와 상연 앞에 선다.
상연 차에 탄다.
잠시 후 차안에서 들리는 여자의 목소리.
여인: (소리만) 혼자 왔어요. 안심하여도 되요.
상연 (소리만) 네…….
여인: (소리만) 처음이라서 뭘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잘 몰라요. 그냥 꼭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상연: (소리만) 아……. 네.
안개 속에 정지한 차…….
음악이 서서히 고조되면서…….
씬 2. 한화빌딩/늦은 밤.
고급스럽고 높은 빌딩.
도시의 건물 숲 속에 유독 환하게 보이는 건물의 외경…….
씬 3. 한화빌딩 안/어느 회의실.
고급스러워 보이는 회의실.
정장차림의 사내들.
네 명이 회의를 하고 있다.
그들 앞 테이블에 놓인 서류들…….
사내들 뭔가 진지한 내용을 하면서도 웃기고 편안한 분위기다.
영화는 그들의 표정과 분위기를 스케치한다.
씬 4. 빌딩 안/복도.
모두가 퇴근을 했는지 고요히 보이는 건물 안.
복도에 있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그러자 전기 수리공 차림의 하연이가 나온다. 그리고 반대편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경비원 차림의 상연이가 나온다.
그 둘은 익숙한 듯이 서로에게 눈짓을 보내고 다른 복도로 걸어간다.
씬 5. 빌딩/환풍기 안.
환풍기 안을 정우가 기어서 통과하고 있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소형 폭탄과 액체 통.
정우, 어느 지점에 도착해서 환풍기 창살을 내려다본다.
회의실 바로 위다.
그 밑으로 보이는 회의실 안 사내들의 모습.
씬 6. 빌딩 주차장.
지하 주차장.
카메라는 고급 승용차들이 일렬로 세워져 있는 주차장을 보여주며 어느 자동차 안으로 다가간다.
자동차는 킬러들의 차다.
차안에선 재영이가 총을 조립하고 있다.
능숙한 솜씨로 총을 조립하고 망원렌즈를 부착한다. 그리고 조수석에 앉아 운전석으로 다리를 뻗으며 자세를 잡는다.
씬 7. 취조실.
유리를 통해 취조실이 보인다.
유리밖에는 최 부장과 진형사가 안을 보고 있다.
안에선 탁 문배가 두 명의 형사에게 취조를 당하고 있다.
탁 문배의 여유로운 표정.
최 부장: 후. 쌍놈의 새끼 아주 여유만망이구만……. 여의도는?
진 형사: 김도신 사장 검거 팀이 한 시간 정도 후면 도착할겁니다. 장부 확인까지 된 걸로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최 부장: (탁 문배의 여유로운 얼굴을 보곤) 그래, 웃어라……. 웃어……. 쌍놈의 새끼…….
최 부장과 진형사가 나간다.
씬 8. 한화빌딩 앞 주차장.
빌딩 앞 정원.
나무들이 늘어선 곳에 어두운 그림자.
형사 팀이다.
그들이 정원과 주자된 차안. 모퉁이 등에 숨기고 잠복해 있다.
어둠 속에 살아 있는 눈빛들…….
귀에는 작음 이어폰을 끼고 있다.
씬 9. 한화빌딩 로비.
로비 한구석에서 신문을 들고 앉아 있는 조 검사.
수신기에서 들리는 소리.
소리: 일어났습니다. 나갑니다.
조 검사: (송신기에 대고) 다들 준비해라.
씬 10. 빌딩 안, 전기 통제실.
통제실 안으로 들어온 하연.
주머니에서 작은 종이를 꺼낸다.
건물의 회로도다.
하연이가 그 앞에 앉아 기계들을 조작한다.
씬 11. 빌딩 안/복도.
복도 구석에 기댄 상연…….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낸 뒤 탄창을 확인한다.
그리곤 여유 있는 얼굴로 회의실 쪽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러자 회의실 문이 열리며 사내들이 들어온다.
사내1 이 빌딩이 집무실인양 다른 사내들을 배웅한다.
상연은 사내들을 스쳐나가면서 가볍게 목례로 인사한다.
그리고 복도모퉁이를 돌자마자 자신의 무전기를 뽑아든다.
상연: 나왔다.
씬 12. 전기 통제실.
하연이가 자신의 앞에 놓인 수신기에서 상연의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곤 자신 앞의 컨트롤 박스의 빨간 스위치를 누른다.
씬 13. 빌딩 안/회의실 앞 복도.
건물의 불이 깜박이더니……. 이내 꺼진다.
그리곤 잠시 후 다시 들어온다.
(인서트) 건물 구석구석 CCTV의 전원이 아웃된다.
(인서트) 로비.
조 검사: 뭐야, 이건?
소리: 전기가 잠깐 나갔던 거 같습니다.
조 검사: 대기하다가 건물 밖으로 나오면 잡아라…….
조 검사, 일어나선 준비를 한다.
씬 14. 전기 통제실.
CCTV 모니터가 모두 꺼진다.
하연 그것을 확인 한 후 가방을 챙긴다.
씬 15. 건물 안/회의실 앞 복도.
사내들……. 이상한 듯 천장을 한번 보더니……. 다시 인사를 하고 나간다.
사내1은 집무실로 들어가고 다른 사내들……. 웃으며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엘리베이터로 향한 사내들. 그때 갑자기 사내2가 멈춘다.
사내2: 잠깐만요. 나 뭐 좀 두고 왔네…….
사내2, 다시 집무실로 향한다.
사내2,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사내1, 의아한 눈으로 사내2를 본다.
사내2, 재빨리 가방에서 장부를 꺼낸다.
사내2: 아무래도 이건 자네가 맡고 있는 게 나을 거 같아.
사내1, 장부를 보더니. 조금은 심각해진다.
사내2,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나간다.
씬 16. 환풍기 안.
정우가 뇌관이 설치된 폭탄의 작동 스위치를 켜고 재빨리 환풍기를 빠져나간다.
빨간 불이 점등되는 폭발물…….
