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1> 2020.5.30. 무기 개발을 멈추라고 촉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 출처: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을 때 로마 교황 프란치스코는 세계를 향해 무기 개발을 멈추고 그 돈으로 감염병 연구를 하라고 촉구했다.<자료1> 무기 만들 돈으로 사람 살리는 연구를 하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지적이었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서 무기를 개발하고 구입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계속돼 온 일이다. 지금부터 480여 년 전 일본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
◇ 1543년, 일본과 총의 역사적인 접점
일본 사료인 철포기(鐵砲記)에 따르면, 1543년 규슈 남단의 다네가시마라는 섬이 총 한 자루 때문에 들썩였다. 포르투갈 상인이 총을 쏘는 시범을 보이자 천둥 같은 소리와 함께 목표물을 박살내 버렸다.<자료2> 당시의 최첨단 무기인 총을 처음 접하고 그 위력에 감탄한 일본인 도주(島主)는 2000냥을 주고 총 2정을 사들였다. 당시 일본에서 10냥이면 병사 한 명의 1년치 월급이었기 때문에 2000냥이면 200명의 군대를 1년간 유지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금액(현재 가치 20억 원)이었다. 이 총이 일본에서는 뎃포(てっぽう, 鐵砲), 조선에서는 조총(鳥銃)이라 불리게 되었다.<자료3
자료2> 일본인에게 조총 사격법을 가르쳐주는 포르투갈인들. (사진 출처: 『에혼 다이코기』에 수록된 삽화.)
자료3> 일본이 처음으로 총을 받아들인 과정을 자세히 기록한 「철포기(鐵砲記)」. (사진 출처: 가고시마현 홈페이지, Wikimedia Commons)
총은 일본 열도와 조선 한반도를 뒤흔들었다. 일본에서 총을 활용해 전투 체제를 새롭게 편성한 세력(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이 다른 세력을 제압하고 권력을 한 손에 거머쥐었고, 이 세력이 조선을 침략해 임진왜란을 일으켰다. 일본이 포르투갈의 총을 도입한 사건이 전란을 촉발시킨 중요한 요인이라는 데에 역사가들의 이견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포르투갈은 왜 머나먼 바다를 건너 일본까지 와서 총을 전해 주었을까. 일본이 첨단 무기를 생산하고 중국 정벌을 주창하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을까. 이번 호 <다시 쓰는 세계사>에서는 임진왜란을 촉발시킨 무기와 그 전쟁의 야욕에 대해 알아본다.
◇ 이슬람을 몰아낸 십자군의 나라, 포르투갈
자료4> 아폰수 1세의 동상.이슬람 세력을 칼로 몰아내고 포르투갈을 세운 십자군답게 그의 동상은 칼과 십자가 방패를 든 모습이다. (출처: dreamstime stock photo)
1143년 건국된 포르투갈은 ‘십자군이 세운’ 나라였다. 포르투갈을 건국하고 초대 군주에 올랐던 아폰수 1세<자료4>는 십자가 깃발 아래 전쟁을 지휘한 십자군 전사였다. 포르투갈이 세워진 땅은 이베리아 반도 끝이었는데, 이베리아 반도는 8세기 이슬람 칼리파 국가인 우마이야 왕조가 정복한 이래 이슬람 세력이 400년 넘게 지배해 온 땅이었고, 아폰수 1세는 이 땅을 빼앗아 자신의 가톨릭 국가를 세우기 위해 평생을 전장에서 보냈다.
이슬람 사람들을 무참히 살해하고 몰아내는 전쟁을 계속하던 아폰수 1세는 1139년 오리크 전투에서 5명의 이슬람 왕을 죽이며 결정적으로 이슬람 세력을 제압해 나갔고, 피비린내 나는 전투 끝에 세워진 가톨릭 국가가 포르투갈이었다.
15세기 초부터 포르투갈은 ‘바다의 십자군’으로 항해를 시작했다. 이베리아 반도의 작은 나라 포르투갈이 유럽에서 가장 먼저 대서양을 건너 항해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십자군 DNA 때문이었다. 항해를 주도했던 포르투갈 왕가는 “가톨릭 신앙을 전하고 이교도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바다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바다의 십자군, 최종 목적지는 중국
그들이 바다 건너 갈망했던 땅은 아시아였으며 그중에서도 중국 대륙이었다. 중세부터 근대까지 유럽의 최고 베스트셀러였던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과 『맨드빌 여행기』 등은 중국 대륙이 유럽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풍요롭고 부유한 세계라는 내용이었고, 이 책들이 촉발시킨 중국에 대한 병적인 관심은 거대한 이교도 국가인 중국을 정복하겠다는 십자군다운 열망으로 이어졌다.
십자가를 앞세우고 항해를 떠난 바다의 십자군은 이교도를 박멸할 뿐 아니라 압도적인 무력으로 그들의 재산을 탈취했다. 그리스도 기사단으로 용맹한 십자군 전사였던 바스코 다 가마는 항해 도중 만난 이슬람 상인 800명의 귀와 코, 손을 잘라 버리고 그들의 무역선을 빼앗아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성스러운 십자가와 살상 무기인 총포를 한 배에 싣고 다니는 그들의 정복 사업은 가톨릭을 전파하는 사명이자 야만스러운 노략질이었다.
자료5> 포르투갈 선박이 일본에 도착하는 모습을 그린 병풍. (사진 출처: https://weaponsandwarfare.com)
첫댓글 잘보고갑니다
새로운 사실을 알았어요
흥미롭네요
헐..
잘보고갑니다
언제나 모든 악의 근원의 중심에 있군요
잘보고갑니다