씬 17. 엘리베이터 안.
사내2, 3, 4가 타고 있다.
사내2: 탁 사장 이번엔 힘들겠지?
사내4: 모르지. 그 인간이야 원체 놓인 줄이 많으니까…….
사내3: 앞일 모르니까 서로들 조심하자구……. 욕심 너무 내다보면 그 꼴 나니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1층이다.
사내2 내리려고 한다.
사내2: (내리며) 안가요?
사내4: 어, 우린 지하에 있어요.…….
문이 닫힌다.
씬 18. 지하 주차장.
사내3과 사내4가 나온다.
사내3, 사내4에게 간단한 손 인사를 하고 자신의 차 쪽으로 걸어간다.
사내3, 자신의 차에 오른다.
사내3의 차와 일렬로 서 있는 차의 가장 끝 쪽, 킬러들의 차안.
재영이가 총을 빠른 동작으로 거취 한다.
그리고 그 일직선상에 놓인 사내3의 머리 부분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소음기의 격발음.
그리고 그 사이 차들의 유리창에 작은 구멍이 생기며 사내3 머리가 고꾸라진다.
재영: (수신기에 대고) 하나 됐어.
반대편의 사내4, 자신의 차안에 올랐다.
이상한 분위기가 그를 덮는다.
사내4 백미러를 보고 양쪽에 놓인 차를 본다.
아무도 없다.
그래도 이상한 분위기. 알 수 없는 공포에 휩싸이는 사내4.
조심히 자동차 키를 꺼낸다.
시동을 걸려는데 자꾸 이상한 기분이 든다.
조심스럽게 차의 시동을 켜는 사내4.
시동이 걸린다.
사내 그제서야……. 한숨을 내쉬며 긴장을 푼다.
차를 움직인다.
지상으로 올라가는 사내4의 차.
긴장이 풀린 사내. 자연스럽게 히터를 켠다.
차안 환풍기에서 스며드는 흰색연기.
사내4 눈이 껌벅이다간 정신을 잃는다.
악세레터에서 띄워지는 발.
정지된 체 유지되는 계기판의 알피엠.
차는 오르막에서 내려오지도 않고 정지되어 있다.
씬 19. 지상 1층/화장실/밖 로비/복도.
사내2가 일을 보고 나오는지 손을 씻는다.
화장실 밖.
저쪽에서 경비원 복장의 상연이가 허리춤. 총 지갑에 권총을 꼽고 사내2가 나오는 것을 본다.
사내2 뒤쪽으로 다가가는 상연 그때, 누군가가 뒤에서 상연을 잡는다.
상연 순간적으로 놀라 . 권총에 손이 가는데.
상연을 잡은 사내(조 검사), 입술 위에 손가락을 올린다.
조 검사: 쉬…….
조 검사 상연 눈앞에 경찰 신분증을 보여 준다. 그리곤 손으로 비키라고 한다.
상연 옆으로 물러난다.
사내2 입구에 나서자 이곳저곳에서 튀어 나오는 형사들…….
손에는 쇠파이프와 각목 등을 들고 있다.
사내2, 재빨리 뛰어서 자신의 자동차로 들어간다.
형사들……. 그 차를 부시고 사내2를 끄집어낸다. 그리고 대기하던 자신들의 승합차에 싣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상연……. 일이 낭패가 된 듯 인상이 일그러지며. 뛰쳐나간다.
상연: (무전기를 들고) 재영아, 올라와 하나 놓쳤다.
씬 20. 지하 주차장.
재영, 수신기를 뒷자리에 던지고……. 차를 급하게 몬다.
지상으로 올라가려는데 앞에 나타난 사내4의 자동차.
재영, 답답하다.
사내4, 고개를 숙여진 채 죽어 있고, 시동에 걸린 자동차는 오르막에서 정지 상태다.
다급한 재영, 잠시 머뭇거리다간……. 그대로 앞차를 박는다. 그리고 밀고 올라가는 재영의 차.
씬 21. 지상 주차장 입구.
사내4의 차가 벽면을 긁히며 올라오고 그 뒤에 올라오는 재영의 차.
상연 오른다.
씬 22. 한화빌딩 반대편 건물.
망원경으로 상황을 관찰하는 형사팀.
건물입구에서 김도신을 검거하는 광경을 확인한다.
형사1: 오케이. (수신기에 대고) 김도신 신변 인수 했습니다……. 네, 철수하겠습니다.
형사들, 서로 고개를 끄덕이고 망원경에서 시선을 떼고. 다른 짐을 챙긴다.
시선이 띄어진 망원경의 렌즈로 카메라 다가가면 주차장에서 차를 밀고 올라오는 재영의 차와 상연이 그 타에 타는 모습이 나온다.
씬 23. 호송차 운전석.
운전하는 형사와 조 검사가 타고 있다.
조 검사: (손목시계를 한번보곤) 한 시간 안이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 일단 김도신이만 검거 했습니다.
전화를 끊는다.
순간, 번쩍 하면서 카메라 후레쉬가 터진다.
고속 단속 카메라가 터졌다.
속도 계기판, 시속 130킬로다.
형사: (농담조로) 찍혔다. 칠만 원. 벌점 15점……. 경찰차가 보면 사진발이 잘 받드라구요…….
조 검사 씨익 웃어 보인다.
씬 24. 도로.
재영 뒷자리로 가고 상연이가 운전한다. 재영은 분해놓은 총을 다시 결합한다.
재영: 어떻게 된 거야? 경찰이야?
상연: 응…….
재영: 이 친구들은 뭐하는 친구들인데. 경찰이 잡아가?
상연: (자신도 알 수 없는 듯) 다 됐어?
재영: 오케이.
상연 차를 쫓아가는 경찰차와 호송 차와의……. 간격을 좁히고 이내 옆으로 달린다.
호송차 옆면은 유리와 가는 창살로 막혀서 안이 잘 보이지 않는다.
재영은 총을 발 아래로 내리고.
재영: 저 중에 누구야?
상연 호송차 안을 본다.
씬 25. 호송차 안.
김도신 수갑을 차고 있고 그 주변에 형사들이 앉아 있다.
김 반장은 김도신의 가방을 뒤지고 있다.
김 반장: 이봐. 장부 어디 있어?
김도신: 뭐요? 무슨 장부요? 그런 거 모르겠수다.
김 반장: 후후……. 잔대가리 굴리지 말고 건물 들어가기 전에 불어라……. 우리 본부 들어갔다가 또 나오게 했다간 그땐 진짜. 우리 돌아버린다 응?
김도신, 입을 다물고 시선을 창밖으로 피한다.
김도신 시선에 들어오는 옆 차선의 차량.
김도신의 눈이 커진다.
킬러의 차 안.
상연: (소리를 지른다.) 가운데. 창 쪽…….
그 얘기가 끝나자마자.
재영, 자신의 다리 아래에 놓았던 총을 들어 어깨에 견착 시키고 방아쇠를 당긴다.
사내2 고개가 떨궈진다.
상연 핸들을 틀어 차를 다른 길로 향한다.
씬 26. 한화빌딩 앞/공원벤치.
빌딩이 잘 올려다 보이는 벤치…….
그곳에 정우와 하연이가 앉아 있다.
정우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한다.
씬 27. 빌딩 안/회의실.
사내1……. 장부 같은 서류를 보다간 울리는 전화를 본다.
테이블에 위에 놓인 장부.
사내1 전화기를 향해 다가간다. 영화는 그 전화기를 주목한다.
인서트 되는 화면. 환풍기 안에서 불이 켜져 있는 폭탄.
사내1. 전화를 받는다.
사내1: 여보세요.
순간. 전화기의 라인을 쫓아가는 카메라…….
그 전선의 끝은 벽을 통해 환풍기 안의 폭탄으로 연결된다.
환풍기 안의 폭탄의 불……. 깜빡거린다.
정우: (소리) 네. 저기요 방금 천장에 폭약 설치하고 나온 사람인데요…….
사내1: 뭐요?
정우: 아직 안 터졌나요?
사내1: 당신 누구야?
환풍기 안의 빨간불 깜박거림을 멈추었다.
그리곤…….
꽝 하는 굉음과 함께 집무실이 날아간다.
씬 28. 정우와 하연이가 있는 벤치.
정우. 수화기에서 시끄러운 굉음에 귀에서 떨어트리며 인상을 쓴다. 그리곤 다시…….
정우: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연을 보곤) 전화가 안 되네…….
둘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올라오는 타이틀 킬러들의 수다
씬 29. 도로/킬러들의 차안/밝은 아침.
킬러들 차안에 타고 있다.
어디론가 가고 있는 킬러들…….
재영이가 운전을 하고 있고, 상연은 점잖게 앞을 보고 간다.
정우는 뒷자리에서 양아치처럼 꾸부정한 자세로 앉아 계속 흥얼거린다.
하연 이는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는다.
하연 이는 차안의 다른 이들을 슬쩍 보곤 다시 창밖 풍경을 본다.
하연의 내레이션이 시작된다.
하연: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다. 예수님이 세상에 오신 날이다. 예수님이 왜 세상에 오셨는지 잘은 모르지만 여하튼 예수님이 태어나서 달라진 건 빨간 날이 하나 더 늘었다는 거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이 세상을 구원하러 오셨다고 주장 하지만 난 한 번도 세상이 누군가에게 구원 받을 만큼 위험해졌다. 란 걸 느껴 본적이 없다. 어쩌면 예수님도 와보니 그다지 위험한 거 같지 않아서 젊은 나이에 일찍 하늘로 올라가신 지도 모르겠다. 우린 킬러다. 돈을 받고 의뢰인이 의뢰한 사람을 죽인다.
하연: 운전을 하고 있는 형이 재영이 형이다. 국가 대표 사격 선수였다고 하는데 기관총에서 새총까지 방아쇠 있는 건 다 다룬다. 향상 일이 끝나면 성당에 가서 신부님에게 뭔가 얘길 한다. 그 얘길 하고 나면 무슨 이유에서인지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인서트.
재영이가 성당 고백성사 실 앞에 있다.
기도하는 모습.
뒷자리에서 불량한 얼굴로 창밖을 보는 사람이 정우 형이다.
폭약 뇌관 설치 전문가이지만 내 생각에는 주먹싸움이 주특기이다.
성질도 더럽고 입도 걸다. 다리가 두꺼워서 고등학교 때까진 장거리 육상 선수였다고 하는데 길눈이 어두워 포기했다고 했다.
인서트.
마라톤에서 일등으로 치고 나오는 정우.
화면 바뀌면 엉뚱한 곳에서 뛰다간 주위를 두리 번 둘러본다.
내 앞에 앉아서 무게를 잡는 있는 사람은 우리 친형이다.
너무 대장 같이 구는 게 재수 없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형이니까……. 형은 일을 의뢰받는다.
어떤 경로로 어떻게 의뢰를 받는지 잘은 모르지만 형은 언제나 많은 작업을 가지고 온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다른 사람들을 죽이려 하는지 난 아직 잘 모른다. 하지만 옛날 사람들이 예수님을 원했다면 요즘의 의뢰인들은 우릴 원한다. 조금 다른 건 우린 약간의 수고비를 받는다는 것이다.
씬 30. 도로/노변 카페.
킬러들의 차에 길가에 선다.
상연과 재영만 내린다.
상연 길 옆 카페에 간다.
정우와 하연은 내리지 않고 상연을 지켜만 본다.
상연과 재영 어떤 사내 앉은자리로 간다.
사내는 일어서서 상연을 맞는다. (나중에 나오겠지만 사내는 탁 문배의 심복이다.)
반가운 얼굴이다.
상연 자리에 앉는다.
사내: 뭐 좀 드시겠습니까?
상연: 아니요……. 친구들이 기다려서…….
사내 상의에서 봉투를 꺼낸다.
사내: 대단하십니다. 사실 의뢰하면서도 조금은 긴가민가했었습니다. 원체 어렵고 힘든 일이라서……. 근데 정말 소문대로 이시네요?
상연: 소문 같은 거 안 났을 텐데요…….
사내, 머쓱하다.
재영, 카메라를 꺼낸다.
상연, 사내 옆으로 다가가서 앉는다.
사내는 조금 어리둥절하다.
상연: 괜찮습니다. 그냥 기념이니까…….
사내 뭣도 모르고 사진기를 보고 웃는다.
재영, 찰카닥.
상연, 씨익 웃는다.
상연 곧 일어나,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씬 31. 주 씨의 작업실 안.
밖이 내다보이는 창문 앞에서 나른하게 이 집의 주인인 주 씨 아저씨가 졸고 있다.
단순하고 조용해 보이는 작업실.
졸고 있던 주 씨가 무슨 소리에 눈을 뜬다.
창밖으로 킬러들의 차가서고 킬러들이 내린다.
주씨: 후……. 죽일 놈들…….
시간이 잠시 경과하고 주 씨 작업실의 문이 열리고 킬러들이 들어온다.
킬러들……. 손에 과일이랑 술이랑 몇 봉지를 들고 각각 어울리는 인사를 하며 밝게 들어온다.
상연: 주무셨어요? 너무 일찍 온 거 아니죠?
주 씨 인상을 살짝 찌푸린다.
하연의 내레이션.
하연: 주 씨 아저씨다. 향상 아침잠을 깨운다고 우릴 밉게 보지만 사실 우일 좋아하신다. 우리에게 무기와 장비들을 공급해주신다. 그 중에서 영화에 나오는 신기한 것들도 있지만 아저씨가 직접 제작한 요상한 물건들도 많다. 난 그래서 주 씨 아저씨가 좋다.
아저씨는 발명가고 또 엔지니어다.
내레이션 사이를 흐르는 화면.
주씨……. 창고 같은 은밀한 방에서 무기 박스를 들고 나온다.
박스를 열면 그 박스엔 온갖 총기류들이 있다.
재영: (소총 하나를 들고) 와우……. 에스지(SG)네, 뭐야 이건? 551? 아저씨 무슨 전쟁 나가요? 이런 건 다 어디서 들여 온 거예요?
주씨: 독일꺼니까 독일에서 들여왔지…….
재영: 이거 별로 안 좋아요……. 비 오면 총열 녹도 금방 슬고……. (독특하게 생긴 권총 하나를 들고 ) 이거 또 뭐야? 아나콘다네……. 영화 찍어요? 아저씨 우리 말고 어디 딴 데랑 거래해요? 뭐, 이렇게 신기한 게 많아요?
주씨: 시끄러워 인마. 그거 들어오는데 몇 명이 소금물에 잠겼는데…….
정우: 잠수로 들고 와요?
킬러들……. 그 총기들을 신기하게 만져 본다.
하연……. 권총 한 자루를 든다.
하연: 이건 무슨 총이에요?
재영: 베레다 92.
하연: 좋아?
재영: 맞으면 죽어. 영웅본색 주윤발이 쏘던 거…….
상연: (하연에게) 총놔라.
하연 눈치를 보다간……. 총을 논다.
주 씨 고글(투시경)과 전선이 연결된 총을 재영에게 건네준다.
주씨: 여기……. 부탁하던 거다. 젊은 놈이 벌써부터 눈이 침침하냐?
재영: 눈 나빠서 그러나요? 밤이니까 그렇지.
주씨: 야맹증엔 등 푸른 생선이 좋다더라. 꽁치. 고등어……. 댕겨봐라
정우: (냉장고를 열며) 물이 어떤 거죠?
주씨: 먹는 물 그 안에 없다. 수도꼭지 틀어 마셔라.
재영 투시경에 눈을 갖다 댄다.
주씨, 불을 끈다.
어두운 암흑 그때, 총성 몇 방 들린다.
불꽃도……. 정우 비명을 지른다.
다시 켜지는 불.
재영 고글 눈을 땐다.
벽면에 타깃에 정확히 뜷려 있는 총구멍.
주씨: 내일 쏜다구?
재영: 네.
주씨: 건전지 약 넣어가라 혹시 모르니까. 이건 상연이꺼…….
작은 동전 폭약을 준다.
주씨: 돌리고 줘라. 3초 있다가 터진다. 팔만 하나 날아가면 된다고?
상연 고개를 끄덕인다.
상연: 왼쪽 팔목이래요. 오른쪽이면 안 되고…….
주씨: 회한한 놈들도……. 참……. 늙은이한테 너무 어려운 것만 만들라고 하는 거 아냐? 이건 007도 아니고……. 뭐 이리 요상한 게 많아…….
상연: 일단 오늘밤 작업은 정우가 혼자 맡아
시간이 잠시 경과하고 주라. (정우 고개 끄덕) 재영이 하고 하연인 오페라 하우스 작업 준비해야 하니까…….
정우: 누구라고?
상연 봉투를 던져 준다.
재영: 야, 총으로 할 거야?
정우: 나라고 만날 칼이나 다이나마이트만 하니?
재영, 씨익 웃더니…….
총 한정과 소음기를 밀어서 정우 쪽으로 건넨다.
상연: 아저씨 극장 건이 있는데. 나중에 좀 부탁드려요. 골치 아픈 게 몇 가지 있어서…….
주씨: 커?
상연: 조금.
주씨: 돈을 바가지로 긁어모으는 구나……. 나중에 가마……. 보자.
킬러들 씨익 웃는다.
씬 32. 경찰서 취조실.
탁 문배가 앉아 있고 형사들 두 명이 취조를 하고 있다.
순간 문이 열리면서 조 검사 들어온다.
형사들, 인사를 한다.
조 검사, 조금은 난폭한 얼굴로 들어와서 탁 문배를 노려본다.
조 검사 형사들을 고개 짓으로 내보낸다.
조 검사 탁 문배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돈다.
탁 문배 조금은 겁을 집어먹는다.
조 검사 탁 문배의 앞에 앉는다.
조 검사: 김도신 사장 알지?
탁 문배: 네…….
조 검사: 친하지?
탁 문배: 아우님 아우님하며 지내죠…….
조 검사: 친하다고 그러더라…….
탁 문배 씨익 웃는다.
조 검사: 미안하다. 김도신 사장이 죽었다. 경찰서로 호송하던 도중에 살해당했다.
탁 문배: 뭐……. 뭐라고요?
조 검사: 미안하다. 정말……. 지켜 주질 못해서……. 꼭 살리고 싶었는데…….
탁 문배 슬픈 듯 흐느끼기 시작한다.
조 검사 가증스러운 듯이 우는 탁 문배를 바라본다.
조 검사: 정말……. 미안하다. 꼭 살려서 이곳에 데려오려고 했는데……. 그렇게만 된다면 널 목 매달 수 있었는데……. 정말 미안하다. 할 말이 없다. 조금만 참고 실망하지 말아라. 그래도 우리가 힘내서 최선을 다해볼게.
탁 문배……. 울다간……. 멍한 표정으로 조 검사를 바라본다.
조 검사 나간다.
씬 33. 경찰서 복도.
최 부장과 조 검사, 김 반장 진형사가 걸어간다.
조금은 급한 걸음으로 어딘가를 향해 간다.
최 부장: 됐어 신경 쓰지 마. 탁 문배 잡아넣은 건 이상 없어. 그놈의 자식 죄목에다 불법 무기 유통 및 소지에 살인 청부까지 추가해 버려. 쌍놈의 새끼 이젠 총질까지 해? 그 개새끼 목매는 거 보곡 옷 벗는다……. 내가. 그리고 그 밑에 애들도 죄다 싸그리 잡아 드려.
조 검사: 근데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최 부장: 뭐가?
조 검사: 스타일이 탁 문배랑은 안 어울립니다.
최 부장 걸음을 멈춘다.
조 검사: 차가 130킬로로 달렸습니다. 날아온 총알은 한방이었고……. 김도신이 목을 관통했습니다. 사시미 들고 깍두기들이 한 타스로 날뛰었다면 모르지만 이건 탁 문배 애들 솜씨가 아닙니다.
최 부장. 한숨…….
다시 움직인다.
최 부장: 일단 회의 땐 아무 말 하지 마……. 지금은 밀어붙여야지. 괜히 어설프게 대했다간 탁 문배도 날아가고 우리도 개망신이다.
조 검사와 최 부장 일행……. 회의실로 들어간다.
씬 34. 회의실.
폭약 전문 팀의 브리핑이 있고 수사팀과 중역들이 있다.
테이블 위엔 몇 가지 폭약이 있다.
전문1: CCTV는 23시 15분서부터 작동이 멈춰버렸습니다. 사건들은 R 이후에 모두 일어났습니다. 중앙 통제실로부터 장악 당한 거죠. 그 전까지의 CCTV자료는 회수해서 정밀분석 중입니다. 현재 기자들한테 노출된 건 18층 북쪽 회의실 폭파인데……. 전기식 액체폭약이었습니다. 장악시키고 9 볼트면 충분하죠. 그런데 라인은 집무실 전화기에 설치되었습니다. 전원 스위치나 격발기가 아니구요. (앞에 놓인 수화기를 들어 보인다.) 꽝! 게임 같죠?
최 부장: 여하튼 전기식 폭약이 터진 거 아냐. 됐어……. 다음 놈은?
건물1: 지하2층 주차장에서 사망한 차경필과 주정만입니다. 차경필은 저적입니다. 차 여섯 대 유리창 열 두 개를 뜷고 갔습니다. 5.56미리 KTW 탄이 탄착점까지 정확하게 재서 머리에 맞혔습니다.
최 부장: 오케이……. 이놈은 총 맞아 죽었고……. 딴 놈은?
전문1. 최 부장의 성격에 한숨을 쉰다.
전문1: 주정만은 부검이 나와 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질식사 같습니다. 주차 구역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다 죽었는데……. 주행거리를 보면 강한 신경가스 같습니다. 사체 반응으로 보면 타분 종류의 G 가스 같습니다.
최 부장: 마지막 독가스 맡고 죽었다. 오케이 알았어.
전문1, 어이가 없는지 웃는다.
전문3: 야, 최, 거 우격다짐으로 하지 좀 마라. 우리가 공고에서 자격증 따 온 애들이냐?
최 부장: 뭘……. 또?
회의실 안에 약간의 긴장감이 돈다.
전문3: 전화기 수신 충격으로 뇌관 터뜨리는 놈들이 대한민국에 몇이나 될 거 같니? 우리 애들……. 잘리면 모를까, 그거 만들 수 있는 놈들 없어. 야……. 최 KTW 탄이라고? 들어봤냐? 너나 나나 경찰학교건 현장이건 쏴 본 적도 없어? 철갑탄이야. 탱크 뚫는 거……. 국제적으로 판매도 금지 된 거야. 알아? 야 너 G 가스가 뭔지 알아?
최 부장: 독가스 아냐?
전문3: 너……. 타분 같은 거 한주전자 들고 와서 명동에다 뿌려볼까? 몇 명 죽나? 신경가스로 부비 츄랩 만든 놈들이야……. 장담 건데……. 공무원이 아닌 이상 대한민국에는 없어. 15분 사이에 007 영화 한편 찍고 간 거야…….
최 부장: 아, 시발 그럼 어떻게 하라고? 야 박! 니들은 과학 과학 하는데, 막말로 과학적으로 입증 안 되면 니들은 믿지는 거 없지? 대한민국 서울에서 폭약이 터지고 총질로 사람이 죽어 나자빠지는데……. 십년 전만 해도 니들 부를지 않고 그냥 간첩이라고 발표해버리면 끝나. 근데 지금 어떠하라고? 아홉시 뉴스에 발표 해야 되……. 알아? 아침 신문 마감도 아홉시야……. 근데 가서 뭐라 말하라고? 영화 촬영 했다고? 뭐, 00……. 8찍었다고 할까?
전문3: 아. 몰라 . 네가 잡어. 너 그거 잡는 놈이잖아. 왜 나한테 지랄이야…….
최 부장: 거 시발 농담인줄 아나…….
조 검사: 가스폭발로 가죠. 다들?
최 부장: 뭐?
조 검사: 일단은 가스 폭발로 인한 화재로 가시죠. 기자들 쪽엔 폭약이나 뇌관은 노출 안됐습니다. 주차장 살인사건도 아직은 비공개입니다. 일단 발표는 그렇게 하시고 박 팀장님 쪽에 시간을 좀 드리죠.
최 부장: 발표하면 끝났지……. 시간은 뭘. 발표 번복하면 그건 더 쪽팔려.
조 검사: 이 정도 관 짤 놈들이라면 이거 말고도 또 합니다. 그때 잡죠. 탁 문배 잡아넣기엔 오히려 이번 게 더 좋습니다. 네 명 죽었습니다. 네 명이면 목맬 수 있죠?
…….
잠시 정적.
최 부장: 가스폭발로 발표해. 국방부 애들 끼어들면 복잡해.
일어나서 나간다.
나가다가.
최 부장: 박, 들어가라. 삐지지 좀 마라. 같이 먹고살자.
부장……. 씨익 웃으면서 나간다.
씬 35. 경찰서 복도.
조 검사의 김 반장 그리고 여행사인 진형사가 걸어간다.
조 검사와 형사들은 조금은 힘이 없는 얼굴이다.
김 반장: 일단 기동대 친구들은 원대 복귀 시켰습니다.
조 검사: (고개만 끄덕)
진 형사: 힘내세요…….
김 반장: 잡을 놈들이 많아졌습니까……. 이것도 일복이죠.
조 검사, 자신의 방문 앞에 멈춘다.
조 검사: 쉬세요. 범인이 없어서 조서 쓸 게 없으니까 이건 편하네요…….
진 형사: (가려다가 뒤돌아) 검사님, 메리 크리스마스예요, 쉬세요.
조 검사: ?
진 형사: 오늘 크리스마스예요.
조 검사: 지금이 12월이야?
조 검사 씨익 웃으며 간다……. 김 반장과 진형사도 씨익 웃는다.
조 검사, 복도의 모퉁이를 돌아 자신의 방으로 향한다.
그때 옆으로 지나가던 정복의 경찰이 경례를 한다.
조 검사 경례를 받고 스쳐 지나가는데…….
그의 눈에 그 경찰의 허리에 찬……. 권총과 권총집이 눈에 들어온다.
순간……. 머릿속에 스쳐가는 작은 기억들…….
어디서 봤더라…….
낯익은 총과 총집…….
조 검사 걸음을 멈춘다.
조 검사 로비에서 경비로 변장한 상연과 스쳤던 것이 생각난다.
경비가 허리에 찼던 건…….
진짜 권총이었다…….
조 검사……. 표정이 변한다.
그리고 상연의 얼굴을 떠올린다. 희미한 얼굴…….
씬 36. 성당.
웅장한 성당의 천장과 벽의 스테인그라스.
카메라 느슨히 지나가는데 신자들 사이에 재영이가 있다.
눈을 감고……. 기도하는 듯.
벽 쪽의 고해성사 실 등이 들어와 있고 신자들 몇이 줄을 서 있다.
씬 37. 고해 성사실 안.
신부가 앉은 칸과 신자가 앉은 칸이 있다.
두 공간은 작은 쪽간으로 연결되어 있고 상대 쪽의 코 입 목선 등이 보이지…….
재영이가 작은 창구로 보인다.
신부: 네……. 고백성사 본지 얼마나 됐죠?
칸막이 구멍으로 재영의 얼굴.
재영: 안녕하셔요.
신부: ……. 윽! 또 왔구나……. 미치겠네.
신부: 후……. 그래 고백하시고…….
재영: 이번 주는 일을 그다지 많이 하지는 않았어요.
신부: 아……. 그래요?
재영: 다섯 정도……. 죽였습니다.
신부: 저런……. 그래……. 농구부 한 팀이구만……. 그래도 행결 조금 죽였네요. 사이……. 후……. 무슨 말을 할까?
신부: 그래……. 아무튼 될 수 있으면 사람을 죽이지. 말고 정 힘들면, 그렇게 숫자 좀 줄여나가고……. 휴…….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그래. 보석으로 묵주기도 한단 하시고 가는 길에 성당 주변 쓰레기 좀 주우시고…….
재영: (죄를 모두 씻어 밝아진 얼굴로) 네…….
신부의 얼굴.
씬 38. 성당 앞 도로.
재영이가 차에 오른다.
정우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우: 거기서 죄를 말하면 속이 편해져?
재영: 그치……. 아무래도……. 우리 하는 일이 어디 가서 대놓고 말할만한 건 아니니까…….
정우: 우리가 하는 일이 그렇게 큰 죄야?
재영: 죄라긴……. 좀 뭐하지만……. 그냥, 뉴스에는 나오니까…….
정우: 야, 뉴스에 나오면 다 죄냐?
재영: 야, 자식 거 정말……. 아무튼 가서 고백을 하면 좋아……. 기분이, 너도 해봐 언제……. 그러면 알아.
차는 떠나고……. 정우의 얼굴은 야릇한 표정…….
씬 39. 도로.
김 반장과 조 검사가 도로 위에 서있다.
그 둘 위엔 과속 감시 카메라가 있다.
조 검사, 손을 올려 카메라 방향에다 대어 본다.
김 반장, 그런 조 검사를 본다.
조 검사: 반장님, 그날 밤 11시 삼십 분부터 12시까지 저 카메라에 찍힌 사진 좀 찾아 주실래요?
김 반장, 조 검사와 카메라를 번갈아 본다.
씬 40. 도로/김 반장의 차안.
달리는 차안.
조 검사.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조 검사……. 그러다간……. 속도 계기판을 본다.
조 검사: 김 반장님……. 속도 좀 내 보실래요?
김 반장: 네? 네…….
속도계 올라간다.
시속 130을 가리킬 때…….
조 검사: 됐어요……. 유지해 보세요…….
130킬로 달리는 차. 조 검사 숨을 고른 뒤 갑자기총을 견착 시키는 자세로 유리창 밖으로 겨눠본다.
김 반장, 조 검사가 자신 쪽으로 총을 겨누는 동작에 깜짝 놀란다.
조 검사, 창밖으로 총을 겨눈 동작…….에서 멈춰 본다.
손이 흔들린다. 정확하게 겨눌 수 없다.
조 검사……. 자세를 풀고 앞을 본 채 씨익 웃어 본다.
그의 표정엔……. 센 놈을 만났다는 묘한 즐거움이 들어있다.
씬 41. 도로/밤.
정우의 자동차……. 어떤 차를 쫓고 있다.
느슨히 그 자동차를 쫓는다.
정우의 옆자리엔 총 한정과 의뢰서.
의뢰서는 우편물로 온 건지 뜯어진 우편물밖에 나와 있다.
여인(이후 화이라고 부른다.) 의 사진. 잘 안 나와 얼굴의 식별은 어렵다.
화이의 자동차 신호 대기에 걸려 서 있다.
정우의 차가 화이의 차 옆에 다가서서 선다.
붉은 신호등, 정우, 총을 장전한다.
그리고 옆의 운전석에 겨눈다.
정우: (혼잣말로) 긴장하지 마세요……. 잠깐이면 끝나요. 아프게 안 할게요…….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옆 차의 실내등이 커진다.
그리고 화이의 모습이 정우의 눈에 들어온다.
정우 무엇엔 가 에 홀린 듯 방아쇠에서 손가락이 풀린다.
화이, 차안에서 무엇인가 찾는 듯 모응 움직이며 뒤척인다.
그러다간 신호가 바뀌자. 화이의 차 움직인다.
정우 멍하니. 있다간 아차 하며 그 차를 다시 쫓는다.
씬 42. 화이의 아파트 앞.
화이가 차를 세우고 들어간다.
그 모습을 정우가 저편 자신의 차안에서 보고 있다.
숨을 고르는 정우.
씬 43. 엘리베이터.
정우, 엘리베이터 안에서 있다.
숨을 고르며……. 엘리베이터 벽면에 반사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혼자 말을 한다.
엘리베이터 램프는 점점 숫자가 올라가고 있다.
정우: 헤이, 왜 그래? 촌스럽게……. 짜증난다. 괜히 폼 잡지 말고 시원하게 끝내라…….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씬 44. 화이 아파트 문 앞.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정우, 몸을 화이의 문 앞으로 돌리려는데, 문에서 나오는 화이.
정우 자연스럽게 몸을 반대편 문 앞으로 돌린다.
정우, 아무렇지 않게 맞은 편 대문 문고리를 잡고 이리저리 돌리다간 주머니를 뒤지며 열쇠를 찾는 시늉을 한다.
화이 그런 정우를 살짝 본다.
화이: 저기요…….
정우. 몸이 굳는다. 왜 말을 시킬까…….
정우: 네?
화이: 안녕하셔요…….
정우: 네? 아네……. 전 이 정우라고 합니다.
화이: 네? 아, 이름을 왜 얘기할까?
정우는 여자와의 대화는 무척이나 서툰 듯이 긴장하고 있다.
그때, 정우의 시선에 화이의 얼굴이 자세히 들어온다.
아, 이쁘다. 근데……. 헉……. 배가……. 남산만하다.
아기를 가졌구나…….
화이: 잠깐만요…….
화이 다시 집안으로 들어간다.
정우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른다.
주머니를 뒤져 권총을 꺼내 총알을 확인하고 다시 넣는다.
엘리베이터를 누르고 다시 내려가다가…….
화이가 다시 나온다.
손에 작은 접시를 들었다.
화이: (접시를 주며) 이거.
정우: 이게…….
화이: 떡드세요. 진작에 인사를 드려야 되는데……. 늦었어요. 이사 오고 정신이 없어놔서…….
정우: 네?……. 아네……. 이사를 오셨죠……. 안 그래도 소문이……. 그러니까……. 이사를 오셨다는 소문이 동네에 돌던데……. 어. 환영합니다. 저희……. 동네에 오신 걸…….
화이: 고맙습니다.
둘……. 서로 어색해서 할 말이 없다.
화이: 그럼…….
화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남아있는 정우 떡 접시를 들고 멍하니 혼자 서 있다.
아~ 뭐 하는 거지…….
씬 45. 킬러들의 아지트.
킬러들이 모여 있다.
정우가 총을 들고 도로에서 옆 자동차에 겨눈 표정.
모두들 그걸 보고 있다.
정우 상황 설명을 하고 있다.
재연되는 그 때 상황과 함께 보여진다.
정우: 그 차가서고 내가 딱 옆에 가서 섰거든 그리고 내가 총을 장전시키고 겨눴거든…….
(도로인서트)
인서트속의 정우. 차를 화이 차 옆으로 세우고 총을 화이에게 겨눈다.
정우: 그리고 댕길려고 하는데…….
재영: 소음기 끼고?
(도로인서트)
재연 화면 속의 정우, 뭔가 생각하더니……. 자신의 총에 소음기를 낀다.
정우: 소음기 꼈지……. 도로 한복판인데. 그래서 총을 겨누고 댕길려고 그러는데…….
하연: 차 유리 안 내리고?
(도로인서트)
재연속의 정우, 유리를 내리려고 한다.
그 순간 들리는 소리.
정우: 유리……. (잠시 생각하다가)를 안 내렸지, 내리면 밖에서 보이는데.
재연 속의 정우, 다시 유리를 올린다.
재연 속 정우의 표정. 이래라 저래라 더러워서 못해먹겠다.
정우: 그래서 그 여자 머리를 보고 땡길려고 했는데…….
상연: 그쪽 차안이 보였어?
인서트 속의 화이, 그 소릴 들었는지 얼른 차안의 실내등을 끈다.
정우: 안보이지 밤이니까……. 내 말은 그냥 머리 쪽을 향해서 겨눴다는 말이지…….
상연: 그리고?
정우: 그리고 뭐……. 고민하나? 그냥 땡길려고 그러는데……. 중간에 오토바이가 들어오는 거야.
(도로 인서트)
화이와 정우 차 중간에 양아치 같은 폭주족이 뒤에 깻잎머리 기집애를 태우고 들어온다.
재영: 아니, 오토바이가 끼어 들어왔다고 못 쏴…….
정우: 야! (잠시 생각하다가) 경차를 오토바이였단 말이야.
(도로인서트)
양아치……. 복장만 경찰복으로 바뀌어있고 뒤에 기집애는 그대로다.
기집애만 앞에 양아치를 한 번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상연: 쏘긴 쏜 거야?
정우: 결국엔 못 쐈지……. 신호가 바뀌어서 따라가려고 했는데……. 아니……. 갑자기 차가 말을 안 듣는 거야…….
(도로인서트)
재연 화면 속의 정우, 차를 몰려고 하는데……. 핸들이 빠진다.
빠진 핸들을 잡고 해도 해도 노무 한다 라는 인상을 짓는 재연 속의 정우.
상황 설명이 끝났다.
모두 잠시 침묵.
상연: 스케줄 차질 빚지 말게 해라. 큰 작업 앞두고 괜히 골치 아파지니까…….
일어서서 자리를 뜬다.
정우: 근데 그 여자……. 애기를 가졌던데……. 몰랐었어?
상연 의외다.
상연: 뭐?
정우: 배가 이렇게 부르던데?
하연: 그래, 임산부를 죽이면 돈도 더블인가?
상연, 잠시 생각.
상연: 차안에서 배부른 게 보여?
정우, 이번엔 대답을 못한다.
상연, 들어간다.
재영: 후후……. 내가 들어본 니 일화 중에 이번 게 최고다.
재영도 일어난다.
식탁에서 하연이가 밥을 차리는걸 보며.
재영: 뭐야, 이건? 와……. 맛있는데…….
하연: 누가 왔어.
재영: 누가?
하연: 어. 옆집 아줌마가…….
재영: 어휴……. 이거 비싼 건데…….
정우는 내심 불안한 얼굴이다.
씬 46. 아지트 거실.
킬러들 모여 앉아 있다.
상연은 미니어처를 조립하고 있다.
그 모양은 극장 구조다.
재영은 총기를 수입하고 정우는 머리에 다른 생각이 가득한 모습이다.
컴퓨터 방에선 하연이가 모니터의 그림을 보며 체크를 한다.
모니터에는 몇 가지 평면도와 입면도가 떠 있고 전기 배선을 찾고 있다.
씬 47. 화이의 아파트.
화이 오디오를 켜고 작은 스피커를 손에 든 채 자신의 배에 갖다 댄다.
그리고 리모컨을 누른다.
잔잔한 클래식이 흐르고 화이는 스피커로 배를 슬며시 어루만진다.
배속으로 가는 음악, 화이 발이 조금씩 움직인다.
그녀의 발은 어느새 춤의 스텝인 양 박자를 맞춘다.
씬 48. 아지트의 방.
거실 소파와 마룻바닥에서 재영과 하연, 정우 잔다.
정우 머릿속에 온통……. 화이 발목……. 얼굴……. 목소리……. 순으로 나타난다.
정우: 자니?
재영: 왜?
정우: 우리 이거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재영: 오래하자. 왜? 재미없어?
정우: 아니……. 그냥…….
하연: 신문에 났더라. 우리 폭파시킨 건물…….
재영: 그래? 가스 폭발이래지?
하연: 응…….
재영, 웃는다.
정우: 야. 니네 여자랑 자봤지?
재영: 자식……. 자봤지. 니가 제일로 많이 자봤잖아.
정우: 아니야. 사실 나 많이 안자봤어.
재영: 다 뻥이었어?
정우: 나 한 번도 자본적 없어.
재영: 왜?
정우: 그냥……. 별로 재미없어……. 근데……. 여자랑 자서 애기가 생기면 기분 좋을 거야 그치?
재영: 누가? 애기가?
정우: 다……. 엄마도 애기도……. 아버지도…….
재영: 기분 좋지.
정우: 너네 그 여자 못 봤지? 애기 엄마…….
재영: 왜? 예뻐.
정우: 어, 예쁘더라, 얼굴이 요만해…….
그 모습을 보는 하연……. 내레이션이 흐른다.
하연: 사람에겐 자기가 놓칠 수 없이 좋아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정우 형은 나무를 좋아하고 숲을 좋아한다.
하연의 내레이션을 타고 영상은 비현실적인 몽환인서트로 넘어간다.
(몽환인서트)
정우가 숲 속에서 커다란 나무에 손을 대고 얼굴을 대고 있다.
정우의 반대편엔 어느 여인이 비슷한 모양으로 있다.
정우의 손과 여인의 손이 서로 스친다.
커다란 나무에 달라붙는 남, 여의 모습이다.
하연: 그리고 오늘 어떤 여자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게 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킬러가 사람을 죽여야 되는 것도 참 당연한 일이다. 정우 형은 당연한 일들에 관해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이를 미워하는 만큼 누군가를 좋아한다.
그건 우리들도 마찬가지다.
씬 49. 경찰서/실내 사격장.
조 검사가 권총을 조준한 채 표적지에 총알을 발사한다.
표적지의 탄착점이 옆 모니터에 나타난다.
조 검사를 비롯한 옆의 형사들……. 모두가 정자세로 총을 쏜다. 그러다가 갑자기 조 검사. 자세를 풀고 한 손으로 총을 쏜다.
폼이 멋있지만 훈련받은 폼은 아니다.
옆 모니터엔 표적지 정 중앙에 구멍이 뜷린다.
씬 50. 아지트.
환하게 밝은 아침.
정우의 소리: 뉴스 한다. 뉴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